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맞벌이? 어린이집에서는 이런일이 생깁니다.

행복의나라로2020.08.13
조회15,484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까지 어린이집에서 상당기간 근무한 교사였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쓰신 외벌이 가족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글,
그와 관련된 일시적 전업주부셨던 분의 맞벌이 전환으로 인한 어려움 글 모두 보고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때 생각들이 나서 몇 자 적어보려 해요.

물론 제가 경험하고 들어왔던 것들이 보육업계의 모든 상황은 아니며 
원마다 세부적인 운영방식, 문제되는 이슈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생기고 또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읽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똑같은 돈 내는데 등원시간, 긴급보육에 외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왜 눈치를 주느냐?

말 그대로 긴급보육이란 어린이집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날이 아니지만 특별한 이유로 보육이 긴급하게 필요한 가정을 위해 어린이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코로나 휴원, 임시공휴일, 신학기 준비를 위한 시간 등에 등원 수요조사를 통해 결정되죠.

그런데 왜 등원조사를 하느냐? 그걸로 왜 눈치를 주느냐?


어린이집(만0세 - 만 5세 보육기관)은 법적으로 방학이 없습니다.(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치원(만 3세-만 5세 대상 교육기관)은 공식적인 방학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운영시간은 법적으로 7:30 - 7:30 입니다. 
(유치원은 하루 4-5시간의 기본 교육시간이 충족되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린이집은 저소득층 자녀 위주의 탁아사업으로 시작해서 남녀 고용 평등법에 따라 직장 탁아제로 변모, 탁아가 보육으로 전환됩니다. 
기존에 외벌이 가정이 일반적이었던 사회에서 분위기가 전환되며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응해
출산을 장려하고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려고 보육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 거죠.

그래서 운영시간이 길고(부모님의 출퇴근시간 고려) 
법적으로 방학이 없습니다.(부모님이 둘 다 출근하셔야 하니) 
이것이 보육의 시작입니다.


대략 10년 전 부터는 어린이집 이용자에 대해서 보육료 지원을 확대하고
 미이용자는 양육수당을 주는 등의 정책으로 확대되었지만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이용이 유발되면서 기존의 취지였던 취업모의 이용 불편이 초래되고
전업주부의 종일제 과잉 이용으로 결과적으로는 국가재정이 낭비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제 의견이 아닌 당시 보육정책 평가에 담겨진 내용입니다.)

그래서 작년까지 존재하던 맞춤형/ 종일형 보육(맞벌이, 외벌이, 임신 여부에 따른 어린이집 이용시간 차등 제공)이 만들어졌었죠.


최근에 이르러서는 보육과 양육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일해야하는데 아이을 돌보고 키울 상황이 안되니 아이를 안낳겠다.' 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강하게 조성됨에 따른 대응이죠. 
그래서 국공립어린이집, 직장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하고
가정양육가구의 단시간 이용 지원을 위한 시간제보육반도 제공을 확대합니다.
(물론 공급은 아직 수요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어린이집의 설립 취지부터 운영이 이런 정책을 기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님들이 입소순위가 1순위고 어린이집에서 배려받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 그래도 어쨌든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게된건데 상황이 있어서 긴급보육 쓸 수도 있는거 아니냐.
어린이집이, 교사가 손해보는게 없어보이는데 뭐가 문제냐.


외벌이 가정이어도 집집마다 사정이 있다는거 잘 압니다. 
임신중인 어머니, 태어난 둘째, 아프신 어머니, 취업준비로 공부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같은 상황에 놓이신 아버지들도 계시죠. 

그러나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직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제도는 마련되어도 현장에 적용되지 못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동안 12시간의 운영시간을 저임금으로 대우받으며 근무해오던 보육교사들의 처우입니다.

물론 환경이 좀 나은 어린이집도 있습니다.
주 5일 운영하고 공휴일에는 절대 열지 않는 곳.
교사 인력이 그래도 법적 근무시간을 준수할 수 있는곳.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이집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린이집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 아니기때문에
예산은 그저 지출만 있을 뿐이죠.
그 중 2/3가 인건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교사 인력은 어린이집 재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원장님들은 최대한 효율적이고 빡빡하게 교사의 인력을 마련합니다.
그래서 가정어린이집이나 민간어린이집 같은 경우는 하원시간으로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 곳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일찍 갈것이라는 전제 하에 교사의 인력배치가 늦은 시간에 안된 경우가 많습니다.)

