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반대하는 결혼

2020.10.01
조회3,601
연휴인데 코로나라 고향도 안가고 (=못가고)

직장이 있는 곳에서 혼자 연휴를 보내는

30대초 여자입니다.

시간이 여유로워져서 어제오늘 판 글을 좀

많이 읽었는데

집안 반대로 인한 결혼 / 파혼 / 이별 얘기들을 보니

마음이 많이 착잡해지네요.



반대하는 부모님 마음 이해 안되는 거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생이별하는 건 무슨 죄인지... 맘아프고

집안환경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놔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의 상처는 ...누가 보듬을 수 있을까

생각만 많아집니다.



나이가 어릴땐 세상사가 이리 어려운줄 몰랐어요

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열심히살면 뭐든 안되는게 없겠지라는 희망이 가득있었는데


한살한살 먹어갈수록 마주하는 세상은

나이들수록 돈이 없으면 비참해지고

열심히 사는거보다, 타고난게 더 크게 작용하는것만 같고

가끔은 이렇게 아등바등 노력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타가 오기도 하네요.



저희집은 잘난 거 없어요.

그냥 평범 그 자체거든요. 근데 누가 그러더군요

요새는 평범한것조차 대단한거라고 ..

그냥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을 정도로 노후대비 해두신 부모님,

평생 공공기관 직장생활 하시며 큰돈 벌지 않아도

착실하게 모으고 아껴 자식교육에 힘쓰셨고

그 덕분에 저는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는 거 같아요.



누구처럼 떵떵거릴 부자는 아니라도

그냥 부모님 건강히 계시고, 노후대비 되어있고, 자식들 장성해서 자기밥벌이 하고있는거 그거로도 남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될 때가 있더라구요.



몇년전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저도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었네요.

그리 잘난것도 없는 저희 집안에서
무슨 재벌도아니고, 온통 사짜직업인 그런 집안도 아닌데
부모님이 두손들고반대한 남자친구가 있었죠.

그때는 부모님이 정말 원망스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상처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못견디겠더라구요.

근데 몇달동안 지속적으로 반대하는 부모님을 도저히 이겨낼수가 없었어요.
부모자식간의 연을 끊을 정도로 모질지는 못했나봐요.

그 남자에게 준 상처도 마음아프고
부모님 마음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그 상황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바보같은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결국 그 남자랑 헤어졌고
그 뒤로는
새로운 남자 잘 안만나지더라구요

미안함인지 죄책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연애가 필요없게 느껴져서요.

또 누군가에게 이런 상처를 줄 바엔 혼자 살고싶기도 하고요. 혼자 밥벌이는 충분히 하니까요.

어릴때부터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거라고 배우고 컸는데
결혼앞에서는 스스로 개척이 아니라
부모님 뜻을 따르는 제가 답답하기도 한데,
또 부모님 눈에 피눈물 흘리는 거 보기도 힘들고.

그냥 이 모든 상황을 저 혼자 감당해야지 라는
그냥그런 마음으로
눈물나는 날에는 울고
하고싶은 거 하고, 취미생활 몰두하면서
직장생활에 열심히 매진하며 살아요.


근데 가끔 이런 연휴엔
마음이 너무 공허해져요.

내 삶의 목적이 도대체 뭘까.

사랑일까 돈일까 명예일까
그냥 행복하고 싶은데
그 남자랑 계속 만났다면 행복했을까
아님 부모님 말 듣지않은걸 땅치며 후회했을까
... 결국 가보지 않은 길이라 이렇게 미련스러운 생각에 빠져있는걸까 싶기도 하구요.


전 남자친구는 같은 직종에 있어서
종종 소식을 접해요. 지인을 통해서.
그동안 몇명의 여자들을 더 만났더라구요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나한테 받은 상처같은거 두번다시
안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사람을 잘 보듬어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거였어요

내가 해내지 못한 것이었으니..


부모님이 축복해주시는 만남
그거 되게 소중한거더라구요.

다들 어떻게 좋은 짝을 만나 결혼까지 하셨는지
새삼 결혼한 분들이 대단하네요. ㅎㅎ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