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하다

길가는과객200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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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털 깎다.

 

수염을 깍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깨끗하게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았다. 깊숙이 제거된 수염, 말끔한 피부. 그런 것들은 선전용 영상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있어서는 불완전하게 깎여 언제나 까슬거리고 목 가까이에나 턱이나 뺨에 뚱딴지처럼 혼자 목을 뻣뻣하게 들고 있는 홀로인 긴 털을 보면, 수염을 깎는다는 것은 용이하지만은 않은 일로 인정하였다.

 

어느 날인가 면도기 사용하는 방법을 달리해보았다. 이전에는 힘을 조금 주고 이리저리 바쁘게 이동하는 것을, 천천히 이동하면서 수염을 깍은 것이다. 훨씬 잘 깍여진 수염에 제거되지 않고 혼자 불뚝하게 있는 털도 눈에 띄지 않았다.

 

2. 때 밀다.

 

최근 겨울만 되면 특히 다리 부분이 살비듬이 일어난다. 거칠고 푸석한 다리. 온몸이 건성이어서 어디 말끔한 구석은 없지만, 섭생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술의 나날에 빠져 살아서 그런지, 나이 들어 다 그런지 모를 일이다. 작년부터는 바셀린 로션을 바르면서 조금 나아진 것도 같다.

 

아들의 피부는 지성. 목욕하고 난 뒤의 매끈함이 마음에 든다. 아이들 피부는 약해서 그렇겠지만, 유난히 때 수건의 마찰 통증을 참지 못하는 아들에게는 때를 충분히 불린 후 때 수건을 비누를 조금 찍어 밀착해서 그리고 천천히 민다.

 

우리 아들은 지우개.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보니, 힘으로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는 많이 낫다.

 

3. 밀착하다.

 

대체적이 아니고 일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을 풀어나감에도 ‘밀착해서 천천히’가 옳은 지도 모르겠다. 지니고 있는 방식은 힘만 주어 대강대강 빨리빨리였으니깐. 대부분은 제거된 것처럼 보였으니깐. 하지만 방법으로도 익숙치 않고, 적성으로도 쉬 접근하기에도 용이치 않다. 아마도 ‘밀착하여 천천히’는 마음을 쓰는데 길들여지지 않은 경상도 남자에게 있어서는 먼 거리일 것이다.

 

먼 거리라는 것도 실은, 피곤하기만한 마음 쓰기를 거절하려는 거부하려는 본능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