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 초반, 은퇴해도 될까요?

서울사람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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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퇴에 대해 고민이 많아 온라인에 글을 적습니다.
30초반 직장인입니다.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고, 열심히 달려와서 외국계 대기업에 작은 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팀원은 저 포함 9명이예요.
대학교 3학년때부터 일을 해왔고(학업 병행, 덕분에 졸업에 6년 걸림), 대학교 졸업 후엔 양해를 구하고 투잡을 3년동안 했고, 거기에서 쌓인 부분을 인정받아 외국계 대기업(사이즈는 대기업이 아니지만 정부 분류상 대기업)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아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계신 팀장님들은 다들 경력도 저보다 10년 이상 되시고 역량도 높아 따라가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몸 관리를 안하고 달려오면서 몸을 많이 버렸습니다.
몸무게는 점점 늘어 120을 넘기고 있고, 매일 야근에 주 70~80시간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보통 일요일만 일을 안하고 11시 퇴근을 하던가, 평일에 업무가 적으면 일요일에 나와서 4시간정도 업무를 보고 퇴근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택시를 타고 잠을 자는데, 집에서 4시간, 택시에서 출근 퇴근 40분~1시간x2씩 잠을 자며 피로를 풉니다.
지난 6월 출장에서 복귀하다가 졸도를 했어요. 병원에 가봤는데 딱히 원인을 모르겠다고 정밀검사를 보자고 했고, 저는 쌓인 일이 많아져 정밀검사를 안하고 업무 복귀를 했습니다.
이번 11월에 이제 연말이고 정리할 것도 많아 왔다갔다 하는데, 11월에만 졸도를 세번 했습니다. 눈앞이 컴컴해지고 바닥이 가까워지는데 할 수 있는게 없더군요. 온힘을 다해 바닥에 얼굴을 부딫히지 않으려고 팔을 내밀었는데 멈추지는 못하고 팔을 얼굴에 싼 채로 쓰러졌습니다. 한번은 다리를 찧어서 흉터도 생겼네요.
정밀검사는 아직이고 간단하게 검사는 해봤는데 지방간에 간수치가 높고, 간경화와 심장 관련 질환이 의심되며 혈압도 높다고 하네요. 허리 뼈 사이 간격도 넓어 디스크 오기 직전이라고 하니 종합 병원같은데 전체 검사를 하기 전에 간검사만 하는데도 몸에 구멍을 뚫어 조직검사를 한다고 하니 병가를 2-3일 내야 합니다.
대학병원 의사분들에게 물어보니 몸, 특히 간/심장이 망가지면 회복되는데 3-5년 걸린다고 해요. 운동도 하고 요양을 하며 3-4년을 쉬고 오면 아마 저를 써줄 회사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30대 중후반에 4년동안 놀고 먹은 몸값만 높은 팀장을 어디서 써줄까요? 대리로 들어가기엔 현장감각이 없을 것이고, 신입으로 들어가기엔 나이가 많고, 관리자로 들어가기엔 경력이 비게 될 것 같아요.
상사와 상담을 해봤는데, 연봉을 깍아도 조금씩 일하는 식으로는 팀과 직장을 못지키고, 대신 팀을 아예 해체하고 비자발적 퇴사처리를 해주겠다고 하네요. 부하 직원들은 회사 내 다른 팀으로 옮기고요.
지금까지 제가 모아둔 순자산이 6억정도 됩니다. 집 3억(수도권 구석의 빌라), 상가 2억(월세 65씩 나옴), 건물 대출 2.5억에 현금성(주식, 현금, 저축/예금, 채권)이 3.5억정도 있어요.
하루 3-4시간정도씩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찾아볼 것이고, 실업급여신청도 하겠지만, 아마 퇴직금과 실업급여는 전부 병원비와 재활비, 운동비용에 들어갈 것 같아요.
집도 있고 월세65에 채권과 배당으로 버는 돈이 월 100정도, 합쳐서 165면 생활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내면 연 1000~1200밖에 남지 않아 소일거릴 찾긴 해야 하겠지만, 재활을 하며 가진 돈을 재관리 하면 월 150~180정도는 남기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대 초반에 은퇴를 생각하는 나, 옳은 선택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