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무서운 이야기? 10

ㅇㅇ2020.08.31
조회3,063

오랜만에 판에 와 봤음 그냥...


나는, 잠자리를 바꿀 때마다 이상한 경험을 함
그래서 최대한 낯선 곳에선 안 자려고 하고...
그 때문인지 여행도 싫어함.

그런데 나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잖슴? ㅜ_ㅜ
기존에 살고 있었던 곳보다 먼 곳에서 일을 해야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음

근데 ㅅㅂㄹ 학교 병원 폐가 이런 데가 젤 무섭다는데
내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곳이 학교였음
심지어 음기 센 물 많은 바닷가 학교


첫날밤이었음
그날따라 바람이 미친 듯이 불었음
원래 살던 곳도 바닷간데 이렇게 바람이 미친 듯이 부는 곳도 처음임(뒤늦게서야 말하는 건데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있어보니 바닷가 중에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곳도 없음 한여름에도 붐 싸늘하게)
답답한 걸 싫어해서 창문을 열고 잠

그때 누가 내 방문을 벌컥 엶

!!!!!!!!!!!!!!!!!!!

여학생 두 명이 들어 옴

야 ㅋㅋㅋㅋ ㅅㅂ ㅋㅋㅋㅋ 선생님 기숙사에 하...
요즘 애들 개념이 없음

아니 개념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새벽에 샘 기숙사에. 미쳤니?

__ 근데 요즘 애들 인권이 무적이라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는 없었음

"안 자고 뭐해? 여기 선생님 기숙산데 함부로 들어오고 그러면 안 되는데..."

응. 법이 무서워서 몸 사리는 게 티나지... 어쩔 수 없음



근데 걔네들
피식 웃고 맘
옷 입은 건 쌍팔년도 여학생처럼
종아리 치마 입어놓고 ㅋ

그러더니 내 몸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줌
"선생님, 주무세요."

예의 바른 것



마음은 풀리나 나 마인드는 참교사임

"썩을 것들아. 여기 오면 안 된다고. 안 갈 거야?"



깔깔깔

여학생 특유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내 머리는 굳어감

... 왜 몸이 안 움직이지
왜 저것들을 후려 팰 수가 없지

머리를 싸매는 와중에도
걔네는 한참을 떠듦
별 시덥잖은 이야기들이라 기억도 안 남


하지만 관찰은 했음
저것들 내일 조질 거야 하면서

한 명은 긴 생머리에 키가 컸음
다른 한 명은 턱까지 오는 짧은 단발에 작은 키
둘 다 명랑하고 수다스러운 아이들이었음

흔한 인상임에도 떠오르는 애는 없었음
그래도 기억은 해 두고 있다가 내일 뭐라해야지 생각 함

그 와중에도 내 몸은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음
나름... 가위 푸는 거 천잰데
현실은 다른가 보다 생각함
그러다 지금이 가위랑 무엇이 다른가 생각이 들면서
위화감이 느껴짐

그걸 느끼자 진득 진득 몸이 눌러붙기 시작함
입술도 눈동자도 바싹 메마름

그리고 생각함
분명 쟤네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줬는데
나는 왜 쟤네가 보이지?

인식을 하니 창문으로부터 불어 오는 바람이 거세지고
갑자기 형광등이 미친듯이 깜빡댐

그거 앎...?
그림자의 무서움...?
형광등은 그림자를 1초에 백만개씩 생성하는 거 같음 ㅠㅠ
아니 내 느낌이 그랬다는 거임

나는 그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
태초의 무능력함이랄까
부유된 몸이 정신과 분리되어 있었음
내 정신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내 몸은 정지 상태였음

평소 가위를 끊기 위해 본능적으로 말초신경을 움직였던 나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
응 나는 처음 가위를 눌렸던 열셋으로 돌아간 거임
그리고 열셋 그때처럼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좌절하며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지

아...

그러다 불현듯 시니컬해짐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도 못 믿어서
종교도 없고 뭐도 없는데
__ 평생
이런 거나 보고 살아야 해?

그렇게 울분을 쌓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봄
다음날 아침이 되었음

무슨 정신으로 1교시 수업을 들어갔는지 모르겠음

애들이 물어봄
"쌤 무슨 일 있어요?"

지난 밤 이야기를 했음 너무 피곤해서 그렇다고.

그랬더니 애들이 물어봄 혹시 샘 방... 304호냐고.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