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앞으로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ㅇㅇ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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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방탈 죄송해요. 그냥 사람 많은곳에서 야호 놀이라도 하듯 털어놓고 싶었어요. 드라마 주인공마냥 술도 한잔 해봤어요 하하... 

안녕하세요, 이제 스무살, 2021년에는 벌써 곧 스물한살이 되는 여자예요. 
저는 평범합니다. 
아니, 사실 남들이 보기에 부족한 점 없이 부러운게 훨씬 많다고 할 수도 있어요. 집은 넉넉해서 어릴때부터 사립학교에 좋은 과외, 학원, 집... 
한번도 돈 걱정 배 곪을 걱정은 해본 적 없고, 사지 멀쩡하고,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꽤 괜찮은 대학 전망좋은 전공...
이렇게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제 속은 많이 곪아있는것 같아요. 

제가 가장 원망했던건 늘 제 아빠였어요. 아빠는 늘 제 엄마와 오빠를 힘들게 했거든요. 
아주 어릴땐 그냥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우는 줄로만 알았고, 그때도 그런 상황들은 죽을만큼 싫었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초등학생이 되고, 엄마아빠의 싸움은 점점 더 잦아지면서 저는 더 많은걸 목격하고 알게 되었어요.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 아빠가 오빠를 때리고, 집의 물건들을 박살내고, 엄마가 아빠의 폭행에 응급실에 실려가고... 
그런 길고 끔찍한 밤이 지난 다음날 엄마의 몸에는 멍이 들어있었고 그 후 며칠동안은 엄마의 웃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어요. 
단순히 다른 집에도 흔히 있는 부부싸움으로만 인지해왔는데 그게 가정폭력 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아빠의 한번의 실수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자주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일 이라는걸 알게 되고, 어릴때부터 유독 사이 좋던 오빠는 어느순간부터 너무너무 멀어지고... 그 과정속에 저는 뭔가 저만이 갖고 있던 빛을 잃게 된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던 저만의 호기심, 저만의 상상력, 저만의 장난스러운 패기... 어릴때의 저는 제가 참 좋았는데요, 어느순간부터 저는 너무 볼품 없어진 것 같아요. 항상 눈치보고, 어딘가 화나 있고, 자꾸 숨고, 아빠의 폭력성이 드러날때면 옷장에 숨어서 제 허벅지가 시뻘개질때까지 때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었어요. 
아주 어릴때 좋아하던 우리 가족의 모습마저 다 의심하고 부정하게 됐어요. 부정적인 모습을 알게 되고 나서는 모든게 다 가짜처럼 느껴졌어요.엄마의 결혼생활은 늘 고통이었고 처음엔 엄마는 그걸 저한테서 숨기고 싶어하셨어요.
근데 아이는 사실 어른들 생각보다 많은 걸 알잖아요. 정말 부모님 눈빛이 오가는 공기 속에서 그 오만가지 감정을 다 읽어내요. 저도 그랬구요아는척을 하면 안됐던것 같은데, 저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나봐요. 
엄마를 위로하고, 엄마 하소연을 들어주고, 열두살 남짓할때부터 너무 엄마한테 많은걸 해줬어요. 엄마의 힘듦을 제가 다 보상해야 할 것 같아서 엄마 옆 간신배마냥 엄마가 원하는대로 살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엄마도 참 나빠요. 가끔씩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원망해요. 
왜 나한테 의지했어? 왜 나한테 그렇게 많은걸 내 어깨에, 내 마음에 짊어지게 했어? 
엄마 입으로 듣는 아빠는 더 나빴어요. 개1새끼였어요. 나를 이뻐하던 아빠가 아니었어요. 더러워. 
오빠는 어느순간부터 제 오빠같지가 않았어요. 저한테 참 착하고 좋은 오빠였는데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부턴 왜인지 제 원수가 되어있었어요. 
지금은 남보다 못해요. 사실 남매사이가 원래 다 싸우고 그런다지만 저희는 안 싸워요. 그냥 어색하고 말도 안하고, 그렇다고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느낌이 아니에요. 그냥 서로를 피해요. 건드리면 폭발할것 같달까요. 
오빠랑 아주 어릴때부터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데, 솔직히 무서워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라,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아요. 너무 아파요. 
지금 저는 스무살인데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아빠가 드라마에 나오는 가정폭력범처럼 술을 마시면 와이프고 애들이고 다 줘패버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평소엔 저한테 정말 잘 해 주거든요.지금도 아빠가 저를 정말 사랑한다는건 잘 알아요. 아마 저 대신 죽으라면 죽을것 같기도 해요. 
근데 아빠가 이성을 잃을만큼 화가 나면 너무 무서워요. 저는 아빠한테 한번도 맞아본적은 없는데 제 눈앞에서 엄마랑 오빠가 맞는건 봤거든요. 그래서 저만 맞지않았다는 이상한 죄책감도 있고, 그 끔찍한 모습의 아빠, 엄마 입으로 듣는 아빠와 평상시 저한테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의 괴리가 너무 커서 저는 아빠를 어떻게 대하는게 맞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내가 어릴때 어떠한 이유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들이 다 나만의 망상아니었을까?엄마의 말들이 아빠의 모습을 내가 상상속에서 왜곡하게 한 것 아닐까? 
고등학교때 어떠한 계기로 아빠와 예전 일들에 대해서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요아빠는 자신의 폭력적인 모습들을 기억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때 아빠를 목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폭력적인 아빠는 이성을 놓아서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것 같기도 해요. 
솔직히 아빠 어린시절 얘기 들어보면 아빠는 저보다 더 힘들게 살았거든요.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빠를 그렇게 줘패셨대요. 어릴때는 아빠가 별거 아닌것처럼 얘기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끔찍한 부모밑에서 자란것 같아요. 아동 학대 수준이요. 
그래서인지 저는 아빠가 미운데 미워할수가 없어요. 저는 아빠보다는 편하게 살았거든요. 아빠보다는 나름 좋은 부모밑에서 자랐거든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불평하기에는 낯짝이 부끄러워요.
오빠도 너무 미웠지만, 이제는 좀 이해해요. 그렇게 착하고 순하던 오빠가 칼보다 날카로운 사람이 되어버려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되기까지오빠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오빠가 나보다 더 불쌍한것 같아서, 이젠 그냥 오빠가 이해되고 불쌍해요. 
엄마도 가끔 원망스럽지만, 가장 사랑하고 가장 안타까워요. 열살짜리 애한테 의지해야할만큼 힘들었을 엄마를 이해해요. 너무 연약하고 부숴져서 제가 다 치료해주고 보상해줘야 할 것 같은엄마를 이해해요 

