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하남이 따라다니는 삶 ㅈㄴ 재밌겠음

ㅇㅇ2020.09.01
조회129,421

연하남이 따라다니는 삶 ㅈㄴ 재밌겠음

추천 BGM ) 볼빨간 사춘기 You(=I)



너는 평범한 22살 대학교 3학년이야. 성적도 좋아서 장학금도 받고 결석은 커녕 단 한번도 지각조치 한적 없는 부지런한 학생이라 교수님들도 다 널 아주 예뻐해. 그런 아무 걱정 없던 너에게 아주 큰 고민이 생겼어

- 야 그만따라오라고
- 아 왜요!
- 니가 교복입고있어서 다 쳐다보잖아
- 그럼 다음부턴 사복입고 와줘요?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얘는 며칠전 너가 새로 카페에서 알바를 하게 되며 만난 애였어

.
.
.
일주일 전 )

- 아이스 초코 한 잔 32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 네 근데
- 네?
- 새로오셨나봐여
- 아.. 네 맞아요

어색하게 웃으면서 거스름돈과 영수증을 건네주는 너한테 남자애가 웃으면서 말해

- 이거말고요
- 네? 영수증 버려드릴까요?
- 나 번호좀 주면 안돼요? 누나!

누나라는 말에 심쿵한 니가 확 굳어버렸는데 아무렇지 않게 어디서 꺼냈는지 볼펜으로 영수증 뒷면에 자기 번호를 적어서 다시 니 손에 쥐어줘

그리곤 대답도 듣기전에 빠빠이 손 흔들면서 아이스 초코 쫍쫍 빨아 마시면서 나가버렸어

얼떨결에 번호를 따이고 (받고) 벙쪄서 계속 일 하는데 알바 하는 내내 뭐지 싶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경험을 겪어본거였거든

알바가 끝나고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꼬깃한 영수증을 만지작 거리면서 수백번 고민해

솔직히 스타일도 좋고 귀엽던데.. 게다가 누나라고 했으니까.. 스물 한살인가? 아냐 내가 좀 노안이니까 나랑 동갑일 수도 있어.. 하 그냥 확 연락해봐?

ㅈㄴ 고민하다 결국 결심한 너가 설레는 마음으로 꼬깃한 영수증을 똑바로 펴서 적힌 번호를 하나하나 키보드로 눌러서 저장했어. 번호를 등록하자 카톡 새로운 친구에 그 남자애 이름이 떠

전주원

카톡 프사가 축구선수네.. 운동하는앤가? 하고 프로필을 누르자 뜬 배사를 보고 넌 눈이 휘둥그레해졌어 ㅋㅋ 배사에 걔 사진에서 걔가 입고 있는 옷이 교복이었거든

아 설마.. 예전 사진이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선톡을 해봐

> 안녕하세요 저 아까 번호 받은 사람인데요

1분도 안돼서 바로 칼답이 왔어

- 누나! 일 끝났어요?
> 네 근데
> 혹시 고등학생이세요?

갑자기 몇분동안 머뭇하더니 답장이 와

- 아닌데요?
- 저 대학생인데요

?? 뭐지 이새끼 하고 다시 프로필을 눌러보니까 와 언제내렸대 배사가 없어졌어 ㅋㅋ 그때 넌 딱 느꼈지

아. 이새끼 지금 구라치고있구나.

> 아 대학생이셨구나
> 저도 대학생이에요
- 네 ㅎㅎ
> 이번에 몇 학점 들으세요?
- 저
- 80학점이요

..80학점? 얜 대학교가 고등학교랑 똑같은줄아나보네ㅋㅋ 여태껏 선톡 할까말까 혼자 백번 고민한 니가 허무해서 헛웃음 지었어

> 와 멋있다
> 야자 열심히해~

여기까지가 일주일전 일어난 일이야


걔도 처음엔 지가 거짓말한게 들통나니까 야자 열심히 하라는 문자를 읽고도 답장이 한참동안 없다가 결국엔 그 다음날 니가 알바하는 카페에 찾아와서 말해

- 누나 진짜 안돼요?
- 뭐가

손님도 없고 자꾸 카운터에 우뚝 서서 말거는게 귀찮아서 빗자루들고 테이블 밑에 청소하니까 금새 졸졸 쫓아와서 말해

- 사귀자고요!
- 너 미성년자잖아
- 몇달뒤엔 스물인데요
- 야 내가 스물 둘인데 너랑 사귀면 ㅅㅂ
- 개이득이죠 ㅋㅋ
- ..말을 말자

그 뒤로도 태풍이 심하게 온 날 하루 빼고는 일주일 내내 매일 알바하는 카페에 찾아와서 널 쫓아다녔어

하필 얘가 오는 일주일은 유독 손님도 적어서 거의 알바 시간 내내 사귀자며 졸라대는 말만 듣게돼. 보다못한 니가 걔가 찾아온지 딱 일주일이 되던 날에 말해

