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ㅡㅡ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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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애상

호주병원

한 여자가 입술을 꼬옥 깨물고 있습니다. 투석이 끝나고 항생제 치료를 끝내고 진통제를 맞은 후에야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하아하아”

엄마는 여자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습니다.

“엄마! 딱 하루만....하루만이라도 안 아팠으면 좋겠어.”

엄마는 여자를 끌어안고 토닥입니다.

“나는 알지 우리 미정이가 얼마나 마음 넓고 잘 참는 아이인지”

그러자 여자가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 엄마 나 얼마나 속 좁은 년인지 알아? 항상 그 사람을 힘들게 했어.”

“어떻게?”


2005년 겨울

유원지 도장

미정은 화장실에서 뭔가를 확인합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막대기를 들지만 막대기엔 한줄 뿐입니다. 혹시나 성준이 볼까봐 미정은 휴지에 싸서 막대기를 버립니다.


군포 우체국 포장마차

성준은 병기와 가희 커플과 함께 술을 마십니다. 가희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병기의 모습을 성준은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항상 가족이 꿈이라고 했는데 그 꿈을 이룬 병기가 부럽기만 합니다.

“가희야! 예정일이 언제야?”

가희가 만삭의 배를 쓰다듬습니다.

“이제 20일 정도 남았어요.”

“우와! 가희는 좋겠다. 병기가 진짜 잘해주지?”

근데 갑자기 가희가 칼눈을 뜨며 병기의 손을 뿌리칩니다.

“잘해주기는 개뿔은 어제도 12시 다 되어서 들어왔어요.”

“야아! 현장 접대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

성준은 티격태격하는 병기 커플이 귀엽기만 합니다.

“가희야 병기를 이해 좀 해!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고생하잖아! 아이는 우리의 미래고 희망인데....”

포장마차는 방음이 전혀 안됩니다. 성준이 하는 말을 밖에서 미정은 다 듣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미래고 희망이면 난 미래도 희망도 없는 년이네!”

미정은 성준이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택시를 타고 유원지로 돌아갑니다.
어떡하면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성준은 일주일을 도장근처에서 머뭅니다. 그가 기다린 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마지막 일요일,
밤 10시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차 앞에 나타납니다.

“마트이모가 시끄럽데! 음악 끄고 그만 가”

“미정아! 딱 10분만 ....딱 10분만....”

그녀가 너무했나 싶은지 조수석에 탑니다. 10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닙니다. 성준이 입을 엽니다.

“미안해 미정아! 내가 행복하려면 주변사람부터 행복하게 해 주라고 해서 병기 커플에게 덕담한 건데....”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싸늘합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얘기가 있는데.....”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원양어선 선장이었는데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순결주의자였습니다.

"나는 결혼 할 떄까지 순결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여자를 찾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여자를 찾지 못합니다.
남자는 다짐합니다. 그러면 그런 여자를 내가 만들어야 겠다.
그래서 아주어린 소녀를 데리고 원양어선을 탑니다. 그리고 그녀가 스무살이 되던 해에 선상에서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날밤, 신부는 신랑이 작은 병을 들고 침대에 오르는 것을 봅니다.

"그게 뭐에요?"

"응! 올리브 기름! 당신이 힘들어 할까봐!"

감동을 먹은 신부가 말합니다.

"역시 당신은 다른 선원들과는 다르군요."



성준은 미정이가 웃음을 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미정이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군요."

드디어 미정은 웃음이 터집니다.

"푸하하!!!!!"

성준이 박수를 치며 말합니다.

"웃었다. 웃었어! 우리미정이가 드디어 웃었어!"

미정은 성준의 볼을 꼬집으며 말합니다.

"아우~ 이 멍청이를 어쩌면 좋아"


다시 현재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이어폰을 꼽습니다.


힘겨운 순간마다 다시 날 일으켜 주는 사람

조금만 덜 잘해주지 그랬어요.

당신 때문에 매일매일 그림 그리면서 살아요.

시는 가슴에 새기는 거지 외우는 게 아니라고 하셨죠?

나도 매일매일 가슴에 새기며 살아요.

당신과의 추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