일찍 가던 아이가 갑자기 앞으로 늦게 가겠다고 하는 경우. 혹은 하루이틀 잠깐 그런 경우.
새로운 교사를 갑자기 채용할수도, 하루이틀만 채용할 수 도 없습니다.
기존에 있는 교사들이 추가 근무를 해야하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추가수당을 주는 것이 당연하나
그 추가수당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집들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은 그래도 공식적인 보육시간 추가는 당직수당을 주는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애들이 늦게 가도 선생님 근무시간 안에서 가는 거면 상관 없지 않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보육교사의 주된 업무는 아이들을 보육하는 일이지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마련해야하고 (청소 등)
교육적인 활동들을 진행하기 위해 수업을 준비해야하 합니다.
(교구 만들기, 계획 짜기)
또 실행한 보육업무를 기록하고 평가하고 부모님께도 전달해야하죠. (키즈노트, 알림장, 보육일지, 관찰일지, 사진업로드 등 보여지는 것 이상의 서류가 상당합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없을 때 가능한 업무입니다.
혹은 낮잠시간에 아이들이 깰 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후다닥 해내야하죠. (서류업무 일부)
그리고 이 업무들로 인한 야근은 공식적인 야근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수당을 주지 않습니다.
(보육교사의 휴게시간도 최근에 겨우 제도적으로 마련했지만 실행이 어려운 곳이 많으며 
업무보장을 위한 시간연장형 보육이 올해 실시되었지만 역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은행문이 닫히면 더 바빠지는 은행원들처럼
부모님은 잘 알기 어려운 보육 이외의 업무로 인해 교사들은 많은 야근을 합니다.
특별한 행사 많은 어린이집? 교사 잡는 어린이집이죠.. 
부모님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하는 노력들은  교사의 근무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편입니다.

슬프게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교사는 직무만족도가 낮아지고
일어나서는 안될 아동학대같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학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보육교사의 근무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많은 선생님들이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 저 부모님도 사정이 있으실거야. 회사가, 건강이, 사정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으실테니까."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간이 융통적이신 외벌이 가정에게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한 명이 나오면 당직 서는 교사는 공휴일도 일해야 할텐데.."
 이건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힘들면 상황을 탓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프로 교사들은 단지 서운한 감정만을 표현하지는 않을겁니다.
제도가 보완되지 않아서 업무가 또 증가하고 부당한 처우로 이어지는 경우에
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시는 표현들이 나올 수 있을 듯 해요.

그리고 그렇게 결국 긴급보육 시 등원한 아이들, 시간연장반으로 늦게 남는 아이들 중
기특하게도 좋은 컨디션으로 잘 지내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실은 집이 아닌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는 사회생활입니다.)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따라 컨디션도 저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참 아파요.
 부모님의 상황에 맞추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힘들어하는거니까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교사들은 또 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실법한 생각을 하게되고
사실을 전달하다보면 부모님들이 마음 불편하신 상황도 벌어질겁니다.
 (부모님을 많이 찾았다. 울었다. 친구부모님보고 반가워한다. 컨디션이 저조했다. 등) 

어린이집에선 이런 일들이 생깁니다.
사실 부모님들은 잘 모르실거에요. 내부사정이니까요.

보육의 질은 곧 교사가 결정합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 맛있는 밥, 많은 놀잇감, 다채로운 행사 등이 있어도
웃어주지 않는 선생님, 퉁명스럽게 말하는 선생님이라면
어린이집에서 있는 아이들은 즐겁지 않고
그 어린이집은 좋은 어린이집이 아닙니다.

내 아이가 많은 영향을 받는 오랜 시간 함께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건강해야겠죠.
아이들의 에너지를 잘 받아줄 수 있을 만큼 몸도 건강해야 할 겁니다.

선생님이 행복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상호작용을 해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맘편히 집에서, 회사에서 일하는 부모님.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린이집이고 행복의 나라입니다.

부디 더 좋은 제도가 마련되고 현장에 잘 적용되어서
부모님도 아이들도 교사들도 모두가 행복한 보육현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