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겠음 이라는 표현은 진짜 좀비사태가 재밌을 것 같다는 의미가 아닌 모든 글들의 제목 통일성을 위해 사용*
❗️처음보는 애들은 上,中,下편 먼저 봐야 이해될거야❗️
추천 BGM ) Sia - Big Girls Cry
반장의 몸에 항체가 있고, 그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괴물에게 물려도 완전히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말은 즉슨 의식도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형상만 괴물인 ‘사람’ 이라는 뜻이었어
남자는 어젯밤 정부와의 연락을 닿는데 성공했어. 정부에서 새벽 사이에 사태가 발생한 코타키나발루 포함 인근 지역을 전부 봉쇄했고 그 결과 수도와 다른 지역들은 이 정체모를 괴물들로 인해 피해가 적거나 아예 없다는 뜻이었지
한국에선 신용불량에 폭행,사기 혐의로 수배까지 뜬 남자. 가짜로 만들어낸 위조 신분으로 불법체류 하며 폭력배들과 사기,일수 같은 더러운 일만 해대며 살아가던 인생에 갑작스레 이런 사태가 일어나버렸고
이런 쪽으론 잔머리가 잘 돌아가던 남자는 동네를 뒤져 항체를 지닌 사람을 찾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부에게 팔겠다고 약속했어
그렇게 부상이 있지만 괴물로 변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치료해준다고 꼬셔 병원에 데려왔지만 모두 몇 시간을 못 버티고 괴물로 변해버려 총으로 쏴 죽이는 일만 반복하던 와중 우연히 발견한 반장은 정말 신이 내린 선물이나 다름없었어
마침 타이밍 좋게 반장을 발견하자마자 정부와의 두번째 연락이 닿았고 남자는 오늘 새벽에 그들이 보내주기로 한 헬기를 몰래 타고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반장의 항체를 그들에게 건네주기로 약속했어
두번째 연락이 닿아 곧 헬기가 뜬다는 사실은 일행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어. 남자 입장에선 헬기도 좁고, 또 어차피 뼛속까지 사기꾼인데 굳이 받은 돈을 n분의 1로 나눌 이유 따윈 없었지
그렇게 혼자 얌체같이 빠져나와 위조 여권을 통해 이곳에서 가까우면서 외국인이 살기도 좋은 태국에 정착해 신분세탁 하고 살아갈 예정이었어. 더이상 이 나라에 미련도 없고 새 인생을 살고 싶었으니까
생글벙글 웃기만 하던 남자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어 주머니에 차고있던 권총을 꺼내 대놓고 만지작거리며 반장에게 말해
- 그러니까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한국인끼리 정 없게 굴지 말고, 토끼지 말고.
- ...
- 뭐 어차피 지금 그 상태면 토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 ..아, 알았다
- 일이 잘 마무리 되면 잊지않고 보답할거니까, 응?
- 지금 저 협박하는거네요
반장의 말에 남자가 반장에게 총을 겨누고 말해
- 어
남자가 특유의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피융 하며 반장에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해. 반장이 벌레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다 체념한듯 고개를 돌려
나만 협조하면 돼. 내 몸에 정말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존재하고 이걸로 다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거라면 당연히 그 편이 가장 옳은 방법이야. 반장이 생각했어
- 다른 사람들 꼭 구해주세요
물론이지. 남자가 웃으며 말해. 결국 자길 치료해주는 대신 본인의 항체를 뽑아서 백신을 만들게 도우라는 남자의 말을 반신반의 하며 믿어보기로 했지. 사실 지금은 이 방법 말고는 다른 선택지도,반항하며 도망나올 힘도 없었어
- 곧 정부에서 경찰도 보낸다고 했으니까 넌 걔네 통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돼
- ...
- 그나저나 이 나라엔 한국인이 적어서 아쉬웠는데. 타이밍 죽이게 한국 고등학교에서 견학을 다 와서 널 만나게 됐네. 이것도 인연인데 형이랑 친하게 지낼래?
- ..됐고요. 저한테 고맙죠
그럼, 얼마나 고마운데! 변태같이 반장의 머리를 헝클이며 오구오구 하는 남자에 머리가 헝클어진 반장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말해. 와중에 몸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덜덜 떨렸어
-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남자가 살짝 표정이 굳어 말해
- ..무슨 부탁일까?
- 대단한건 아니고요. 사람 한 명만 찾아주세요
그제서야 남자가 굳은 표정을 풀고 말해
- 뭐야 그런거였어? 그런거는 완전 가능하지. 누군데?
- 키 작고 긴머리에 얼굴 동그랗고 쌍꺼풀 있는 큰 눈에 흰색 티셔츠 입은 여자애에요. 지금 S 리조트 근처 식당에 숨어있어요
니 특징을 줄줄 읊는 반장. 몸이 이상해져 기억이 아리까리한 상황에서도 니 모습도, 널 두고 나온 장소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었어. 남자가 3초동안 멍하니 듣고있다 웃기다는 듯 웃으며 말해
- 뭐야, 여자친구야?
- ..아니요
- 좋아하는거네 그럼
놀리는 듯한 남자의 말에 반장이 머뭇거리다 말해
- 네. 그런 것 같아요
이 자식 봐라. 어린애가 꽤나 로맨티스트네. 남자가 반장을 다시봤다는 듯 살짝 놀라 끄덕이더니 말해
- 그래 알았어. 그럼 당장 오늘 애들 시켜서..
- 그리고 같이 데려가줘요. 안전한곳으로
반장이 같이 데려가 달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부탁해
- ...
아, ㅈ나 귀찮게 구네. 그냥 평소에 남들에게 했던 것 처럼 도와줄때 닥치고 하라는 대로만 하라며 위협하고 필요한 것만 챙겨서 없어지면 되는데 이상하게 오늘 처음만난 반장에게는 쉽게 매몰차게 굴기가 쉽지 않았어
귀찮게 챙겨야 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났지만 그렇다고 저 눈망울로 부탁하는데 매몰차게 싫다고 하기엔 좀 찝찝해. 결국 남자가 살짝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반장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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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와 승현이는 유인물에 그려진 지도에 고개 쳐박고 어딘지도, 실제로 있을지도 모를 병원으로 걸어가
- 아..! 깜짝이야
- 조심해
니 옆으로 슥 지나가는 괴물에 니가 놀라서 순간 뒷걸음질 쳤어. 하지만 아침이라 그런가 왠진 모르겠지만 괴물들이 둔해진 것 같아. 걸음걸이도 느리고 소리만 크게 안 내면 바로 옆에 지나가는데도 눈치를 못 채. 확실히 첫날 밤이랑은 다른 느낌이야
고개를 돌리면 사방에 널려있는 괴물들. 살아있을 땐 모두가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가 속한 인종이 있었겠지만 괴물이 되어버린 이후엔 모두 그저 살아 움직이는 징그러운 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일이 일어난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괴물에 진절머리가 난 너가 나즈막히 말해
- 어제 말이야
- 응
- 눈 뜨면 다시 평범한 나날로 돌아오는 상상을 했어
- ...
- 아마 나 말고도 지금 살아있는 모두가 그렇겠지..
이 절망적이면서 허무한 대화를 마지막으로 둘다 그냥 묵묵히 걷기만 했어. 우린 앞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그냥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평소처럼 지루한 수업을 하면 안되는걸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으면 안되는걸 깨달아
이 대화를 이후로 어색할 정도로 말이 없는 승현. 문득 오늘이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대화도, 니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도. 결국 머뭇거리던 니가 입을 떼
- ..마지막일 것 같아서 말하는건데.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 그래
- 나 너 좋아해. 너도 알지?
- ..응
- 넌?
대답이 없는 승현에 ..그렇구나 하고 다시 걸어가. 역시 김승현은 날 친구로만 좋아하는구나 확신이 들자 조금 충격을 받았어. 하지만 그냥 픽 하고 웃어보여. 슬프지만 사실인데 어떡하겠어
혹시나 어색해질까봐 지금 말한건 없었던 걸로 하자고 니가 승현이 등 툭툭 쳐. 그래도 말하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어. 그렇게 또 걷다보니 반장 말대로 정말 병원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어
- ..정말 있었네
놀라 터무니 없게 높게 뻗어있는 하얀 병원을 올려다 보는 너. 그 옆에서 승현이 이상하리만치 그 병원 앞에만 차가 여러대 주차되어있는걸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해. 추측이지만 누군가가 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어
- 나 먼저 들어갈게
- 무슨소리야 같이가..!
- 위험하니까 넌 여기서 망 보고있어. 내가 오케이 하면 너도 따라들어와
- ..너 진짜 제멋대로다
- 이제 알았나보네
둘이 형제라 그런가 반장도, 승현도 항상 위험한건 다 지들이 먼저 한다며 널 지키려고 들었어. 넌 늘 나약하게 걔네들 품 안에서 안전하게 다치지도 않고 졸졸 쫓아만 다녔지
승현이가 두리번 거리며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있다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서 끄덕여. 쫓아들어간 병원 안은 생각보다 넓고 병실도 엄청나게 많았어. 너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 발 소리를 내지 않게끔 긴장하며 걸어다녔지
낯선 병원에 들어온 이 시점에서 가장 무서운건 어딘가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놀랄까봐가 아닌 누군지 모를 이 건물 안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었어. 그렇게 최대한 눈에 안띄이게 반장을 찾으려 1층,2층 전체를 샅샅히 뒤져봐도 반장은 커녕 아무것도 없었어
- ..없어
- 꼼꼼히 살폈어?
