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조언부탁)

ㅇㅇ2020.11.07
조회430
안녕하세요
고민하다 저도 저를 모르겠어서 조언을 구하고자 글 쓰게 되었습니다.
방탈이고 내용이 깁니다 미리 죄송해요ㅜ

저는 30대 초반이고
학위를 마치고 제 나름 가고싶었던 직장에 취직한지 1년정도 되었습니다.

어릴때 부모님 사랑 많이 받고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표현은 적으셔도 자식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분들입니다.

근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집이 어려워져서 대학교때까지 기초수급자였어요.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당연히 경제적으로 힘들게 다녔고
엄마는 시장에서 일하고 아빠는 막일까지 하시고... 부모님 힘든거 아니까 차마 나도 힘들다고 말은 못했어요
기초수급자로 학교 다니는거 신경 안쓰인다고 부모님께 말했지만 매 분기 감면된 등록금 고지서를 반장이 나눠줬던 것, 친구가 너는 왜 등록금 안내냐 물어보는 것, 친구와 영화 보러 갈 돈이 없어 거짓말 했던 것, 고등학교때 기초수급자는 앞으로 나와서 문제집 가져가라는 담임 말이 아직 기억에 남네요.

대학가서도 기초수급으로 장학금 받으면서 다녔습니다.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에도 절반의 등록금과 매달 20만원씩 용돈을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일찍 돈을 벌었어야 했는데 제가 생각이 어렸어요.

1학년때는 1800원짜리 학식만 먹다가 알바를 하면서부터 친구들과 밥도 먹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항상 돈이 부족했어요.
남자친구랑 만원짜리 음식 먹는것도 고민하다가 결국 못시켜먹고 울었던 적도 있고...
그래도 교내알바도 하고 3-4학년부터는 학원 과외 알바 하면서 좀 살만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졸업 후 대학원가서 여기까지 왔네요.
대학원 부터는 등록금과 생활비 받고 다녀서 괜찮았지만 대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다들 집 형편이 괜찮다는걸 가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평범한 집 애들은 주말이면 가족끼리 다같이 외식도 하고 교외에 예쁜 카페로 나가서 바람도 쐬고 하더라구요. 몰랐어요. 저에게는 문화충격 수준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도 평범한 사람인 양 여러 부분에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학위 덕분에 지금은 좋은 직장 취직했다고 생각합니다. 월급도 괜찮고 경제적으로는 전보다 여유가 생겼어요.

근데 이 기억들이 종종 생각나서 이제는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됩니다.



그리고 아빠는 절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지만
고등학교때까지는 1년에 한두번은 술을 마시고 집에 와서 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대든다면서 상을 엎고 저를 때렸습니다.
대상이 동생일때도 있었고 엄마일때도 있었지만 말리다보면 항상 같이 맞았고 집이 난장판이 됐어요.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원래 일상으로 돌아와 잘 지내고 그러기를 반복했습니다.
아빠가 퇴근하는 발자국 소리에 자는척했지만 심장이 쿵쿵거리면서 긴장이 되고는 했어요. 무서웠습니다.
엄마보고 이혼하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엄마 역시 아빠를 말리기만 할 뿐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는 합니다.

저는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가면서 집에서 탈출했고
대학원 첫 학기에 다시 집에 들어왔는데
어떤 일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또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목을 조르고 뺨을 때리고 하다 술병을 깼는데 제가 맞는걸 막다 그걸 밟고 발이 찢어졌어요
저는 못참겠어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오면서 마무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까지 방문 잠그고 있다가 집을 나왔습니다
그날 소주병이 깨져있고 내 피가 군데 군데 묻어있던 바닥을 봤는데 너무 충격이라 그게 잊혀지질 않아요

그 이후로는 독립해서 200/22 월세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전세에 살고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집에 안가다가 다시 왕래를 시작했고 지금은 가족들끼리 사이가 좋지만 저는 아직도 집에 갈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합니다. 조금은 긴장이 되구요.

평상시 사이 좋을 때 맞았던 이야기를 농담처럼 꺼내면 아빠는 나도 맞고 컸다, 사는게 힘들어서 그랬다, 너희가 말을 안들어서 그렇다, 가볍게 때린거다, 기억이 안난다는 식으로 말씀하세요. 미안했다는 말은 없으셨어요.

지금은 아빠도 나이가 들었고 자주 안그러시는데
몇달 전 동생이 맞고는 재워줄수 있냐며 연락이 왔더라구요.
아 변한게 없구나 생각이 들면서 다시 긴장이 됐어요.



제가 최근에 혼란스러워진 계기는
취직 후로 전세대출 빡세게 갚느라 여윳돈이 많이 없어요.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은 30-40정도씩 챙겼는데 명절에는 못드렸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평생 힘들게 사시느라 못가본 교외 카페도 종종 모시고 가고 비싼 식사도 여러번 대접해드렸어요
제 딴에는 노력했는데 엄마가 명절 마지막날 추석인데 뭐 없냐면서 묻더라구요
돈이 없어서 준비를 못했다 했더니 준비 못했다고 미리 말이라도 하지 하시는데 그게 그렇게 서운합니다.

그 이후로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주변 사람들에 비해 아직 제가 경제적으로 힘든것도 원망스럽고 두분 노후도 준비 안되어있는데 나중에 당연히 자식들이 책임지는거라 생각하시는것도, 제가 결혼하면 당연히 아무것도 못해주실텐데 명절 용돈 안준다고 서운하다 하시는것도 너무 서운합니다.

솔직히 명절에 돈을 못드린건 냉정하게 자기반성을 하자면, 부모님이 제일 우선순위에 있진 않았습니다. 제 옷도 일년에 두번은 사고 여행도 다니고 뿌염도 하고 밥도 잘 챙겨먹어요. 제게 쓰는 돈 아꼈으면 드릴 수 있었겠죠. 어려운 형편에도 용돈이며 등록금 지원해주신거 감사하고 갚아야겠다 생각합니다. 근데 제 마음엔 제가 첫번째에요 내가 아직 여유롭게 살지는 않는데.. 내가 집이라도 한 채 사야 용돈을 드리지 생각이 들면서 서운해요.

사실 지금은 누가봐도 평범한 가족처럼 지냅니다. 다들 웃으며 이야기하고 같이 노래방도 가고 다른 가족들과 다를게 없어 보여요. 어떨때는 화목한 가족이다 생각도 듭니다. 근데 저는 집에 있으면 마음이 아주 편치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보다 오랜시간 만난 남자친구가 훨씬 가족같고 편합니다.

한 집에서 잘 지내는 엄마와 동생을 보면 나만 아직도 옛날 일을 극복 못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들구요.



가족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생각했고, 잘 지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추석 이후로 갑자기 어렸을 때 힘들게 큰 기억들, 맞고자란 기억들, 서러웠던 기억들이 뭐가 터지듯이 다 떠오르면서 계속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요.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것부터 아빠가 때린건 물론이고 엄마는 내가 맞을때 뭘 했나, 경찰에라도 신고를 해주지, 왜 아무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나 생각이 자꾸만 들어 괴롭습니다.

부모님도 그동안 힘들게 살아오셨을거 압니다. 어려운 형편에 이만큼 키워주신거 정말 힘드셨을거에요. 근데 자꾸 제가 당한것만 생각이 나네요.


이유를 모르는 부모님은 요새 왜 연락이 없냐 집에 안오냐 하시는데 솔직히 연락하기도 가기도 싫어요.
동생은 예전 일인데 좀 잊고 지내라고 연락좀 하라고 합니다.

쓰다보니 저는 제 생각만 하는 못된 딸 같네요...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