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자살을 예고했습니다.

A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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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생이 자살을 예고했습니다.
일주일 뒤에 죽을거라고 하더라고요.
왜 죽으려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는 일상이었고, 학교폭력도 당하고, 대학교에 가서도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고, 군대에서도 폐급 취급에, 전역하고나서도 달라진 것 없는 삶을 비관해서 자살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습니다.
사실 죽고 싶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해왔습니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며 나름 위로의 말을 건넸고, 두번째엔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려 했습니다.몇 번 반복되니까 '죽고 싶다..'며 혼잣말하는 걸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기게 되더라고요.
한달 쯤 전, 동생이 새벽에 밖으로 불러내어 울면서 얘기했습니다. 죽고싶다고.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어릴 때부터 당해왔던 모든 일들이 억울하다고. 매일매일 느끼는 고통을 이젠 끝내고 싶다고.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아서 행동 교정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고, 자살 충동이 들 땐 위기 상담 전화도 해봤는데 효과는 잠시 뿐이었다고.결국 자신은 왕따로 태어났고, 평생 왕따로 살아가야 할 거라고.다 끝낼 방법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놓았다고. 헬륨으로 자살하는 방법이 있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우는 동생을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후 동생은 그냥저냥 잘 지내는 것 같더라고요. 때로는 바쁘게, 때로는 빈둥거리며, 유튜브 보면서 혼자 킬킬대고, 시덥잖은 농담도 던지면서요.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기대하며 지냈습니다.
근데 어제 갑자기, 부모님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나 이제 일주일만 더 살다 가려고. 라고요.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재차 물어보니까 이제 그만 살 거라고, 충분히 견딘 것 같아서 이제 그만 떠날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미 언제 어떻게 죽을지 다 생각해뒀고, 왜 죽을건지 이유 정도는 엄마아빠한테 말하려고 이야기를 꺼낸 거라고요.
화도 내보고, 설득도 해보고, 같이 죽자는 등 동생 마음을 돌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정말 담담하고 단단하더라고요. 내가 아는 동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지금 집안 분위기는 아주 우울합니다. 원래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이젠 말 한마디도 안 해요.
동생만 평소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마치 죽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요. 자기 할 일 하면서. 남는 시간엔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잘 모르겠네요. 일주일 뒤에도 동생은 저러고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이야기를 꺼낼 당시에 너무 우울해져서 충동적으로 얘기를 꺼낸 거고, 일주일 뒤에는 또 다를 것 같아요.
근데 진짜로 떠날까봐 무섭네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두서 없이 글을 써서 죄송하네요. 이야기할 곳이 필요해서 글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