끄덕이는 너. 뭔가 이상해 3층으로 올라가려는 승현이를 따라 너도 계단으로 방향을 바꿔 걸어가는 그때, 어디선가 찢어질 것 같은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 너가 놀라 사색된 표정으로 멈칫해
무서운건 승현이도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자기까지 겁내하면 정말 너가 무너질까봐 애써 덤덤하게 놀란 티 안내고 계속 올라갔어
뒤에서 굳어버려 쫓아오지 않는 너에 승현이 한숨쉬고 다시 니가 있는 쪽으로 내려와 겁먹은 너에게 괜찮다며 달래듯 니 손 꽉 잡아줘. 하지만 자세히 보니 본인도 겁이 나는지 희미하게 숨이 가파르고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있어
- 한국 돌아가서 수능 끝나면 결혼할까 우리?
-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 사실 나도 너 디따 좋아해. 집 가면 너만 생각날 정도야. 막 좋아 미쳐 아주 그냥
예상치도 못한 말에 눈이 커져 어벙벙해 대답을 못하는 너. 승현이 아까 씌워준 모자를 슉 하고 벗겨 자기 눈에 니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이어 말해
- 그러니까 약속 하나 하자
- ...
- 그 어떤 일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기. 지킬 수 있지?
승현이의 말에 왠지 모르게 오늘을 마지막으로 영영 헤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괜히 들어. 아까부터 왜이러지..? 불안해진 니 눈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차올라 애써 부정하려 고개 힘차게 끄덕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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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반장이 누워있던 병실에 병원에서 근무하던 현지인 의사를 데려왔어. 그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반장은 더 상태가 안좋아졌어. 목부터 턱까지 탁한 보라색의 핏줄이 살을 뚫고나올 기세로 서있었고 숨을 미친듯이 헐떡이며 미칠듯한 두통에 몸을 웅크리고 계속 신음했어
- ...!!
반장이 다치면 안된다.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가 반장의 상태를 살펴. 조금만 늦어도 큰일날 뻔 했다는 의사의 말에 얼른 피를 뽑아내라며 다급히 반장의 팔을 걷었어
아파 고통스러워 하느라 누군가 병실에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반장이 고개를 들어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봐. 그리곤 약속대로 반항없이 자기 팔을 내줬어. 의사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반장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꼭 얘로 해야겠냐고 물어
장난하나. 얘 아니면 어디서 이런 귀한 항체를 구할 수 있다고. 열받은 남자가 광기어린 표정으로 총을 꺼내 의사에게 들이대며 더 나빠지기 전에 당장 뽑아내라며 신경질을 냈어. 본인에게 겨눈 총에 당황한 의사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알았다며 끄덕였어
그렇게 의사가 거즈에 소독약을 묻혀 반장의 팔에 비벼 묻히고 일회용 주사기를 뜯어 반장의 몸에서 혈액을 쭈우욱 뽑아내. 주사기 안에 탁한 색의 피가 채워지는 걸 보곤 남자가 기뻐했어. 이제 떼돈 벌 일만 남았구나 하고 생각했지
의사가 혈액이 담긴 주사기에서 바늘을 분리해 뚜껑을 닫아. 그리곤 가져온 ‘실험A’ 라고 영어로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는 자신의 가운 주머니에 넣었어. 당황해 뭐하는거야? 하는 남자에 한숨쉬며 피만 뺀다고 항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며 대답했어
- 그래.. 그런거였네..! 미안해
- ...
정신없이 병실 안을 돌아다니는 남자를 뒤로하고 의사가 병실을 빠져나왔어. 이제 어서 헬기만 보내주면 되는데. 항체 빼내는데 최소 몇시간 걸리지? 다른 일 다 멈추고 이거에만 열중하면.. 밤 10시 전까진 끝낼 수 있을거야 혼자 중얼거리는데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반장이 누워있는 침대를 쳐다봐. 아까 까지만 해도 거칠게 몰아쉬던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게 이상해 반장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침대 옆에 섰어
침을 꿀꺽 삼키며 반장의 코 밑에 손가락을 천천히 갖다대. 아니나 다를까 더이상 숨을 쉬지 않는 반장. 이럴리가 없는데..? 하며 다급히 손목에도 손가락을 가져다 대보지만 뛰지않는 맥박. 살갗은 반장을 처음 데려왔던 새벽에 만졌을 때보다 훨씬 더 차가웠어
보통 사람들이라면 피 몇미리 빼는 것 때문에 사망할 확률은 제로인게 일반적. 하지만 이미 천천히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던 반장의 경우는 조금 달랐어. 몸 속에 얼마 남지 않은 혈액들 마저 빠져나가자 결국 몸이 견디지 못하고 숨이 끊어져 버린 거였어
- ...하?
결국 항체만 남겨주고 싸늘하게 죽어버린 반장에 남자가 살짝 패닉이 와버렸어. 숨을 쉬지 않는, 혈액이 순환되고 장기가 살아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죽은 반장의 몸뚱아리는 그저 길거리에 널부러진 괴물들의 시체들과 다름 없었어
방금 피는 충분히 빼놓은 거겠지? 그 개ㅅ끼가 나 몰래 가지고 튄건 아니겠지? 불안해지기 시작한 남자가 미친놈 마냥 소리를 지르며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해. 결국 본인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의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낮인데도 먹구름이 끼고 비가 우스스 쏟아지느라 저녁같이 보이는 하늘 색. 그 말은 즉슨 ‘빛’에 약했던 괴물들이 서서히 청각,후각,시각 등 제 능력을 되찾는다는 의미였어
창문 밖으로 밖에 비가 우스스 쏟아지는걸 보고 묘한 쎄함을 느낀 승현이 니 손 이끌고 복도 뒤로 숨었어. 아직 낮인지라 조명도 켜지지 않아 어두운 3층 복도를 걸어다니며 너네가 본격적으로 반장을 찾기 시작해
아까 소리지르던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던 쪽에 위치한 병실들을 스쳐 지나가며 슬쩍 확인하다 피로 적셔진 침대를 보고 니가 승현이를 멈쳐세웠어
- ..아까 거긴가보네
- 이상한건 왜 안에 아무도 없는걸까. 분명 소리가 나긴 했잖아
그때 창문 앞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두리번 거리며 병실 안을 살피는 니 앞에 불쑥 하고 피로 범벅된 여자 얼굴이 나타났어. 불쑥 튀어나온 괴물에 너무 놀라 꺄아악 소리를 지르고 주저 앉은 널 승현이 일으켜줬어
그르렁 소리를 내며 창문에 딱 붙어서 손으로 쾅쾅 두드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징그러운 괴물과 문 하나 사이로 두고 서있는 자체가 오금이 덜덜 떨려왔어. 승현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해
- ..이하나 아니야?
- 뭐?
- ...맞네. 이하나
니가 조심스레 승현의 팔뚝 붙잡으며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얼굴을 바라보자 정말 너네 학교 이하나가 맞았어. 여기로 끌려왔다는건 하나도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다는 뜻이었지
승현이 과도를 들고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았어. 니가 당황해서 말해
- 너 뭐하는거야 문을 왜여는데..!
- ..끝내줘야지. 저렇게 변한 채로 놔둘 순 없잖아
괜찮다며 니 손 뿌리치고 문을 열자 쉽게 끼이익 하고 열리는 문. 바로 짐승처럼 달려드는 하나에 승현이 눈 딱 감고 뒷통수에 과도를 찔렀어. 한 방에 푹 하고 쓰러지는 하나. 다행히 체구도 작고 키도 작아서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어
니가 쓰러지는 하나를 몸으로 받아 다른 곳으로 옮기려하는 그 순간 병실 안에서 보이지 않던 괴물 한 마리가 더 달려들어. 놀란 승현이 가까스로 문을 닫아 하마터면 물릴뻔했어
창문에 딱 붙어 승현만 죽일듯이 바라보는 괴물의 모습이 아까 하나의 모습과 똑같았어. 그걸 지켜보던 승현이 바닥에 떨어진 하나의 피를 손에 발라 창문에 문질러 묻히곤 병실 안에서 창문 밖이 보이지 않게 유인물을 붙여버려
- ..아까 비명 지른게 괴물한테 물려서인거지..?
- 그런 것 같다
- ..그 말은 이 건물에 저거 말고 더 있다는 거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니가 본능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등에 업은채 아직까진 아무도 없는 새까만 복도를 쳐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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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 남자가 구두로 복도 바닥을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입으론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의사가 항체를 뽑아내고있는 연구실 걸어가. 그러다 방금 스쳐 지나간 병실 앞에 다시 천천히 걸어와 창문으로 병실 안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
- ....없어..?
