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자 어떻게 생각해?

Min2020.08.22
조회869
Prologue. 경민의 방(밤, 안)
컴컴한 화면에 침착하고 나지막한 선화(여, 24세)의 목소리만 들린다.

선화
(차가운 목소리로)우리 그만 헤어지자.

수화기를 들고 정지화면처럼 그저 경직되고 굳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경민(남, 24)의 손이 바르르 떨린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경민의 눈이 서서히 불거지고 이내 굵은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흐른다. 꽉 쥐어진 반대편 손 역시 바르르 떨리며 불안한 경민의 심리를 대변한다. 화면은 점차 검게 변하고 완전히 검게 된 화면에 타이틀이 뜬다. “흔한 사람.” 타이틀이 사라지면 여전히 검은 화면에 소제목이 뜬다. “1. 이별 후에...”

S#1. 허름한 포장마차(밤, 안)
작은 백열등 몇 개가 빛을 비추는 서너 개의 간이 테이블로 차려진 허름한 포장마차. 저만치에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인아주머니가 보이고, 유일한 손님 테이블엔 경민과 그의 친구들인 노일(남, 24)과 종석(남, 24)이 나란히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엔 이미 식을 대로 식어버린 김치찌개와 즐비한 소주병들이 마구잡이로 놓여 있다. 얼큰하게 취한 셋은 달아나려는 정신을 붙잡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노일
(경민을 툭툭치며)야~야~ 세상에 여자가 선화 밖에 없냐? 솔직히 말해서 4년동안 선화가 너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비꼬는 듯한 말투와 행동으로) 맨날 너만 이거 갖다 바치랴 저거 갖다 바치랴 난리지?

종석
(술잔을 앞으로 내밀며)그래. 이참에 선화 같은 애는 잊고 다른 여자도 만나고 그래.

조용히 듣고만 있던 경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경민
(술에 취한 얼굴이 더욱 벌게지고 흥분하며)니네가 뭘 안다고 그래? 선화 함부로 얘기하지마. 내 평생에 여자는 선화 밖에 없어.

다소 놀랜 듯한 노일과 종석이 당황한 듯 서로를 한번 쳐다보고 반박하려 몸을 앞쪽으로 당긴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경민의 눈시울이 벌게지며 눈물이 흐르고, 꽉 쥐여진 주먹이 부르르 떨린ㅕㅛ다. 그런 경민을 바라보던 노일과 종석은 크게 한숨을 쉬고 각자의 술잔을 입 안에 털어 넣는다.

S#2. 조용한 골목길 담벼락(밤, 밖)
가로등 불빛만이 내리 비추는 인적 없는 좁은 골목길에 전신주를 붙잡고 구토를 하려는 경민과 이를 거드는 노일과 종석이 있다.

노일
(경민의 등을 토닥이며)괜찮냐?

경민
(손바닥을 펼쳐보이며)우웩~ 윽... 괜찮아... 괜찮아.

다시 몸을 일으켜 몇 발짝 걸어가는 경민. 그런 경민을 불안해하며 노일과 종석이 얼른 가서 부축을 하지만 이내 다시 벽을 붙잡고 구토를 한다.

경민
(몸을 못 가누고 벽을 붙잡은 채)우웩~ 으... 선화야~

종석
(경민의 한쪽 팔을 잡은 채)자식... 괴로워서 오바이트하면서도 선화를 찾냐?

노일
(경민의 팔을 들어 자신의 목에 휘감으며)냅둬라~ 평생 여자는 선화 뿐이라잖냐.

몸을 못 가누는 경민을 양쪽으로 부축한 채 위태롭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가로등에서 멀어지면서 점점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S#3. 경민의 방(밤, 안)
방문이 열리면 여전히 비틀거리는 경민이 들어오고 캄캄한 방의 불도 켜지 않은 채 침대에 던져 지듯이 쓰러진다. 침대 옆에 놓인 책상위엔 경민과 선화의 사진들로 가득하고 경민의 얼굴이 비춰진다. 흐릿하던 경민의 눈은 선명해지고 점점 끌어 오르던 눈동자에서 이내 눈물이 흐른다. 서글프게 흐느끼는 경민은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어 단축번호 1번을 꾹~ 누른다. 그러자 [선화~♡]라는 문구가 뜨면서 전화가 연결되지만, 없는 번호임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만히 팔을 떨구는 경민은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고 큰 소리로 고함을 치지만, 베게에 묻혀 탁한 음성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곤 불끈 쥔 두 주먹으로 침대를 두어 번 쾅쾅 쳐본다.

