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장 감독관 본부에서 행패 부리고 왔네요.

반수생200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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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격한 점, 양해 바랍니다.

 

저는 이번에 수능을 치고 온 수험생인데요,

교육부의 부정행위 처리 및 신고 접수 시스템에 대해

불만도 있고 할 말도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종료령이 울린 이후에도 계속해서 답안을 작성하는 행위는

엄연한 부정행위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행위를 처리하는 방식이 감독관마다 다르죠.

저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감독관께서는 그 행위를 목격한 순간, 또는 몇 차례의 경고를 준 후

문제의 학생을 부정행위자로 처리합니다.

이렇게 해서 부정행위로 처리되고

올해 시험 무효 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응시자격이 박탈된 수험생이

전국에 아홉 명입니다.

 

어떤 감독관께서는 그 자리에서 답안지를 뺏어 버립니다.

이렇게 해서 답안지를 뺏긴 학생은 전국에 몇 천명, 어쩌면 몇 만 명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행위를 묵인하고 도리어 학생이 답안을 다 작성할 때까지

대기까지 해 주시는 감독관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해서 엄연한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배분을 철저하게 한 학생들과 동일하게 점수를 받은 학생도 존재하겠군요.

 

제가 시험을 친 고사실에서도 그런 학생이 있었습니다.

제3교시 외국어 영역 시간에, 종료령이 울린 후부터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해서

감독관이 자신의 답안지를 회수할 차례가 됐을 때는 약 30번까지 마킹을 마치고

감독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답안을 작성한 학생이 있어요.

 

답안지를 회수하시던 감독관께서는 당황하셨나 봅니다.

그래서 몇 초 기다리시다가 다른 학생들의 답지를 먼저 걷었죠.

그리고는 다시 해당 학생에게로 가셨습니다.

문제의 학생은 아직까지도 답안 작성을 마치지 않았더군요.

기다립디다. 약 30초 가량을요.

그래서 학생은 50번까지 답안 작성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학생은 아무런 징계나 불이익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례를 목격한 후에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 학생 때문에 쉬는 시간을 약 2~3분 뺏기는 데에서 온 짜증만 있었죠.

그런데 바로 옆교실에서 한 재수생이 답안 작성을 다 못했다고

답안지를 아예 뺏겨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학생은 삼수를 해야겠죠.

제가 그 소식을 듣자, 학생의 부정행위와 감독관의 직무유기를 목격한 입장에서

이 사실을 그대로 덮어둘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들어, 본부에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제가 탐구와 제2외국어, 이렇게 두 과목의 시험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저의 휴식시간을 활용해야 하는 관계로, 그리고

번거로운 신고 절차로 제 집중력에 영향을 줄 일을 만들면 안 되는 관계로

5교시까지 시험이 다 진행된 이후에 본부에 가기로 했어요.

 

제가 계획했던 대로 5교시 후 18시 10분 가량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제 말씀을 들어주셨구요.

그리고는 문제가 발생한 당시에 계셨던 감독관 두 분을 소환하더군요.

그렇게 어른들끼리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이윽고 제가 불려 들어가서 신고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사실을 통지받았는데요.

깜짝 놀라고, 적잖이 분노할 만한 소식도 함께 전해 들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이후의 처리는, 감독관 처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거랍니다.

해당 학생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거라는군요.

선생님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학생을 봐 준 것인데, 신고를 취하하면 안 되겠녜요.

 

처음에는 그 말씀을 듣자 여기에서 그만 멈추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너그러움을 발휘하셨던 선생님들이 이 일로 처벌받고 징계받는 것을 원치 않았거든요.

물론, 감독관으로서의 직무유기를 범하셨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루셔야겠지만

제가 신고한 사항은 해당학생에게 불이익을 부여하는 것을 중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런 소견을 밝히자, 그건 어려울 수가 있다는 겁니다.

일단 당시의 상황은 모든 학생들이 귀가한 이후였으므로

문제 학생을 소환하는 문제, 사실여부를 판단하는 문제 등 여러가지 복잡한 점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제 소견을 굽힐 수가 없더군요.

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문제의 학생은 종이 친 후에 50문제를 마킹했습니다.

저도 재수를 해서 그 고통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재수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열 문제, 아니 스무 문제까지 봐 줄 의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50문제를 통째로, 종이 친 후에 작성하기 시작했다구요.