- 누나!
- 너 진짜 귀찮게한다
- 내가 귀찮아요?
- 엄청
- 그럼 앞으로 안쫓아다닐테니까 사겨요 우리
- 말도안되는 소리 하지마

니 말에 빈정상해서 난 뭐 한가한줄아나! 하고 테이블에 의자에 털썩 앉아서 벽에 기대 오늘도 어김없이 시킨 아이스초코 마시면서 널 뚫어져라 쳐다봐

- 누나 저 이번주에 축구경기 있는데 보러오실ㄹ..
- 아니
- 아 왜여 누나가 응원오면 골 더 많이 넣을 것 같단 말이에요
- 아 귀찮다고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사장님이 들어와. 놀란 너가 벌써오셨네요 하고 인사해. 걔도 똑같이 너 따라서 사장님 안녕하세여! 하고 인사하니까 사장님이 ? 하는 표정으로 말해

- 저 친구는 누구야?
- 아 그냥 아는 동ㅅ..
- ㅇㅇ이누나 남자친구입니다!
- 아 그래? 잘생겼다 너
- 그런소리 많이듣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슥 쳐다보니까 걔가 니한테 헤헤 하고 웃는데 어처구니 없어서 그냥 못본척 하고 할일했지. 걔도 그 후로 계속 너만 쳐다보다가 지쳤는지 핸드폰 만져

걘 찾아올때마다 니가 일 끝날때까지 늘 앉아서 기다려줬는데 매번 너한테 말 걸다가 귀찮은 너가 더이상 대답 안하고 무시하면 그땐 심심한지 테이블에 엎드려서 혼자 핸드폰했어

솔직히 내가 뭐라고 매일 기다리고 좋아해주는게 짠하기도 하고 괜히 죄책감 들어서 아이스초코 하나 더 타주면서 말해

- 너 진짜 내가 좋아?
- 네!
- 왜?
- 음 이쁘구,귀엽구,웃는것도 사랑스럽고 또..
- 아 ㅅㅂ 그만말해
- 넹

집도 엄청 멀면서 일주일 내내 매일같이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는데 솔직히 공부는 아예 안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고3인데 괜히 시간 뺏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해서 니가 말해

- 그럼 그냥 좋은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
- 왜요?
- 뭘 왜야 저번에도 말해줬잖아
- 아 전 진짜 괜찮다니까요?
- ..내가 안괜찮아서 그래

미성년자랑 사귄다니.. 뉴스에 미성년자랑 교제한 징그러운 틀딱들 볼때마다 얼마나 욕을 박아댔는데 내가 그런 범죄를 저질를 순 없지 생각하던 너였어

그 날도 대화좀 하자며 집까지 따라오겠다는 걜 기겁하면서 타일러서 보내고 이젠 좋은 누나 동생으로 지내기로했으니까 안따라다니겠지 하고 큰 착각을 하며 마음 편하게 발 뻗고 잠들었어

여기까지가 일주일동안 너한테 일어난 일들이야

-

그렇게 좋은 누나 동생 하기로한 바로 다음날 학교 끝나고 학교 입구로 나가니까 걔가 있는거지 그것도 교복입은 채로 ㅋㅋ

- 너 내 학교는 어떻게 알았어?
- 누나 페북에 뜨던데여?
- 하...
- 누나가 앞으로 카페 따라오지 말라해서 앞으론 학교로 올게여
- ..야 일단 다 쳐다보니까 따라와

니가 걔 손잡고 학교 밖으로 비장하게 나가는데 걘 그저 니가 손잡아줘서 좋다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따라왔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현타오는 너야

지금 다들 수업 끝나서 학교 근처엔 아는 사람들이 인사하는데 그게 들어올리 있나. 받아주지도 못하고 최대한 사람들 눈에 안띄는 으슥한 곳 찾아서 가는데

와중에 걔는 니 지인들한테 너 대신 인사해

- 안녕하세여 ㅎㅎ
- ㅇㅇ아 쟨 누구야?
- 귀엽다 동생이야?
- 아뇨 저 ㅇㅇ이 누나 남자친ㄱ..

