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초에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솔직히 첫 눈에 반했었어. 당시 썸타던 남자도 있었지만 관계 진전이 없어서 허락받고 소개팅하러 나간거였는데 (썸남이 나더러 소개팅 하라고, 누굴 만나보든 자신있다고) 진짜 썸남과의 고민이 다 사라지겠끔 만드는 남자였던거야.첫눈에 반했단건 일단 비주얼이나 피지컬이 뛰어났단 거고, 사회적 스팩은 여자들이 좋아할 직업군이었어. 말투, 표정, 제스처, 대화 내용 등등 ‘아~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막 설렐 지경이었지. 먼저 반한 내가 대쉬를 했고 우린 연애를 시작했지. 초반에는 너무 행복했어. 솔직히 나를 세상 가장 귀한 사람을 대하듯이 챙겨줬고 보석이라며 예쁜 애칭들은 다 만들어서 부르기도 했고 어떻게 너 같은 사람이 있냐며 나를 하늘 끝까지 띄워주는 남자였어. 장난꾸러기처럼 귀엽게 행동하기도 했고.
그런데 좀 이상했던건 그 기복이 엄청 났었어. 어떤 날은 하루에 전화를 열통 넘게 하고, 수시로 카톡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몇시간 째 답도 없거나 전화를 안받거나.그래서 나는 온통 이 남자 생각 뿐이었어. 왜..왜..왜.. 이해 할 수가 없었으니까.
우리가 2년 8개월 가량 만나면서 정말 수시로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했던 것 같아. 만날 때는 (그 사람 퇴근시간이 나보다 빨라서) 매일매일 회사 앞에서 기다려서 데이트를 하다가도 서로 갈등이 생기면 풀기보다는 “됐다. 집에가자” 하며 버럭. 그렇게 냉전기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7일, 2주, 점점 한달간도 멀어지길 반복했는데...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했던 이유는 그를 만나는 일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야. 그런데 문제 해결은 안되고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늘 다시 나타났어. “밥 먹었어? 우리 여기 가볼래?” 하는 일상적인 내용으로. 나는 갈등을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고, 같은 문제로 부딪히기가 싫었는데 그는 그런거에 관심이 없었어.
그 사람의 매력에 빠져있던 나는 이성은 마비됐고, 언제든 돌아오면 받아주고, 만났었어. ‘내가 왜 이러나’ 생각하면서도 막상 만나서 얼굴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걷고 대화하다보면 또 행복감이 차오르더라구. 그러다 또 어느순간 그 사람이 가스라이팅을 하면 현타와서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자괴감 느끼며 살고있나’ 생각 들고. ‘이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야. 이 관계는 건강하지 않아’ 라고 다짐하고 끊기를 반복.
내가 자길 버렸다고 울고, 오히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면 후폭풍이 미치도록 오더라구.
당장 보고 싶고, 이런 사람은 또 없을 것 같고, 좋았던것만 생각이 나고, 내 인생에 이 사람을 제외하면 다 의미없다 느껴질 만큼.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늘 그 사람이 연락해왔고, 어느 순간은 내가 하기도 했어.
그는 나땜에 상처가 크대. 내가 떠난다고 말한거땜에.
이 반복으로 내 자존감은 점점점 바닥을 치기 시작했어. 내가 가장 힘들었던건 뭐냐면 이 사람의 기분이 언제 나빠질지 모른다는거야. 사실 기분 좋을 땐 유머러스하고, 다정하고, 세상 스윗한 남자지만 아주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곧잘 나빠지는 사람이었어.