이 병실은 항체 실험을 위해 구해온 네 구의 시체를 진열해놓은 병실이었어. 원래 같으면 병실 가운데 세워놓은 철제 침대 위에 네 구의 시체가 비닐로 감싸 포장된 채로 보관되어 있어야 할 공간이었어
하지만 남자가 확인한 지금, 병실 안엔 단 한 구의 시체조차 남아있지 않았어. 침대 위에 올려진 너덜너덜한 비닐은 누군가 힘으로 뚫었거나 혹은 힘으로 뚫고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흔적이었지
- 으아아아악!!!!!!
남자가 패닉이 되어 소리를 질러.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남자의 비명소리에 다른 병실에서 졸고있던 동료 외국인 한명이 황급히 달려와
- 여기있던 시체들 다 어딨어!!!!!!
남자가 외국인의 멱살을 잡고 광분하며 화를 내. 외국인도 덩달아 놀라 남자를 진정시키고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문고리에 갖다대. 그러자 아직 열쇠를 끼우지도 않았는데 문이 끼이익 하고 저절로 열려. 마치 누군가 이미 연 듯.
외국인이 갸우뚱 하며 열린 문 사이로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벽 옆에 서있던 괴물 한마리가 외국인을 덮쳤어. 놀라 발버둥 치는 외국인에 병실 구석 어딘가에서 괴물 한 마리가 더 튀어나와 외국인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병실 안이 아수라장이 됐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외국인에 겁에 질린 남자가 덜덜 떨며 주머니에 차고있던 총을 꺼내 장전해. 이미 외국인의 살점을 뜯느라 정신없는 굶주린 괴물 두마리에 조심스럽게 발로 병실 문을 닫아버려. 안에선 더이상 비명소리조차 나지 않았어
- 난 항체만 챙기면 돼.. 그리고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걔네가 보내준 헬기 타고 여기에서 나가면 되는거야...
반 제정신이 아닌채 유일한 희망이자 돈줄인 항체에만 집착하는 남자. 미친 사람 마냥 혼자 중얼이며 연구실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는데 저 멀리 복도에서 부스럭 부스럭 인기척이 들려와 등골이 오싹해져
본능적으로 들고있는 권총에 총알이 몇 알이나 박혀있나 확인해. 총 6발 중 5발 남아있어. 그래.. 이정도면 해볼만 한데? 생각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총을 겨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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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체를 복도 중간에 잠시 앉혀두고 너와 승현이 뛰어다니며 온갖 병실을 다 뒤지기 시작했어. 위험할 수 있으니 절대 문고리를 잡거나 열지 않을 것. 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 소리를 내지 않을 것
이 세 가지만 의식하며 반장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 결국 4층까지 올라가. 어쩌면 반장을 찾으러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해지는 너와 승현. 이미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둘 다 땀으로 범벅이 됐어
- 이해가 안되는게 하나 있는데..
니 말에 승현이 널 쳐다봐
- 만약 어젯밤 반장이 괴물한테 물린거라면, 물린지 벌써 반나절이 넘었는데 왜 걔네처럼 변하지 않은걸까
- ..항체가 있는거야
- 항체?
-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있는거지. 걔한텐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의 너에 승현이 아까 자기가 본 광경을 말해줘
- ..걔 말이야. 아까 어떤 외국인이 차 태워서 데리고 갔어
- ...뭐? 그런말 없었잖아
- 그래서 이 병원으로 오자고 한거야.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 안해서 미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는 너. 생각해보니 승현이 반장을 찾으러 가자며 굳이 이 병원으로 오자고 한 것도 이제야 말이 되기 시작해
- 잠시만.. 근데 넌 반장이 물린건 어떻게 알았어?
- 변해있었으니까. 나도 뒷모습만 봤는데.. 확실히 걸음거리나 피부색이나 뭔가 이상했어
- 말도 안돼...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태로 4층 복도를 걸어다니며 다시 병실 안을 샅샅히 뒤지는데 어디선가 핏자국이 굳어있어 승현이 핏자국을 따라 홀린듯 맨 끝 병실로 걸어가
너도 더이상 승현이만 의지할 수 없어 승현이가 챙긴 배낭속에 어젯밤 반장과 보관해둔 주방 칼 하나를 꺼내 손에 꽉 쥐고 반대편 병실을 살피러 가려는 순간 맨 끝 병실 문 앞에 서서 승현이가 말해
- ..찾았다
승현이의 말에 심장이 쿵 멎는 느낌이 들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가 병실 앞에 서는데 창문 틈으로 병실 안을 바라보는 승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아 이상하다 느끼며 병실 문을 열었어
정말 침대 위에 누워있는 누군가에 니가 기뻐 달려가 보지만 반장의 몸은 이미 반장의 몸이 아니었어. 더이상 피가 통하지 않아 푸른 빛으로 변한 피부, 온 몸엔 핏줄이 서 보기 흉측했고 싸늘하게 죽어있는 반장은 더이상 숨을 쉬지도 않아
그 모습을 본 승현이 고개를 떨구고 벽에 기대 주저앉아버려. 몇번이고 니가 반장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눈을 뜨지 않아 잠을 자나 싶어 이번엔 몸을 흔들어 깨워보지만 니가 흔드는대로 힘없이 흔들리다 다시 축 처져버리는 몸. 승현이 니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내 꺽꺽 울기 시작했어
그렇게 결국 죽은 반장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게된 너네.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던 넌 우는 승현이의 옆에서 누워있는 반장의 몸을 수도없이 흔들며 반장을 깨우려고 힘쓰기만 해. 그때 바닥에 털썩 앉아 울고있던 승현의 귀에 무언가 투두두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
승현이 눈물을 닦고 소리가 나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자 빗 속을 뚫고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어. 눈에 비가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정색 헬기 몇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어
- ...!!
놀라 몇번이고 다시 확인 해봐도 헬기가 맞았어. 놓치면 안된다. 본능적으로 느낀 승현이 반장의 손을 붙잡고 멍하니 앉아만 있는 너에게 다가와 말해
- ㅇㅇ아 가야돼.. 우리 구하러 왔나봐
- ...
허무한 표정으로 자기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대답이 없는 너. 이 기회를 놓쳤다간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가버릴 수도 있는 와중에 더이상 니 대답을 기다릴 시간은 없었어. 자신의 말을 들어먹지 않을 것 같은 너에 결국 승현이 힘으로 널 들쳐 업자 니 옆에 싸늘하게 죽어있는 반장의 모습이 보여 멈칫해
- ...
그렇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동생에게 인사 아닌 인사를 하고 널 업고 병원을 빠져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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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총을 겨눈 채 가까이 다가갔어.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무언가. 총도 있겠다 겁도 없이 걸어가보자 웬 시꺼먼 팔뚝 만한 들쥐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에 접근하다 놀라 후다닥 도망가버려
- ..가지가지하네
괴물일까 긴장하던 몸에 긴장이 풀리고 겨눈 총을 내려놓은 그 때 창문 밖으로 헬기 소리가 들려와. 놀라 손목에 찬 시계를 보지만 약속시간보다 훨씬 빠른 오후 5시였어. 이럴리가 없는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위를 쳐다보니 정말 헬기가 맞았어. 그것도 여러대가.
ㅆ발 새벽에 온다며? 마음이 급해진 남자가 의사가 실험하고 있는 실험실에 뛰어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
현미경에 고개를 쳐박은채 혈액 안의 항체를 빼내는데 열성인 의사가 깜짝 놀라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총을 겨누며 말해
- 나와. 그냥 가져갈거니까
매사 제멋대로에 싸가지도 밥말아먹은 남자의 태도에 슬슬 열받은 의사가 아직 빼내지도 못했다며 돌려주지 못한다고 받아쳤어. 한 시가 급해 죽겠는데 개기네? 욱한 남자가 의사에게 다가가 이마에 총을 꾸욱 누르며 다시 말해
- 가져와
_
투둑투둑 떨어지는 비가 승현이와 등에 업혀진 널 적셨어. 허겁지겁 병원 밖으로 나와보니 연속으로 울려대는 총소리와 함께 말레이시아 국기가 그려진 헬기 4대가 병원 바로 근처 도로에 나란히 세워져있어. 정부에서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거였어
널 들쳐업고 우느라 빨개진 눈가를 비비며 헬기가세워진 곳에 가까이 걸어가는 승현. 앞엔 군인들이 무장한 채로 방패를 들고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너와 승현을 경계하며 지켜보고있었어
더 가까이 다가가자 괴물이 아닌 살아있는 생존자라는 것이 확인되고 게다가 현지인과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군인들중 한 명이 총을 거두고 너네에게 가까이 다가와 서툰 영어로 물어
- where are you from? you got wound?
(어느나라 사람이야? 상처 있어?)
