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신 좀 차리게 도와주세요

이도이2020.10.13
조회304

안녕하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네요 sns에서 돌아다니는 글들만 봤었지 제가 직접 올리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올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이해 부탁드려요

제발 저 좀 욕해주세요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세요... 잘못된 걸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저... 나쁜 사람인 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제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저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아직 그리 오래 만나진 않았지만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기분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 보이면 어떻게든 풀어주려 노력하고 제가 지나가는 말로 "요즘 돈가스가 너무 먹고 싶다~" 라고 하면 기억해 뒀다가 저희 데이트 코스 안에 있는 돈가스 맛집 리스트를 뽑아 오는 사람이에요,,, 정말 너무 다정하죠? 이렇게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 거 알고 있습니다 너무 잘 알아서 탈이에요 근데 그러면서도 저도 모르게 서운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제 남자친구는 수의학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부해야 하는 양이 엄청 많아요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바빠요 이번년도에 본과생이 되면서 더 바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연락하기가 힘들어요... 물론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저한테 소홀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해요 공부하면서도 틈틈히 메시지도 보내주고 그래요 근데 저는 이런 연애가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나 봅니다,,, 저도 남자친구한테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해하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남자친구랑 전화도 하고 싶고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싶습니다(학교가 좀 멀고 기숙사에 있어서 학기 중엔 아예 만나질 못해요) 제가 가끔 서운한 티를 내면 그래도 그때는 전화를 해 줍니다 하지만 전화를 시작하자마자 "전화 많이는 못해 줘요" 라고 운을 띄웁니다,,, 알죠 알아요 많이 바쁜 거 더군다나 요즘은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더 바쁠 테니까요 근데 저는 사실 얼마나 오래 전화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일분이라도 좋죠 기다렸던 제 남자친구 목소리를 듣는 건데요 근데 사실 저렇게 말부터 하고 전화를 시작하니 기분이 좋지 않아요 제가 너무 예민한가요... 그리고 제가 졸라야 전화를 해 줍니다 남자친구 말로는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해 본적이 없어서 어색하다고 합니다 그런 남자친구에게 저는 어쩌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어요 저는 문자나 카톡보다는 전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단순한 텍스트보다는 감정이 더 전해지기도 하구요 근데 여러분 저 지금 남자친구 만나고 나서는 저도 바뀌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오랜 시간 전화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거 알아요 남자친구처럼 전화를 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한텐 더더욱요 그래서 저도 노력하는 중입니다 근데 저랑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저랑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대부분 전화를 많이 했거든요 오래 할 때는 여덟 시간도 해 봤어요 그런 거에 너무 익숙해졌는지 아직은 좀 힘드네요... 아무튼 서론이 너무너무 길어졌어요 어쩌면 이 긴 서론은 제가 지금 현재 처한 상황에서 저 스스로 위안 삼으려고 대는 핑계겠지요


제 고민이 그래서 '남자친구에 대한 서운함' 이냐구요? 아니요 아닙니다 사실 얼마 전 헤어졌던 전남자친구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곧 휴가를 나오는데 잠깐 볼 수 있냐구요 이 대목에서 아시겠지만 전 남자친구분은 현재 군인이에요 제가 군대를 기다려 주다가 차인 케이스죠 이것도 말하자면 긴데 간략히 말하자면 전 남자친구분은 싸울 때면 헤어지자는 말을 '홧김에' 하곤 했죠 그럴 때면 항상 제가 잡았었는데 그땐 이상하게 잡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헤어진 지 3-4개월 정도 지나서 연락이 다시 온 거구요 만날 수 있냐는 연락이 왔을 때 거절했어야 하는데 차마 거절하려고 하니 입이 안 떨어졌어요 입대를 한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첫휴가라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못 나왔었대요 그 말을 들으니 더더욱 거절이 힘들었어요 그냥 만나서 밥이나 한끼 먹고 오자 싶어서 알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제일 오랜 시간 만났던 사람이고 지금 고생하고 있으니까 밥이라도 사 주자 싶어서 만났습니다 만나서 밥을 먹는 와중에도 전 가시방석 같았어요 현재 남자친구한테도 거짓말을 하는 거고 전 남자친구는 제가 현재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모른 체 제 기분을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어요 다시 시작하고 싶었겠죠 그걸 너무 잘 아니까 마음이 불편했어요 두 남자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밥 먹는 내내 불편한 상태로 있었습니다 전 남자친구가 조심스럽게 집에 들어가기 전에 술 한 잔 어떻냐고 하더군요 그냥 그때 집에 왔어야 했는데 또 알겠다고 했습니다 술이 좀 들어가니 사람이 솔직해지더라구요 전 남자친구가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꺼내려고 하길래 그냥 제가 먼저 선수쳤습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 있다구요 그렇게 말하니까 한결 편해졌어요 그렇게 하나둘 털어놓고 나니깐 서로 예전처럼 돌아간듯 웃었어요 그냥 그 시간은 저도 참 행복했어요 예전 생각이 났거든요 그렇게 한참 예전의 저희 모습을 추억하다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전 남자친구를 만나고 와서 참,,, 그러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요 분명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 남자친군데 그래야 맞는 건데 저를 한번 힘들게 했던 전 남자친구한테 흔들려요 솔직히 말하면... 전 남자친구분은 연락 문제로 저를 한 번도 서운하게 한 적 없거든요 저는 연인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연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자꾸 지금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를 비교하게 돼요 진짜 저도 제가 나쁜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너무너무 잘 알아요 지금 현재 남자친구가 바빠서 그런 것도 잘 알아요 제가 기다려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하나둘 서운함이 있었나 봐요 전 남자친구는 제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길 듣고는 말하더군요 현재 남자친구한테 실례를 범하는 거니깐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구요 그냥 자기가 더 멋있는 사람이 되고 그때 네 옆에 아무도 없으면 그때 돌아오겠다구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조심히 가라는 제 카톡에도 끝내 답장하지 않았어요

여러분 당연히 저도 머리로는 전 남자친구는 이제 추억으로 묻고 현재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건데 이상해요 너무 흔들립니다 제발 저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