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말.말.말

alice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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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빠를 보면서 밥 밖에 먹는 게 없어서 어쩌냐 어쩌냐 하신다
결혼 초부터 지금 까지 여전히 그 소리다.
처음엔 뭔 말인가 했었는데 남편한테 보약이나 뭐 다린 것, 뭐 내린 것 안 해준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어머니~ 말 나온 김에 어머니가 보약 좀 해주세요. 그리고 저도 요즘 어깨며 무릎도 아픈데 뭘 좀 해먹어야 할까요? 했더니어이없다는 듯 웃고 마신다.

단독 2층 집인데 택배로 쌀이 오기라도 하면
아비는 힘드니까 너랑 내가 들고 올라오자.
무거우니까 너랑 내가 들자 이러신다.
그래도 못들은 척 00아빠 밑에서 쌀 좀 가져와~ 이것 좀 내려다 놔줘~ 이거 버려야 되~ 도와줘~ 했다.

주방에서 서성이다 얼마 전 캤던 땅콩이 몇 개 보여 씹고
있었더니 뭐 먹냐 혼자 먹냐 하신다. 왜요? 했더니
혼자만 먹으니까 그렇지 하신다
간식거리도 잔뜩 두었는데 뭘 먹는 줄 아시고 저러나 싶어서
어머니, 얼마 전에 큰 집에서 산더덕인가 뭔가
애 아빠한테만 주면서 얼마 안 되니까 넌 다음에 먹어라
했던거 기억나세요?? 했더니 내가?? 몰라. 하신다.
그래서 뭘 먹든지간에 이건 제꺼에요. 혼자 먹을거에요
했더니 내 참,하며 또 어이없다는 웃음..

중학생 아들한테 네 방 좀 치우고 청소해라. 이것저것 시키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했더니만 아서라. 자꾸 뭐라지 마라. 애 기죽는다. 라고 하시길래 더 크게 말하며
할머니 계시니까 더 잘해야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얼른 얼른 움직여했더니만 인상을 팍 구기신다.

마당에 심어 놓은 고구마의 줄기가 아깝다 하신다.
벌써 많이 따서 껍질도 다 벗겨서 해 먹을 만큼 해 먹었고
말리기도 했으니 더 안한다 했는데도 맛있단다.
이파리 채 말려서 나중에 해 먹으면 맛있단다.
안 먹을 거면 따서 시장에 내다 팔라 하신다. 에휴~

새로 구입한 냉장고가 어머님이 계실 때 배송이 왔다. 소파에서 계속 지켜보시더니 문에 패널을 붙이기전에
온통 검정색인걸 보고왜 시커먼걸 샀냐고 한소리..
점심도 어머님만 차려드리고 계속 정리중인데 뒤에서 너 고구마 순 안 딸래? 안 따냐?

아 듣기싫어. 이러니 시어머니가 오는 게 싫다.

언젠가는 연락도 없이 오셔서는 마침 부부싸움으로 냉랭한 분위기를 느끼셨는지 나를 쿡 찌르며
남자가 밖에서 여자를 봐도 집에서 아무소리도 하지 말아야 다시 들어오는거야 하신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지껄이는 어머니가 정말 반갑지 않다. 지껄인다는 건 어머니가 잘 쓰는 표현이다.
잘 못 알아 들었거나 우리끼리 뭔가를 얘기하면
뭐라고 지껄이냐 라고 하신다.

남편은 회사까지 거리가 있어 일찍 집에서 출발하고 도착 후
회사에서 아침을 먹는다. 출근시간엔 차도 막히고 하니
도착해서 아침을 먹는 것이 본인도 편하다고 하는데 어머님은 남편이 출근 할 때는 내다보지도 않으면서
내 앞에서는 에구 딱해라 벌어 먹고 사느라고생이다.
에구 딱해라 딱해라.. 이러신다.

작년에 암 수술을 하면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어
상실감도 컷고 결혼 초에 어머니가 결혼한 여자가 머리를
그렇게 치렁치렁 늘어 트리고 다니냐고 했던 긴머리도
다 빠졌었고 괴롭던 항암치료도 견뎠는데
어머니는 아픈 며느리 걱정이 아니라 당신 아들 다 늙어서 마누라 병수발 들게 될까봐 그게 걱정이다
. 왜 아프냐고 약은 먹고 있냐고..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시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좋지 않으면서도 또 저런 말들을 들으면 더 얄밉게 대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