군인에 말에 승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해
- ..south korea. no
(한국이요. 없어요)
군인이 승현의 몸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뒤에 업혀 쓰러지듯 잠든 니 소매를 멋대로 확 걷으려 하자 승현이 군인의 손을 쳐내고 직접 니 소매를 걷어 상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어
군인이 끄덕이며 다른 군인들에게 신호를 주곤 뭐라뭐라 말을해. 그리곤 너네에게 따라오라 말하던 그 때 너네 뒤에서 허겁지겁 남자가 달려와. 군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전기로 다른 군인들에게 무전을 해
남자가 너네 바로 옆에 서서 뛰느라 차오른 숨을 헐떡대며 주머니에서 혈액을 꺼내 군인에게 보여주며 현지언어로 말해
- ..가져왔어! 됐지? 어서 태워줘
군인이 남자가 건넨 혈액을 받아 가방에 넣었어. 남자가 살았다 하는 표정으로 안도하는 그 때 군인이 말해
- 총 가져와. 불법이야
- 어..? 아..
됐지? 나 좀 빨리 태워줘. 남자가 웃으며 총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어. 남자의 말에 군인이 비에 흠뻑 젖은 너네 셋에게 따라오라며 헬기로 안내했어. 승현이 널 깨워 헬기 좌석에 앉혔어. 얼떨결에 헬기에 앉아 깨질듯한 두통에 머리를 쥐어잡고 힘들어하는 너에 승현이 손을 잡아줬어
남자가 창문 밖을 바라보자 군인들이 무장한 채 병원 안으로 남아있는 생존자를 찾으러 들어가고 있어. 난 이제 볼일 끝났다. 흐뭇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헤헤 웃으며 처음으로 너네에게 말걸어
- 안녕? 나도 한국인이야~
그제서야 승현이 옆에 앉은 남자를 봐. 입고있는 셔츠엔 피가 묻어있고 묘하게 건들건들한게 딱 봐도 신뢰하긴 힘든 스타일이었어. 게다가 자기 바로 옆에서 담배를 뻑 뻑 피워대는 남자가 불쾌해 그냥 무시하고 다시 니쪽으로 고개 돌리자 남자가 말해
- 너네도 견학온 애들이야? 안됐다.. 좋은 날에 갑자기 이런일이 생기고.. 그치?
견학이라는 말에 승현이 멈칫해. 다급히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어제 새벽 골목 뒤에 숨어있을때 외국인과 차로 반장을 납치해가던 그 한국인 남자였어. 승현이 허무하게 웃으며 말해
- ..정작 죽어야 할 사람은 멀쩡히 살아있네. 억울해서 어떡하지?
- ..어린친구가 벌써부터 입이 험하네
남자의 말에 승현이 주먹을 꽉 쥐며 울먹이며 말해
- 마음같아선 지금 확 죽여버리고 싶은데 참는거니까 그냥 주둥이 닥쳐요 제발..
무언갈 알고있는 것 같은 승현에 남자가 할 말이 없어졌어. 웃음기 가신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담배를 헬기 창문 밖으로 확 던져버려. 어느새 비가 그치자 군인 두 명이 걸어들어와 각각 운전석,조수석에 앉았어
출발할 것이니 벨트를 메라는 군인의 말에 모두가 벨트를 멨어. 남자와 대화하고 나서부터 분한듯 몸을 미세하게 떨며 눈가가 빨개진 승현에 니가 눈치를 봤어. 헬기가 출발하기 무섭게 남자가 신나서 운전하는 군인에게 현지어로 말해
- 약속한 돈은 오늘 받을 수 있는거지?
군인이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듯 비웃으며 말해
- 꿈이 크네
엉뚱한 소리를 하는 군인에 남자가 당황해 말해
- ..뭐라고?
- 사기꾼 말을 누가 믿어? 이게 진짜 항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 이.. 이 ㄱ새끼들이!!!!!!
당황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부리는 남자에 조수석에 앉은 군인이 남자에게 총을 겨누며 말해
- 얌전히 가는게 좋을거야. 이러다간 진짜 평생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으니까
- ...!!
정부에선 이미 남자가 위조한 신분으로 나라에 불법 체류하는 것을 다 알고있었어. 가짜 여권에 가짜 비자. 모든게 거짓말인데다 골치 아프게 깡패들과 어울리며 폭력과 범죄를 일삼는 남자는 늘 벼루고 있는 대상이었지
그런데도 구속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나라는 정치와 범죄가 연류 되어있었고 이쪽 바닥에선 꽤나 큰 손이었던 남자가 여러모로 쓸모있었기 때문. 하지만 태국으로 이민 신청을 했다는 걸 눈치챈 이후 이젠 남자가 필요가 없어진거지
그렇게 감방에 쳐넣을 예정이었지만 이왕이면 구해다 준다는 항체를 받고 넣는게 이득이었으니 남자를 구조한 즉시 재판 전까지 구속 하라고 명령을 내렸어
그렇게 헬기가 안전 지역에 착륙한 즉시 남자는 가까운 교도소에 구속되고 너와 승현이는 그쪽에서 빌려준 전화기로 가족에게 연락해 안전하게 살아있다고 전화했어. 넌 기적처럼 나 살아있다며 펑펑 울며 한참을 통곡했어
한 시간 가량 전화를 하고야 겨우 끊은 너. 그제서야 승현이에게 다가가자 이미 진작에 전화를 마친 승현이가 인상을 쓰며 울고있다 니가 오는 걸 보고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해
- 우리 언제 돌아갈 수 있대? ㅋㅋ
- 김승현
- ...
- ..울어도 돼. 괜찮으니까
울어도 된다는 니 말에 눈이 커져 널 바라보다 결국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는 승현이를 니가 안아줬어. 전화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너도 모르지만 아마 힘들었겠지
엄마 아빠가 걱정하는 반장은 죽고 내가 대신 살아남았어요 라고 얘기하기가.
_
사태가 터진지 일주일 뒤, 정부가 건네받은 반장의 혈액 안엔 정말 남자의 말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존재했고 그 항체를 통해 빠르게 백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어
안타깝게도 이미 죽은 사람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지만 백신을 통해 더이상 괴물의 개체수는 늘지 않았고 사태가 일어난 동시에 재빠르게 감염 지역을 봉쇄한 현명한 정부덕에 전국에 퍼지지 않았던 바이러스는 금새 언제 그랬냐는 듯 전멸됐어
일주일 쯤 지나자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고 부서진 창문들과 괴물로 인해 더러워진 길거리를 소독하고 청소해 빠르게 복구했어. 여러명을 동원해 길거리,건물,숙박시설 등 부서지고 깨져 엉망이 된 건물들을 다시 건축하고 공사했고
경찰들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바삐 움직이며 널부러져있는 관광객들의 시체를 실어 신원 파악을 한 뒤 각자의 나라에 돌려보내줬어. 거기엔 반장의 시체도 포함되어있었어
그렇게 사태가 해결되자마자 각국 뉴스에서 취재요청이 물 밀려오듯 들어왔고 실제로 누군가가 세워놓은 차에 달려있던 블랙박스에 찍힌 병원에 실려가는 반장의 모습이 전세계 뉴스를 통해 공개돼 또 한 번 모두에게 충격을 줬어
발견된 한국인 관광객들 중 유일한 생존자는 총 4명으로 너와 승현이, 그리고 너네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병실에 갇혀있었던 같은 반 남자애, 리조트 근처 편의점에서 숨어있다 구조된 옆반 여자애까지 총 4명이었어
비행기에서 나머지 두 친구가 얘기하길, 원래는 너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실제로 똑같은 시간에 살아있었지만 혼자 쫓겨다니며 밀려오는 패닉과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들도 있었다고 해
그렇게 너네4명이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부터 기자들은 미친듯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인터뷰를 요청했고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거액을 들이대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알고싶다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전부 거절한 뒤 몇주동안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했어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왔어
_
1년 후
서울 ㅇㅇ납골당
검정색 상복을 차려입은 승현이 반장의 유골함 안에 장식된 반장의 사진들과 소지품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니 옆에 다가와 말없이 어깨를 감싸 안아줘
- 괜찮아. 이제 안 울어 나
- 내가 울까봐
승현이의 말에 니가 고개를 돌려 승현이를 올려다봐. 승현이 조금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너한테 말해
- 나 좀 안아주라
너가 말없이 승현이를 안아줬어. 유골함 안 사진 속 환하게 웃고있는 반장의 얼굴을 볼 때면 1년 전 수학여행의 그 때가 떠올라. 비현실적이고 지금도 실제로 겪었다고는 믿기 힘든 악몽같은 그 때가.
안녕 반장
그거 기억해? 너가 그 날 새벽 나한테 한 말 있잖아. 꼭 살아남으라고. 살아남아서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고 했었잖아.
나 그거 정말 지켰어. 잘했지?
