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결혼 전에 있었던 다사다난한 일들 알려주세요' 하는 제목으로 톡된 글을 보고 있자니 뭔가 생각이 많아지네요
살면서 연애경험이 전무하지는 않지만 그닥 많은 연애를 해온건 아니라서, 연애의 가장 큰 결실인 결혼을 경험하신 기혼자분들의 조언 구합니다.
사실 글을 읽기 전에 남자친구와 다퉜어요.
서로 결혼따윈 생각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서로를 만나 미래를 이야기하며 결혼얘기까지 오가는 중이었는데, (양가 부모님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계시고 언젠가 인사를 드릴 예정이었어요)
남자친구와 저는 평소에도 자주 다투긴 했지만 그냥 한두시간 정도 지나면 풀어질정도라 이런 생각까지 든건 처음입니다.
정말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되었는데, 사소한 말들이 커져서 비수처럼 꽂혀버렸네요.
이야기의 시작은 오늘 오후쯤 제가 건 전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친이 회사에 있는데 제가 전화를 걸었어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 남자친구는 외근직이라 사무실에서는 그냥 단순 대기만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을 때에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하기도 해요. 때로는 낮잠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영상의 내용은 시골? 깊은 산속? 그런 곳에 집을 짓고 사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아, 남친은 평소에도 자연에 대한 동경같은게 있습니다. 캠핑같은걸 가는걸 좋아해요. 저랑 못가면 다른사람이랑도 가고 절 만나기 전부터 캠핑 장비도 이것저것 사서 모으고 있었어요. 저랑은 딱 한번 같이 가봤는데 저는 벌레를 너무 싫어해서 저한텐 그냥 "같이 있다"는 것 외에 너무 덥고 땀나고 끈적거리고 벌레가 달려들어서 썩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같이있다"는게 좋았어요.
남친 : 나도 나중에 저렇게 집 짓고 살고싶다
여친 : 나도 집 짓고 사는거 해보고싶었어!
(예전에 외국인이 스스로 돌집을 짓고 살다가 팔고, 또 짓고 파는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멋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서 동경했고,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친 : 너는 안돼
여친 : (? 뭐라는거야? ) ? 뭐가?
남친 : 너는 벌레같은거 싫어하잖아.
여친 : 근데?
남친 : 나중에 서브주택이나 별장처럼 지어서 주말에만 갔다와도 되잖아.
여친 : 내가 싫다면?
남친 : 뭐가?
여친 : 나는 그렇게 시골같은데에선 못 살 것 같다고
남친 : 그러니까 주말에만 갔다오자고
여친 : 나는 그게 싫다고.
남친 : 그럼 나 혼자 갔다 오겠다고. 거기서 계속 살자는것도 아니고 나 혼자 갔다온다고
여친 : 그것도 내가 싫다면?
남친 : 싫으면 혼자 간다니까?
여친 : 아니, 내가 싫다니까??
남친 : 아, 그런것좀 하지마. 진짜 싫어. 그런 소리 할꺼면 끊어!
완벽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식의 대화가 오간 후에 남자친구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화가 났어요.
이전에도 이런식으로 자기가 얘기하기 싫거나 화가난다 싶으면 얘기하는 중에 전화를 끊거나 무작정 돌려버리는 경우가 잦았어요. 진짜 사람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그것좀 하지 말라고 여러번 말했는데, 그냥 화해할 때만 알겠다고 하고 여전히 이러니까 점점 더 열이 받더라구요.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를 받지 않아요. 단순히 받지 않는게 아니라 전화 돌려버리는거.
여러번 전화를 걸었는데 끝내 안받더니 전화기를 꺼버렸어요.
그리고 카톡을 확인하니 카톡이 와있더라구요.
저 카톡을 보자마자 더 화가 났어요. 굉장히 이성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죠?
항상 자기가 화가 극도로 났을 시점에 전화를 저렇게 툭 끊어놓고 자기 혼자 심호흡을 하는지 명상을 하는지 성질을 가라앉히고 와서 차분하게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해요. 저는 본인때문에 진짜 머리끝까지 화가나있는데 말이죠. 제 화는 아직 가라앉지도 않았고 풀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감정 추스리고 와서는 왜 화내냐는 식으로 얘기를 해요.
화가 나서 저도 속에 있는 말을 다 퍼부었어요.