신나서 말하는 걔 입 확 막아버리고 억지웃음 지으면서 애들한테 그런거 아니야 하고 대충 가장 구석에 있는 골목에 데려와서 걜 잡아세웠어

- 누나.. 저 이런 으슥한 곳에 데려와서 뭐하시게요..❤️
- 이상한짓 할거 아니니까 기대하지마
- 티났어여?

한숨쉬는 너한테 아무렇지 않게 책가방 앞 주머니에서 마이쮸 꺼내서 너한테 하나 건네. 됐다고 하니까 지가 오물오물 먹는데 참 속도 편하다 생각했지

- ..야
- 넹
- 넌 수능공부도 안해?
- 아 그거 원래 안할려고 했었는데요
- 했었는데?
- 하려고요. 누나랑 같은 대학 나오고싶어서요

그러니까 대학은 가고싶다는거지? 생긴거랑 다르게 공부할 의지는 있나보네

- 공부는 왜 포기했었던거야?
- 나 축구하거든요 국가대표 하고싶어서요
- 그래서 대학 안가려고 했던거야?
- 그렇죠
- 그래도 괜찮아..?
- 나중에 하면 되죠~ 지금은 대학이 더 급해요. 누나랑 대학 씨씨해야 되잖아여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네..하고 느낀 니가 곰곰히 뭔갈 생각하다가 말해

- 야 그럼
- 네?
- 그럼 너.. 앞으로 나랑 같이 도서관가서 공부하자
- 네? 진짜요?!

생각치도 못한 니 제안에 놀라서 눈 똥그래진 걔가 니가 끄덕이자 니 어깨에 자기 머리 기대면서 말해

- 저 누나랑 공부하면 서울대도 쌉가능이에요..❤️
- 쌉..뭐?
- 서울대도 갈 수 있겠다고요
- 아 그래.. 뭐 파이팅
- ㅎㅎ 나 칭찬해줘요

어색하게 머리 쓰다듬어 주니까 엄청 좋아해 ㅋㅋ 니 어깨에 자기 머리 부비부비 하는데

순간 니 집 본가에서 키우던 말티즈 두부가 너만 보면 달려와서 자기 얼굴 부빗하면서 애교부리던 모습이랑 겹쳐지는게 어이없어서 픽 하고 웃었어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걘 정말 학교끝나자마자 곧장 너네 학교 앞으로 달려왔어

- 야 전주원 오늘 축구 안가?
- 나 그만뒀는데?
- 뭐?

벙찐 친구들이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말해

- 이제 니들끼리해라 나 대학갈거니까
- 니가 뭔 대학이야 ㅋㅋㅋ 이새끼 허언증있나
- 나 오늘부터 누나랑 공부할거니까 다 연락하지마
- 누나가 누군데
- 몰라도 돼

뜬금없이 축구를 그만둔다 하지 않나, 갑자기 달라진 모습에 어이없어하는 애들 뒤로한채 종례 끝나자마자 신발 허겁지겁 갈아신고 너한테 카톡보내

- 누나 저 끝났어요!!
- 지금 갈테니까 수업 끝나면 전화해줘용❤️
- (애교부리는 어피치 이모티콘)

사실 니 수업이 오전에 빨리 끝날때도 있고 6시까지 늦어질 때도 있어서 빨리 온다고 큰 의미는 없었지만 걘 아무렇지 않게 달려와서 니가 늦으면 늦는대로 널 기달려줬어 마치 그게 일상인 것 처럼.

- ..주원아 너 진짜 대학갈거 맞지?
- 그렇죠
- 아니.. 그런애가 근의 공식도 모르면서 대학을..
- 근혜공식? 그게 뭐에여? 첨듣는데

아니 솔직히 예상은 했다만 이건 좀 심각한데..? 중학생때 배운거 마저 모르면 다른 과목들은 안봐도 뻔하고 어떻게 대학을 가겠다는거지? 진심으로 궁금한 너였어

반면에 걘 딱히 진도빼기엔 큰 관심도 없어 보였어 니가 뭘 물어보면 ㅇㅅㅇ 하는 얼굴로 그게 모에요? 라는 말만 연달아서 하는데 솔직히 답답했지

- 누나 근데 배 안고파요?
- 넌 지금 배고프단 말이 나오냐
- 이것도 다 먹고살려고 하는건데
- 아무걱정없어서 좋겠다
- 우리 오늘 신x 먹어여 내가 쏜다!