S#4. 경민의 방(낮, 안)
창문 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자 공기 중의 먼지 분자들 사이로 모습이 보인다. 가지런하던 책상 위의 액자들도 마구잡이로 내팽겨 쳐져 있고 이곳저곳 쓰레기 더미로 넘쳐난다. 침대에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경민의 얼굴이 몰라보게 헬쓱하고 초췌해진 모습이다. 요컨대 너저분한 방 안의 모습은 그 상태로 10여일은 지냈음 직한 모습이고 경민의 얼굴 또한 폐인 꼴이 따로 없다. 침대 위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킨다. 정신을 차리려 두 손으로 두어 번 얼굴을 탁탁 친 후, 방문을 연다.

컴컴한 화면에 두 번째 소제목이 뜬다. “2. TV에서 우연히 그녀를 듣다.”

S#5. 경민의 집 거실(낮, 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아파트의 모습을 갖춘 집안 내부. 그리고 한 쪽 방문이 열리면서 경민이 걸어 나온다. 부엌에서 냉장고 문을 열고 냉수 한잔을 들이 킨 뒤, 거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온 몸에 힘이 없는 듯, 두 어깨가 축 쳐져 있다. 거실에 다다른 경민은 쇼파에 맥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전체적으로 휑한 거실의 인테리어 때문인지 경민이 더욱 외롭고 초라하게 보인다. 경민도 이것을 아는지 외로움을 떨쳐보려 쇼파 앞에 놓인 탁자에서 리모콘을 들어 TV를 켠다. TV에선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나오고 있고, 때마침 김아중이 ‘마리아’를 열창하고 있다. 잠시동안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는 경민의 얼굴이 점점 줌인 되다가 한 쪽 귀가 클로즈 업 된다. 그리고 ‘마리아’의 노래 소리가 선화의 목소리로 점차 오버랩 된다.

S#6. 회상 - 노래방(밤, 안)
좁고 다소 컴컴하게 조명이 비추는 노래방 안. 벽에는 최근 몇 달 간의 신곡들이 즐비하게 적혀 있고, 노래방 화면에는 TV에서 보던 ‘미녀는 괴로워’가 나오고 있다. 의자에 앉아 밝고 흐뭇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선화를 바라보는 경민. 그리고 그런 경민을 바라보며 애교스럽고 발랄하게 ‘마리아’를 부르는 선화가 있다.

선화
(경민을 손으로 가리키며) 마리아~ 아베 마리아~

경민
(홀린 듯 한 눈빛과 행복한 표정으로 선화를 바라보며)헤~

록커처럼 다소 과장된 듯 몸을 통통 튀기며 귀엽게 노래를 부르는 선화가 경민을 향해 서서히 다가온다. 유혹하는 듯이 갑자기 손으로 경민을 가리키며 서서히 다가온다. 선화를 바라보는 경민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지만, 점차 눈시울이 붉어지며 이내 눈물이 흐른다. 꽉 쥐어진 주먹은 또 다시 부르르 떨리고 있다.

S#7. 경민의 집 거실(낮, 안)
노래방에서의 경민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 된다.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경민이지만, 노래방에서의 모습과는 천차만별이다.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부르르 떨리는 꽉 쥐어진 주먹은 그대로지만, 초췌하고 헬쓱한 모습이 이별 후의 현재를 살아가는 경민의 모습이다. 떨리던 두 손을 뺨으로 가져가 눈물을 훔친다. (NA : 니가 부르던 노래마저도 날 괴롭히는구나.)

다시 화면이 컴컴해지고 세 번째 소제목이 뜬다. “3. 학교에서 우연히 그녀를 느끼다.”

S#8. 경민의 방(낮, 안)
사람 꼴이 아닌 듯 더욱 수척하고 여윈 경민의 몰골이 보인다. 여전히 멍한 채로 침대 한켠에 걸터 앉아 있다. 방 안은 여전히 너저분하고 어두침침하기만 하다. 경민이 몸을 일으켜 방 문 옆에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고 그 옆에 있는 달력을 바라본다. 달력은 8월이다.

경민
(달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오늘이 몇 일이지?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책상 위의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액정화면엔 [9월 20일 오후 12:07]이라고 적혀 있다.

경민
(지난 달 달력을 찢어내며)벌써 한달이네. (한 숨을 푹~쉬며)수강신청만 하고 학교는 한번도 못 갔네.

