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를 구조 했어요

쓰니2020.10.12
조회8,651
판 쓰는 건 처음이라 이게 맞는 지 모르겠네요.

제목 그대로 길 고양이를 구조 했어요. 동네에 중성화가 안 되어서 매번 임신을 하는 어미 고양이가 있는데 그 애가 낳은 (아기라 치기엔 7개월 가량의)고양이가 추석에 멀쩡이 있던 걸 본 뒤로 한 동안 보이지 않더니만 며칠전에 다리를 못쓰는채로 기어다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어요. 아픈지 계속 울어대는 모습이 걱정된 저희 어머니가 한동안 그 아이를 신경쓰시느라 제대로 주무시지도 쉬지도 못하고 아이를 보러 가고는 하셨는데 결국 견디지 못하시고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리셨답니다.

구조하게 된 아이는 이미 독립시기였는데 자기한테 하악질하며 성질내는 어미 뒤를 졸졸 따라다닐 만큼 어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아이예요. 어미는 또 어느새 임신을 하여 더는 아이에 대한 정이 남아있지 않아 아이가 아픈 몸으로 어미를 불러도 매정할 뿐이였죠. 그러다보니 아이 혼자 주차된 차 밑 공간에서 추운 밤을 견디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지 어미 좋다고 어미가 사람들한테 밥달라 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엄마 부르는 것처럼 울어대고..

저희 어머니는 캣맘은 아니시지만 정이 많으세요. 집에 태어난지 3주 정도에 비오는 날 종이 박스에 담겨 매정히 버려졌던 고양이를 구조 하고 지금껏 정성들여 키우고 있기 때문이 그러신지도 모르겠어요. 본인 말론 자기는 정 없다 하시지만 침 질질 흘리며 캣맘이 두고간 사료 한알도 못씹는 아픈 고양이들이 걱정되어 습식 사료를 사서 고양이들 밥 챙기신지 한달이 되어 가시죠.
구조하게 된 아이는 그러면서 보게 된 아이랍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작은 캣초딩으로 보였죠. 어미와 다르게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아이라 경계하면서도 매번 얼군 본다고 저희 어머니만 보면 우다다 해서 장난을 치고는 했는데 다리를 못 쓰게 되면서 저희 어머니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서럽데 울어대는데 그게 그렇게 눈에 밟히셨나봐요.

아이를 직접 구조 하자 라고 정하게 된건 두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유기동물센터는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두번째는 구청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들은 구조를 안한다고 잡아 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찾아서 전화를 해대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떨떠름한 반응 뿐이였어요. 자꾸 이런식으로 반복되다보니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 아이의 치료가 미루어져 버리고. 더는 안되겠다며 발벗고 나서게 된거죠.

아이 구조에 앞서 악재가 두번이나 겹치는 일이 있었어요. 아이가 사는 집(주택)은 빈집은 아니지만 사시던분이 요양원에 가셔서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던지라 밭에는 풀이 무성하고 문도 닫혀있어 도움을 요청 할 수 없고 아이가 구조하려던 어머니에 놀라 밭 잡초 틈으로 숨어버려 찾지 못했었어요.

더군다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다음날 다시 구조하러 갔더니 포크레인이 와서는 빈집에 있던 물건들을 가져가고 있더군요. 한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던 곳이라 그럴 일은 없다 여겼는데 사람들이 바삐 집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아이가 혹시나 잘못되었을까봐 망연자실했어요. 좀 더 일찍 구조했어야 했다며 자책도 했고요. 집이 철거 된건 아니지만 아픈 와중에 저희 어머니에 놀란 아이가 얼마나 겁에 질렸을까요.

다행이 아이는 담벼락 뒤 주차된 차 밑에서 발견되었죠. 어머니가 아이가 높은 담벼락을 넘었단 생각에 멀쩡한 것 같다며 구조를 포기하시려는 걸 제가 억지 부려서 강행 했는데 그날은 실패했어요. 차 밑 공간에서 서럽게 울면서도 겁에 질려 나오지 않으려 했거든요.

장기전으로 가는 수 밖엔 없단 판단에 뜰채도 주문 시키고 그날은 넘어 갔는데 그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아이가 저희 사는 아파트까지 와서는 울고 있는 걸 장보러 가셨던 어머니가 발견하셨어요.
어머니 전화에 낮잠 자려고 누웠던 저는 담요를 들고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뛰쳐 나갔죠. 아이는 어머니가 둔 캔사료를 허겁지겁 먹고 있더군요. 굶었는지 사람들이 구경해도 밥에 얼굴 박고 있더군요. 기회는 이때란 생각에 담요로 아이를 덮었지만 그만 놓치는 바람에 기회가 날라갔단 생각과 이걸 또 어떻게 잡냐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지더군요.

그런데 그날은 아이의 생이 따라준건가봐요. 그럴 운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미 고양이가 저멀리서 사람들 보고는 밥 달라고 애옹거리면서 총총총 오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는 어미 좋다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발로 절뚝이면서도 어미한테 가는 거 있죠.
이번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했어요. 어머니가 구경하고 있던 동네 학생분한테 어미 고양이를 차없는 곳으로 유인해 달라고 하시고 저는 담요 들고 고양이들 뒤에 살짝 앉았죠. 아이가 이미 저를 경계하는 터라 도망가면 안되기에 눈치 보며 있었는데 어미 고양이가 자기 따라온 애가 싫다고 하악질을 하더라고요. 하지말라고 타박하면서 몸을 기울여 담요로 아이를 덮쳤어요. 이번에는 진짜 온몸을 내던졌고 아스팔트에 팔꿈치가 쓸려나가 아픈대도 놓지 못했어요.

온몸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품에 안고나니 그렇게나 순한 눈으로 올려다보더군요. 자기도 놀란지라 애옹 거리기는 하는데 저와 눈 마주하고 코인사도 해주고.

일요일 그것도 5시 30이었던지라 열린 병원을 수소문해서 20분거리를 택시타고 가서 겨우 진료 받았어요. 엑스레이 찍어보니 대퇴골이 골절이라더군요. 똑 부러진게 보이니 더 안됐고..

의사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더군요. 염증이면 모를까 골절은 힘드시다고. 수술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비용을 말하시는 거라고. 최소 100이래요. 비용이야 구조 전부터 각오했지만 계속해서 이건 감당하기 힘드실거라는데 불안하기도 하고. 이미 키우는 고양이도 있고. 물론 합사는 아이가 건강해지면 제 모든 시간을 쏟아서 진행할 각오 되어 있어요. 힘든 것도 충분히 알고요.

아이를 격리한 방이 제 방이라 어머니에 의해 거실로 쫓겨나서 자다 깨니 아이가 밤 동안 나왔는지 화장실에 발자국도 있고 밥도 먹었네요.

오늘 수술 결정 내렸어요. 어머니가 가게 일하시는데 도중에 돌아오셔서 같이 가볼 생각이에요. 아이가 부디 건강하게 낫길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 ☺

아이의 이름은 금별이에요. 저희집 막내가 남자애인지라 여자아이라는 말에 두근거리네요.

별아 나는 네게 이미 사랑에 빠져있어. 네가 건강해져서 우리 집 아이가 된다면 적어도 배고프지 않게, 춥지 않게, 겁 먹고 살지 않게 해줄게. 다리 얼른 낫자.

두서 없는 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판은 처음인지라 어색하네요 ㅎㅎ 어디 말할 곳도 없어서 써내렸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