다 이해는 가요. 이제 미칠듯한 원망은 저를 지나간것 같아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 
그냥 너무 지쳐요. 
저는 어디서 쉬어야 하죠? 저는 누가 보듬어 주죠?
내일 아침 눈을 뜨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는데 그게 다 무엇을 위한건지 모르겠어요. 
오늘 내가 살아온 시간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을까요
한창 꿈을 꾸고 나의 미래를 상상 하고 내일이 설레어서 잠 못들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제가 제 십년후, 이십년후를 상상하면 그냥 캄캄해요. 
영화속 주인공마냥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라고 박차고 나가는 상상도 해봤는데요, 그러기엔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몰라요. 박차고 나갈 용기도 없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공허하고 지친 마음은 어느 순간 폭식증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살도 많이 쪄서 이젠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사람도 못 만나겠어요.  인생을 리셋하고싶어요. 아니, 그냥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할땐 오기라도 있었는데이젠 가슴에 아무것도 없네요. 
텅 비었어요. 
제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까 집 앞 강가에 빠지면 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대낮부터 처음으로 혼자 술을 까봤어요. 
그리고 이런 두서없는 주저리를 늘어놔봤네요. 
저 이제 고작 스무살이거든요. 이러고 있는거 인생 선배님들 보시기에 되게 한심한거 잘 알거든요. 
근데 그래도 투정 좀 부리고 싶었어요. 왜 힘든지도 모르게 힘든 제 자신을 남한테 괜히 좀 비춰보이고 싶었어요. 
아주아주 형편없는 글솜씨임에도 불구하고, 이 긴 글을 다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