같이 차를 타고 가다 길이 막혀도 화를 내고, 주차할 자리가 없어도 기분이 상해있고, 내 말 한마디에도 버럭하고, 우리 관계는 연인 관계라기 보다는 뭔가 늘 혼내고 혼나는 그의 지배를 받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어.그 사람이 많이 했던 말은 “오빠가 너 그렇게 하지 말랬지!” “너 이 길 아니면 나 정말 화낸다!” “너 나한테 그때 얼마나 혼난지 기억안나?” “너 목소리 그렇게 내지마” “너 방금 애교부린거야?” 수많은 “안돼” “하지마” 같은 말들. 뭘 하든 부정적이었어. 오빠가 약간의 우울증도 있었던 것 같아. 몇 번은 저항해보고 다퉈봤는데 그런 부정적 다툼이 지쳤던 나로선 빨리 평화모드로 돌아가고 싶어서 먼저 사과하거나 빌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었어. 나는 사실 이 사람과 결혼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런데 결혼하자는 말은 하지 않길래 그가 늘 하던 그 외적 조건의 가스라이팅하던 그게 문제였나보다라는 생각들로 나라는 존재 자체의 자괴감이 찾아들더라. 그런 생각들이 자꾸 자존심도 상하고 힘들었지. 사실 나는 가족 포함한 친구들, 직장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특별히 눈치보면서 살아왔던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데 유독 이 사람과 있을 때에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어. 그 사람은 욕을 한다거나 대놓고 폭력을 하진 않아. 늘 은근한 정서적 가스라이팅이 있었어.예를 들면 외모에 대해서도 뾰루지 하나에도 “너 초콜릿 먹었지? 너 기름진거 먹으니까 뭐 나잖아” 서로 다이어트 미션 하기로 하다가 “넌 5킬로 빼도 뚱뚱해” “너 나이 **살 되면 이제 만날 수 있는 남자도 없어” “너 운전할 때 노래 켜지마”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어.나는 내가 나이가 많은 것 같고, 예쁘지 않은 것 같고, 몸매도 별루인 것 같고, 애교도 없는 것 같고.... 갑자기 나더러 만나자고 하는 날 만나고 싶어도 그날 내가 입은 옷이 마음에 안들면 나가질 못했어. (난 그보다 3살 어렸고, 몸무게도 49kg였어.) 그를 만나기 전만 하더라도 나는 대쉬도 많이 받고, 직장에서도 승진이 빨랐고 자신감, 자존감도 높았는데 점점 쭈그리로 변해가더라. 그 사람하고만 있으면 불안했어. 그렇게 지적을 하다가도 자기 직장 동료나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는 나를 꼭 데려가서 내 자랑을 늘어놓곤 했어. 하늘 위로 치켜세우듯 내 능력을 띄워주고, 딸바보 아빠같은 시선으로 나를 옆에 두고선 사람들 앞에서 애정 뿜뿜하곤 했었어. 민망할 정도로. 둘이 있을 땐 가스라이팅을 하고 남들앞에선 사방팔방에 내 자랑을 하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화를 내는 빈도가 잦고, 푸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리고 나는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어. 자기는 해도 되고, 내가 하면 난리나는 일들. 말 꼬투리 하나 잡아서 버럭거리고 화를 내는 일. 자기와 내가 있을 때 내가 회사 일 전화 같은걸 받으면 3분만 넘어가도 화를 내지만, 자기는 30분도 넘게 통화하기도 했었어. 하루는 둘이서 백화점 쇼핑을 하다가 주차 해둔 자리를 못찾아서 같이 헤매게 되었는데 오빠는 이미 화가 나있었어. 자기가 차를 못 찾는다것에 화가 났을수도 있지. 나는 내 잘못도 아닌데 불안했어. 우여곡절 끝에 차를 찾았지만 나는 그날 너무 정신이 없었고, 다음 일정이 카페 가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는데 내 차에 책을 두고 오빠 차를 타고 카페에 도착을 한거야. 불 같이 화를 내며 내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너 오늘 내 하루 망치러 나온거야?” 하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는데 운다고 그게 울 일이냐며 더 화를 냈어. “오빠가 나더러 하루를 망친다고 하니까”랬더니 대답이 “네가 나 때문에 우니까 내가 화가 나잖아” 라고 하더라.