그니까 지금 보고 있으면 얼른 칭찬해줘
만약 같이 돌아왔다면 넌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
또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든게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이제 지나간 일에 미련 갖는 짓도, 죄책감에 괴로워 뜬 눈으로 밤을 새는 바보같은 짓도 더이상은 하지 않을게
좀비사태에서 살아남는 삶 ㅈㄴ 재밌겠음 完
*재밌겠음 이라는 표현은 진짜 좀비사태가 재밌을 것 같다는 의미가 아닌 모든 글들의 제목 통일성을 위해 사용*
❗️처음보는 애들은 上,中,下편 먼저 봐야 이해될거야❗️
추천 BGM ) Sia - Big Girls Cry
반장의 몸에 항체가 있고, 그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괴물에게 물려도 완전히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말은 즉슨 의식도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형상만 괴물인 ‘사람’ 이라는 뜻이었어
남자는 어젯밤 정부와의 연락을 닿는데 성공했어. 정부에서 새벽 사이에 사태가 발생한 코타키나발루 포함 인근 지역을 전부 봉쇄했고 그 결과 수도와 다른 지역들은 이 정체모를 괴물들로 인해 피해가 적거나 아예 없다는 뜻이었지
한국에선 신용불량에 폭행,사기 혐의로 수배까지 뜬 남자. 가짜로 만들어낸 위조 신분으로 불법체류 하며 폭력배들과 사기,일수 같은 더러운 일만 해대며 살아가던 인생에 갑작스레 이런 사태가 일어나버렸고
이런 쪽으론 잔머리가 잘 돌아가던 남자는 동네를 뒤져 항체를 지닌 사람을 찾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부에게 팔겠다고 약속했어
그렇게 부상이 있지만 괴물로 변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치료해준다고 꼬셔 병원에 데려왔지만 모두 몇 시간을 못 버티고 괴물로 변해버려 총으로 쏴 죽이는 일만 반복하던 와중 우연히 발견한 반장은 정말 신이 내린 선물이나 다름없었어
마침 타이밍 좋게 반장을 발견하자마자 정부와의 두번째 연락이 닿았고 남자는 오늘 새벽에 그들이 보내주기로 한 헬기를 몰래 타고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반장의 항체를 그들에게 건네주기로 약속했어
두번째 연락이 닿아 곧 헬기가 뜬다는 사실은 일행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어. 남자 입장에선 헬기도 좁고, 또 어차피 뼛속까지 사기꾼인데 굳이 받은 돈을 n분의 1로 나눌 이유 따윈 없었지
그렇게 혼자 얌체같이 빠져나와 위조 여권을 통해 이곳에서 가까우면서 외국인이 살기도 좋은 태국에 정착해 신분세탁 하고 살아갈 예정이었어. 더이상 이 나라에 미련도 없고 새 인생을 살고 싶었으니까
생글벙글 웃기만 하던 남자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어 주머니에 차고있던 권총을 꺼내 대놓고 만지작거리며 반장에게 말해
- 그러니까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한국인끼리 정 없게 굴지 말고, 토끼지 말고.
- ...
- 뭐 어차피 지금 그 상태면 토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 ..아, 알았다
- 일이 잘 마무리 되면 잊지않고 보답할거니까, 응?
- 지금 저 협박하는거네요
반장의 말에 남자가 반장에게 총을 겨누고 말해
- 어
남자가 특유의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피융 하며 반장에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해. 반장이 벌레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다 체념한듯 고개를 돌려
나만 협조하면 돼. 내 몸에 정말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존재하고 이걸로 다른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거라면 당연히 그 편이 가장 옳은 방법이야. 반장이 생각했어
- 다른 사람들 꼭 구해주세요
물론이지. 남자가 웃으며 말해. 결국 자길 치료해주는 대신 본인의 항체를 뽑아서 백신을 만들게 도우라는 남자의 말을 반신반의 하며 믿어보기로 했지. 사실 지금은 이 방법 말고는 다른 선택지도,반항하며 도망나올 힘도 없었어
- 곧 정부에서 경찰도 보낸다고 했으니까 넌 걔네 통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돼
- ...
- 그나저나 이 나라엔 한국인이 적어서 아쉬웠는데. 타이밍 죽이게 한국 고등학교에서 견학을 다 와서 널 만나게 됐네. 이것도 인연인데 형이랑 친하게 지낼래?
- ..됐고요. 저한테 고맙죠
그럼, 얼마나 고마운데! 변태같이 반장의 머리를 헝클이며 오구오구 하는 남자에 머리가 헝클어진 반장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말해. 와중에 몸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덜덜 떨렸어
- 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남자가 살짝 표정이 굳어 말해
- ..무슨 부탁일까?
- 대단한건 아니고요. 사람 한 명만 찾아주세요
그제서야 남자가 굳은 표정을 풀고 말해
- 뭐야 그런거였어? 그런거는 완전 가능하지. 누군데?
- 키 작고 긴머리에 얼굴 동그랗고 쌍꺼풀 있는 큰 눈에 흰색 티셔츠 입은 여자애에요. 지금 S 리조트 근처 식당에 숨어있어요
니 특징을 줄줄 읊는 반장. 몸이 이상해져 기억이 아리까리한 상황에서도 니 모습도, 널 두고 나온 장소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었어. 남자가 3초동안 멍하니 듣고있다 웃기다는 듯 웃으며 말해
- 뭐야, 여자친구야?
- ..아니요
- 좋아하는거네 그럼
놀리는 듯한 남자의 말에 반장이 머뭇거리다 말해
- 네. 그런 것 같아요
이 자식 봐라. 어린애가 꽤나 로맨티스트네. 남자가 반장을 다시봤다는 듯 살짝 놀라 끄덕이더니 말해
- 그래 알았어. 그럼 당장 오늘 애들 시켜서..
- 그리고 같이 데려가줘요. 안전한곳으로
반장이 같이 데려가 달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부탁해
- ...
아, ㅈ나 귀찮게 구네. 그냥 평소에 남들에게 했던 것 처럼 도와줄때 닥치고 하라는 대로만 하라며 위협하고 필요한 것만 챙겨서 없어지면 되는데 이상하게 오늘 처음만난 반장에게는 쉽게 매몰차게 굴기가 쉽지 않았어
귀찮게 챙겨야 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났지만 그렇다고 저 눈망울로 부탁하는데 매몰차게 싫다고 하기엔 좀 찝찝해. 결국 남자가 살짝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반장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어
_
그렇게 너와 승현이는 유인물에 그려진 지도에 고개 쳐박고 어딘지도, 실제로 있을지도 모를 병원으로 걸어가
- 아..! 깜짝이야
- 조심해
니 옆으로 슥 지나가는 괴물에 니가 놀라서 순간 뒷걸음질 쳤어. 하지만 아침이라 그런가 왠진 모르겠지만 괴물들이 둔해진 것 같아. 걸음걸이도 느리고 소리만 크게 안 내면 바로 옆에 지나가는데도 눈치를 못 채. 확실히 첫날 밤이랑은 다른 느낌이야
고개를 돌리면 사방에 널려있는 괴물들. 살아있을 땐 모두가 각자의 개성이 있고 각자가 속한 인종이 있었겠지만 괴물이 되어버린 이후엔 모두 그저 살아 움직이는 징그러운 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일이 일어난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괴물에 진절머리가 난 너가 나즈막히 말해
- 어제 말이야
- 응
- 눈 뜨면 다시 평범한 나날로 돌아오는 상상을 했어
- ...
- 아마 나 말고도 지금 살아있는 모두가 그렇겠지..
이 절망적이면서 허무한 대화를 마지막으로 둘다 그냥 묵묵히 걷기만 했어. 우린 앞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그냥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평소처럼 지루한 수업을 하면 안되는걸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으면 안되는걸 깨달아
이 대화를 이후로 어색할 정도로 말이 없는 승현. 문득 오늘이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대화도, 니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도. 결국 머뭇거리던 니가 입을 떼
- ..마지막일 것 같아서 말하는건데.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 그래
- 나 너 좋아해. 너도 알지?
- ..응
- 넌?
대답이 없는 승현에 ..그렇구나 하고 다시 걸어가. 역시 김승현은 날 친구로만 좋아하는구나 확신이 들자 조금 충격을 받았어. 하지만 그냥 픽 하고 웃어보여. 슬프지만 사실인데 어떡하겠어
혹시나 어색해질까봐 지금 말한건 없었던 걸로 하자고 니가 승현이 등 툭툭 쳐. 그래도 말하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어. 그렇게 또 걷다보니 반장 말대로 정말 병원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어
- ..정말 있었네
놀라 터무니 없게 높게 뻗어있는 하얀 병원을 올려다 보는 너. 그 옆에서 승현이 이상하리만치 그 병원 앞에만 차가 여러대 주차되어있는걸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해. 추측이지만 누군가가 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어
- 나 먼저 들어갈게
- 무슨소리야 같이가..!
- 위험하니까 넌 여기서 망 보고있어. 내가 오케이 하면 너도 따라들어와
- ..너 진짜 제멋대로다
- 이제 알았나보네
둘이 형제라 그런가 반장도, 승현도 항상 위험한건 다 지들이 먼저 한다며 널 지키려고 들었어. 넌 늘 나약하게 걔네들 품 안에서 안전하게 다치지도 않고 졸졸 쫓아만 다녔지
승현이가 두리번 거리며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있다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서 끄덕여. 쫓아들어간 병원 안은 생각보다 넓고 병실도 엄청나게 많았어. 너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 발 소리를 내지 않게끔 긴장하며 걸어다녔지
낯선 병원에 들어온 이 시점에서 가장 무서운건 어딘가에서 괴물이 튀어나와 놀랄까봐가 아닌 누군지 모를 이 건물 안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었어. 그렇게 최대한 눈에 안띄이게 반장을 찾으려 1층,2층 전체를 샅샅히 뒤져봐도 반장은 커녕 아무것도 없었어
- ..없어
- 꼼꼼히 살폈어?
