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중인 제친구 이야기

쓰니2020.09.02
조회96,765
안녕하세요? 요새 전공의 파업으로 이슈가 많이 되고 있는데, 제 친구의 일기 같은 글을 읽다가 허락 받고 공유해봅니다. 글을 이제 쓰기 시작하는것 같은데 또 올라오면 올릴지 생각해봐야겠어요.가까이에서 본 제 친구는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평소에도 맨날 당직서고 늦게 퇴근하고 지금도 병원 신경 많이 쓰고 있더라구요. 언론에서 편파보도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친구가 뜻이 있어서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혹시 생각이 다르시더라도 너무 심한말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원내에서 피켓 시위를 하다가 한 환자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의대증원 하는게 뭐가 문제냐, 기사 보니까 부결된걸 재투표 해서 파업하던데 뭐가 그러냐 등등의 말씀을 주셨다. (큰소리로...ㅜㅜ)

마음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간략하게 설명도 드려보고 언론보도가 잘못되어 있는 부분도 말씀드렸지만 그럼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는거냐고 하셨다.

사실 나는 그분의 속상함이 와닿아서 마음이 좀 아팠다. 이런 갈등을 유발하는 정부에게 실망할뿐 환자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 안타까웠던건 지금 정책들에 대해 너무나 모르신다는거였다. 

알기가 어렵다. 의대증원, 공공의료, 단어로만 보면 가치가 있고 우리가 누구보다 의료불균형 개선을 바라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로 의료취약지역, 기피과 중증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법안이 아님을. 알기가 어렵다. 

그동안 교수님들, 병원 선생님들, 환자분들께 죄송해서라도 묵묵히 안 흔들리고 가는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는 조금씩 글도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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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1. 의대정원 확대

나의 첫 반응은 의아함이었다. "의사"가 부족해서 늘린단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1차, 2차, 3차로 이루어져 있다. 1차는 의원급, 3차는 대학병원이다. 차곡차곡 잘 쌓여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우르르 쏟아져 흘러내리고 있다. 

피부, 미용, 통증, 비만, 감기 같은 1차 진료를 보는 의사는 많아지고, 과 TO를 못 채우는 “특정과 의사” 부족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의사 면허를 받은 의대졸업생을 늘리면 아래쪽 체계를 담당하는 1차 진료 의사들은 “더” 넘쳐날거다.

"특정 과 의사" 부족 현상을 개선하겠다 말하며 "의사 수"를 늘리는 이 정책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며 지적하는 의사들은 밥그릇에 목숨을 건 이익집단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의사인 우리가 “특정과 의사” 가 부족한 현상을 해결해 달라고, 
보드 따고 나가서 그 과 살려서 일할 수 있게 인프라 필요하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 요청했는데, 갑자기 의대정원을? 왜… 늘리지…?  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이해가 안가서. 
 

2. 공공의대
많은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3차진료체계 확보를 위해서 정부는 어떤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불쌍한 내 동기는 공부도 잘하면서 굳이 응급의학과를 갔다. 뜻이 있고 적성에 맞아서 간건데 이제 특정 기피과 하는 선생님 보면 후배들이 선배님 공부 못하셨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돈 잘버는 과 다르고 고생하고 돈 못버는 과 나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제 진짜 기피과로 낙인되는거 아니야? 

진짜 사명감으로 그 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고 10년의 의무복무를 시킨다고 한다. 그동안 수련병원 순환근무를 하고 나면 10년 중 의무복무 기간은 더 짧아진다.  
10년이 뭐야…? 개인의 거주권 침해, 선택권 침해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말로 정부가 의료취약지역 인프라를 생각한다면, 지역의사제 도입을 하고 싶은 것 이라면, 공중보건의사처럼 공무원 신분으로 그들을 선발하는 의견을 냈을 법 하다. 정부에서 등록금을 내주고 양성해주고 수련시켜주고 전문의 만들어주면 의료취약지역에서 일하는 공공의사를 만들법도 하다. 근데 뭔데-

억울하게도 나는 지난 시간들을 의아함으로 보냈다.
조금만 생각해도 이상한 이 법안을 왜 추진하는걸까…너무 말이 안되는데... 사실 나는 정부가 정말 “공공의료”를생각하는데 방법적으로 잘못된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억울하게도. 

첨부된 사진들은 발의안 "원문"이다. 밑줄과 코멘트를 달았지만 정확한 원문을 보여주는것 만으로도 얼마나 명확하게 이 사건의 문제들이 드러나는지 알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