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이네요... 솔로들이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라죠??? 오늘 톡 올라온 거 중에, 소개팅 첫 날 부대찌개 집에 데려간 남자 얘기가 있길래, 문득 제가 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 결혼하기까지 스토리를 적어볼까 합니다... 길어질 수 있으니, 미리 양해구합니다.... 저도 제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제 나이 26, 남편이 28 일 때... 소개팅이라고는 하지만, 참 특이했던게... 제 친구 커플 (지금 이 커플도 부부가 되었네요 ^^) 이 정동진으로 여행을 가면서, 그 당시 둘 다 백수였는지라 돈 없는 궁상들이... 여행은 가고싶지, 돈은 없지...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게... 각자 친구들 중에 솔로인 사람들을 소개시켜서, 2 : 2 커플 여행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둘이 가나, 넷이 가나... 방 하나 빌리는 건 같으니... 방값 만이라도 절반으로 줄이고 싶었던 게지요... 그리고 만약, 소개팅 해 준 커플(그 당시, 저와 제 남편)이 서로 맘에 들어하면... 중매 잘 선 핑계로 여행경비를 왕창 뜯어낼 속셈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얌체 같은 것들.... 아무튼, 그리하여 저와 제 남편은, 소개팅을 정동진 1박 2일 여행으로 가게 되어... 처음 보자마자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가 되어버렸답니다...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과 여행을 같이 간다는 게... 저도 내키지는 않았더랬지요.... 그런데 그 때 제가 좀 심신적으로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외롭기도 했고... (소개팅 할 때가, 딱 11월 경이었네요... ^^) 소개팅이 목적이라기 보단, 바람이 쐬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러던 차에, 정동진 1박 2일 소개팅 껀 수가 들어왔고... 가겠다고 말해버렸지요... 후훗... 드디어 소개팅 날.... 저희 집 앞으로, 제 친구 커플이 차를 몰고 저를 데리러 왔는데... 소개팅 남자(지금의 제 남편)가 앞좌석에 미리 타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헐.... 그는 제가 상상한 남자가 아니였습니다... 애초에 소개 시켜줄 때, 제 친구가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 그렇게 매력있는 오빠는 아니야." 라고 미리 경고(?)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좀 실망스러웠어요... 170 될까 말까한 키에, 몸무게 50겨우 넘을듯한 뼈만 남은 모습, 입술은 왜 그렇게 두꺼운지, 얼굴도 시커먼 게.... 딱 보자마자, '우가 우가 우간다~' 아프리카 토인이 떠오릅디다.... '우이쒸... 이것들... 저 남자에게 여행경비나 뜯어내려고 나를 팔았구나... 18 잡것들 %#@&*...' 온갖 욕이 속에서 막 넘쳐나는데, 어차피 바람 쐬려고 한 거, 예의상 맘에 안드는 거 티내지 않고 좋게 좋게 웃으며 차를 탔습니다... 참고로 저도 그렇게 뛰어난 미인은 아닌데요... 원래 소개팅이라는 게, 상대가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부터 따지게 돼 있으니, '넌 얼마나 이쁜데 그러냐?' 등의 악플은 달지 말아주세요... ㅠ ㅠ... 어쨌든, 그렇게 차를 타고 첫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 남자와 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 커플만 미친듯이 떠들어댔죠... 휴게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데... 아까는 미처 눈에 띄지 않던, 그의 패션감각(?)이 새삼 눈의 띄더라구요... 고동색 남방에, 청바지, 운동화... 끝... 소개팅 옷차림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동네 슈퍼가는 옷차림에, 정말 소개팅을 할 생각은 하고 따라 온건지...조차 의심스럽더라구요... 친구도 민망했던지... "오빠! 옷차림이 이게 뭐에요~~... 머리에 무스나 스프레이라도 바르고 오지... 신경 너무 안 쓰셨다." 라며 면박을 줄 정도였으니... 흠..... 무안한 듯 씩~ 웃던 이 남자... 제 친구 남친과 화장실로 가더군요... 저, 기다렸던 듯...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 제 친구한테 마구 마구 성질을 냈습니다... 그런 저한테....제 친구 왈, 그 남자가 "진짜 진짜 괜찮은 오빠" 랍니다...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합니다... 자기가 남친 사귈 때부터, 알아온 오빠인데... "사람이 진짜 진국" 이랍니다... 