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마지막 데이트

khanoh2004.02.18
조회597

올해로 32살 먹은 남자입니다.

굳이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제 이야기를 듣는데 도움이 되실것 같아서 입니다.

 

저한테는 4년째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애교도 많고 자기일에서도 능력있고 유머감각도 넘치는 어찌보면 제게는 과분한 여자친구였습니다(엄정화 많이 닮았습니다.^^;; 갠적으로 엄정화는 별루 안좋아하는데..암튼 그래도 이쁩니다)

저희둘은 거의 다툴일이 없습니다.


음음..제 자랑 같아서 민망하지만 아직까지 여자친구한테 큰소리 한번 제대로 낸적없습니다.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되도록 많이 이해하자..배려해주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리..별로 다툴일도 없었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해서 술먹구 취하는 제 모습에 가끔 실망하는 정도(물론 작은 부분은 아닙니다- -;;)일뿐 그다지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결혼승낙을 위해서 제가 그친구 집에 갔을때부터입니다.

그 친구와 평생을 같이하고 싶었기에 무리해서 일을 벌려보려고 추진했었는데 그친구 부모님들에겐 제가 아직은 부족했었나봅니다. 요점은 돈이었는데..저희 집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어서..많이는 준비 못했지만 그래도..어느정도는 됐었는데..부모님들께는..조금 약했었져..조금 더 모으고 상황이 좋아지면 그때 생각하자라고 말씀하시더군요..그렇게 거절당하고 올라와서 머리속에 남는 기억이...그 친구가 내려가기전엔 제 말에 많이 수긍했었는데 내려가서 부모님과 같이 있을때 부모님 편을 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뒤로 그 친구한테 잘 내색은 안하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편에 정말로 이친구가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시작하더군요.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어떻게든 결혼하겠다고 했을텐데..라는 아쉬움때문에요(남들은 부모님앞에서 드러눕기도 한다던데..-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앞서 말한대로..워낙 술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평소엔 그런 이야기 잘안하고 다시 만나서 재밌게 지내다가도 술을 먹으면 그 기억때문에 너 정말로 날 사랑하긴 하는거냐? 라는 식의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몇번을 참아넘기던 여자친구가 결국엔 이별을 통보하더군요...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계속 토하기만해서..제대로 먹지도 못하겠더군요..한눈에 보기에도 헬쓱해진 얼굴로 찾아가서 잘못했다며 울면서 정말로 용서를 빌었습니다.

다행히 용서를 받아들이고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까 연애하신분들은 아시겠지만 형세 역전 같은거 있잖습니까? 그런 분위기가 조성이 되더군요..- -;; 더군다나 내 머리속엔 떠나지 않는 정말로 날 사랑하긴하는걸까? 라는 질문에...그런 분위기까지....정말 견디기 힘들더군요..머리 속 질문이 확고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참 많이 견뎠습니다. 그 친구 없이 산다는게 너무 힘이 들었던걸 한번 체험했기때문에(그땐 정말 죽고싶다는 생각밖엔 안들더군요ㅜ.ㅜ) 그런 내색없이 잘 만나고 다시 예전처럼 지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나도 그 친구도..

 

그러던 중 그 친구가 유학을 가겠다는 이야기를했습니다. 참고로 그 친구 올해 나이가 31입니다.
유학 과정도 짧으면 4년이라고 합니다. 아예 거기서 직장을 구할 생각도 갖고 있더군요...

그림 그리는 친구인지라....유학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고는 있습니다. 그쪽 세계가 유학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가 좀 있더라구여..

암튼 유학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더이다..그래도...웃으면서..그래? 잘 생각했어..라고 대답해줬습니다.

 

서로 유학가기 전과 유학 이후의 우리 사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나는 혼자 속으로 어떻게 해야될지를 고민했습니다. 답! 안나오더군요...

남들은 너 남자 맞냐? 가기전에 어케든 문제 해결을 봐야지 라고들 말씀하시는데..위에서 말씀드린 역전된 분위기상..그리고 제 성격상..그건 많이 힘들었습니다..게다가..제 강요가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구요..