끄덕이는 너. 뭔가 이상해 3층으로 올라가려는 승현이를 따라 너도 계단으로 방향을 바꿔 걸어가는 그때, 어디선가 찢어질 것 같은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 너가 놀라 사색된 표정으로 멈칫해
무서운건 승현이도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자기까지 겁내하면 정말 너가 무너질까봐 애써 덤덤하게 놀란 티 안내고 계속 올라갔어
뒤에서 굳어버려 쫓아오지 않는 너에 승현이 한숨쉬고 다시 니가 있는 쪽으로 내려와 겁먹은 너에게 괜찮다며 달래듯 니 손 꽉 잡아줘. 하지만 자세히 보니 본인도 겁이 나는지 희미하게 숨이 가파르고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있어
- 한국 돌아가서 수능 끝나면 결혼할까 우리?
-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 사실 나도 너 디따 좋아해. 집 가면 너만 생각날 정도야. 막 좋아 미쳐 아주 그냥
예상치도 못한 말에 눈이 커져 어벙벙해 대답을 못하는 너. 승현이 아까 씌워준 모자를 슉 하고 벗겨 자기 눈에 니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이어 말해
- 그러니까 약속 하나 하자
- ...
- 그 어떤 일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기. 지킬 수 있지?
승현이의 말에 왠지 모르게 오늘을 마지막으로 영영 헤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괜히 들어. 아까부터 왜이러지..? 불안해진 니 눈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차올라 애써 부정하려 고개 힘차게 끄덕였어
_
남자가 반장이 누워있던 병실에 병원에서 근무하던 현지인 의사를 데려왔어. 그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반장은 더 상태가 안좋아졌어. 목부터 턱까지 탁한 보라색의 핏줄이 살을 뚫고나올 기세로 서있었고 숨을 미친듯이 헐떡이며 미칠듯한 두통에 몸을 웅크리고 계속 신음했어
- ...!!
반장이 다치면 안된다.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가 반장의 상태를 살펴. 조금만 늦어도 큰일날 뻔 했다는 의사의 말에 얼른 피를 뽑아내라며 다급히 반장의 팔을 걷었어
아파 고통스러워 하느라 누군가 병실에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반장이 고개를 들어 희미하게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봐. 그리곤 약속대로 반항없이 자기 팔을 내줬어. 의사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반장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꼭 얘로 해야겠냐고 물어
장난하나. 얘 아니면 어디서 이런 귀한 항체를 구할 수 있다고. 열받은 남자가 광기어린 표정으로 총을 꺼내 의사에게 들이대며 더 나빠지기 전에 당장 뽑아내라며 신경질을 냈어. 본인에게 겨눈 총에 당황한 의사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알았다며 끄덕였어
그렇게 의사가 거즈에 소독약을 묻혀 반장의 팔에 비벼 묻히고 일회용 주사기를 뜯어 반장의 몸에서 혈액을 쭈우욱 뽑아내. 주사기 안에 탁한 색의 피가 채워지는 걸 보곤 남자가 기뻐했어. 이제 떼돈 벌 일만 남았구나 하고 생각했지
의사가 혈액이 담긴 주사기에서 바늘을 분리해 뚜껑을 닫아. 그리곤 가져온 ‘실험A’ 라고 영어로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는 자신의 가운 주머니에 넣었어. 당황해 뭐하는거야? 하는 남자에 한숨쉬며 피만 뺀다고 항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며 대답했어
- 그래.. 그런거였네..! 미안해
- ...
정신없이 병실 안을 돌아다니는 남자를 뒤로하고 의사가 병실을 빠져나왔어. 이제 어서 헬기만 보내주면 되는데. 항체 빼내는데 최소 몇시간 걸리지? 다른 일 다 멈추고 이거에만 열중하면.. 밤 10시 전까진 끝낼 수 있을거야 혼자 중얼거리는데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반장이 누워있는 침대를 쳐다봐. 아까 까지만 해도 거칠게 몰아쉬던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게 이상해 반장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침대 옆에 섰어
침을 꿀꺽 삼키며 반장의 코 밑에 손가락을 천천히 갖다대. 아니나 다를까 더이상 숨을 쉬지 않는 반장. 이럴리가 없는데..? 하며 다급히 손목에도 손가락을 가져다 대보지만 뛰지않는 맥박. 살갗은 반장을 처음 데려왔던 새벽에 만졌을 때보다 훨씬 더 차가웠어
보통 사람들이라면 피 몇미리 빼는 것 때문에 사망할 확률은 제로인게 일반적. 하지만 이미 천천히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던 반장의 경우는 조금 달랐어. 몸 속에 얼마 남지 않은 혈액들 마저 빠져나가자 결국 몸이 견디지 못하고 숨이 끊어져 버린 거였어
- ...하?
결국 항체만 남겨주고 싸늘하게 죽어버린 반장에 남자가 살짝 패닉이 와버렸어. 숨을 쉬지 않는, 혈액이 순환되고 장기가 살아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죽은 반장의 몸뚱아리는 그저 길거리에 널부러진 괴물들의 시체들과 다름 없었어
방금 피는 충분히 빼놓은 거겠지? 그 개ㅅ끼가 나 몰래 가지고 튄건 아니겠지? 불안해지기 시작한 남자가 미친놈 마냥 소리를 지르며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해. 결국 본인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며 의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낮인데도 먹구름이 끼고 비가 우스스 쏟아지느라 저녁같이 보이는 하늘 색. 그 말은 즉슨 ‘빛’에 약했던 괴물들이 서서히 청각,후각,시각 등 제 능력을 되찾는다는 의미였어
창문 밖으로 밖에 비가 우스스 쏟아지는걸 보고 묘한 쎄함을 느낀 승현이 니 손 이끌고 복도 뒤로 숨었어. 아직 낮인지라 조명도 켜지지 않아 어두운 3층 복도를 걸어다니며 너네가 본격적으로 반장을 찾기 시작해
아까 소리지르던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던 쪽에 위치한 병실들을 스쳐 지나가며 슬쩍 확인하다 피로 적셔진 침대를 보고 니가 승현이를 멈쳐세웠어
- ..아까 거긴가보네
- 이상한건 왜 안에 아무도 없는걸까. 분명 소리가 나긴 했잖아
그때 창문 앞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두리번 거리며 병실 안을 살피는 니 앞에 불쑥 하고 피로 범벅된 여자 얼굴이 나타났어. 불쑥 튀어나온 괴물에 너무 놀라 꺄아악 소리를 지르고 주저 앉은 널 승현이 일으켜줬어
그르렁 소리를 내며 창문에 딱 붙어서 손으로 쾅쾅 두드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징그러운 괴물과 문 하나 사이로 두고 서있는 자체가 오금이 덜덜 떨려왔어. 승현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해
- ..이하나 아니야?
- 뭐?
- ...맞네. 이하나
니가 조심스레 승현의 팔뚝 붙잡으며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얼굴을 바라보자 정말 너네 학교 이하나가 맞았어. 여기로 끌려왔다는건 하나도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다는 뜻이었지
승현이 과도를 들고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았어. 니가 당황해서 말해
- 너 뭐하는거야 문을 왜여는데..!
- ..끝내줘야지. 저렇게 변한 채로 놔둘 순 없잖아
괜찮다며 니 손 뿌리치고 문을 열자 쉽게 끼이익 하고 열리는 문. 바로 짐승처럼 달려드는 하나에 승현이 눈 딱 감고 뒷통수에 과도를 찔렀어. 한 방에 푹 하고 쓰러지는 하나. 다행히 체구도 작고 키도 작아서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어
니가 쓰러지는 하나를 몸으로 받아 다른 곳으로 옮기려하는 그 순간 병실 안에서 보이지 않던 괴물 한 마리가 더 달려들어. 놀란 승현이 가까스로 문을 닫아 하마터면 물릴뻔했어
창문에 딱 붙어 승현만 죽일듯이 바라보는 괴물의 모습이 아까 하나의 모습과 똑같았어. 그걸 지켜보던 승현이 바닥에 떨어진 하나의 피를 손에 발라 창문에 문질러 묻히곤 병실 안에서 창문 밖이 보이지 않게 유인물을 붙여버려
- ..아까 비명 지른게 괴물한테 물려서인거지..?
- 그런 것 같다
- ..그 말은 이 건물에 저거 말고 더 있다는 거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니가 본능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등에 업은채 아직까진 아무도 없는 새까만 복도를 쳐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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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 남자가 구두로 복도 바닥을 부딪히는 소리를 내고 입으론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의사가 항체를 뽑아내고있는 연구실 걸어가. 그러다 방금 스쳐 지나간 병실 앞에 다시 천천히 걸어와 창문으로 병실 안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
- ....없어..?