결혼하면 같이 사는거 아니예요? 너무 당연하게 주말을 혼자 보내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화가 나더라구요. 미래를 그리는거면 함께 있는 미래를 그리는 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결혼 이후면 당연히 서로한테 양해를 구하고 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너무 당연하게 자기 혼자만의 주말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어요.
(주말부부 이야기는 바로 전날의 대화예요. 직장때문에 지방에 내려갈 경우를 얘기했었어요. 주말부부 이야기를 해서 제가 그건 싫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본인은 '안그렇게 만들면 되지' 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하는데-이건 제가 잘 기억이 안나요- 그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해서 제가 과민하게 반응하는거라고 하네요.)
한시간쯤 지나서 남친 퇴근길에 전화가 왔어요.
(남친은 자차로 출퇴근해서 운전중 통화합니다. 제가 건거 아니고 본인이 걸었어요)
남친 : 왜 회사에 있는데 전화를 해서 곤란하게 하냐고
여친 : 뭐라는거야. 본인이 하고싶을 때 전화하는건 괜찮은거고 내가 전화하는건 곤란한거야?
남친 : 회사에 있는 사람한테 왜 자꾸 전화냐고
여친 : 아니, 전화하는게 불편했으면 전화 못한다고 말을하지
받을 때는 아무말 안하다가 갑자기 왜 전화하냐고 하면 내가 뭐라그래야하는데?
사무실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있는게 아니라는것도 알고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말을 하니까 황당하더라구요.
남친 : 너랑 전화하기 싫다고! (이렇게 말하진 않았는데 대충 이런 말이었어요.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여친 : 내가 전화했어? 왜 니가 전화해놓고 난린데?
남친 : 알겠어. 그럼 내가 전화했으니까 내가 끊으면 되는거지?
전 얘기하는 중이었는데, 또 다시 남친이 전화를 끊더라구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진짜 사람 인내심 테스트 하는것도 아니고 진짜 왜이러나 싶을정도로 딥빡이었어요.
혼자서 감정을 좀 추스리고 한시간쯤 지나서 이번엔 제가 전화를 걸었어요.
(다른 얘기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여친 : 진짜 자꾸 뭐하자는건데..? 무슨 강아지 훈련시켜?
남친 : 어. xx(제 이름)똥개 훈련시키는 중이야. (귀여운 뉘앙스 아니었어요)
여친 : (충격먹음) 너 진짜 말 다했어? 말 똑바로해
남친 : 어~ 말 똑바로 하고 있거든? 본인이나 말 똑바로 하세요.
여친 : 너. 진짜 니가 잘못한게 없다는거지?
남친 : 어. 니가 잘못했다고 말하면 내가 잘못한거고 니가 없다고 말하면 나도 없어
(평소에도 이 얘기 정말 많이해요. 뭐 제가 잘못한걸 인정한다는 가정 하에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덜떨어진 얘긴지. 자기가 잘못행동하고 잘못말한건 그거대로 잘못한거지 자꾸 저를 끌어들입니다)
여친 : 너 진짜 니가 잘못한게 없다는거지..?
남친 : 뭐가?! 계속 짜증내면서 얘기할거면 끊으라고!
전화하기 싫다고! 니가 안받으면 열통씩 전화 계속 거는것도 싫고! 너무 싫다고!!
저도 받을때까지 전화하는거 싫어요.
애초에 둘이 얘기하다가 본인이 얘기하기 싫다고 일방적으로 전화 끊어버린 사람이 누군데.
할 말이 남았으니 빡치는거 부여잡고 다시 전화를 하는건데 전화를 거는 족족 돌려버리니 저는 더 돌아버리는 거구요.
여친 : ......
알겠어. 내가 잘못생각했나보네.
이렇게 제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글로 이걸 쓰다보니 저도 참 멍청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예전같았으면 나 싫다는 사람 쳐다도 안보고 그냥 돌아섰을텐데, 그래도 같이 미래를 생각했던터라 미련이 많이 남나봐요.
이게 밤 9시 정도였고, 저는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핸드폰에서 남자친구의 전화번호와 통화기록을 지웠어요. 항상 이렇게 싸우고 나면 제가 못견디고 전화를 걸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에서 흔적들을 다 지웠어요.
연락이 없는걸 봐서는 남자친구는 그냥 일찍 자러간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조금 복잡해진다 싶으면 그냥 다 놔두고 자고싶어하거든요. 그리고 다음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굴어요.
근데 오늘은 어쩐지 저 혼자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남자친구는 항상 얘기해왔어요.
