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쓰니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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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나에게 편지를 써주던 넌 항상 제일 먼저 사랑한다고 적어줬었지. 난 늘 그 말을 제일 마지막에 쓰다 너에게 쓸 수 있는 편지가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안 이제서야 제일 먼저 해보네. 오늘은 무슨 꿈 꾸고 있어? 너무 무서운 꿈은 아니였음 좋겠다. 공포영화를 볼 때마다 두 손으론 내 두 눈을 가려주고선 눈을 꼭 감던 너였으니,
범아 내일은 구름이 잔뜩 낀 날씨래. 내가 제일 싫어하지만 네가 제일 좋아하는 날, 그래서 내가 일주일 중 가장 행복했던 날들. 기억나? 너 항상 구름 잔뜩 낀 날에는 나 식탁에 앉혀놓고선 1시간에 한 개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해줬잖아. 사실 네가 해준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었을 지도 모르겠다 ㅎㅎ 얼른 일어나서 네가 제일 잘해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계란찜 해주라. 얼른 일어나서 안아주라. 얼른 일어나서 나보고 웃어주라 범아. 내 작은 바램이 너한테 큰 힘이 됬으면 좋겠어서, 그래도 너무 많은 바램이면 네가 더 힘들까봐 매일 매일 하나만 바라고 있어. 네가 얼른 일어나기를,
하루하루 네생각만 하느라 시간이 무지 빠르게 지나가서 몰랐지만 네 목소리 못 들은지도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밤새 전화하다 네 숨소리 들으면서 잠에 들던 날들이 정말 어제만 같아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받던 나의 전화를 네가 아닌 너의 부모님이 받으셨을 때 어쩌면 다신 널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날이 아직도 너무 무서워서, 너와 매년 간 여행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고 또 다시보며 널 기다리고 있어 범아. 이 또한 너무 당연해서 몰랐지만 우리가 함께 보낸 사계절이 벌써 5번이나 반복되었더라. 열이 늘 많던 너와 몸이 늘 차갑던 내가 뜨거운 여름에 만나 그 핑계로 하루종일 널 안고있었고, 추운 겨울에는 그 핑계로 하루종일 너에게 안겨있었잖아. 여전히 따듯한 네가 혹여 더워서 지칠까, 널 보러갈 시간이 되면 차가운 물로 손을 씻고 들어가 다시 나올 때까지 네 손만 꼭 잡고오는 요즘이야 난. 1931일을 너와 함께 붙어지내다가 181일을 혼자 보내니 옛날 생각이 무지 나서 외로운 요즘이기도 하다. 혹시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꽃이 시들면 날 사랑하는 마음도 식는 것 같아 꽃 선물은 싫다고 했던 날 위해 달력에 1년 내내 시들지 않는 안시리움을 색깔 별로 그려 주며 이 달력에 그려진 꽃이 시들기 전까지 내 곁에 있겠다고 고백하던 따스한 봄날. 나 그 날 무척 떨렸었어 범아. 떨리다 못해 그 한마디에 내 전부가 네가 되버린 기분이였어. 그땐 심장이 너무 떨려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만, 지금 다시 떠올려보니 그 말은 평생 내 옆에 있겠다는 거더라. 늘 나와 한 약속은 꼭 지키던 너였으니 믿고 기다릴게.
범아, 한 가지만 기억해줘. 내가 너에게 5년간 썼던 편지에서 늘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했던 이유는 나에게 사랑해는 너무 소중한 말이였기 때문이야. 오직 너와 나만이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한 마디였기에, 이 말이 아닌 다른 말들로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더 표현해서 그 말을 아끼고 또 아끼고 싶어서 그랬어 범아. 너무너무 사랑해. 감히 사랑한다는 말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하고 사랑했고 사랑할거야 널. 그러니 부디 우리가 내일 다시 만나는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텨줘. 내일 가자마자 너에게 쓴 이 편지를 읽고 또 다시 읽고 읽어줄게, 들리지 않더라도 너의 머리가 기억할 때까지 읽어줄거야. 꾹 참고 기다려주라.
편지 마지막 줄에 항상 적던 안녕은 적지 않을거야. 네가 혹시나 다른 의미로 알아들을까봐 , 너에게 정말 안녕이란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까봐 , 절대 하지 않을거야 너 일어날 때까지.

나의 모든 삶을 아낌없이 주고싶은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