이 병실은 항체 실험을 위해 구해온 네 구의 시체를 진열해놓은 병실이었어. 원래 같으면 병실 가운데 세워놓은 철제 침대 위에 네 구의 시체가 비닐로 감싸 포장된 채로 보관되어 있어야 할 공간이었어
하지만 남자가 확인한 지금, 병실 안엔 단 한 구의 시체조차 남아있지 않았어. 침대 위에 올려진 너덜너덜한 비닐은 누군가 힘으로 뚫었거나 혹은 힘으로 뚫고 나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흔적이었지
- 으아아아악!!!!!!
남자가 패닉이 되어 소리를 질러.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남자의 비명소리에 다른 병실에서 졸고있던 동료 외국인 한명이 황급히 달려와
- 여기있던 시체들 다 어딨어!!!!!!
남자가 외국인의 멱살을 잡고 광분하며 화를 내. 외국인도 덩달아 놀라 남자를 진정시키고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문고리에 갖다대. 그러자 아직 열쇠를 끼우지도 않았는데 문이 끼이익 하고 저절로 열려. 마치 누군가 이미 연 듯.
외국인이 갸우뚱 하며 열린 문 사이로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벽 옆에 서있던 괴물 한마리가 외국인을 덮쳤어. 놀라 발버둥 치는 외국인에 병실 구석 어딘가에서 괴물 한 마리가 더 튀어나와 외국인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병실 안이 아수라장이 됐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외국인에 겁에 질린 남자가 덜덜 떨며 주머니에 차고있던 총을 꺼내 장전해. 이미 외국인의 살점을 뜯느라 정신없는 굶주린 괴물 두마리에 조심스럽게 발로 병실 문을 닫아버려. 안에선 더이상 비명소리조차 나지 않았어
- 난 항체만 챙기면 돼.. 그리고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걔네가 보내준 헬기 타고 여기에서 나가면 되는거야...
반 제정신이 아닌채 유일한 희망이자 돈줄인 항체에만 집착하는 남자. 미친 사람 마냥 혼자 중얼이며 연구실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는데 저 멀리 복도에서 부스럭 부스럭 인기척이 들려와 등골이 오싹해져
본능적으로 들고있는 권총에 총알이 몇 알이나 박혀있나 확인해. 총 6발 중 5발 남아있어. 그래.. 이정도면 해볼만 한데? 생각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총을 겨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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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체를 복도 중간에 잠시 앉혀두고 너와 승현이 뛰어다니며 온갖 병실을 다 뒤지기 시작했어. 위험할 수 있으니 절대 문고리를 잡거나 열지 않을 것. 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 소리를 내지 않을 것
이 세 가지만 의식하며 반장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 결국 4층까지 올라가. 어쩌면 반장을 찾으러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해지는 너와 승현. 이미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둘 다 땀으로 범벅이 됐어
- 이해가 안되는게 하나 있는데..
니 말에 승현이 널 쳐다봐
- 만약 어젯밤 반장이 괴물한테 물린거라면, 물린지 벌써 반나절이 넘었는데 왜 걔네처럼 변하지 않은걸까
- ..항체가 있는거야
- 항체?
-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있는거지. 걔한텐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의 너에 승현이 아까 자기가 본 광경을 말해줘
- ..걔 말이야. 아까 어떤 외국인이 차 태워서 데리고 갔어
- ...뭐? 그런말 없었잖아
- 그래서 이 병원으로 오자고 한거야.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 안해서 미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는 너. 생각해보니 승현이 반장을 찾으러 가자며 굳이 이 병원으로 오자고 한 것도 이제야 말이 되기 시작해
- 잠시만.. 근데 넌 반장이 물린건 어떻게 알았어?
- 변해있었으니까. 나도 뒷모습만 봤는데.. 확실히 걸음거리나 피부색이나 뭔가 이상했어
- 말도 안돼...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태로 4층 복도를 걸어다니며 다시 병실 안을 샅샅히 뒤지는데 어디선가 핏자국이 굳어있어 승현이 핏자국을 따라 홀린듯 맨 끝 병실로 걸어가
너도 더이상 승현이만 의지할 수 없어 승현이가 챙긴 배낭속에 어젯밤 반장과 보관해둔 주방 칼 하나를 꺼내 손에 꽉 쥐고 반대편 병실을 살피러 가려는 순간 맨 끝 병실 문 앞에 서서 승현이가 말해
- ..찾았다
승현이의 말에 심장이 쿵 멎는 느낌이 들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가 병실 앞에 서는데 창문 틈으로 병실 안을 바라보는 승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아 이상하다 느끼며 병실 문을 열었어
정말 침대 위에 누워있는 누군가에 니가 기뻐 달려가 보지만 반장의 몸은 이미 반장의 몸이 아니었어. 더이상 피가 통하지 않아 푸른 빛으로 변한 피부, 온 몸엔 핏줄이 서 보기 흉측했고 싸늘하게 죽어있는 반장은 더이상 숨을 쉬지도 않아
그 모습을 본 승현이 고개를 떨구고 벽에 기대 주저앉아버려. 몇번이고 니가 반장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눈을 뜨지 않아 잠을 자나 싶어 이번엔 몸을 흔들어 깨워보지만 니가 흔드는대로 힘없이 흔들리다 다시 축 처져버리는 몸. 승현이 니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내 꺽꺽 울기 시작했어
그렇게 결국 죽은 반장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게된 너네.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던 넌 우는 승현이의 옆에서 누워있는 반장의 몸을 수도없이 흔들며 반장을 깨우려고 힘쓰기만 해. 그때 바닥에 털썩 앉아 울고있던 승현의 귀에 무언가 투두두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
승현이 눈물을 닦고 소리가 나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자 빗 속을 뚫고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어. 눈에 비가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정색 헬기 몇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어
- ...!!
놀라 몇번이고 다시 확인 해봐도 헬기가 맞았어. 놓치면 안된다. 본능적으로 느낀 승현이 반장의 손을 붙잡고 멍하니 앉아만 있는 너에게 다가와 말해
- ㅇㅇ아 가야돼.. 우리 구하러 왔나봐
- ...
허무한 표정으로 자기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대답이 없는 너. 이 기회를 놓쳤다간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가버릴 수도 있는 와중에 더이상 니 대답을 기다릴 시간은 없었어. 자신의 말을 들어먹지 않을 것 같은 너에 결국 승현이 힘으로 널 들쳐 업자 니 옆에 싸늘하게 죽어있는 반장의 모습이 보여 멈칫해
- ...
그렇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동생에게 인사 아닌 인사를 하고 널 업고 병원을 빠져나와
_
남자가 총을 겨눈 채 가까이 다가갔어.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무언가. 총도 있겠다 겁도 없이 걸어가보자 웬 시꺼먼 팔뚝 만한 들쥐 한마리가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에 접근하다 놀라 후다닥 도망가버려
- ..가지가지하네
괴물일까 긴장하던 몸에 긴장이 풀리고 겨눈 총을 내려놓은 그 때 창문 밖으로 헬기 소리가 들려와. 놀라 손목에 찬 시계를 보지만 약속시간보다 훨씬 빠른 오후 5시였어. 이럴리가 없는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위를 쳐다보니 정말 헬기가 맞았어. 그것도 여러대가.
ㅆ발 새벽에 온다며? 마음이 급해진 남자가 의사가 실험하고 있는 실험실에 뛰어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
현미경에 고개를 쳐박은채 혈액 안의 항체를 빼내는데 열성인 의사가 깜짝 놀라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총을 겨누며 말해
- 나와. 그냥 가져갈거니까
매사 제멋대로에 싸가지도 밥말아먹은 남자의 태도에 슬슬 열받은 의사가 아직 빼내지도 못했다며 돌려주지 못한다고 받아쳤어. 한 시가 급해 죽겠는데 개기네? 욱한 남자가 의사에게 다가가 이마에 총을 꾸욱 누르며 다시 말해
- 가져와
_
투둑투둑 떨어지는 비가 승현이와 등에 업혀진 널 적셨어. 허겁지겁 병원 밖으로 나와보니 연속으로 울려대는 총소리와 함께 말레이시아 국기가 그려진 헬기 4대가 병원 바로 근처 도로에 나란히 세워져있어. 정부에서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군대를 보낸거였어
널 들쳐업고 우느라 빨개진 눈가를 비비며 헬기가세워진 곳에 가까이 걸어가는 승현. 앞엔 군인들이 무장한 채로 방패를 들고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너와 승현을 경계하며 지켜보고있었어
더 가까이 다가가자 괴물이 아닌 살아있는 생존자라는 것이 확인되고 게다가 현지인과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군인들중 한 명이 총을 거두고 너네에게 가까이 다가와 서툰 영어로 물어
- where are you from? you got wound?
(어느나라 사람이야? 상처 있어?)