이 말은 곧, 네 감정 따윈 모르겠고, 네 눈물이 나 때문이어서 내 기분이 상한다 라는 뜻.
이 사람의 공감력을 그 정도였어. 자기가 가장 중요하고, 남은 자기를 높여주는 도구일 뿐이었어. 내가 가진 사회적인 인맥이나 직업 같은 것들을 그 오빠 직장이나 가족들은 상세히 알고 있었어. 실제로 내 직장에 그들을 데려올 정도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어.나 이 정도 되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야를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는 걸 나르시시스트가 뭔지 알아가면서 알게되었어.
게다가 우린 꼭 중요한 날마다 다퉜어. 특히 내 생일. 이상할 정도로 내 생일에 오빤 화가 나있었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생일날 내가 사람들로부터 많이 축하를 받고 사랑받는게 기분이 나빴대. 오빤 늘 자신이 주인공이길 바랐고, 나는 그를 빛나게 해주는 도구였는데 그날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게 견디기 힘들었던거야.
그게 바로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라고 하더라. 그 사람이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내가 마음이 상하면 “너 기분 안좋아?” 라고 물어. 그래서 “응”이라고 대답하면 그때부턴 자신이 더 화를 내고 나를 차에서 내리게 한 적도 있었어.
나는 이런 부당한 대접에 울면서 집으로 온 적이 참 많았어. 처음부터 이랬던게 아니라 갈수록 빈도가 늘어나고, 가스라이팅의 수준도 높아지고, 점점 변해가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라. 그와 반대로 남들은 쉽게 해주질 못할 과한 선물 공세를 펼치며 나를 갈피를 못 잡게 했어.
어느 분노 대폭발하는 모습을 본 날, 다짐을 했어. 이제 그만 만나야겠다고. 그래서 약 한달간 피했어. 연락은 받되, 만나는 건 계속해서 핑계를 대며 피했어. 솔직히 말하면 만나는게 겁났고 힘들었거든. 그런데 그만만나자고 하면 분노할거 같아서 그말은 못했지.
그러다 한 달만에 도서관에서 만났는데 그날 또 비매너를 보였고 계속 짜증 비슷한 걸 내길래 집으로 오면서 무너지듯 울었어. 역시나 이 사람은 이렇구나 하는 포기하는 심정.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점이 서운한지 메시지로 보냈어. (말로는 할 수가 없었어) 그랬더니 대답이 “그냥 문자를 보내지마” 라고. 또 내 감정은 공감 받지 못했어.
그렇게 우린 관계 정리에 들어갔지만 그는 한달에 한번 간격으로 이런저런 핑계로 연락을 해오거나 내가 있는 장소에 왔었어.
한두달 간 안만나다보니 나빴던걸 망각한 나는 그의 장점들이 보이더라고.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는데... 어렵게 4~5개월 그를 차단했고, 연락을 끊었는데... 가슴에 휑하니 바람이 불더라.
그 와중에 그가 (나에겐 연락없이) 내 동생에게 도움을 주는 큰 선물을 했고, 우리 부모님 선물도 보냈더라. 나는 내가 멘탈이 정말 약하구나 느낀게 뭐냐면 내가 연락을 끊었다는 죄책감과 끝내 사랑받지는 못했다는 힘듦이 계속 교차했다는거.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됐다는 것.
그런데 얼마전에 연락이 온 그가 나에게 한 말 “나 결혼 날짜 잡았어” 였어. 내가 자기를 떠날까봐 두렵다고 울면서도 잘해주기 보단 나를 괴롭히는 걸 즐기고, 나를 깍아내리고, 그 모든 반복하더니... 끝~까지 이 사람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즐기는구나 느끼게 되더라. 예쁘진 않고, 사랑하는 감정도 들진 않지만 그냥 착한 것 같아서,, 그래서 괜찮은 것 같아서,, 어른들이 서둘러서 날짜를 잡아버렸대.
아...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세상에 버려진 기분도 들더라.