저... 아무 말도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짜증만 나고, 내가 왜 따라왔나 미치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런.데..... 짜자잔~~ 친구 남친과 차에 타러 온 이 남자... 머리 모양이 뭔가 달라졌습디다... 뭐지???... 가만히 옆에서 보던 내 친구.... 갑자기 자지러지며 웃기 시작합니다... "오빠! 머리에 물 묻혔구나... 푸하하하하..." 그렇습니다... 무스와 스프레이라도 바르고 오지 그랬냐던 제 친구의 면박에... 이 남자 화장실 물을 열심히 머리에 묻히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바~짝 잡아올려서 나름 스타일을 내고 돌아온 것입니다... 순간... 저도 그 자리에서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네요.... ^^ 지금 생각해보면, 제 남편이 참 지혜로웠던 게... 차 안에서... 저를 맘에 들어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막 들이대고 했다면... 정말 정나미 떨어져서 여행이고 뭐고 안간다고 중간에 와버렸을텐데... 말 혹은 행동으로 전~혀 부담을 안 주면서... 그렇게 엉뚱하게 저를 맘에 들어하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해 주었다는 겁니다... 여자라는 존재는 참 아이러니한 게... 나는 그 남자가 맘에 안들면서, 그 남자는 날 맘에 들어 하기를 바라거든요... 근데 또, 내가 맘에 안들어 하는 상태에서, 상대가 너무 나한테 들이대면, 정 떨어져 하구.....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희 신랑은, 저를 맘에 들어 하는 걸 간접적으로... 그렇게 돌려 표현해 줌으로써... 제 자존심도 충족시켜 주었을 뿐더러....부담스러워 질려 버릴 상황도 만들지 않았던 거 같네요 ^^ 그 후로 정동진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저희는 차 안에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가끔씩 눈이 마주치면, 귀까지 빨개지는 그 사람을 보면서... '사람 참 순진하네~' 생각은 들었더랬죠... 그리고... 1박 2일의 정동진 여행동안... 이 남자, 돈을 무지 무지 많이 썼습니다.... 아니 밥 다 먹기가 무섭게, 지갑을 들고 카운터로 후다닥... 방 값 내는데 또 앞장서서 지갑들고 후다닥... 하다못해, 중간 중간 음료수 사먹는데도, 굳이 자기가 사겠다며 지갑들고 또 후다닥... 돈 쓸일만 생기면, 미처 말릴새도 없이, 지갑을 들고 마구 마구 날라가는데... 이 잡놈의 친구커플들... 나는 가만있는데 "오빠, ○○ 이가 어디 가고 싶데요, 뭐가 먹고싶데요." 하면서 날 하도 팔아대는 통에... 불쌍한 이 남자, 친구커플들 말 끝나기 무섭게... 지갑을 닫을 새가 없이, 하루 종일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내가 아무리... "아니에요, 친구가 그냥 하는 말이에요... 저 진짜 아니에요." 라고 설명해도, 친구커플이 내 이름만 대면, 눈이 횟까닥 돌아가... 어느새 지갑을 들고 저만치 뛰어가고 있더군요....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여자 앞에선,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때 뼈저리게 느꼈네요... 저한테 절~대 말 or 행동으로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저를 맘에 들어한다는 걸, 그렇게 표현해주니... 사실 기분은 참 좋더군요... 그 남자가 돈을 팍팍 썼기 때문에, 그 돈을 보고 기분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만큼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해 줬다 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어요... 가끔 소개팅 글이나, 남친이 돈을 안써서 속상해하는 여자 글들에... 된장녀라는 둥, 돈만 밝힌다는 등의 남자분들 댓글을 많이 보는데요.... 물론 단순히 돈만 보고 좋아하는 여자분들도 있긴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 분들은 단순히 돈 문제로 그러는 게 아니랍니다... 저 역시,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제대로 사먹은 적 없는 사람이구요... 옷도 특히 여름옷 같은 경우에 티 한장에 5천원 하는 것들이 수두룩해요... 오죽하면 결혼 당시 꾸밈비 50만원 받고, 많이 받았다고 좋아했을까요.... ㅡ.ㅡ... 맨날 5천원, 만원짜리 옷만 사입다가... 50만원 받으니 그게 많은 건 줄 알았다는... 결혼 당시에도, 신랑집에서 받은 게 거의 없는데... 사랑하는 남편하나 보고, 집 70% 대출받아 거의 저희 힘으로 결혼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남편한테 마음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지갑을 들고 후다닥 달려가는 열정적인 소비자로서의 모습이었다는 거... ㅡ.