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약속했던 사람아

쓰니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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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렇게 글 쓰는 것도 오랜만이네. 잘 지내는 거 같더라. 그나마 다행이야 좋아 보여서. 오빠 SNS 본 적 없어. 그냥 안부차 연락하는 말투에서 알고,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한테 듣기도 한 거야. 참 웃겨 우린 싸운 일이 더 많았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더라. 나도 참 멍청하지 그렇게 미련하게 떠나버린 오빤데. 그래도 난 오빠 많이 좋아했고 어쩌면 아직까지 좋아해.

눈 내리던 겨울에 만나서 비 내리는 여름에 마침표를 찍었어. 헤어진 지 2-3달? 지난 지금도 오빠밖에 생각이 안 나. 우린 생각보다 멀리 살았어. 내가 서울에 가기도 했고, 오빠가 부산에 내려오기도 했었어. 그래서 더 애틋했고 간절했던 건지 몰라. 코로나 때문에 많이 만나진 못했지만 그 몇 번의 만남이 난 가장 소중했거든. 나 그때 부산에서 처음으로 버스 타고 4시간 거리를 간 거였어. 매번 난 KTX 탔으니까.. 그래도 오빠랑 같이 버스 타고 간 거라서, 새로운 추억 생겼다는 게 너무 기뻤어. 우린 생각보다 잘 지냈어 난 그렇게 믿고 싶어. 오빠가 반수한다고 할 때도 난 스트레스 안 받게 한다고 혼자 엄청 고민했었고, 사귈 때 중간에 오빠가 몇 번 날 안 좋아한다 할 때도 난 오빠 잡았어. 한순간일 거라고, 우리 나쁜 기억만 있는 거 아니고 좋은 기억이 더 많았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니냐고 하면서. 근데 난 그럴 때마다 많이 울었어. 난 오빠 자체를 좋아했던 건데 오빠는 날 좋아하긴 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오빠가 가장 친한 언니. 오빠는 사귀기 전에도, 사귈 때도, 헤어진 후에도 나보다 그 언니를 더 좋아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ㅎㅎ그언니 막 프사로 하고 그랬었잖아.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아마 오빠는 평생 느끼지 못할 거야. 난 아직도 우리가 봤던 타로가 기억이 난다. 중간에 엄청 큰일이 생긴다는 게 오빠 혼자 마음 정리하고 나한테 말하는 거라곤 생각을 안 해봤는데. 오빠랑 하는 마지막 전화가 끝나고 어쩌면 그 누구보다 많이 울었어.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아무 말도 못 했어. 그냥 눈물밖에 안 나더라. 나 처음으로 그때 학교 안 갔었는데 오빠는 모르겠지. 오빠랑 헤어지고 나한테 좋아한다는 사람이 두 세명 정도 있었는데 내가 정중히 거절하면서 한 말이 “난 아직 오빠가 생각나서 힘들어질 수도 있다”였는데 그냥 진짜 너무 힘들더라. 하루하루 우울하게 보내고 그랬어. 그리고 지금도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더라. 그래도 오빠 생각나서 정중히 거절하는 중이야. 근데 매번 그럴 때마다 친구가 나보고 답답하다고 해. 오빠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그렇게 상처 주고 갔는데 다시 만나고 싶냐고. 솔직히 다시 만나고 싶긴 해. 내가 그동안 못해준 게 더 많아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그냥 조금 그립더라고. 오빠가 좋은 이유는 매사에 진심이었기 때문인가 봐. 우린 게임할 때만 성격이 잘 안 맞았지 그거 빼곤 평소에 엄청 잘 지냈잖아. 어쩌면 오빠가 내 첫사랑 일 거라는 생각도 해봐.

근데 나 이제 오빠 그만 좋아하려고. 오빠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 같더라. 내가 생각했던 그 언니도 아니고 내가 오빠랑 사귈 때 내 얘기 들어준 여자애더라. 솔직히 그 여자애한테도 조금 상처받았는데 이미 나랑 오빠는 헤어졌고 막말하자면 남남인데 그걸 누가 신경 쓰겠어 ㅎㅎ. 근데 그 여자애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내 얘기 들어줬을 때는 언제고 이젠 오빠 옆에 가있네. 이건 좀 웃기네ㅋㅋㅋㅋㅋ. 친구한테 남자친구 얘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이런 건가 ㅎ. 그래도 뭐 잘 지내던가 해. 거리도 가깝잖아 둘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

난 그냥 가끔 기억 속에 살게 해줘. 헤어져도 받았던 선물은 버리지 말라는 오빠 말이 생각나서 나 정말 하나도 안 버리고 간직하고 있다. 편지는 하나하나 책에 꽂아두고, 선반 위에 정리해 놨어. 그래서 더 생각나는 걸 수도 있어. 오빠는 버렸으려나?ㅎㅎ.. 오빠 난 변하지 않는 첫사랑의 법칙을 핑계 대며 우리 사이를 정리할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기억에 남는대. 오빠 첫사랑은 내가 아닐 거고, 오빠는 내 첫사랑도 오빠가 아닐 거라고 생각할 거야. 근데 난 오빠 좋아했고 어쩌면 여전히 좋아해. 가끔 연락하는 거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어. 그래도 나 이제 그만 좋아하는 게 맞겠지? 이젠 나도 그만 힘들고 싶어. 혼자 하는 감정싸움도 힘들고. 이제야 좀 마음이 편하다. 난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랑 행복할래. 나 행복해도 되지? 오빠도 행복하면 좋겠어. 우리 그래도 예전엔 함께 지냈던 사이니까 그 정도는 생각해도 되는 거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오빠. 오빠는 참 소중한 사람이니까 어디 가서도 기죽지 말고 파이팅 하자. 난 오빠가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 다가오는 10월에는 오빠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상처받으며 우울한 날보다 웃으며 예쁜 날들이 다가오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번 달도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줘. 가끔 내 생각나면 연락해.

늦었겠지만 너무 미안해 내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오빠로 물들일 수 있어서 행복했어. 잘 지내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