연애가 처음도 아니고 이별후 적당히 아프고 털어내는편이었는데.. 회복탄력성도 높다 생각했는데 왜이리 오래 휘둘리고 아파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됐어.
그래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본 후에야 그가 나르시시스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진단을 받았고,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지.
소름돋도록 일치했어. 모든 패턴과 하는 말과 예후들이.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를 만나고 헤어진 이들을 생존자라고 부른다더라. 왜냐면 끊임없는 후버링으로 벗어나기 어려우니까.
나르시시스트 남친 만나면서 내가 겪은 일들
그런데 좀 이상했던건 그 기복이 엄청 났었어. 어떤 날은 하루에 전화를 열통 넘게 하고, 수시로 카톡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몇시간 째 답도 없거나 전화를 안받거나.그래서 나는 온통 이 남자 생각 뿐이었어. 왜..왜..왜.. 이해 할 수가 없었으니까.
우리가 2년 8개월 가량 만나면서 정말 수시로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했던 것 같아. 만날 때는 (그 사람 퇴근시간이 나보다 빨라서) 매일매일 회사 앞에서 기다려서 데이트를 하다가도 서로 갈등이 생기면 풀기보다는 “됐다. 집에가자” 하며 버럭. 그렇게 냉전기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7일, 2주, 점점 한달간도 멀어지길 반복했는데...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했던 이유는 그를 만나는 일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야. 그런데 문제 해결은 안되고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늘 다시 나타났어. “밥 먹었어? 우리 여기 가볼래?” 하는 일상적인 내용으로. 나는 갈등을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고, 같은 문제로 부딪히기가 싫었는데 그는 그런거에 관심이 없었어.
그 사람의 매력에 빠져있던 나는 이성은 마비됐고, 언제든 돌아오면 받아주고, 만났었어. ‘내가 왜 이러나’ 생각하면서도 막상 만나서 얼굴보고 밥 먹고 차 마시고 걷고 대화하다보면 또 행복감이 차오르더라구. 그러다 또 어느순간 그 사람이 가스라이팅을 하면 현타와서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자괴감 느끼며 살고있나’ 생각 들고. ‘이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야. 이 관계는 건강하지 않아’ 라고 다짐하고 끊기를 반복.
내가 자길 버렸다고 울고, 오히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면 후폭풍이 미치도록 오더라구.
당장 보고 싶고, 이런 사람은 또 없을 것 같고, 좋았던것만 생각이 나고, 내 인생에 이 사람을 제외하면 다 의미없다 느껴질 만큼.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늘 그 사람이 연락해왔고, 어느 순간은 내가 하기도 했어.
그는 나땜에 상처가 크대. 내가 떠난다고 말한거땜에.
이 반복으로 내 자존감은 점점점 바닥을 치기 시작했어. 내가 가장 힘들었던건 뭐냐면 이 사람의 기분이 언제 나빠질지 모른다는거야. 사실 기분 좋을 땐 유머러스하고, 다정하고, 세상 스윗한 남자지만 아주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곧잘 나빠지는 사람이었어.