겨우 열문제 풀어놓고 (사실 니가 풀고 걔는 듣기만함) 배고프다며 가방 싸는 걜 보고 얼떨결에 따라온 곳은 신x떡볶이 집이었어

- 누나 마니드세여!
- 응..

3천원짜리 떡볶이 먹으면서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늘 해맑게 웃고있는 걔가 신기하기도 하고 반년도 안남은 수능이 무섭지도 않은지 속으로 생각해. 진짜 대학을 가고싶긴 한건지 아닌지

- 너 중학교때 내신은 몇정도 나왔어?
- 음.. 그거 기억은 잘안나는데
- 응
- 못해도 한 70?점은 맞았을걸요
- 아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 아녜여 ㅎㅎ

...
오늘도 한숨만 가득한 너였어

-

시간이 흐르고 너도 학교 과제,수업 또 시험까지 겹치면서 더이상 학교끝나고 한가하게 도서관가서 걔 과외해줄 시간이 없는거야

사실 바쁜것도 바쁜거지만 기초도 안되어있는 애한테 아무리 떠들어봤자 소 귀에 경읽기나 다름없었고 솔직히 집중을 하는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너였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공부하자고 했으니까 얜 옆에서 문제 풀게하고 난 따로 시험공부하면 되겠지 싶어서 그냥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도서관에 왔어

- 야 그만 쳐다보고 좀 풀어
- 화장 안한 얼굴이 너무 이뻐서요 ㅎㅎ
- 알았으니까 책을 보라고.. 한시간째 15번만 풀잖아
- 네 누나 근데 이따 저랑 편의점 가서 새로나온 컵라면 먹어볼래여?

어제도 시험기간이랑 겹친 과제때문에 밤을 꼴딱 새서 피곤해 죽겠는데 옆에서 철없는 소리만 하는 걜 보고 슬슬 열받기 시작한 너야

- ..야
- 네?
- 나 한가해서 이렇게 너랑 공부하는거 아니거든? 도대체 할 마음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 ..누나 화났어요?
- 하 진짜.. 짜증나

빡친 니가 노트북 전원버튼도 안누르고 확 닫아서 들고 나와버려

걔도 니가 화난 모습에 당황해서 풀던 문제집 들고 뒤따라서 나와서 뒤에서 니 이름 부르는데 개무시하고 뛰어서 혹시 따라올까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버렸어

서러운 마음에 화장실 맨 끝 칸 들어가서 변기위에 쭈그려 앉아서 엉엉 울었어. 눈물의 의미는 앞으로 망칠 것 같은 시험때문도, 어젯밤 과제하느라 못잔 것 때문도 아니었어

그날 이후로 넌 걔 카톡,전화,페북 등등 다 차단해버리고 잠수타버려. 당연히 걔는 니가 연락도 안받고 갑자기 쌩까니까 사과하려고 학교앞으로 찾아와서 기달리기도 했는데

넌 걔 얼굴 보자마자 바로 돌아서 후문으로 나갈정도로 걔랑 마주치기 싫었고 솔직히 화났다기 보단 미안한 마음도 있는데 아직 뭐라고 해야할지 준비도 안돼있어서 복잡한 마음이 가장 컸어

-

그렇게 일주일,한달…몇달이 지나고 계절 하나가 바뀌었어. 시간이 지나고 너와 걘 더이상 마주치지도 않고 언제그랬냐는 듯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서로의 소식도 모르는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갔어

학교에 몇번 찾아오고도 너랑 대화는 커녕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자 더이상 걔도 학교에 찾아오거나 무턱대고 널 기다리는 일도 없었어. 카페도 마찬가지로 너가 잠수탄 이후로 한 번도 찾아온적 없었지

솔직히 어리고 철도 없는앤데 너무 내가 심했나 생각이 들어서 중간중간 그 날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 많이 후회됐어. 저렇게 날 좋아해주는데 너가 너무 어른답지 못하게 행동한 것 같기도 하고 죄책감도 많았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걔가 없이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뜨거웠던 여름은 어느새 추운 겨울로 바뀌어있었어

202x년 11월 xx일

‘네 202x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이 오늘로 다가왔습니다. 전국 1100여개 고사장에서..’