S#9. 회상 - 대학가의 깔끔한 커피숍(낮, 안)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앉아 있는 경민과 선화. 밖의 거리가 내다보이는 2층의 통유리 앞 자리에 나란히 놓은 커피 두 잔과 또 나란히 다정하게 앉아 있는 경민과 선화. 대학가의 카페여서 밝고 심플한 인테리어와 폭신하고 아늑한 쇼파가 인상적이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경민의 모습과 밝은 분위기가 지금의 경민과는 다른 사람 같다.

경민
(급하게 핸드폰을 보며)선화야, 나 이제 수업 들어가야 겠다. 저번에도 몇 번이나 빠져서 이러다가 F나올 것 같아.

선화
(경민의 팔짱을 꼭 끼며)나랑 더 있자~ 넌 나랑 같이 있는 것보다 학교수업이 더 중요해?

경민
(당황한 듯 선화를 바라보며)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자꾸 수업을 빠지게 되니까...

선화
(경민의 팔을 뿌리치며)칫... 알았어~ 가~ 나 혼자 심심하게 내버려두고 가서 열심히 공부하세요.

경민
(어쩔 줄을 몰라하며)선화야~ 왜 그래~

선화
(등 돌리고 반대쪽 창가를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가라니까 왜 그러구 있어.

경민
(선화에게 다가서며)알았어. 알았어. 안 갈께. 대신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도 빠지면 나 진짜 큰일 나.

선화
(밝아진 표정으로 다시 경민을 바라보며)그래~ 우리 오늘은 뭐할까?

S#10. 경민의 방(낮, 안)
여전히 슬픈 얼굴로 달력을 바라보고 있는 경민.

경민
(살짝 헛웃음을 지으며 혼잣말로)너랑 있을 땐 너 때문에 학교를 못 갔는데, 니가 없어도 너 때문에 학교를 못나가는구나.

달력 반대편에 놓은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경민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이게 무슨 꼴이냐... 경민아~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씻기 위해 몸을 틀어 방문을 열고 나간다.

S#11. 대학 캠퍼스(낮, 밖)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지나가는 수많은 무리의 대학생들이 보인다. 밝고 기운 넘치는 캠퍼스의 모습이 보여 지고 그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경민의 모습이 보이면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두리번거리며 학교를 둘러보는 경민의 모습은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이 말끔하게 단정해 보인다. 다소 수척해진 얼굴에서 최근의 아픔이 묻어나지만 그보다 낯선 곳에 온 듯한 어색한 표정이 더욱 경민을 초라해 보이게 한다.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이 때 저 뒤에서 노일과 종석을 포함한 한 무리의 남학생 패거리가 경민에게 달려온다.

노일
(경민을 격하게 껴안으며)오~ 민경민. 이게 얼마만이야. 죽은 줄 알았더니 아직 살아 있었네.

종석
(경민의 얼굴을 바라보며)아주 얼굴은 형편없는데, 어디 지옥에라도 다녀온 것 같애. 이제 좀 괜찮냐?

경민
(어색하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응... (말꼬리를 흐린다.)

경민도 그 패거리에 휩쓸려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 각자의 얘기를 주고받느라 시끄럽고 산만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이제 대학 캠퍼스를 다니는 다른 무리들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S#12. 활기차고 커다란 술집(밤, 안)
대학가의 다소 허름하지만 밝고 커다란 술집. 술집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민과 노일, 종석.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꽉 차있고 시끄럽고 활기찬 분위기다. 십 여명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모두 단체 인 듯한 인상을 풍긴다.

경민
(돌아서서 나가려고 하며)신입생 때 이후로 학교행사는 한번도 안 왔는데, 이제 와서 이런 델 어떻게 오냐?

노일
(경민을 끌면서)괜찮아. 괜찮아. 아무도 신경 안 써. 오히려 너오면 반갑다고 난리일꺼다.

종석
(거들며)그래. 너 맨날 남자들끼리만 다닐꺼냐? 이 참에 여자후배들이랑도 좀 친해지고 그래. (경민을 어깨로 툭 치며) 또 아냐? 너 좋다는 후배 있을지...

어거지로 끌고 가는 노일과 종석. 경민은 이를 못 이기는 척 따라 들어간다. 10여 명이 앉아 있는 듯 한 커다란 테이블로 경민을 끌고 간 노일과 종석을 일제히 모두 쳐다본다. 이 때 테이블 중앙에 앉아 있던 여 후배 한명이 벌떡 일어나 경민을 반긴다.

미애
(손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이쪽으로 앉으세요. 선배님.

경민
(당황하고 쑥스러워 하며) 어?

노일
(경민을 밀치며)뭐해~ 빨리 가서 앉아.

