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편해서 살 쪘다는 남편의 말

ㅇㅇ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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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3년 결혼 3년차예요
다른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혼자 밥 먹는걸 싫어해요 식당이나 밖에서 혼자 뭘 먹는건 상관없는데 집에서 혼자 밥 먹는걸 정말이지 너무 싫어해요

집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 혼자 먹는것도 싫고 텅빈집에서 혼자 먹는건 더더욱 싫어해요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고 일당받고 오시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매일 집에 갈때마다 처음보는 분이 집 청소하고 간식챙겨주시는게 정말 싫었어요 그 간식먹고 학원갔다가 다시 집에가면 저녁 차려주시고 가면 엄청 배고픈데도 입맛이 없어서 빵이나 초콜렛과자같은거 먹곤 했어요

항상 제방에는 식사를 대신 할수 있는 빵이나 과자들을 쌓아놓고 살았고 용돈 다 털어서라도 친구들과 뭘 사먹고 다녔어요 성인되서 남자친구를 사귄것도 항상 같이 밥먹어줄 사람이라서기도 해요

남편도 제게 프러포즈할때 했던말도 나랑 평생 같이 밥먹어주고 싶다 였었어요
제가 일찍 퇴근해서 피곤한데도 열심히 저녁준비하는건 같이 먹어줄 사람이 있어서였어요
기껏 준비 다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늦을때면 내가 안 먹고 기다릴거 아니까 늦게라도 들어와서 한숟갈을 먹어도 같이 먹어주던 남자였어요

코로나 터지고나서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하고 아르바이트겸 취미로 하던걸 살려서 용돈벌이 정도 하고 있는데 남편일은 본의 아니게 코로나 특수를 누리게 되서 많이 바빠지고 급여도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남편도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이 기회에 임신준비하는셈치고 푹 쉬라고 하더라구요
전업이나 다름없으니 뭐 살림 다 하는건 불만없어요
처음 몇달은 점심은 뭘 먹었냐고 물어봐주고 과자같은거 먹지 말라고 샌드위치같은거 대신 배달도 시켜주고 들어오는길에 저 좋아하는 간식거리나 분식류도 사다줬어요 늦더라도 저녁 한끼는 같이 먹어주려고 신경써준것도 알고 있구요

지독했던 장마 끝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나? 같이 밥 먹은 기억은 주말 저녁 한끼뿐이예요 토요일은 낚시가고 일요일은 모임이나 운동갔다가 집에와서 같이 먹는 한끼

지난 3년간 배달해서 시켜먹은 음식보다 최근 3달동안 저 혼자 시켜먹은게 더 많을거예요
지난 3년간 끓여먹은 라면보다 최근 3달동안 먹은 라면이 더 많을거예요 하루 한끼 먹거나 두끼 먹는데 두끼를 전부 라면 먹은날도 많아요

원래 반찬이랑 메인요리해서 예쁘게 셋팅해서 천천히 먹는거 좋아하는데 최근엔 그냥 먹어야하니까 살기위해 허기짐을 채우기위해 먹은거라 그냥 간단한거 혼자먹는 기분 짧게 느껴지는 빨리 먹을수 있는것들만 먹었어요

성인된후론 계속 163에 50~52키로였어요 활동량도 줄고 식습관도 엉망이 된터라 살이 찌긴 쪘다고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도 지금 54키로예요 눈에 띄게 살찐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요새는 뭘해도 의욕이 없어요

잠도 통잠을 자는게 아니고 1시간자고 깨고 2시간자고 깨고 남편은 집에오면 피곤하다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게임만하고 물달라 약달라하면 그때 하는 대답이 하루에 대화하는 전부예요

오늘 남편이 너무 바빠서 한끼도 못 먹었대요 그래서 간만에 같이 저녁 같이 먹을수있나 싶어서 신나서 급하게 이것저것 준비했어요 밥 취사완료되기 5분전에 전화와서는 저녁먹고 와야겠대요 밥은 다 됐고 찌개도 다 끓었고 생선도 다 구워졌는데 그냥 입맛이 싹 가셨어요
나도 이게 오늘 첫 끼 인데ㅠ 다 냉장고 넣고나니 배는 고파서 초코과자 있던거 먹고 있는데 남편 들어오더라구요 요새 본인이 일이 많아지고 힘들어보여서 상사가 밥 사준다해서 거절할수가 없었대서 알겠다고 잘했다고 웃으면서 대꾸했어요

보는사람마다 본인더러 살 빠졌다한다면서 체중계에 올라가더라구요 178에 77정도 였는데 72키로래요 그러더니 저보고도 올라가보래요 54키로 나오니까 그러네요

요새 팔자 편한가보다 난 살 빠지는데?

그러면서 제가 먹고있던 초코과자 봉지를 한쪽으로 미는데 왜 저 말이 이렇게 서운한거죠?
내 팔자 하나도 안 편한데
그냥 집 지키는 강아지된 기분인데

남편보기엔 그렇겠죠?
종일 집에 누워있고 아무일도 안하니까
본인은 새벽같이 나가서 종일 바쁜데 저는 이러고 있는게 한심하겠죠 본인이 집에서 한끼도 안먹으니 밥 안차려도 되니 편하겠다고 지나가듯 했던말에 웃으면서 대꾸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농담 아니었네요

서운하다가 서럽다가 이런 내가 또 한심하다가 답답하다가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그러다가 또 멍 하네요 남편이 한말 곱씹고 있다가 갑자기 전원이 꺼진것처럼 멈췄다가 갑자기 눈물나고 눈물닦다말고 또 잠시 멍해있다가 졸고

나는 왜 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