ㅡ... 돈 액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날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어하던 그 마음이... 참, 훈훈했다는... ^^ ..... 1박 2일 동안 같이 있으면서, 이틀째 되는 날... 드디어 처음 말을 텄는데... 말을 어찌나 더듬는지... 툭하면 귀까지 빨개지지 않나... 자기가 말솜씨가 별로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솔직히 여자를 많이 사귀어보지 못했고... 체인 적은 많지만, 찬 적은 없다며...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고 담담하게 말하더군요...... 자기 자랑은 한 마디도 없었구요.... 집안 얘기나, 연봉, 학벌 얘기도 없었네요.... 직업은 서로 소개팅 하기 전에 알고 있던 사항이라, 서로 물어볼 필요가 없었죠... 바닷가에 앉아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서로 살아온 얘기를 주로 나눴어요.... 만약, 우리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소개팅을 했더라면.... 나는 그의 옷차림을 비롯한 외모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실망하며... 그 날로 우리는 다신 만나지 못했겠죠.... 그 사람 역시, 내가 마음에 들었어도.... 먼저 용기있게 대쉬하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그냥 그렇게 나를 보내고 말았을겁니다.... 그런데.... 그 놈의 바닷바람이 뭔지, 노을이 뭔지... 또 1박 2일이라는 소개팅 치고는 길었던 시간이 뭔지... 처음에 아프리카 토인이라며 치를 떨던 남자가... 어느새, 참 순진하고 착한 사람으로 내 옆에 앉아있더라구요... ^^ 그렇게 우리는 정동진에서 처음 말문을 튼 그 날로부터.... 딱 1년 후인, 그 다음 해 11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연애하면서도, 여전히 제 남편은 옷차림이 참 후줄근했네요 ㅡ.ㅡ... 패션감각이란 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여~~ 에효..... 그리고 보너스... 연애 초 몇개월은 제 손을 잡을때마다, "얍!" 하고 기합소리를 내서... 제가 어찌나 웃었는지...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도 모르게 손만 잡으려고 하면 그런 소리가 나온다네요... 그냥 자연스럽게 잡는 게, 잘 안되나 보다... 민망해하더라구요.... 그 버릇이... 입맞춤을 한 날부터 서서히 없어지더라구요... 뽀뽀를 하고나니, 손 잡는 건 자연스러워 진 듯... ㅋ ㅋ ㅋ 지금 전 임신 5개월이랍니다... ^^ 소개팅 때 보다 15kg 이 더 찐 뚱뚱보 아줌마가 됬는데도, 신랑은 여전히 세상에서 제가 제일 예쁘답니다... 진~짜 신기한 건... 그렇게 못생겨보이던 신랑이, 이젠 세상에서 제일 잘생겨 보인다는 거...... 회식 때 늦게 들어와도, 꼬박 꼬박 30~40분마다 전화해서, 어디 있다, 언제쯤 들어가겠다... 재깍재깍 보고해주고... 애정표현 아낌없이 해주고, 회식 없는 날은 일 끝나면 바로 바로 집에 오고... 싸우더라도 항상 먼저 미안하다 말해주고... 집안 일도 척척 도와주고, 항상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해주는... 대한민국 최고 신랑입니다... ^^ 이 남자 놓쳤으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 같아요.... 여자분들~~...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남자가 직업도 탄탄하고, 인품도 착하고, 그럭저럭 괜찮은데.... 단지 외모적으로 안 끌리고... 말 솜씨도 없어서 재미도 없고.... 성격상 매력을 끄는 것도 아니고.... 하는 그런 이유들 때문에... 보석 같은 남자를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다시 한번만 더 만나보세요.... 대화를 나눠보세요.... 입만 열면 지 자랑에, 개진상이라면 모를까... 대화에 진실성이 있고, 개념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단지 외모로, 성격상 매력이 없단 이유로... 놓치기엔 아까운 사람일거에요~~...... 여자는 사랑받아야 행복하답니다... 임신하고, 배 나오고, 살이쪄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줄 사람과 결혼하세요...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를...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세요.... 이상 행복한 대한민국 아줌마 였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 5
소개팅 진상남, 지금은 내 남편 ^^
쌀쌀한 가을이네요... 솔로들이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라죠???