경민은 어리둥절해하면서 미애의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러자 노일과 종석은 재빨리 다른 테이블로 가려한다.

경민
(종석과 노일에게 손을 뻗치며)야~ 너네는 어디가?

노일과 종석은 경민을 보고 서로 좋아라 키득거리며 다른 테이블로 사라진다. 그러자 옆에 앉은 귀엽고 풋풋한 모습의 여 후배 미애가 경민에게 다가온다.

미애
(경민에게 술잔을 권하며)안녕하세요. 선배님. 작년에 얼굴은 자주 뵜는데 왜 이렇게 학교를 안나오셨어요~

경민
(마지못해 술잔을 받으며)아... 좀 일이 있어서...

미애
(건배를 제의하며)보고싶었어요. 이제부턴 매일 나오실꺼죠?

경민
(역시 마지못해 건배를 하며)응?...응...

S#13. 술집 테이블(밤, 안)
시간이 지났음 직한 모습이다. 좀 전의 소란스러움과 활기참은 사라지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테이블위엔 무수한 술병이 보이고 여전히 10여 명이 앉은 테이블이지만 이제는 두 세 명 씩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미애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경민도 조금 취해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어색해하는 모습이다.

미애
(게슴츠레한 눈빛과 혀꼬이는 발음으로)선배, 선배는 왜 이렇게 잘 생겼어요?

경민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서며)응? (뻘쭘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미애
(몸을 흔들거리며)하하하~ 농담이예요. 왜 이렇게 순진해요.

갑자기 미애가 경민의 양 볼을 두 손으로 덥썩 잡고 좌우로 흔든다.

미애
(볼을 앞 뒤로 흔들며)경민 선배, 아~ 귀여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싸해지면서 순간 모두 멈춘 듯 멍하니 경민 쪽을 바라보다가, 주변에 있던 후배들이 몰려와 미애를 경민에게서 떼어낸다.

후배1
(경민에게 머리를 꾸벅이며)아, 선배님. 죄송합니다. 미애가 평소에는 안그런데 술에 취하면 좀심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애라서... (거듭 머리르 꾸벅인다.)

여러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저만치 멀어지는 미애를 멍하니 바라보던 경민은 한 숨을 내쉬며 테이블을 멍하니 주시한다. 클로즈 업 된 경민의 눈빛의 초점이 점점 흐려지면서 이내 눈 속으로 화면이 빨려 들어간다.

S#14. 회상 - 조용하고 깔끔한 술집(밤, 안)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술집 한켠에 앳된 모습의 경민과 선화가 마주보고 앉아 있다. 소란한 주변 테이블과는 달리, 유독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테이블 위엔 소주 1병과 작은 안주 하나가 놓여 있고 서로 아무 말이 없는 채로 시간이 흐른다.

경민
(혼자 술을 한잔 들이키며)음, 네... 저기요... 저는 종석이 친구 경민이라고 합니다.

선화
(경민을 쳐다보며)네, 평소에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우리 동갑인데 그냥 말 놓으면 안 돼?

경민
(당황하며)아... 그... 그럴까? (멋쩍은 듯)하하...

선화
(역시 술을 한잔 들이키며)종석이가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너 일부러 나 소개시켜 달라고 그랬다며? 후훗(혼자 재밌다는 듯 웃는다.)

경민
(더욱 당황하며 잔을 채운다.)어... 어... 그게...아... 종석이 녀석. 그것까지 말하고 그래. (떨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선화
(경민에게 좀 더 다가오며)뭐야~ 용기있는 남잔 줄 알고 만나겠다고 했는데... 실망인데...(못마땅하고 뚱한 표정을 짓는다.)

경민
(어쩔 줄을 몰라하며 다급히)아니, 그게 아니라... (우왕좌왕한다.)

선화
(그런 경민이 웃긴 듯 다시 밝은 표정으로)호호호. 농담이야~ 당황하는 거 보니까 날 완전 좋아하나본데.

경민
(다시 얼어붙은 듯)어?....(들릴 듯 말 듯 조용하게)어...

S#15. 술집 테이블(밤, 안)
꽤나 시간이 흐른 듯, 테이블 위엔 4병의 소주가 놓여 있고 경민도 선화도 다소 취한 듯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여전히 경직된 모습의 경민과는 달리 여유롭고 나른해진 선화의 모습이다.

선화
(경민의 얼굴쪽으로 확~ 다가오며)우리 확 사겨버릴까?

경민
(갑자기 얼어 붙으며)응?