같이 차를 타고 가다 길이 막혀도 화를 내고, 주차할 자리가 없어도 기분이 상해있고, 내 말 한마디에도 버럭하고, 우리 관계는 연인 관계라기 보다는 뭔가 늘 혼내고 혼나는 그의 지배를 받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어.그 사람이 많이 했던 말은 “오빠가 너 그렇게 하지 말랬지!” “너 이 길 아니면 나 정말 화낸다!” “너 나한테 그때 얼마나 혼난지 기억안나?” “너 목소리 그렇게 내지마” “너 방금 애교부린거야?” 수많은 “안돼” “하지마” 같은 말들. 뭘 하든 부정적이었어. 오빠가 약간의 우울증도 있었던 것 같아. 몇 번은 저항해보고 다퉈봤는데 그런 부정적 다툼이 지쳤던 나로선 빨리 평화모드로 돌아가고 싶어서 먼저 사과하거나 빌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었어. 나는 사실 이 사람과 결혼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런데 결혼하자는 말은 하지 않길래 그가 늘 하던 그 외적 조건의 가스라이팅하던 그게 문제였나보다라는 생각들로 나라는 존재 자체의 자괴감이 찾아들더라. 그런 생각들이 자꾸 자존심도 상하고 힘들었지. 사실 나는 가족 포함한 친구들, 직장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이었고, 특별히 눈치보면서 살아왔던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데 유독 이 사람과 있을 때에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어. 그 사람은 욕을 한다거나 대놓고 폭력을 하진 않아. 늘 은근한 정서적 가스라이팅이 있었어.예를 들면 외모에 대해서도 뾰루지 하나에도 “너 초콜릿 먹었지? 너 기름진거 먹으니까 뭐 나잖아” 서로 다이어트 미션 하기로 하다가 “넌 5킬로 빼도 뚱뚱해” “너 나이 **살 되면 이제 만날 수 있는 남자도 없어” “너 운전할 때 노래 켜지마”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어.나는 내가 나이가 많은 것 같고, 예쁘지 않은 것 같고, 몸매도 별루인 것 같고, 애교도 없는 것 같고.... 갑자기 나더러 만나자고 하는 날 만나고 싶어도 그날 내가 입은 옷이 마음에 안들면 나가질 못했어. (난 그보다 3살 어렸고, 몸무게도 49kg였어.) 그를 만나기 전만 하더라도 나는 대쉬도 많이 받고, 직장에서도 승진이 빨랐고 자신감, 자존감도 높았는데 점점 쭈그리로 변해가더라. 그 사람하고만 있으면 불안했어. 그렇게 지적을 하다가도 자기 직장 동료나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는 나를 꼭 데려가서 내 자랑을 늘어놓곤 했어. 하늘 위로 치켜세우듯 내 능력을 띄워주고, 딸바보 아빠같은 시선으로 나를 옆에 두고선 사람들 앞에서 애정 뿜뿜하곤 했었어. 민망할 정도로. 둘이 있을 땐 가스라이팅을 하고 남들앞에선 사방팔방에 내 자랑을 하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화를 내는 빈도가 잦고, 푸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리고 나는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어. 자기는 해도 되고, 내가 하면 난리나는 일들. 말 꼬투리 하나 잡아서 버럭거리고 화를 내는 일. 자기와 내가 있을 때 내가 회사 일 전화 같은걸 받으면 3분만 넘어가도 화를 내지만, 자기는 30분도 넘게 통화하기도 했었어. 하루는 둘이서 백화점 쇼핑을 하다가 주차 해둔 자리를 못찾아서 같이 헤매게 되었는데 오빠는 이미 화가 나있었어. 자기가 차를 못 찾는다것에 화가 났을수도 있지. 나는 내 잘못도 아닌데 불안했어. 우여곡절 끝에 차를 찾았지만 나는 그날 너무 정신이 없었고, 다음 일정이 카페 가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는데 내 차에 책을 두고 오빠 차를 타고 카페에 도착을 한거야. 불 같이 화를 내며 내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너 오늘 내 하루 망치러 나온거야?” 하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는데 운다고 그게 울 일이냐며 더 화를 냈어. “오빠가 나더러 하루를 망친다고 하니까”랬더니 대답이 “네가 나 때문에 우니까 내가 화가 나잖아” 라고 하더라.
이 말은 곧, 네 감정 따윈 모르겠고, 네 눈물이 나 때문이어서 내 기분이 상한다 라는 뜻.
이 사람의 공감력을 그 정도였어. 자기가 가장 중요하고, 남은 자기를 높여주는 도구일 뿐이었어. 내가 가진 사회적인 인맥이나 직업 같은 것들을 그 오빠 직장이나 가족들은 상세히 알고 있었어. 실제로 내 직장에 그들을 데려올 정도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어.나 이 정도 되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야를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는 걸 나르시시스트가 뭔지 알아가면서 알게되었어.