오늘 톡 올라온 거 중에, 소개팅 첫 날 부대찌개 집에 데려간 남자 얘기가 있길래, 문득 제가 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 결혼하기까지 스토리를 적어볼까 합니다...
길어질 수 있으니, 미리 양해구합니다....
저도 제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습니다... 제 나이 26, 남편이 28 일 때...
소개팅이라고는 하지만, 참 특이했던게... 제 친구 커플 (지금 이 커플도 부부가 되었네요 ^^) 이 정동진으로 여행을 가면서, 그 당시 둘 다 백수였는지라
돈 없는 궁상들이... 여행은 가고싶지, 돈은 없지...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게... 각자 친구들 중에 솔로인 사람들을 소개시켜서, 2 : 2 커플 여행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둘이 가나, 넷이 가나... 방 하나 빌리는 건 같으니... 방값 만이라도 절반으로 줄이고 싶었던 게지요...
그리고 만약, 소개팅 해 준 커플(그 당시, 저와 제 남편)이 서로 맘에 들어하면... 중매 잘 선 핑계로 여행경비를 왕창 뜯어낼 속셈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얌체 같은 것들....
아무튼, 그리하여 저와 제 남편은, 소개팅을 정동진 1박 2일 여행으로 가게 되어... 처음 보자마자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가 되어버렸답니다...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과 여행을 같이 간다는 게... 저도 내키지는 않았더랬지요....
그런데 그 때 제가 좀 심신적으로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외롭기도 했고... (소개팅 할 때가, 딱 11월 경이었네요... ^^)
소개팅이 목적이라기 보단, 바람이 쐬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러던 차에, 정동진 1박 2일 소개팅 껀 수가 들어왔고... 가겠다고 말해버렸지요... 후훗...
드디어 소개팅 날....
저희 집 앞으로, 제 친구 커플이 차를 몰고 저를 데리러 왔는데... 소개팅 남자(지금의 제 남편)가 앞좌석에 미리 타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헐....
그는 제가 상상한 남자가 아니였습니다...
애초에 소개 시켜줄 때, 제 친구가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 그렇게 매력있는 오빠는 아니야." 라고 미리 경고(?)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좀 실망스러웠어요...
170 될까 말까한 키에, 몸무게 50겨우 넘을듯한 뼈만 남은 모습, 입술은 왜 그렇게 두꺼운지, 얼굴도 시커먼 게....
딱 보자마자, '우가 우가 우간다~' 아프리카 토인이 떠오릅디다....
'우이쒸... 이것들... 저 남자에게 여행경비나 뜯어내려고 나를 팔았구나... 18 잡것들 %#@&*...'
온갖 욕이 속에서 막 넘쳐나는데, 어차피 바람 쐬려고 한 거, 예의상 맘에 안드는 거 티내지 않고 좋게 좋게 웃으며 차를 탔습니다...
참고로 저도 그렇게 뛰어난 미인은 아닌데요... 원래 소개팅이라는 게, 상대가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부터 따지게 돼 있으니, '넌 얼마나 이쁜데 그러냐?' 등의 악플은 달지 말아주세요... ㅠ ㅠ...
어쨌든, 그렇게 차를 타고 첫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 남자와 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 커플만 미친듯이 떠들어댔죠...
휴게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데... 아까는 미처 눈에 띄지 않던, 그의 패션감각(?)이 새삼 눈의 띄더라구요... 고동색 남방에, 청바지, 운동화... 끝...
소개팅 옷차림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동네 슈퍼가는 옷차림에, 정말 소개팅을 할 생각은 하고 따라 온건지...조차 의심스럽더라구요...
친구도 민망했던지... "오빠! 옷차림이 이게 뭐에요~~... 머리에 무스나 스프레이라도 바르고 오지... 신경 너무 안 쓰셨다." 라며 면박을 줄 정도였으니... 흠.....
무안한 듯 씩~ 웃던 이 남자... 제 친구 남친과 화장실로 가더군요...
저, 기다렸던 듯...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 제 친구한테 마구 마구 성질을 냈습니다...
그런 저한테....제 친구 왈, 그 남자가 "진짜 진짜 괜찮은 오빠" 랍니다...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합니다... 자기가 남친 사귈 때부터, 알아온 오빠인데... "사람이 진짜 진국" 이랍니다...