선화
(다시 뒤로 물러서며 크게 웃으며)농담이야. 농담. 너 당황하는 게 너무 웃겨.

경민은 고개를 떨구며 술잔으로 손을 옮긴다. 이때 선화가 갑자기 다가오며 경민의 두 볼을 잡고 앞 뒤로 흔든다.

선화
(경민의 두 볼을 앞 뒤로 흔들며)아~ 경민아~ 귀여워.

경민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서며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런 경민을 보고 선화는 배를 잡고 크게 웃는다. 경민은 그런 선화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다. 화면이 점점 검게 변한다.

S#15. 술집 테이블(밤, 안)
검은 화면이 줌 아웃되면서 경민의 눈동자가 보인다. 회상에서 벗어난 경민의 주먹이 꽉 쥐어진 채로 부르르 떨린다. 선화와의 추억만 떠올리면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팔리고 불안 마음에 손이 떨린다.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미애가 조금 정신을 차린 듯 한 모습으로 같이 나간 후배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온다. 다시 고개를 돌려 선화를 잊겠다는 다짐을 하듯이 부르르 떨리는 한 손을 다른 손으로 꽉 잡아 고정시킨다. 그리고 소주 한잔을 들이 킨 뒤, 허탈한 웃음을 지어본다. (NA : 술 취해서 내 볼을 잡는 건 너 뿐인 줄 알았는데...)

컴컴한 화면에 네 번째 소제목이 뜬다. “4.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녀를 보다.”

S#16. 경민의 일상(낮, 밖)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경민, 방과 후 토익학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경민, 친구들과 유쾌하게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치는 경민의 모습들이 빠르게 보여 진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경민의 모습이 점점 단정되고 예전의 모습처럼 점차 건장해진다.

S#17. 버스정류장(낮, 밖)
버스정류장 앞에 대 여섯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책가방을 메고 영어회화 MP3를 듣고 있는 경민의 모습이 보인다. 멍한 표정도 없고, 어색함도 없다. 바쁘지만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 때 146번 버스가 들어오고 경민이 발걸음을 옮기는데 경민의 앞으로 아담한 체구에 양 갈래 머리를 하고 귀엽고 발랄한 느낌의 투피스 차림을 한 여자가 보인다. 버스에 오르다가 고개를 들어 그 뒷모습을 본 경민은 잠시 멈칫한다. 경민의 눈앞에 그 여자의 뒷모습이 선화의 뒷모습과 오버랩 된다. 하지만 담담한 느낌이다.

S#18. 회상 - 선화와의 추억들
추운 날씨 속에서 놀이터에 촛불로 하트를 만들어 놓고 스케치북을 들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경민, 감기 걸린 선화를 위해 약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허겁지겁 감기약을 구하는 경민, 선화의 집 앞에서 불안해하며 한없이 선화를 기다리는 경민,... 등등의 모습들이 빠르게 스쳐간다.

S#19. 146번 버스(낮, 안)
경민이 눈을 뜨니 선화를 닮은 그 여자는 버스 안쪽으로 저만치 들어가 있다. 경민도 버스카드를 내밀며 탑승을 하려 한다. 클로즈 업 된 버스카드를 찍는 손이 전혀 떨리지 않는다. 경민은 다소 앞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가방에서 토익책을 꺼내고 토익책을 펼친다.

깜깜한 화면에 마지막 소제목이 뜬다. “5. 흔한사람.”
(NA : TV에서 우연히 너의 목소리를 들었다. 학교에서 우연히 너의 습관을 느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너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제는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 추억 속에만 아스라이 남은 사람, 그런데 이제 보니 말이야... 너 정말 흔한 사람이구나. 이렇게도 닮은 흔적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야. 우리 함께 였을 땐,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S#20. 경민의 방(밤, 안)
깨끗하게 정돈된 방에 방문을 열고 경민이 들어온다. 방금 씻은 듯 말끔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며 로션을 바르려 집어든다. 이 때 책상위에 놓인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한 통 온다. 핸드폰을 집어든 경민은 핸드폰에 찍힌 낯선 번호에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한다.

[나 선화인데... 우리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고 있는 경민의 모습이 비춰지고 경민은 바로 담담하게 답문을 적어 내려간다.

[아니... 우리 이제 서로를 추억으로만 간직하자. 너랑 함께 했던 시간들 정말 고마웠어. 어디서든 언제든 잘 지내길 바랄께.]

문자를 보낸 후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다시 거울을 보며 로션을 바른다.

밝은 음악과 함께 화면은 점차 컴컴해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