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망한후기

ㅇㅇ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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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 오늘 수능치고왔어 이제 고2 고3되는 친구들 많을텐데 자극이라도 받고 가라고 내얘기 좀 주절거리다 갈게 징징대고싶은것도 있고..

일단 내 내신은 5등급이야 서울에 있는 일반고. 진짜 고1 고2 미친듯이 놀았어 정신을 안차렸던거지

고2 끝나갈 무렵 성적표받고 정시로 돌려야겠다고 결심했어. 그때 모의고사 성적은 58888.. 어릴때부터 글쓰고 읽는걸 좋아해서 국어는 그나마 좀 나오더라. 고2 겨울방학 때부터 교재를 구입하고 베이스가 없는 수학부터 시작했어. 공부를 처음 하려니까 어떻게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아무튼 시작하긴 했는데 그것도 한달밖에 안갔어 어느순간부터 안하고있더라. 하루에 2시간정도 공부했던걸로 기억함. 그렇게 고3 9모까지 그냥저냥 하다 안하다 했어. 많이해야 4시간? 9모 성적표 보니까 47838나오더라. 다행히 사회문화가 나랑 좀 잘맞아서 3등급이 나오더라고.

수시는 논술 6개랑 집앞 전문대 하나 썼어. 전문대도 내 수시성적으로는 상향이라 논술 최저 맞출 겸, 정시로도 전문대 쓸겸 해서. 논술 2개 학교는 최저가 없는 곳, 6개는 2합 4였어. 국어3등급 사회문화1등급 받으면 될것 같았어.

그런데도 정신 못 차려서 결국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건 추석 이후야. 논술 과외도 그때부터 시작했어. 독서실 정기권 끊으니까 그래도 좀 하게 되더라고. 첫날은 한시간 그 다음날도 한시간.. 점점 늘려가다 보니 하루에 10시간 공부하는게 되더라 처음 10시간 채운 날은 다음날 오후까지 잠만 잤어 너무 힘들어서

문제집, 인강, 과외비까지 2개월간 200만원정도 쓴것 같다. 아무튼 10월말부터는 하루10시간씩 공부했어. 이맘때쯤부터 담배도 시작했고. 모의고사 풀어보니까 사회문화 만점이 계속 나오더라. 국어도 4등급 고정이었지만 종종 3등급도 나오기도 하고. 희망이 보였어. 늦게 시작한것 치고는 괜찮은거라 혼자 위로했지

정말 그 기간동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어. 물론 나보다 더 많이 하는 애들도 있고 일찍부터 열심히 한 애들도 있었겠지. 그래도 난 매일 놀기만 하던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공부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어. 최저 맞추고 논술 열심히 하면 나도 4년제 대학교에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위에 썼다싶이 글쓰는걸 좋아해서 논술도 재밌고 나름 잘 쓴다고 생각했거든. 그때 쓰던 네이버 웹소설도 고등학생 치고는 많은 관심을 받았었고.. 그냥 근거없는 막연한 자신감이었지 뭐ㅋㅋ

2개월, 수능 준비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좋아하던 롤도 끊을만큼 정말 열심히 했어. 앞으로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위해 이렇게 노력할 일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수능 전날에 모의고사 풀어보니 국어80점 사회문화 47점이 나오더라.

최저 맞추기에도 급급해서 다른 과목은 신경도 안썼어. 특히 수학이 너무 아쉬웠는데 예전엔 그렇게 싫었던 과목이 맘잡고 공부하려고 책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수학 싫어하는 애들 정승제선생님 강의 한번 들어보길 추천해. 수학공부 더 하고싶어서 재수까지 고민중이야.

아무튼, 최저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확통만 대충 끝내고 영어는 정말 책도 안 펴본 상태로 시험장에 갔어. 단어 외우는게 너무너무 싫었거든. 게다가 사회는 푸는족족 맞추니까 그게 좋아서 사회를 엄청 많이 했던걸로 기억해.

너무 떨려서 3시간 자고 수능치러 갔어. 인쇄상태 확인하려고 국어를 딱 펴는데 공부했던 연계작품들이 눈에 다 들어오더라. 너무 좋았어 아는 작품이 나오니까. 자신없던 문법 15번까지 20분컷하고 문학으로 넘어갔는데 가채점표 쓰랴 마킹하랴 너무 바쁜거야 지문에 집중할 시간도 없이.. 특히 국어는 문제가 많으니까 문학 먼저 풀고 비문학 풀려고 하니 순서가 너무 헷갈리더라 여기서 시간낭비 엄청 했어. 게다가 잠도 못 잤으니까 피곤해서 집중이 더 안되더라고. 다들 수능전에 꼭 가채점표랑 omr쓰는 연습 충분히 하고 푹 자고 가. 난 결국 시간이 모자라서 마지막 비문학 지문중 3문제를 찍었어. 당시에는 자신감이 넘쳤어. 비록 몇개 찍긴 했지만 목표는 1등급이 아닌 3등급이라 푼것만 맞으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했어. 문제도 쉬웠거든. 너무 쉽게 슥슥 풀리더라.