"나랑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네가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질게."
이 애기를 처음 들었을 땐 뭔 말인가 했어요.
그럼 이 관계는 '나만 놓으면 끝나는 거냐' 여러번 물었습니다.
그 때마다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본인은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이럴때 (싸울때)의 너는 정말 참기 힘들다는 얘기도 했어요.
근데 저는 자꾸 이 관계를 저 혼자만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이 연애가 시작했을 때에는 남자친구도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어요.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어요.
제가 묻는 얘기에 대답해줬고, 불안해하는 얘기에는 안심시켜주려 노력했습니다.
그게 좋았고, 그래서 사랑받고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이 사람은 더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멍청하게 혼자 미련을 두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감정을 정리해보려고 해요.
저도 제가 불안정하고 성급하게 남친에게 쏘아댔다는거 압니다.
근데 정말 끝내야 할 연애를 붙잡고 있어서 자꾸 이렇게 어긋나는건지,
서로 모진소리 해가면서 만나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다른사람 이야기 할 때는 판단이 잘 섰는데 이게 자기 일이 되어버리니 판단이 잘 되지 않네요.
이 관계가 계속 지속되어도 괜찮은걸까요..
이러다가 결혼까지 한다 해도,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날 수 있을지, 오늘 밤은 정말 많이 흔들립니다.
제가 어떤부분에서 잘못했다는 얘기를 주셔도 좋고, 참아라 헤어져라 그냥 그런 얘기들도 괜찮아요.
<수정> 이대로 계속 만나도 괜찮은걸까요..? (긴글주의)
글 작성 순서는 원글 > 후기 > 원글수정 입니다.
네.. 댓글 다 읽었구요, 제가 잘했다고 저 편들어달라고 쓴글도 아니라고 했는데
무작정 비난 댓글 다시는 분들도 있네요ㅎㅎ
대화의 내용을 제가 다 기억하지 못해서 저렇게만 표현한거지,
첫 대화가 무조건 '싫은데'로 점철된건 아니었어요.
달래려고도 해봤고 설득하려고도 해봤는데 결국 제 이야기의 요지가 '싫다'여서 저렇게 간결하게 표현한게 여러분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온 것 같습니다.
물론 남친도 처음에는 저를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서로 설득의 표현과 방법이 다르다보니 서로를 오해하게 되었구요.
아무리 아픈 댓글이라도 조언과 우려를 표하시는 글은 제가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익명의 글이라도 비속어와 욕설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좀 거북하네요ㅎㅎ
제 부족한 모습을 보고 조언과 의견 주신 분들께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비속어와 욕설이 담기지 않은 글은 쓴 약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마음을 담아주신 의견 주신 여러분들께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욕설이랑 비속어밖에 없는 댓글다시는 분들은.. 뭐...
열심히사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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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0대 여자입니다.
오늘 '결혼 전에 있었던 다사다난한 일들 알려주세요' 하는 제목으로 톡된 글을 보고 있자니 뭔가 생각이 많아지네요
살면서 연애경험이 전무하지는 않지만 그닥 많은 연애를 해온건 아니라서, 연애의 가장 큰 결실인 결혼을 경험하신 기혼자분들의 조언 구합니다.
사실 글을 읽기 전에 남자친구와 다퉜어요.
서로 결혼따윈 생각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서로를 만나 미래를 이야기하며 결혼얘기까지 오가는 중이었는데, (양가 부모님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계시고 언젠가 인사를 드릴 예정이었어요)
남자친구와 저는 평소에도 자주 다투긴 했지만 그냥 한두시간 정도 지나면 풀어질정도라 이런 생각까지 든건 처음입니다.
정말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되었는데, 사소한 말들이 커져서 비수처럼 꽂혀버렸네요.
이야기의 시작은 오늘 오후쯤 제가 건 전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친이 회사에 있는데 제가 전화를 걸었어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 남자친구는 외근직이라 사무실에서는 그냥 단순 대기만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을 때에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하기도 해요. 때로는 낮잠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영상의 내용은 시골? 깊은 산속? 그런 곳에 집을 짓고 사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아, 남친은 평소에도 자연에 대한 동경같은게 있습니다. 캠핑같은걸 가는걸 좋아해요. 저랑 못가면 다른사람이랑도 가고 절 만나기 전부터 캠핑 장비도 이것저것 사서 모으고 있었어요. 저랑은 딱 한번 같이 가봤는데 저는 벌레를 너무 싫어해서 저한텐 그냥 "같이 있다"는 것 외에 너무 덥고 땀나고 끈적거리고 벌레가 달려들어서 썩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같이있다"는게 좋았어요.