제 대각선 뒷자리라서 그게 똑똑히 보이더군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둘째,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위 학생과 똑같은 행동을 했는데 부정행위로 처리되어 삼수 이상을 해야 할 학생이 있습니다.

전국에 아홉 명이 있다고 하네요.

또, 답안지를 뺏긴 학생이 있습니다. 이런 학생은 재수 이상을 하든가

어쨌든 원하는 대학의 문턱도 못 밟겠군요. 전국에 대충 몇 천 명대가 되겠구요.

마지막으로,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몇 문제를 찍은 학생,

시간 압박으로 문제 푸는 데 지장을 받았던 학생,

작년에 유사한 행동을 해서 부정행위로 처리되거나 답지를 뺏기거나 몇 문제를 찍느라

재수 이상을 한 학생,

시간 내에 문제 푸는 연습만 여러 달 해 온 학생,

이 사람들은 억울해서 어떡합니까?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이 경우 중 하나 이상에는 해당 되겠군요.

저만 하더라도, 재수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모자라 수리 영역에서 몇 문제를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셋째, 교육부에서 언행일치를 보임으로써 권위를 세워야 합니다.

지침상으로는 분명히 부정행위로 간주한 것을 실제 사례에서는 동일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정부 기관인 교육부의 권위가 어디까지 추락하겠습니까.

 

 

 

일련의 이유로 저는 해당 학생을 부정행위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진행 요원 정도 되시는 아저씨가 생각하시기에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하니

다소 화가 나서 좀 따졌습니다.

그러더니 아저씨께서는 일을 일임 받은지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 정해진 절차가 감독관 처벌 뿐입니까, 하니

그렇다고 하십디다. 특히나 신고 시점이 문제가 된다고 하시더군요.

 

왜, 작년에 그 유명한 삼수생 사건 있지 않습니까.

삼수생이 종료령 이후에 열 문제 가량을 마킹하자, 같은 교실에 있던 재학생이

그 즉시 신고를 하여 삼수생이 부정행위로 처리된 사건이요.

 

그럼 사건 발생 직후에 접수된 신고와 학생 귀가 시간 즈음에 접수된 신고가

이렇게 차별적으로 처리된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아까 언급했지만, 제가 사건 발생 직후에 신고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국은, 우선 자세한 경위를 담은 신고서를 작성하고

그 아래 제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신고 접수 및 처리 과정을 제게 통보해 주신다더군요.

저는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지만,

교육부의 부정행위 처리 및 신고 접수 시스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사료되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우선, 교육부 관련 직원들께 말씀드립니다.

제가 행한 신고에 대해서 만족할 만한 접수 능력을 보여 주세요.

감독관 처벌도 물론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문제의 학생도 징계를 받아야 합니다.

중점은 후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교육부 지침도 엄연한 법입니다.

이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 최대한의 공정성을 기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앞서 언급한 아홉 명의 학생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천 명, 아니 전국의 모든 학생이 형평상의 문제에서 피해를 입는 셈입니다.

 

둘째, 선생님들께 말씀드립니다.

저도 살면서 여러 분의 은사님들을 만났습니다.

수능장에서도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대해 주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수능 시험장에서는 이 너그러운 은사님의 모습을 잠시 벗어 주십시오.

수능,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인생 중에 치르는 자그마한 시험일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으로는 국가에서 주관하는 국가 고시의 일종입니다.

이 시험이 가진 영향력은 두말하면 입 아프겠죠.

그러므로 수능 시험장에서는 감독관과 수험생, 이렇게 두 부류만이 존재하는 겁니다.

은사와 제자는 없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감독관으로서 부여된 임무를 엄정히 수행하면서

최대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발휘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부정행위를 판단하고 처리하는 체계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종료령 이후에 답안을 작성한 학생과

반입금지 물품을 단순히 휴대만 하다가 걸린 학생과

실제로 커닝(책상에 주요사항 메모, 대리시험 등등)을 시도하다가 걸린 학생이

똑같이 대우받아서는 안 됩니다.

부정행위 정도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도록 규정을 바꾸십시오.

 

 

제가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글을 올리는 장소가 다소 적절치 않은 것은 압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달아주시는 의견을 종합적으로 참고해서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생각으로 여기에 올리는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태클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