헤어진 우리, 그리고 나

익명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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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월 6일에 만났어. 나는 그전에 여자가 무서웠고,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지. 너는 그걸 알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 줬어. 정말 행복했어. 남이 봐도 이쁘고 귀여운 너의 모습이 나에게는 정말 아름다웠어. 키가 또래보다 작았던 게 더 눈에 띄었지. 서로 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나서 우리 새벽에 전화만 8시간 44분 하고 ㅋㅋ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썸이었다. 그러고 내가 고백을 했고, 네가 부끄러워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준 그날 저녁. 정말 세상에서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인 듯했어.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고 여자가 무서웠던 나는 그래도 너에게 처음부터 모든 정을 주지 않으려고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잖아. 경계했었지. 근데 그러기엔 너는 너무 나에게 잘해주었어. 내색 하나도 안 하고 안겨주었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모습이 너무 이뻤어. 그때 나는 느꼈지. 너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걸. 그 이후엔 우리 정말 이쁘게 사귀었던 거 같아.너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서로 부끄러워하며 갈 곳이 없어서 두 시간 동안 아파트 단지 벤치에 앉아서 안고만 있고, 코노 가는 것도 너는 노래 못 부른다며 나만 부르게 시키고, 그래도 행복했어. 그 당시에는 네가 무엇을 하든 전혀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모든 행동들이 귀엽고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라는 게 매일 느껴지면서도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너무 좋았어.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설레는 감정이 사라지는 게 당연하더라. 소소한 선물을 줘도 고맙다는 말을 잘 못하는 너에게 고마워라는 소리 한마디 못 들어서 속상했고, 네가 날 만날 시간에 친구를 만나는 게 조금씩 속상하기 시작했고, 내가 가정사 때문에 힘들 때, 너의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되었지만 내가 신기하게 계속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일어나다 보니 너의 위로도 무뎌졌고, 너도 한계에 이르러 지쳤잖아. 그때는 속상했지. 내가 속상했었다 말하면 너는 미안해했고 그렇게 조금씩 괜찮아지는 듯한 우리의 관계에도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잖아. 서로 작은 일에 감정이 실리게 되고 우리는 둘 다 점점 지쳐갔지. 그렇게 너에게 처음으로 이별을 말했어. 옛날 나의 상처가 다시 떠오르게 되었고, 내가 그때는 몸도 많이 아팠고, 무엇보다 가정사가 정말 힘들었으니까. 너는 하루 종일 울며 나를 잡아줬어. 나는 널 책임질 여유도 없고 자신도 없었지만 너는 절대 아니었어. 그래도 아직 네가 좋아서 너를 믿을 수 있어서 잡히고 우리는 행복한 나날을 기약하며 관계를 이어나갔어.

그러나 재결합은 재결합이더라. 같은 이유로 싸우고 서로 감정싸움이 지속되고, 너의 잘못에 이젠 속상함이 아닌 화가 나기 시작했어.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해 본 게 처음이라서. 너무 사랑해서 너에게 강압적으로 말을 하게 되고, 화를 내기 시작했어. 내가 너무 서툴렀어. 너에게는 비겁한 핑계로 들리겠지만 나는 소중한 사람을 보듬어 주는 방법이 이게 아닌데도 나는 처음이었어서 너에게 점점 옛날 같지 않게 함부로 대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니 네가 속상하고 서운한 건 말을 못 하게 되고, 너는 미안해로 상황을 모면해왔지. 그 사이에도 내가 두 번이나 헤어지자 했었지만 너는 내가 그렇게 상처를 줬어도 나를 좋아해 주며 놓지 않았어. 너의 집 앞에서 싸우고 집을 간척하고 너를 돌아봤을 때, 우리 사진 찍은 거 보며 버텨왔던 너의 모습을 보고 왜 나는 내 잘못을 몰랐을까.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너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내 잘못을 확실하게 알았을 때는 네가 이미 지쳐있었네. 그렇게 너는 나에게 사귀면서 처음으로 헤어지자 했지. 나는 너를 필사적으로 잡았어. 그래야만 했어. 내가 너에게 변하라고 뭐라 하기 전에 내가 변했어야 했었잖아. 그걸 알고 반성하며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헤어지는 건 나에게 안됐어. 너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빌었고, 너는 잡혀줬어. 정말 고맙고 이 기회를 헛되게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 소중한 걸 잃고 나중 돼서 아는 사람들의 후회하며 하는 말들이 그때 공감이 되고 떠오르더라.

그러나 우린 싸우게 되더라고. 일주일도 안돼서 서로 서운한 게 생겼고, 나는 강압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변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너에게 물어봤지만 너는 변한 걸 아직 자세히 못 느꼈다 했지. 뭐 조금 억울했지만 천천히라도 확실하게 보여주면 네가 느끼게 될 줄 알았어. 근데 너는 이미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네. 나와 대화 한번 없이 이별을 고했어. 나는 아직 다 못 보여줬는데, 아직 보여줄게 많은데. 받아들이지 못했어. 그러나 너는 너무 확고하더라.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만나서 얘기 한 번만 하자고 하루 종일 부탁했잖아. 다행히도 만나자는 부탁을 받아줬고 나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 너를 설득해봤어. 내가 다 변하겠다고 아직 다 못 보여줬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랬지. 근데 너는 내가 변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네. 너는 만남과 싸움에 지친 거지 나의 변한 모습은 이미 우리 관계 밖에 있었어. 마지막에 내가 너에게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그러면서 울고 화내며 끝났잖아. 너는 나에게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 너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에 대한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인데.. 홧김에 실수로 마무리를 망쳐버렸어.

그렇게 짧아 보이지만 정말 많이 길었던 138일의 여정이 이제 끝났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내 잘못을 알아차렸더라면, 조금만 더 잘해주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끝났을까? 헤어지고 나서도, 아직까지도 마무리를 그렇게 지은 내 행동이 아직 후회돼. 그럴 생각 전혀 아니었는데. 먼 훗날 나 아니면 네가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한 명에게 오는 그런 날이 올까? 정말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되더라. 너가 돌아오는 때가 곧 올 수도 있고 나중에 올 수도 있겠지. 네가 다시 돌아오는 그날에는 한없이 사랑해 줄게. 그 인연이 길지 않고 짧더라도 후회 없이 마무리만큼은 좋게 끝낼게. 네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몇 년이 흘러도 내가 후회하며 너를 그리워하며 너에게 멋진 모습으로 돌아가면 웃으며 반겨줘. 차갑고 냉정한 너의 뒷모습이 나 때문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아서 미안해. 그런 나 좋아해 주며 우리 사진 봐가며 견뎌준 너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서툴렀던 나의 사랑해 주는 방법이 이 결과를 만들었어. 다 내 잘못이지만 우리 정말 멋진 모습으로 마주하자. 술 마시며 지금의 일을 미래에 가볍게 얘기할 수 있게 나의 길을 열심히 걸어갈게. 너의 길도 많이 험난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행복했던 추억 떠올리며 견뎌줬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했어. 나는 잘 지낼지 모르지만 너만큼은 잘 지내야 해. 꼭 다시 만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