남친 : 나도 나중에 저렇게 집 짓고 살고싶다
여친 : 나도 집 짓고 사는거 해보고싶었어!
(예전에 외국인이 스스로 돌집을 짓고 살다가 팔고, 또 짓고 파는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멋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서 동경했고,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친 : 너는 안돼
여친 : (? 뭐라는거야? ) ? 뭐가?
남친 : 너는 벌레같은거 싫어하잖아.
여친 : 근데?
남친 : 나중에 서브주택이나 별장처럼 지어서 주말에만 갔다와도 되잖아.
여친 : 내가 싫다면?
남친 : 뭐가?
여친 : 나는 그렇게 시골같은데에선 못 살 것 같다고
남친 : 그러니까 주말에만 갔다오자고
여친 : 나는 그게 싫다고.
남친 : 그럼 나 혼자 갔다 오겠다고. 거기서 계속 살자는것도 아니고 나 혼자 갔다온다고
여친 : 그것도 내가 싫다면?
남친 : 싫으면 혼자 간다니까?
여친 : 아니, 내가 싫다니까??
남친 : 아, 그런것좀 하지마. 진짜 싫어. 그런 소리 할꺼면 끊어!
완벽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식의 대화가 오간 후에 남자친구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화가 났어요.
이전에도 이런식으로 자기가 얘기하기 싫거나 화가난다 싶으면 얘기하는 중에 전화를 끊거나 무작정 돌려버리는 경우가 잦았어요. 진짜 사람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그것좀 하지 말라고 여러번 말했는데, 그냥 화해할 때만 알겠다고 하고 여전히 이러니까 점점 더 열이 받더라구요.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를 받지 않아요. 단순히 받지 않는게 아니라 전화 돌려버리는거.
여러번 전화를 걸었는데 끝내 안받더니 전화기를 꺼버렸어요.
그리고 카톡을 확인하니 카톡이 와있더라구요.
저 카톡을 보자마자 더 화가 났어요. 굉장히 이성적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죠?
항상 자기가 화가 극도로 났을 시점에 전화를 저렇게 툭 끊어놓고 자기 혼자 심호흡을 하는지 명상을 하는지 성질을 가라앉히고 와서 차분하게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야기를 해요. 저는 본인때문에 진짜 머리끝까지 화가나있는데 말이죠. 제 화는 아직 가라앉지도 않았고 풀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감정 추스리고 와서는 왜 화내냐는 식으로 얘기를 해요.
화가 나서 저도 속에 있는 말을 다 퍼부었어요.
결혼하면 같이 사는거 아니예요? 너무 당연하게 주말을 혼자 보내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화가 나더라구요. 미래를 그리는거면 함께 있는 미래를 그리는 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결혼 이후면 당연히 서로한테 양해를 구하고 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너무 당연하게 자기 혼자만의 주말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어요.
(주말부부 이야기는 바로 전날의 대화예요. 직장때문에 지방에 내려갈 경우를 얘기했었어요. 주말부부 이야기를 해서 제가 그건 싫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본인은 '안그렇게 만들면 되지' 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하는데-이건 제가 잘 기억이 안나요- 그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해서 제가 과민하게 반응하는거라고 하네요.)
한시간쯤 지나서 남친 퇴근길에 전화가 왔어요.
(남친은 자차로 출퇴근해서 운전중 통화합니다. 제가 건거 아니고 본인이 걸었어요)
남친 : 왜 회사에 있는데 전화를 해서 곤란하게 하냐고
여친 : 뭐라는거야. 본인이 하고싶을 때 전화하는건 괜찮은거고 내가 전화하는건 곤란한거야?
남친 : 회사에 있는 사람한테 왜 자꾸 전화냐고
여친 : 아니, 전화하는게 불편했으면 전화 못한다고 말을하지
받을 때는 아무말 안하다가 갑자기 왜 전화하냐고 하면 내가 뭐라그래야하는데?
사무실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있는게 아니라는것도 알고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말을 하니까 황당하더라구요.
남친 : 너랑 전화하기 싫다고! (이렇게 말하진 않았는데 대충 이런 말이었어요.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여친 : 내가 전화했어? 왜 니가 전화해놓고 난린데?
