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고도 욕먹는 한심한 세상

2008.11.18
조회21,773

세상 참 한심하게 돌아갑니다. 그것도 나이 살이나 드신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관이 아닙니다. 아무리 요지경 속이라고 해도 이런 작태는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되어서도 안 되는데 자주 보게 되고 듣게 됩니다. 문근영 씨의 선행 앞에서 빨갱이라는 단어를 써서 오염시키는 집단이나 개인이 아직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요. 밥을 먹다가 혹여 김치에 들어간 고춧가루를 보고 빨갱이라며 먹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헌혈하는 곳을 지나다 헌혈하는 사람들을 보고 빨간 피가 나온다고 빨갱이 피가 흐른다며 112에 신고를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는 정신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 동안 문근영 씨의 기부 모습을 보며 제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그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인가. 어떤 도움을 주고 살고 있는가. 생활이 어렵다고 내 주변애서 이웃을 좀 더 멀리 밀어놓은 것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런 저에 비해 아직 어린나이인데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려고 애쓰는 문근영 씨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이런 모습에 빨간 색을 덧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동시대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 비애가 느껴집니다. 무엇이 그들에게 그런 소리까지 하게 만들고 있을까요. 그들의 자식들은 그런 부모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요.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부끄러운 말은 이제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 부자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나눔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얻은 부가 정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땀으로 얻은 부를 약자에게 돌리는데 힘을 쏟는 모습을 뉴스나 신문을 통해 보게 됩니다. 김밥 할머니의 기부부터 생활보호 대상자가 평생 조금씩 모은 돈을 죽기 전에 모두 내놓고 세상을 떠나는 것도 보았습니다.

 

천민자본에 빠져 투기나 탈세를 해서 번 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돈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그런 돈을 기부하겠다는 사람들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욕심은 죽는 그 순간까지 머릿속에서 돈을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쥐고 있는 인간들에게 노블리스오블리제를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면 아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와 반대로 문근영 씨의 세상을 향한 시선은 한 없이 따듯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선행과 기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좋은데 그 동안 문근영 씨가 너무 숨겼다는 것이 오히려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근영 씨께 빨갱이 띄어주기라는 소리를 하는 인간들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을 했습니다. 그들은 대체 공동체란 무엇인지 알고나 있을까요.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을까요. 참 한심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그토록 그들에게 세상을 비뚤어 보게 만드는 것일까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빨갱이라는 말만 나오면 두드러기 현상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렇게 정신없는 소리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문근영 씨, 이런 사람들 말 귓등으로도 듣지 마세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 많이 살고 있구나. 그들과도 이 땅에서 함께 살 수밖에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하루하루 세상 살기 팍팍한 일들 많이 일어납니다. 그래도 어찌합니까. 그들과도 동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요. 늘 건강하고 하시는 일 승승장구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