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다르면 친구 못하나요

ㅇㅇ2020.11.11
조회1,956
고3이고, 10대판에 쓰려다 조언 구하려 여기에 씁니다.

서론에서 말하자면 궁금한 내용은

1) 형편 차이로 은연 중에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지
2) 형편 차이로 시간이 지날수록 멀어질지
3) 우리 둘 다 잘못이 없는지
4) 앞으로도 살면서 이런 일이 더 많을지
(3, 4번은 다 읽어야 알 수 있음)


대략적 경제 상황은
(이런 말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겠으나, 수치로 따지자면 우리 집 소득은 세후 1억 이상 2억 미만. 자세히는 모름.
친구는 기초생활수급/차상위 포함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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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고3이고, 고등학교 와서 친해진 친구가 있음. 수능 끝나고 같이 쇼핑을 가기로 함.

나는 당연히 백화점 쇼핑을 말한거였음.

반면 친구는 보세 옷 쇼핑을 말했나 봄.


괄호 안은 생략 가능 (그래서 내가 보세를 사지 않는 이유를 말함. 사봤자 질이 낮아서 한철 입고 버리게 되는데, 돈 아까움. 백화점도 저가 스포츠 브랜드는 보세보다 조금만 더 내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옷을 살 수 있음.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셔서, 살면서 보세 옷을 별로 안 접해 봄.

(물론 무조건 백화점만 가는게 아니라, 도메스틱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 백화점 편집샵 같은데에 입점 안 되어있으면 그런 건 삼.)

보세가 디자인 유행은 좀 더 빠르게 캐치해내겠지만, 그 유행하나 따라가자고 한 철짜리 옷 사는건 돈 낭비라고 생각함.)

내가 위와 같은 이유를 말하면서 "백화점이랑 보세 옷 상가 둘 다 가는게 어떨까?"라고 절충안을 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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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대화 전개]

이 대화 이후부터가 문제의 시작임.
친구는 너는 돈이 많아서 그게 되겠지만, 나는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결정타를 날림.

아래는 친구가 보낸 대략적인 내용. 자세한건 알아볼까봐 살짝 바꿔서 씀.

[⭐그동안 너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 중에 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게 많았고, 때로는 자격지심도 느꼈다. 근데 그게 니가 악의 전혀 없이 일상적으로 했던 말인 걸 알아서 내가 너무 못나보였고, 네 성격 자체도 외적인걸로 가오 잡거나 사람 무시하는 애 절대 아니라는걸 너무 잘 알아서 너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적도 있다. 우리는 경제 사정이 많이 차이 난다. 아마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갈수록 이런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경제력으로 친구 가려 사귀는거 정말 나쁜 행동인거 잘 알지만, 잘사는 니가 아니라 못 사는 내가 먼저 꺼내는 말이니 괜찮을거다. 앞으로 가끔 연락하는 정도로만 지내자. 더 친한 사이는 되지 말자. 너가 정 불편하다면 연까도 솔직히 난 할 말 없다. 다소 이기적인건 아는데 나도 자격지심 더 심하게 느끼고 너한테 더 미안해지기 전에 이쯤에서 그만 친하게 지내자. 이런 말 하게되서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하면서 그동안 자격지심 느꼈던 부분, 오해가 쌓인 부분, 서로의 사정 등을 터놓고 말함.

말하다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서, 내가 몇 시간 전에 해명?하는 글을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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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내용]-대충 보고 넘겨도 됨

1) 정장, 가방.
나는 부모님 직업이나 집안 특성상 격식 있는 자리에 나가야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음. 근데 정장은 싼 걸 사면 티가 나기에, S 브랜드에서 200만원 후반대의 정장 한 벌과, 50여만원 정도하는 맞춤 정장을 삼.
백도 오래 들고 다닐거 생각해서 V사의 명품백을 사주심.
나는 아무렇지 않게 "××에서 정장을 샀다, 어디에 가서 정장 맞추고 왔다" 이런 말을 했음. 과시용이 아니라 일상 대화로.
근데 이런 말에서 나랑 본인 환경이 차이난다고 느꼈나 봄. 그래서 이 부분은 일단 부모님 직업적 측면, 집안 전체에서 장손이라는 이유로 해명을 함. 이 외에는 저 정도의 고가 옷 없음.


2) 브랜드 오해
-아르마니 신발. 아르마니 신발을 신었었음. 엠포리오 아르마니 신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파생 라인이였기에 그리 비싸지 않은데, 아르마니라고 하니 오해한 듯함. (+내가 다리 쪽에 문제가 있어서 운동화 외에는 아무것도 못 신음. 친구도 신발 부분은 이해할 듯함.)
-베르사체 시계. 시계 중에 베르사체 시계가 있음. 베루스스 베르사체 시계임. 이건 이 친구한테 브랜드 명을 베르사체라고만 말함. 내 실수 맞고, '베르사체 시계'에 꽂혀서 오해가 생긴 듯 함.


3) 과외.
달에 백 넘어가는 단과 과외를 받은 적이 있음. 그러니까 총 사교육 비가 이것저것 다 합치면 거의 300 가까이 나왔었음. 이건 당시에도 친구가 지적함. 친구는 인강만 들음.
물론 나도 300이 적은 돈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어디까지나 "부모님이 여유있게 지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쓴 지출이었음.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재수 안 시키고 원하는 대학 보내려고 저 정도 금액 쓰신거고. (재수하면 돈이 더 깨지니까 경제적으로 이게 훨씬 이득이라는 말을 하셨음.)
저번에도 위와 같이 해명했기에 방금도 똑같이 말함.


4) 대학 기숙사.
나는 타지역으로 대학을 가는게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자취하는 비용은 부담될 수 있지만 기숙사비는 그리 비싸지 않아서임.
나는 인서울 대학을 썼지만 이 친구는 성적이 충분히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대학만 쓰려했음. (광역시임.) 이걸로 내가 길게 설득함. 기숙사 있는 대학 쓰는게 어떻겠냐고, 장학금 혜택까지 캡쳐해서 보여줌. 결국 6개 중 1개 대학을 외지로 쓰게 됨.

저 과정에서 기숙사비를 가벼이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하긴했지만, 이건 내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기 때문에 친구도 이해할 듯함.
(기숙사비로 서운했던거 얘기할 때는 이미 친구도 이해하는 듯한 어투였음. 좋은 의도로 도와준건데 이런 말하게되서 미안하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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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항 및 속마음]

이미 읽었고, 아직 답은 없음. 너무 착잡해서 글 씀.

사실 내가 이걸 왜 해명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고, 이 친구가 이걸 다 이해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지 의문임.

근데 또 위에 써놓은 문자 내용만 보더라도 참 괜찮은 친구인데, 이런 이유로 멀어지는게 속상함.

나도 내가 쉽게 뱉은 말이 상처가 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속상하고, 이 나이 처먹고 눈치 없이 나잇값 못하는 기분임.

그리고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 커갈수록 이런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속상함. 근데 또 나는 내가 친구에 비해 가난하다고 연까자는 말을 할 것 같진 않음. (물론 상황이 다르긴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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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

사족이 길었고, 물어보고 싶은건 이거임.

1) 앞으로도 내가 은연 중에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지
2) 형편 차이가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멀어질지
3) 우리 둘 다 잘못이 없는지
4) 앞으로도 살면서 이런 일이 더 많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