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자퇴생, 정말 부모님과 연 끊고 살아야 할까요? 제발 읽어주세요

도와주세요2020.08.19
조회19,776
안녕하세요. 마음이 너무 답답한데 털어놓을 곳이 없어 뭐라도 붙잡는 심경으로 글 써봅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는 열여덟 자퇴생 입니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무작정 그만둔 그런 거 아니구요...! 수능을 일년 먼저 볼 생각으로 자퇴를 결정했습니다. 온전히 제 의지로 결정해 부모님께 완곡히 부탁을 드렸고 당연히도 저희 부모님은 정말 반대 하셨지만 결국은 허락해주셨어요. 많이 혼나고 울기도 했지만요. 그 해프닝이 있고난 이후 지금까지 거의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자퇴를 한다는 게 아직 그렇게 평범하게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 저 역시도 정말 깊게 고민해서 결정했어요. 솔직히 털어놓자면 초등학생 때 부터 견뎌온 따돌림이 고등학교까지도 이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절망적이었고 이런 쓸데없는 감정 낭비를 하느라 제가 누리고 싶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결정한 일이에요. 그렇게 몇년간 학교 생활을 하면서 정신과적으로도 문제가 생긴 상태이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저는 정말 잘 살고 싶고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무엇이든 해보자, 이대로는 정말 안되겠다 싶어 제 입장을 무작정 밀고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 목표는 의과 대학에 진학해서 정신과 전문의가 되는거였거든요. 그렇게 작년 추석 쯤 자퇴원 수리가 되었고 이후에는 재수종합학원과 독서실에서 독학을 했습니다. 공부를 나름 했었던 터라 집중하기도 어렵지 않았고 저번 3월과 6월 모의고사에서 전 과목이 안정적으로 1등급이 나오기에 공부를 한 만큼 성과도 나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랬는지 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서 그랬는지 자꾸 헛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뭘 위해서 이걸 보고 있지, 같은 생각이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 진학 전에 예체능계로 전과하고 싶어서 부모님과 조금 큰 갈등이 있었거든요.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생각해온 분야는 저건데, 저걸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을까? 이게 조부님 상을 치르고 나서 점점 더 심해졌어요. 정말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공부를 하기 싫은 거랑은 정말 다른 권태감이었어요. 이렇게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이게 내가 진짜 원해서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그게 점점 정도가 심해지다 보니 겨우 끊었던 자해도 어느 순간 다시 하고 있더라고요. 사람이 점점 피폐해지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정말 극에 달했을 때는 글을 못읽었어요. 길 한가운데서 갑자기 숨을 못쉬고 눈앞이 하얘져서 주저 앉은 적도 있구요.제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정신과적 문제 때문에 약물 치료를 받았었는데 저희 아버지가 조금 정신과 자체에 대한 인식이 회의적인 편이시라 제 의지로 이겨내야 한다고 치료 도중에 그냥 그만 뒀었거든요. 혹시 그것 때문일까 싶어 심하게 피를 봤던 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다시 병원에도 가봤어요. 선생님 소견으로는 생각보다 많이 심각한 상태라고 하셨어요. 약물치료도 다시 시작했고 무엇보다 일단 조금 쉬어가는 게 꼭 필요하다고요. 이게 벌써 거의 두달 전 쯤 있었던 일이네요.  그 일이 있고나서 제가 정말 무슨 정신이었는지 전과 준비를 부모님 허락도 없이 하기 시작했어요. 해봤자 몇 주 였지만 학원도 여러 개 찾아가보고 심지어는 외국 대학 입학처 화상 인터뷰까지 해봤어요. 글에 벌써 드러났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뭘 해야겠다 결심하면 그걸 꼭 해내야 해요. 이기적이고 좋지않은 성격이라는 건 알지만 실행력이라고 하나요? 뭘 해야겠다 생각하면 그걸 가지고 이십년 지난 후 미래 계획까지 짜거든요. 줄여말하자면 김칫국 엄청 마시는 거죠. 이번에도 그랬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중학생 때부터 유학을 언급하셨던 터라 제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보내주시겠다 하셨었고 제 짧은 생각에 그럼 입학 시험만 치루고 통과할 수 있다면 나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뮤지컬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거든요. 사실 어릴 땐 뮤지컬 배우였어요ㅋㅋㅋ 지금은 현실과 제 외모와 타협해 무대를 꾸리는 데 없으면 안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고 싶은 학교 입학 시험을 치려면 기본적인 무용이랑 가창이 필요하다기에 학원도 정말 여러군데 가봤어요. 처음 뵙는 성악 선생님 앞에서 노래도 불러보고 처음 간 무용학원에서 춤 같지도 않은 춤도 추고... 저한테 엄청나게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말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노력하면 안될 건 없겠다 정도면 될 것 같았거든요. 