저... 아무 말도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짜증만 나고, 내가 왜 따라왔나 미치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런.데..... 짜자잔~~
친구 남친과 차에 타러 온 이 남자... 머리 모양이 뭔가 달라졌습디다... 뭐지???...
가만히 옆에서 보던 내 친구.... 갑자기 자지러지며 웃기 시작합니다...
"오빠! 머리에 물 묻혔구나... 푸하하하하..."
그렇습니다... 무스와 스프레이라도 바르고 오지 그랬냐던 제 친구의 면박에...
이 남자 화장실 물을 열심히 머리에 묻히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바~짝 잡아올려서 나름 스타일을 내고 돌아온 것입니다...
순간... 저도 그 자리에서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네요.... ^^
지금 생각해보면, 제 남편이 참 지혜로웠던 게...
차 안에서... 저를 맘에 들어하는 티를 팍팍 내면서, 막 들이대고 했다면... 정말 정나미 떨어져서 여행이고 뭐고 안간다고 중간에 와버렸을텐데...
말 혹은 행동으로 전~혀 부담을 안 주면서... 그렇게 엉뚱하게 저를 맘에 들어하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해 주었다는 겁니다...
여자라는 존재는 참 아이러니한 게... 나는 그 남자가 맘에 안들면서, 그 남자는 날 맘에 들어 하기를 바라거든요...
근데 또, 내가 맘에 안들어 하는 상태에서, 상대가 너무 나한테 들이대면, 정 떨어져 하구.....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희 신랑은, 저를 맘에 들어 하는 걸 간접적으로... 그렇게 돌려 표현해 줌으로써...
제 자존심도 충족시켜 주었을 뿐더러....부담스러워 질려 버릴 상황도 만들지 않았던 거 같네요 ^^
그 후로 정동진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저희는 차 안에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가끔씩 눈이 마주치면, 귀까지 빨개지는 그 사람을 보면서... '사람 참 순진하네~' 생각은 들었더랬죠...
그리고... 1박 2일의 정동진 여행동안... 이 남자, 돈을 무지 무지 많이 썼습니다....
아니 밥 다 먹기가 무섭게, 지갑을 들고 카운터로 후다닥...
방 값 내는데 또 앞장서서 지갑들고 후다닥...
하다못해, 중간 중간 음료수 사먹는데도, 굳이 자기가 사겠다며 지갑들고 또 후다닥...
돈 쓸일만 생기면, 미처 말릴새도 없이, 지갑을 들고 마구 마구 날라가는데...
이 잡놈의 친구커플들... 나는 가만있는데 "오빠, ○○ 이가 어디 가고 싶데요, 뭐가 먹고싶데요." 하면서 날 하도 팔아대는 통에...
불쌍한 이 남자, 친구커플들 말 끝나기 무섭게... 지갑을 닫을 새가 없이, 하루 종일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내가 아무리... "아니에요, 친구가 그냥 하는 말이에요... 저 진짜 아니에요." 라고 설명해도, 친구커플이 내 이름만 대면, 눈이 횟까닥 돌아가... 어느새 지갑을 들고 저만치 뛰어가고 있더군요....
남자는 맘에 들어하는 여자 앞에선,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때 뼈저리게 느꼈네요...
저한테 절~대 말 or 행동으로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저를 맘에 들어한다는 걸, 그렇게 표현해주니... 사실 기분은 참 좋더군요...
그 남자가 돈을 팍팍 썼기 때문에, 그 돈을 보고 기분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만큼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해 줬다 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어요...
가끔 소개팅 글이나, 남친이 돈을 안써서 속상해하는 여자 글들에... 된장녀라는 둥, 돈만 밝힌다는 등의 남자분들 댓글을 많이 보는데요....
물론 단순히 돈만 보고 좋아하는 여자분들도 있긴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자 분들은 단순히 돈 문제로 그러는 게 아니랍니다...
저 역시, 스타벅스 커피 한 잔 제대로 사먹은 적 없는 사람이구요...
옷도 특히 여름옷 같은 경우에 티 한장에 5천원 하는 것들이 수두룩해요...
오죽하면 결혼 당시 꾸밈비 50만원 받고, 많이 받았다고 좋아했을까요.... ㅡ.ㅡ...
맨날 5천원, 만원짜리 옷만 사입다가... 50만원 받으니 그게 많은 건 줄 알았다는...