다음시간 수학을 딱 펼쳤는데, lim이 뭔지 모르겠는거야ㅋㅋ 풀만한 문제가 확통에서 4개정도 보이더라. 4개 풀고 나머지는 찍고 잤어. 너무 피곤했거든.

좀 자고 일어나서 엄마가 싸준 죽 먹고 남은 시간동안 사회문화 개념 복습했어. 영어는 애초에 정말 하나도 안해서(수능특강도 안펴봤어) 더 마음편하게 봤어. 9모에서 7등급이 나오기도 했고.. 듣기 열심히 풀고 다른 문제들 단어 몰라서 해석도 안 되는데 어떻게든 주워들은걸로 열심히 끼워맞춰서 풀었어. 거의 찍은거나 다름없지. 시간 꽉채워서 풀었어.

한국사도 그냥저냥 하고 다른 선택과목인 동아시아사 또한 아예 개념도 모른채로 가서 그냥 맘편하게 봤어. 다른건 어찌되도 좋으니 최저라도 맞추자, 하고.

사회문화를 딱 폈는데, 선택과목인 애들은 알거야. 계층이동 표짜는 문제. 내가 그걸 정말 잘했거든. 개념보다 20번 계층이동 문제가 더 자신있었어. 근데 올해 6월, 9월에 안나오길래 불안했는데 역시나 안나오더라. 그대신 표문제가 3개였어ㅋㅋ 미쳤지 3개 다 감도 안 잡히는거야. 일단 개념문제들 다 풀고 보니까 10분 남았더라. 10분동안 표를 분석하는데 자신없던 유소년 부양비같은게 나오니까 뇌가 하얘지더라. 어찌어찌 풀고 마킹 끝내니까 딱 종쳤어.

그때까지만 해도 느낌 괜찮았어. 국어도 쉬웠고, 사회문화는 조금 힘들었지만 표문제도 괜찮게 풀었던 것 같았거든.

결과는 국어65점 수학17점 영어55점 한국사33점 동아시아사13점 사회문화35점..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__

그자리에서 가채점표 들고 나와서 담배 5개를 연이어서 피웠어. 65에 35.. 2합 4는 무슨 둘다 4~5등급 언저리 나올 것 같더라. 그렇게 나는 6개의 논술 원서중에 4개를 포기했어.

포기했다기보단, 자격조건이 안 돼서 못 보러 가는거지. 원서비 하나에 5만원이었는데 엄마아빠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되게 놀랐던건 영어가 55점이라는거야 ㅋㅋㅋ 심지어 듣기에서도 3문제 틀렸거든.. 국어시간에 와줘야 할 찍신님이 지각해서 영어때 왔어.. 그래도 영어덕분에 총점 200이 넘어서 집근처 전문대는 넣어볼만 할 것 같아.

남은 입시는 최저가 없는 한양대와 광운대 논술, 전문대를 쓴 수시2차와 쓸 정시원서. 20만원 넘게 주고 얼마 듣지도 않은 이투스 패스와 얼마 풀지도 않은 채로 쌓여있는 새 문제집들.

한양대 논술의 경쟁률은 166대 1..ㅋㅋ 택도 없지. 지금은 그냥 뭐.. 그냥 그래. 200점 넘은거에 의의를 두고.. 서울권에 있는 전문대라도 써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여기도 9모랑 내신으로는 꿈도 못 꿀 학교였거든. 결과적으로 성적은 올랐고, 내가 아쉬운 이유는 분에 맞지 않게 너무 무리한 목표를 잡아서인가봐. 속상하긴 하지만 꼴랑 2달했다고 2합4가 맞춰지면 그게 더 이상한거잖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싶어서 후회되기는 하지만 이미 지난걸 어쩌겠어. 마지막 남은 논술 두개 열심히 해 봐야지. 혹시 알아? 166명을 뚫고 합격할지..^^ 그렇게라도 생각하니까 논술준비하는게 손에 잡히긴 하더라고.

너희는 나처럼 바보짓하지 말고 꼭 일찍 시작해서 좋은 결과 봤으면 좋겠다. 두서없이 쓴 징징대는 글 읽어줘서 고마워. 나 한심한거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악의적 댓글은 지양해줬음 좋겠어.. 글로는 덤덤하게 쓰지만 지금 좀 자살하고싶거든;

어쨌든 난 좀 자야겠어. 다들 열심히 하고.. 특히 올해 고3되는 친구들 1년이면 정말 많은걸 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길 바라.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