 

그래도 가끔 넌지시 결혼 이야기를 다시 꺼내곤하면..그 친구는 이제 아예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더라구여..우리나라 여자들 현실 그렇잖습니까(전업주부들 비하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이해해주십셔^^;;)...맞는 이야기죠 결혼하면 자기 인생 많이 접어야하는데..그래서 그 부분은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도..난 같이 있는 기쁨이 더 크지 않겠느냐란 감정적인 주장만 해댔었죠...휴~~ 보기 답답했을겁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체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을 하고...유학 가기전까지 그냥 지금까지 만났던 것처럼 편하게..잘 만났으면 좋겠다는...쪽으로 양보를 해서..지금도 그렇게 만나고 있습니다.(실은 요즘은 거의 2주에 한번 정도 만납니다)

 

그리고 지금..그 친구 출국 일주일전이 됐습니다.

 

저번에 마지막으로 만났을때..계속 괴롭혔습니다.

운전하면서..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지금 사고 내면..못가겠지?? 핸들 꺽어버릴까? 라고..말하면서 웃고..그 친구는 울더라구여..미안하다며..내 나이가 나이인만큼 우리 가족들한테 너무 죄짓는것 같아서...미안하다고..오빠한테도 미안하다며 울더이다..

그러면... 바보야 울지마 나 기다릴거라니까라며 넌지시 내 속내를 비췄구요..그런데 그 친구는 기다리지 말랍니다. 그건 우리 가족들이나 나한테 할일이 아니라나요...기다리는건 내 몫이니까 그건 상관 말라구..이야기 하면서도..속으로는 계속 눈물이 나더군요..첨에 말씀드린대로..제 나이 32이고..요즘 집에서는 그친구랑 헤어진걸로 알고 있어서(그 친구가 우리 가족들 보기 미안하고 불편하대서 집에는 헤어졌다고 제가 말했거든요) 전방위 압박이 들어오거든요..

 

어쨌든 기다리겠다고..강하게 말을 해도..묵묵부답이고..대답없음 기다리라고 말한걸루 간주하겠다고 그러면 다른말 해버리고..(여웁니다..- -;;) 아직도..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물론 말로 한다 그래서 무슨 해결이 되겠습니까? 맘이라도 편하게 보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져..

요즘 퇴근하고 집에 혼자 있으면..부쩍이나 옛날 생각 많이 납니다. 앞으로 기약할 수 없는 수년간을 그 친구 없이 보내야 할거라고 생각하니까 첨에 먹었던 강한 마음이 보내기도 전에 많이 무너집니다. 견디기 참 힘든 하루하룹니다.

 

암튼 글을 쓰게된 주 목적은 바로 이겁니다.

 

이번주 토요일이 그 친구랑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것 같습니다. 울 회사가 토요일 쉬는것도 아니고(월차 내려다가..출국하는 날 내려고 눈치보고 있습니다) 토욜날 마지막으로 같이 데이트 할 수 있을것 같은데.. 물론 한두번 데이트 한것도 아니지만...요즘..머리 속이 공황상태인지라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같이 있을 수 있는 짧은 몇시간 동안..그 친구에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데이트를 많이 기억남게 해주고 싶습니다.

 

혹시...못가게 잡으라는 이야기만은...하지 말아주십셔..한 친구는 제게 그러더군요..공항에 가서 여권 잠깐 달래서 부모님들 보는 앞에서 찢어버리고 한 두어달 잠적하라구여.. 그러면 그 쪽에서 야..저 넘 멋있구나..괜찮은 넘이구나 한대나??- -;; 상상을 해봤는데..도저히 견적 안나오는 상황입니다..ㅜ.ㅜ

 

걍..편하게 다녀오라고 해주고 싶거든요..그리고 가기전에 정말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제 머리가 거기까진 못미치네요...모쪼록 여러분들의 경험담에 비춰본 좋은 이야기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