- 어머 그러고보니 오늘 수능이네
- 그러게
- 유진이한테 잘보라고 카톡좀 해~ 걔도 고3이잖아
- 아 됐어 부담스러울거야
- 엄마말 들어~ 사촌언니가 그정돈 해줄 수 있지

묵묵하게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건 사촌동생인 유진이도, 3년전 오늘의 나도 아닌 바로 걔의 얼굴이었어

나 없이 잘 공부는 했는지, 대학은 정말 갈 생각인지, 혹시 오늘 늦잠잔건 아닌지 궁금해. 그렇다고 이제와서 차단 풀고 잘보라고 문자 보내는건 너무 염치없는 생각같아서 마음속에서 떨쳐내자고 외쳤어

하지만 정이 제대로 들었던지 샤워를 하는동안에도, 머리를 말리는 순간마저도 걔 생각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널 고통스럽게 했어

그때 내가 바보같이 그런말만 안했었다면, 바로 다음날 미안하다고 걔한테 사과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이렇게 병신같이 끝나진 않았을텐데 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거지

결국 후회되는 마음에 눈물이 터지고 너도모르게 차단목록에서 걜 풀었어. 카톡도,번호도 모두 차단해서 그날 이후 너한테 온 메세지는 아무것도 없었어

우느라 정신이 없는 니가 뭐라고 쓰는지도 모르는채 길게 주저리 주저리 문자를 써내려가

안녕 주원아 나 ㅇㅇ이 누나야
아직도 기억하는지 잘 모르겠지만ㄴ
염치없이 문자 보내. 너도 나한테 화 많이났ㅈ지?
나도 알아.. 무시해도 돼 그냥 오늘 수능 잘보라고
그 한마디 하고싶어서.. 나때문에 축구도 포기했잖아미안해 ㄱ그리고ㅣ오늘 수능 잘봐

그렇게 넌 더이상 계속 울 틈도 없이 오후 수업을 향해 학교로 달려갔어

- 수능인데 대학은 왜 안쉬는거야?
- 그래도 9시 수업 하나 빼주는게 어디야
- 그래도 중고딩들은 다 쉬던데
- 걔들이랑 우리랑 같냐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잡담하며 조금 우울한 마음이 사라진채 학교 건물을 나오는데 6시가 다 된 시간이라 그런지 가족들이랑 저녁먹으러 나온 수험생들이 많았어

수업 중간중간,쉬는시간 내내 휴대폰에만 온 신경을 고정했지만 걔한테서 답장은 오지않았어. 당연히 예상했었고 기대도 하면 안되는거 알지만 그래도 조금 서운한 마음이 컸지

오늘 사람 많다..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순간 학교 정문에 어렴풋이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놀란 니가 설마하고 가까이 다가가 뚫어져라 쳐다봐

고개를 돌린건 걔가 아닌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사람이었어. 제일 화나는건 고개를 돌린 사람이 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는거에 니가 실망했다는거야

여태껏 이런적 없었는데 하루종일 걔가 자꾸 생각나는게 미치겠는 너야. 이젠 더이상 내 인생에서 마주칠 일 없는 애라고 생각했는데, 내심 널 향해 고개를 돌린 그 얼굴이 걔이길 바랬던 니가 너무 바보같고 뻔뻔해보였어

수업이 끝났으니 복잡한 마음으로 넌 늘 그랬듯 카페로 가서 저녁타임 알바를 했어. 오늘은 수능 끝난 날이라 길에 사람도 많고 가게 안도 손님들로 꽉차서 너 한명에서 감당하기엔 힘든 수준이었어

그 와중에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걔한테선 여전히 아무런 문자도 없었어

먼저 잠수타놓고 이제와서 이러는게 너무 한심했지만 문자 알림이나 카톡이 울릴때마다 만들던 음료수 내팽겨치고 폰부터 확인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있었어

와중에 손님은 너무나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니가 바로 다음 손님 주문을 받으려고 계산기 앞에 서서 말해

-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문도와드리겠습니다
- 아이스 초코 한잔이요
- 네 아이스 초코 한ㅈ..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메뉴. 이번에도 내가 잘못들은거겠지? 목소리에 흠칫한 니가 포스터기에 고정하던 시선을 천천히 올려 앞을 바라보자 반가운 얼굴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해


- 꽉 담아서 많이주셔야돼요. 저 수험생이거든요



연하남이 따라다니는 삶 편 끄읏

+)
아까 올린 악플러 글 누가 신고했는진 모르겠지만 삭제됐네 ㅋㅋ

하고싶은말 다 써놓은건데 지워져버려서 아쉽다..

그래도 좋은말 써주는 애들 너무 고마워 이런 익명 사이트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성이 다 보이는 것 같아

그리고 이 댓 쓴 넌 진짜 천벌받아라 정신나간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