게다가 우린 꼭 중요한 날마다 다퉜어. 특히 내 생일. 이상할 정도로 내 생일에 오빤 화가 나있었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생일날 내가 사람들로부터 많이 축하를 받고 사랑받는게 기분이 나빴대. 오빤 늘 자신이 주인공이길 바랐고, 나는 그를 빛나게 해주는 도구였는데 그날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게 견디기 힘들었던거야.
그게 바로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라고 하더라. 그 사람이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내가 마음이 상하면 “너 기분 안좋아?” 라고 물어. 그래서 “응”이라고 대답하면 그때부턴 자신이 더 화를 내고 나를 차에서 내리게 한 적도 있었어.
나는 이런 부당한 대접에 울면서 집으로 온 적이 참 많았어. 처음부터 이랬던게 아니라 갈수록 빈도가 늘어나고, 가스라이팅의 수준도 높아지고, 점점 변해가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라. 그와 반대로 남들은 쉽게 해주질 못할 과한 선물 공세를 펼치며 나를 갈피를 못 잡게 했어.
어느 분노 대폭발하는 모습을 본 날, 다짐을 했어. 이제 그만 만나야겠다고. 그래서 약 한달간 피했어. 연락은 받되, 만나는 건 계속해서 핑계를 대며 피했어. 솔직히 말하면 만나는게 겁났고 힘들었거든. 그런데 그만만나자고 하면 분노할거 같아서 그말은 못했지.
그러다 한 달만에 도서관에서 만났는데 그날 또 비매너를 보였고 계속 짜증 비슷한 걸 내길래 집으로 오면서 무너지듯 울었어. 역시나 이 사람은 이렇구나 하는 포기하는 심정.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점이 서운한지 메시지로 보냈어. (말로는 할 수가 없었어) 그랬더니 대답이 “그냥 문자를 보내지마” 라고. 또 내 감정은 공감 받지 못했어.
그렇게 우린 관계 정리에 들어갔지만 그는 한달에 한번 간격으로 이런저런 핑계로 연락을 해오거나 내가 있는 장소에 왔었어.
한두달 간 안만나다보니 나빴던걸 망각한 나는 그의 장점들이 보이더라고.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는데... 어렵게 4~5개월 그를 차단했고, 연락을 끊었는데... 가슴에 휑하니 바람이 불더라.
그 와중에 그가 (나에겐 연락없이) 내 동생에게 도움을 주는 큰 선물을 했고, 우리 부모님 선물도 보냈더라. 나는 내가 멘탈이 정말 약하구나 느낀게 뭐냐면 내가 연락을 끊었다는 죄책감과 끝내 사랑받지는 못했다는 힘듦이 계속 교차했다는거.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됐다는 것.
그런데 얼마전에 연락이 온 그가 나에게 한 말 “나 결혼 날짜 잡았어” 였어. 내가 자기를 떠날까봐 두렵다고 울면서도 잘해주기 보단 나를 괴롭히는 걸 즐기고, 나를 깍아내리고, 그 모든 반복하더니... 끝~까지 이 사람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즐기는구나 느끼게 되더라. 예쁘진 않고, 사랑하는 감정도 들진 않지만 그냥 착한 것 같아서,, 그래서 괜찮은 것 같아서,, 어른들이 서둘러서 날짜를 잡아버렸대.
아...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세상에 버려진 기분도 들더라.
연애가 처음도 아니고 이별후 적당히 아프고 털어내는편이었는데.. 회복탄력성도 높다 생각했는데 왜이리 오래 휘둘리고 아파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됐어.
그래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본 후에야 그가 나르시시스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진단을 받았고,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지.
소름돋도록 일치했어. 모든 패턴과 하는 말과 예후들이.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를 만나고 헤어진 이들을 생존자라고 부른다더라. 왜냐면 끊임없는 후버링으로 벗어나기 어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