결혼 당시에도, 신랑집에서 받은 게 거의 없는데... 사랑하는 남편하나 보고, 집 70% 대출받아 거의 저희 힘으로 결혼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남편한테 마음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지갑을 들고 후다닥 달려가는 열정적인 소비자로서의 모습이었다는 거... ㅡ.ㅡ...
돈 액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날 위해 뭐든지 해주고 싶어하던 그 마음이...
참, 훈훈했다는... ^^ .....
1박 2일 동안 같이 있으면서, 이틀째 되는 날... 드디어 처음 말을 텄는데...
말을 어찌나 더듬는지... 툭하면 귀까지 빨개지지 않나... 자기가 말솜씨가 별로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솔직히 여자를 많이 사귀어보지 못했고... 체인 적은 많지만, 찬 적은 없다며...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고 담담하게 말하더군요......
자기 자랑은 한 마디도 없었구요.... 집안 얘기나, 연봉, 학벌 얘기도 없었네요....
직업은 서로 소개팅 하기 전에 알고 있던 사항이라, 서로 물어볼 필요가 없었죠...
바닷가에 앉아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서로 살아온 얘기를 주로 나눴어요....
만약, 우리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소개팅을 했더라면....
나는 그의 옷차림을 비롯한 외모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해, 실망하며... 그 날로 우리는 다신 만나지 못했겠죠....
그 사람 역시, 내가 마음에 들었어도.... 먼저 용기있게 대쉬하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그냥 그렇게 나를 보내고 말았을겁니다....
그런데....
그 놈의 바닷바람이 뭔지, 노을이 뭔지... 또 1박 2일이라는 소개팅 치고는 길었던 시간이 뭔지...
처음에 아프리카 토인이라며 치를 떨던 남자가... 어느새, 참 순진하고 착한 사람으로 내 옆에 앉아있더라구요... ^^
그렇게 우리는 정동진에서 처음 말문을 튼 그 날로부터.... 딱 1년 후인, 그 다음 해 11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연애하면서도, 여전히 제 남편은 옷차림이 참 후줄근했네요 ㅡ.ㅡ... 패션감각이란 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여~~ 에효.....
그리고 보너스...
연애 초 몇개월은 제 손을 잡을때마다, "얍!" 하고 기합소리를 내서... 제가 어찌나 웃었는지...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도 모르게 손만 잡으려고 하면 그런 소리가 나온다네요...
그냥 자연스럽게 잡는 게, 잘 안되나 보다... 민망해하더라구요....
그 버릇이... 입맞춤을 한 날부터 서서히 없어지더라구요...
뽀뽀를 하고나니, 손 잡는 건 자연스러워 진 듯... ㅋ ㅋ ㅋ
지금 전 임신 5개월이랍니다... ^^
소개팅 때 보다 15kg 이 더 찐 뚱뚱보 아줌마가 됬는데도, 신랑은 여전히 세상에서 제가 제일 예쁘답니다...
진~짜 신기한 건... 그렇게 못생겨보이던 신랑이, 이젠 세상에서 제일 잘생겨 보인다는 거......
회식 때 늦게 들어와도, 꼬박 꼬박 30~40분마다 전화해서, 어디 있다, 언제쯤 들어가겠다... 재깍재깍 보고해주고...
애정표현 아낌없이 해주고, 회식 없는 날은 일 끝나면 바로 바로 집에 오고... 싸우더라도 항상 먼저 미안하다 말해주고...
집안 일도 척척 도와주고, 항상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해주는... 대한민국 최고 신랑입니다... ^^
이 남자 놓쳤으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 같아요....
여자분들~~...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남자가 직업도 탄탄하고, 인품도 착하고, 그럭저럭 괜찮은데....
단지 외모적으로 안 끌리고... 말 솜씨도 없어서 재미도 없고.... 성격상 매력을 끄는 것도 아니고....
하는 그런 이유들 때문에... 보석 같은 남자를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단지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다시 한번만 더 만나보세요.... 대화를 나눠보세요....
입만 열면 지 자랑에, 개진상이라면 모를까...
대화에 진실성이 있고, 개념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단지 외모로, 성격상 매력이 없단 이유로... 놓치기엔 아까운 사람일거에요~~......
여자는 사랑받아야 행복하답니다...
임신하고, 배 나오고, 살이쪄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줄 사람과 결혼하세요...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를...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세요....
이상 행복한 대한민국 아줌마 였습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