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연인이 있다.

H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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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부터 만나고 있는 생각 외로 여리며 눈물을 잘 흘리는 그런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나를 너무나도 소중히 여겨준다. 물론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가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단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에게는 몇 개월 전부터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여자이다. 나를 자신보다 소중히 여긴다.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내가 그 사람을 그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어느 연인과 다르지 않게 매일 밤 전화를 하며 잠에 들고, 장거리라 자주 보지 못하지만 가끔 시간을 내어 서로 만나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여행도 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몇몇의 사람들은 아직까지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좋다. 우리가 다른 연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가 지금 나에 대한 단 한 문장을 말한다면 어떻게 바뀔까.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그냥 그러려니 할까. 혹은 역겹고 불쾌하다며 날 병자 취급을 하게 될까. 우리들의 사랑이 역겹고 불쾌하다라, 왜지? 다를 거 없이 분명 연인인데. 고작 그거 하나로, 서로 같다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모두에게 숨긴 채 살아간다. 이제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거다. 그렇지만 왜 이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를 뿐이다. 그것이 궁금한 사람도 있을 거고 반대로 궁금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도 어느 연인과 다르지 않는 그런 연인이다. 다만 그 사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여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