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귄 남친과 헤어지려 합니다.

ㅇㅇ2020.11.18
조회6,207
방탈 죄송해요. 여기가 제일 활발하다고 들어서요.
선배님들의 조언을 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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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20살에 만나서 25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헤어지고 잘 만나왔어요.

늘 사랑한다 말해주고 제 곁에 있어주는 남친,
남친의 유일한 의지할 곳이 되어준 저.

사람들이 누가 아깝다, 어떻다 해도
우리가 맞다는 걸 보여주자! 하면서 예쁘게 만났어요.
금방 헤어질 것 같다며 고나리했던 사람들이
의외로 길게 만나는 모습을 보니, 인정해주더라구요.

좋았어요. 빈틈없이 사랑받는 기분이 참 좋았어요.
언제나 저만 생각해주는 모습이 예뻤어요.

그리고 저는
제 못난 구석을 많이 힘들어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많이 바꾸었어요.
완벽주의, 예민함, 까칠함, 집요함 같은 것들을
남자친구의 여유로움, 느긋함, 수용적인 태도를 보며 고쳤죠.

그런데 결혼을 생각하려니 많이 주저가 되더라구요.
확신이 안 들었어요. 제 짝은 아닌 것 같았어요.
너무 순수하게 사랑했고, 서로가 애틋한데,
가장 중요하게 ‘결’이 안 맞는 느낌이 항상 들었거든요.

대화를 해도 무언가 막혀서 서로 맞추어야만 되고,
안 맞는 성격을 참으면서 견뎌야 하고,
안 맞는 취향을 맞추려고 하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서로 맞춰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근데 결혼은 정말 현실인가봐요.
어떻게 그렇게 안 맞는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있겠어요.
다들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겨서 좋다고 하는데,
저는 남자친구에게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남자친구도 저에게 안정감을 느껴본 적이 없을 것 같아요.

...

남친은 의욕도 없고 게으르고 수동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그거에 너무 지친 것 같아요.
저한테 못되게 구는 것도 없고,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진짜 너무너무 수동적이어서 제가 힘들더라구요.
뭐든지 제가 시켜야만 실행하고, 뭐든지 시작을 못하고 주저해요.
은근히 그걸 닮아가는 제 모습이 싫더군요..
제가 좀 더 멋진 사람이었다면 잘 이끌어주었겠죠.
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사람은 못되는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저는 되게 예민해지고, 남친은 되게 눈치를 봐요.
서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안 그러거든요..
서로를 갉아먹는 것 같아요.
저는 남친이 눈치보게 하고,
남친은 저를 예민하게 만들고..
관계가 이상해져 가더라구요.

그래도 착하니까, 나를 사랑해주니까, 좋은 사람이니까..
남친에게는 내가 필요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제가 지쳤나봐요.

자기 꿈은 나랑 함께 사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
라라랜드를 보며 왜 사랑 자체가 꿈이 되지 못하냐고 말하는 사람,
자기는 이해 안 되지만 내가 싫어하니까 고치겠다는 사람.
이 사람을 내가 놓치면 후회할까? 싶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줄, 잘 맞는
여자친구를 만나면 정말 둘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래 사귀었다가 헤어지는 커플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이제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 사람들은, 그 긴 시간을 많이 노력했겠구나.
많이 사랑했겠구나.
하지만 인연이 아니었구나.

이제 더 붙잡아두지 않으려구요.
저도 제 갈 길,
남친도 남친 갈 길을 찾아야죠.

사실 많이 두려워요. 제가 남친 없이 살 수 있을지.
하지만 성장해보려구요.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없어도 불안하지 않도록.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고 이뤄가도록.
남자친구도 저 없이도 잘 살았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