정말 다행스럽고 운이 좋게도 너무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뵙게 되어서 힘이 되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성악 선생님은 음색이 독특해서 가르칠 맛이 날 것 같다고 막 웃으시면서 노래는 부르는 만큼 느는 거라고,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계속 노래해야 한다고 하셨고 무용 선생님은 상체 살만 좀 빼면 너는 유연함 80퍼센트는 타고 났다~ 하시며 무용복이랑 슈즈까지 주셨어요. 등록 안할 수도 있는데요, 하고 말하니까 혼자 이런거 알아보러 다니는 제가 기특하다고 혹시 수업료가 부담이면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도와줄테니 생각해보고 만나러 오라고 해주셨고요. 진짜 바보같이 거기서 엄청 울었어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공부 열심히 해도 저한테 아무도 잘되겠다고 말 안해줬거든요. 처음 뵙는 분들인데도 그렇게 따뜻하게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막 북받쳤던 것 같아요.그런데 저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 이걸 부모님께 도와달라 말씀드릴 엄두가 안났어요. 지금까지 도와주셨는데 이렇게 이야기 하면 실망하시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경제적인 서포트 없이 입학 시험 준비라도 제 힘으로 하고 싶어서 생전 처음 아르바이트도 구했어요. 작정하고 숨기려고 든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부모님께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진행해버린건 정말 제 잘못이긴 하죠. 거짓말인것도 맞구요... 그래도 저 스스로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럼 혹시나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하고요. 근데 일이 터진 거에요. 엄마가 제 폰을 열어서 보시다가 아르바이트 면접 문자를 다 읽으셨더라구요. 정말 온 집안이 뒤집어졌어요. 아빠는 제 머리에 똥만 가득하다고 이제 딴따라 할 거냐며 노발대발 하시고 저희 엄마도 쟤 하는 짓보면 뭐하는 앤지 모르겠다며 화내시구요. 아빠는 니가 니 인생 꼬면서 계획을 못하는 것 같으니 내가 대신 해주겠다고 저더러 영어과 가서 학원이나 차리라 하십니다. 듣는데 많이 속상했어요. 이야기 결론은 수능 공부나 해라 였습니다. 근데 그거에 네 알겠습니다! 했으면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을까요?... 저도 가볍게 이거 해보고 싶다! 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었기에 어떻게든 그 학교를 제 힘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장학금 제도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일자리나... 제가 아무리 벌어 한 두해는 어찌어찌 버틴다 해도 제 혼자 힘으로는 턱도 없는 금액이었어요. 더군다나 나이 때문에 풀타임 근무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 사이에도 엄마와 꽤 여러번 대화를 했는데 저희 엄마는 제가 이런 길을 가고자 하는 자체가 못마땅하시대요. 정 하려거든 집을 나가서 연을 끊고 살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니 마음대로 살고 싶다면 눈에 띄지 말고 나가서 너 좋아하는 알바를 하던 뭘 하던 날개 펴고 살아가라세요. 제게는 한푼도 줄 수 없으시다구요, 돈이 그렇게 필요하면 엄마 죽기만 기다렸다 보험금 타서 공부하라고 하십니다.경제적 지원을 안해주신다는 말보다 그 말 한마디가 너무 속상했어요. 죽기만 기다리라뇨, 연을 끊고 평생 보지 말자니요. 엄마는 이제 제 엄마 하기가 지치신대요. 이기적이고 거짓말만 하는 저한테 더이상 투자할 가치도 못느끼신다구요.  처음에는 그래, 여태껏 꿈도 많이 바뀌었고, 내 뜻대로 학교도 나왔고, 들어가는 돈이 적은 금액도 아닌데 내가 이기적이고 염치 없는거지, 내가 잘못한거지, 엄마아빠 말대로 정신 차리고 마음을 잡아야지, 했었어요. 이젠 저도 지친건지 다시는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에 정말 나갈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나간다고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 나이도 아닌데요. 하고 싶은 일이 달라진게 정신 없는 거도 마음을 못잡는 건가 싶고요. 부모님은 학교까지 그만둬가면서 부모 가슴 찢어놨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너 하고 싶다던 걸 안해준 적이 있냐 어디가서 너 같은 딸이 있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하시는데 딱히 살면서 공부 외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정말 많이 속상하고 답답하네요. 쓰다보니 감정적으로 되어서 너무 제 입장 위주로 쓴 것 같아요. 정말 쓴소리도 괜찮습니다 제 욕을 하셔도 좋아요 이게 정말 제 잘못이고 제가 미친거라면 정신 차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전 이제 정말 뭐가 맞는건지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집에서 나간다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절 정말 집에서 내쫓으실 거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거든요 이쯤되니 제가 예뻤던 건지 공부 잘해서 자랑할 수 있는 딸이 예뻤던 건지도 헷갈리네요.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이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