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가다 #2..

그녀석2008.11.15
조회302

에이 그냥 내친 김에 2탄 올립니다.

이번에 무플의 무서움을 알았네요.

뭐라도 적어주시지..

대화에 색 넣었어요 보기쉽게.ㅋㅋ

한번더 내친김에 싸이도 공개합니다.

재밌는 사진 많아요.

http://www.cyworld.com/chakaka

 

 

 

 

2008년 6월 6일 11시 55분경..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어느날, 전혀 예상치도 않던 손목에 통증을 느껴 예의 그 약국을 다시 방분했다..

 

울타리에 핀 덩쿨장미만큼 아름다운 미소로 나를 맞이하는 그녀..

 

"오셨네요, 저번 5월 5일에 오셨었으니 거의 한달만이네요."

 

이 여자, 쓸데없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 예, 그런가요.." 당황하며 대답하는 나..

 

"팔은 어떠세요?, 지금 보니 괜찮은거 같은데..그럼, 혹시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하며..

 

그녀의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건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하얀 얼굴이 약간 홍조로 변해가며 시선을 아래로 향한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도착한 곳은 맞붙잡은 손등을 조심스레 쓰다듬고 있는 엄지손가락..

 

손 참 예쁘시네요..근데 왜 그러시는지..

 

그녀가 말한 혹시 다른 하실 말씀을 생각하며 아픈 손목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 일어나다가 손을 짚었는데 갑자기 손목에서...히익~!!"

 

나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전혀 움직일 기미가 안보이던 그녀의 손에 설명차 내밀었던 내손은 어느새 잡혀있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계속하세요."

 

이럴때, 보통은 환부를 봐야 하지 않아?.. 이렇게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실례라구..그보다, 손은 왜 잡은거야..이봐요, 깍지는 왜 껴요..

 

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앗,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평범하기 극히 이를데 없는 소시민의 삶을 찍어다가 뭘할 생각이지? 별로 극적인 재미는 주지 못할꺼라 생각하네만..이경규씨가 그리 한가한 사람도 아닌거 같구..

 

그녀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아..예..그게..음..그러니까......."        3초가 3년같았다..

 

"풋"

 

당신때문이니까 그렇게 웃지말라구..내가 바보같잖아..

 

"파..파스..그래, 파스, 파스주세요..붙이는거요.."

 

"우와 손이 굉장히 남자답네요~두껍고, 거칠면서, 포근하고, 따뜻하고.."

 

위험하다..이 여자, 내말을 전혀  안듣고 있다..

 

"저기.."

 

"참 편안해요, 손이..나랑 꼭 맞는 느낌이랄까.."

 

얼굴쪽으로 내손을 당기며 눈을 스르륵 감는 그녀..

 

내 손등이 그녀의 볼에 닿을 찰나 난 흠칫 놀라 손을 뺐다..

 

'욱신'..

 

방울벌레 한숨같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아프세요?,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진심어린 그녀의 말..

 

그때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순간 그녀의 눈썹이 꿈틀, 미소가 사라졌다..

 

"무슨일이시죠"

 

약국에 다른 볼일도 있나..

 

"배가 아파서요, 회를 먹었는데....아.."

 

내가 슬쩍 처다보자 먼저온 나를 기다리는 남자..

 

"뭐 드셨다고요?"

 

저기요, 제가 먼저 왔는데요..

 

"......아, 예, 어제 저녁에 회를 좀.."

 

"여름에 날것은 조심하셔야죠, 약이요, 3000원"

 

남자는 말이 끊겼다는 불쾌감을 느낄새도 없이 약값을 재촉당하더니 이내 어리둥절하며 계산을 하고 퇴장..

 

이 여자, 말 끊는데 선수인가..그것보다 저래도 되나? 항의 안해?..

 

어느새 그녀는 따스한 5월날 봄날에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벗꽃같은 미소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날씨 너무 좋네요, 이런 날은 문 닫고 둘이 놀러가야 되는데.."

 

하며 살짝 눈치를 보는 그녀..

 

누구 눈치를 보는거야..둘밖에 없지 않아 지금?..

 

"나가면 더워요, 그냥 집에 있는게.."

 

'움찔'

 

어느새 말을 받아주었다..방심했다..제길..

 

"어머, 그것도 좋겠네요..방안에 단둘이 앉아 영화도 보구, 또.."

 

또 얼굴이 빨개지는 저 여자..도데체 무슨 상상을..

 

"예, 뭐, 그렇겠죠..아, 파스주세요..손목에 붙일꺼요"

 

"아, 예......" 살짝 눈을 흘기며 힘없이 돌아선다..

 

내가 무슨 나쁜짓이라도 한걸까..

 

파스를 찾다 문득 기억이 난듯 뒤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들고 나온다..

 

"파스 여깄구요, 이건 아는 언니가 준건데 아직 시판은 안된 비타민 인데요..드셔보시라구요..한달치 드셔보시구 괜찮으시면 다시 오세요..파스는 3000원입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비타민...뭐 시험용 그런거 인가요? 뭐 감사합니다."

 

"시험은 이미 끝난거구요, 시판만 아직 기다리는 상태에요. 안심하시구 드셔도 되요. 단, 어떤지 꼭 알려주시러 오셔야 해요, 꼭이요."

 

"꼭..이요? 아, 네. 그러죠.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꼭이요. 훗, 안녕히 가세요. 나중에 뵈요."

 

뒤돌아 나오며 예의 그 거울을 본 나는 그녀의 새끼 사슴같은 눈망울이 안도의 빛을 띄는 것을 보았다..

 

오른손에 남아있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향기를 이제와 느끼며 독서실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다리가 굳어버렸다..

 

슬쩍 본 비타민에 붙어있는 가격표, 19500원..

 

시판 전이라더니, 이건 뭐지..

 

다시 억지로 걸음을 옮기며 또 혼자 망상에 빠져들었다..

아니, 앞 뒤 상황을 봤을때, 저 여자 뭔가가 있다..

그렇다고 내 세포들이 외치고 있다..아아..

 

부시시한 얼굴에, 추리닝, 슬리퍼차림의 내 차림에 갑자기 창피해졌다..

 

저번에도 이랬는데..날 뭐로 생각할까..

 

다음엔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독서실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