남친 : 알겠어. 그럼 내가 전화했으니까 내가 끊으면 되는거지?
전 얘기하는 중이었는데, 또 다시 남친이 전화를 끊더라구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진짜 사람 인내심 테스트 하는것도 아니고 진짜 왜이러나 싶을정도로 딥빡이었어요.
혼자서 감정을 좀 추스리고 한시간쯤 지나서 이번엔 제가 전화를 걸었어요.
(다른 얘기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여친 : 진짜 자꾸 뭐하자는건데..? 무슨 강아지 훈련시켜?
남친 : 어. xx(제 이름)똥개 훈련시키는 중이야. (귀여운 뉘앙스 아니었어요)
여친 : (충격먹음) 너 진짜 말 다했어? 말 똑바로해
남친 : 어~ 말 똑바로 하고 있거든? 본인이나 말 똑바로 하세요.
여친 : 너. 진짜 니가 잘못한게 없다는거지?
남친 : 어. 니가 잘못했다고 말하면 내가 잘못한거고 니가 없다고 말하면 나도 없어
(평소에도 이 얘기 정말 많이해요. 뭐 제가 잘못한걸 인정한다는 가정 하에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덜떨어진 얘긴지. 자기가 잘못행동하고 잘못말한건 그거대로 잘못한거지 자꾸 저를 끌어들입니다)
여친 : 너 진짜 니가 잘못한게 없다는거지..?
남친 : 뭐가?! 계속 짜증내면서 얘기할거면 끊으라고!
전화하기 싫다고! 니가 안받으면 열통씩 전화 계속 거는것도 싫고! 너무 싫다고!!
저도 받을때까지 전화하는거 싫어요.
애초에 둘이 얘기하다가 본인이 얘기하기 싫다고 일방적으로 전화 끊어버린 사람이 누군데.
할 말이 남았으니 빡치는거 부여잡고 다시 전화를 하는건데 전화를 거는 족족 돌려버리니 저는 더 돌아버리는 거구요.
여친 : ......
알겠어. 내가 잘못생각했나보네.
이렇게 제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글로 이걸 쓰다보니 저도 참 멍청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예전같았으면 나 싫다는 사람 쳐다도 안보고 그냥 돌아섰을텐데, 그래도 같이 미래를 생각했던터라 미련이 많이 남나봐요.
이게 밤 9시 정도였고, 저는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핸드폰에서 남자친구의 전화번호와 통화기록을 지웠어요. 항상 이렇게 싸우고 나면 제가 못견디고 전화를 걸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에서 흔적들을 다 지웠어요.
연락이 없는걸 봐서는 남자친구는 그냥 일찍 자러간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조금 복잡해진다 싶으면 그냥 다 놔두고 자고싶어하거든요. 그리고 다음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굴어요.
근데 오늘은 어쩐지 저 혼자 이 관계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남자친구는 항상 얘기해왔어요.
"나랑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네가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질게."
이 애기를 처음 들었을 땐 뭔 말인가 했어요.
그럼 이 관계는 '나만 놓으면 끝나는 거냐' 여러번 물었습니다.
그 때마다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본인은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이럴때 (싸울때)의 너는 정말 참기 힘들다는 얘기도 했어요.
근데 저는 자꾸 이 관계를 저 혼자만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이 연애가 시작했을 때에는 남자친구도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어요.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어요.
제가 묻는 얘기에 대답해줬고, 불안해하는 얘기에는 안심시켜주려 노력했습니다.
그게 좋았고, 그래서 사랑받고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이 사람은 더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멍청하게 혼자 미련을 두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감정을 정리해보려고 해요.
저도 제가 불안정하고 성급하게 남친에게 쏘아댔다는거 압니다.
근데 정말 끝내야 할 연애를 붙잡고 있어서 자꾸 이렇게 어긋나는건지,
서로 모진소리 해가면서 만나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다른사람 이야기 할 때는 판단이 잘 섰는데 이게 자기 일이 되어버리니 판단이 잘 되지 않네요.
이 관계가 계속 지속되어도 괜찮은걸까요..
이러다가 결혼까지 한다 해도,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날 수 있을지, 오늘 밤은 정말 많이 흔들립니다.
제가 어떤부분에서 잘못했다는 얘기를 주셔도 좋고, 참아라 헤어져라 그냥 그런 얘기들도 괜찮아요.
피곤한 글이지만 무슨 말이라도 주세요.. 정말 가슴이 뚫린 것 같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