군인에 말에 승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해
- ..south korea. no
(한국이요. 없어요)
군인이 승현의 몸 여기저기를 살피더니 뒤에 업혀 쓰러지듯 잠든 니 소매를 멋대로 확 걷으려 하자 승현이 군인의 손을 쳐내고 직접 니 소매를 걷어 상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어
군인이 끄덕이며 다른 군인들에게 신호를 주곤 뭐라뭐라 말을해. 그리곤 너네에게 따라오라 말하던 그 때 너네 뒤에서 허겁지겁 남자가 달려와. 군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전기로 다른 군인들에게 무전을 해
남자가 너네 바로 옆에 서서 뛰느라 차오른 숨을 헐떡대며 주머니에서 혈액을 꺼내 군인에게 보여주며 현지언어로 말해
- ..가져왔어! 됐지? 어서 태워줘
군인이 남자가 건넨 혈액을 받아 가방에 넣었어. 남자가 살았다 하는 표정으로 안도하는 그 때 군인이 말해
- 총 가져와. 불법이야
- 어..? 아..
됐지? 나 좀 빨리 태워줘. 남자가 웃으며 총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어. 남자의 말에 군인이 비에 흠뻑 젖은 너네 셋에게 따라오라며 헬기로 안내했어. 승현이 널 깨워 헬기 좌석에 앉혔어. 얼떨결에 헬기에 앉아 깨질듯한 두통에 머리를 쥐어잡고 힘들어하는 너에 승현이 손을 잡아줬어
남자가 창문 밖을 바라보자 군인들이 무장한 채 병원 안으로 남아있는 생존자를 찾으러 들어가고 있어. 난 이제 볼일 끝났다. 흐뭇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헤헤 웃으며 처음으로 너네에게 말걸어
- 안녕? 나도 한국인이야~
그제서야 승현이 옆에 앉은 남자를 봐. 입고있는 셔츠엔 피가 묻어있고 묘하게 건들건들한게 딱 봐도 신뢰하긴 힘든 스타일이었어. 게다가 자기 바로 옆에서 담배를 뻑 뻑 피워대는 남자가 불쾌해 그냥 무시하고 다시 니쪽으로 고개 돌리자 남자가 말해
- 너네도 견학온 애들이야? 안됐다.. 좋은 날에 갑자기 이런일이 생기고.. 그치?
견학이라는 말에 승현이 멈칫해. 다급히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어제 새벽 골목 뒤에 숨어있을때 외국인과 차로 반장을 납치해가던 그 한국인 남자였어. 승현이 허무하게 웃으며 말해
- ..정작 죽어야 할 사람은 멀쩡히 살아있네. 억울해서 어떡하지?
- ..어린친구가 벌써부터 입이 험하네
남자의 말에 승현이 주먹을 꽉 쥐며 울먹이며 말해
- 마음같아선 지금 확 죽여버리고 싶은데 참는거니까 그냥 주둥이 닥쳐요 제발..
무언갈 알고있는 것 같은 승현에 남자가 할 말이 없어졌어. 웃음기 가신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담배를 헬기 창문 밖으로 확 던져버려. 어느새 비가 그치자 군인 두 명이 걸어들어와 각각 운전석,조수석에 앉았어
출발할 것이니 벨트를 메라는 군인의 말에 모두가 벨트를 멨어. 남자와 대화하고 나서부터 분한듯 몸을 미세하게 떨며 눈가가 빨개진 승현에 니가 눈치를 봤어. 헬기가 출발하기 무섭게 남자가 신나서 운전하는 군인에게 현지어로 말해
- 약속한 돈은 오늘 받을 수 있는거지?
군인이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듯 비웃으며 말해
- 꿈이 크네
엉뚱한 소리를 하는 군인에 남자가 당황해 말해
- ..뭐라고?
- 사기꾼 말을 누가 믿어? 이게 진짜 항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 이.. 이 ㄱ새끼들이!!!!!!
당황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부리는 남자에 조수석에 앉은 군인이 남자에게 총을 겨누며 말해
- 얌전히 가는게 좋을거야. 이러다간 진짜 평생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으니까
- ...!!
정부에선 이미 남자가 위조한 신분으로 나라에 불법 체류하는 것을 다 알고있었어. 가짜 여권에 가짜 비자. 모든게 거짓말인데다 골치 아프게 깡패들과 어울리며 폭력과 범죄를 일삼는 남자는 늘 벼루고 있는 대상이었지
그런데도 구속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나라는 정치와 범죄가 연류 되어있었고 이쪽 바닥에선 꽤나 큰 손이었던 남자가 여러모로 쓸모있었기 때문. 하지만 태국으로 이민 신청을 했다는 걸 눈치챈 이후 이젠 남자가 필요가 없어진거지
그렇게 감방에 쳐넣을 예정이었지만 이왕이면 구해다 준다는 항체를 받고 넣는게 이득이었으니 남자를 구조한 즉시 재판 전까지 구속 하라고 명령을 내렸어
그렇게 헬기가 안전 지역에 착륙한 즉시 남자는 가까운 교도소에 구속되고 너와 승현이는 그쪽에서 빌려준 전화기로 가족에게 연락해 안전하게 살아있다고 전화했어. 넌 기적처럼 나 살아있다며 펑펑 울며 한참을 통곡했어
한 시간 가량 전화를 하고야 겨우 끊은 너. 그제서야 승현이에게 다가가자 이미 진작에 전화를 마친 승현이가 인상을 쓰며 울고있다 니가 오는 걸 보고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해
- 우리 언제 돌아갈 수 있대? ㅋㅋ
- 김승현
- ...
- ..울어도 돼. 괜찮으니까
울어도 된다는 니 말에 눈이 커져 널 바라보다 결국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는 승현이를 니가 안아줬어. 전화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너도 모르지만 아마 힘들었겠지
엄마 아빠가 걱정하는 반장은 죽고 내가 대신 살아남았어요 라고 얘기하기가.
_
사태가 터진지 일주일 뒤, 정부가 건네받은 반장의 혈액 안엔 정말 남자의 말대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존재했고 그 항체를 통해 빠르게 백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어
안타깝게도 이미 죽은 사람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지만 백신을 통해 더이상 괴물의 개체수는 늘지 않았고 사태가 일어난 동시에 재빠르게 감염 지역을 봉쇄한 현명한 정부덕에 전국에 퍼지지 않았던 바이러스는 금새 언제 그랬냐는 듯 전멸됐어
일주일 쯤 지나자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고 부서진 창문들과 괴물로 인해 더러워진 길거리를 소독하고 청소해 빠르게 복구했어. 여러명을 동원해 길거리,건물,숙박시설 등 부서지고 깨져 엉망이 된 건물들을 다시 건축하고 공사했고
경찰들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바삐 움직이며 널부러져있는 관광객들의 시체를 실어 신원 파악을 한 뒤 각자의 나라에 돌려보내줬어. 거기엔 반장의 시체도 포함되어있었어
그렇게 사태가 해결되자마자 각국 뉴스에서 취재요청이 물 밀려오듯 들어왔고 실제로 누군가가 세워놓은 차에 달려있던 블랙박스에 찍힌 병원에 실려가는 반장의 모습이 전세계 뉴스를 통해 공개돼 또 한 번 모두에게 충격을 줬어
발견된 한국인 관광객들 중 유일한 생존자는 총 4명으로 너와 승현이, 그리고 너네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병실에 갇혀있었던 같은 반 남자애, 리조트 근처 편의점에서 숨어있다 구조된 옆반 여자애까지 총 4명이었어
비행기에서 나머지 두 친구가 얘기하길, 원래는 너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실제로 똑같은 시간에 살아있었지만 혼자 쫓겨다니며 밀려오는 패닉과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친구들도 있었다고 해
그렇게 너네4명이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부터 기자들은 미친듯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인터뷰를 요청했고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거액을 들이대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알고싶다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전부 거절한 뒤 몇주동안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했어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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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서울 ㅇㅇ납골당
검정색 상복을 차려입은 승현이 반장의 유골함 안에 장식된 반장의 사진들과 소지품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니 옆에 다가와 말없이 어깨를 감싸 안아줘
- 괜찮아. 이제 안 울어 나
- 내가 울까봐
승현이의 말에 니가 고개를 돌려 승현이를 올려다봐. 승현이 조금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너한테 말해
- 나 좀 안아주라
너가 말없이 승현이를 안아줬어. 유골함 안 사진 속 환하게 웃고있는 반장의 얼굴을 볼 때면 1년 전 수학여행의 그 때가 떠올라. 비현실적이고 지금도 실제로 겪었다고는 믿기 힘든 악몽같은 그 때가.
안녕 반장
그거 기억해? 너가 그 날 새벽 나한테 한 말 있잖아. 꼭 살아남으라고. 살아남아서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고 했었잖아.
나 그거 정말 지켰어. 잘했지?
그니까 지금 보고 있으면 얼른 칭찬해줘
만약 같이 돌아왔다면 넌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
또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든게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이제 지나간 일에 미련 갖는 짓도, 죄책감에 괴로워 뜬 눈으로 밤을 새는 바보같은 짓도 더이상은 하지 않을게
- 잘 자.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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