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논픽션의 가운데 2

헤르미온느2020.12.07
조회105

6시 퇴근시간 까지의 시계가 물에 젖은 옷을 들어올리는 듯 끈적끈적하고 더디게만 흘러갔다. 생선구이에 소주를 먹을 생각이었던 장소는 사람이 많고 북적였다. 식당을 나와서 소공동으로 북창동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쳐다보는 것이 좀 민망했다. 메신저로 나누었던 수위 있는 농담들이 떠올랐다. 이 와중에 나는 사실 농담은 했지만 실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함께 있는걸 알아보면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옆부서 부장님이 그때 소공동에서 멋진 남편이랑 같이 있던데? 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꽤 비싸보이는 스시집으로 내가 먼저 그를 이끌었다. 그런 곳은 몇번 가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남편 외엔 누구와도 가보지를 못했는데 나는 마치 자주 그런데서 식사하는 사람인 양 능숙하게 다찌에 앉고 물수건을 받아 들고 그가 메뉴판의 가격을 보기 전에 주방장오마카세를 주문했다. 처음부터 내가 계산할 생각이었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남자에게 부담을 줘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였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날 그와 내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이젠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회사 이야기, 결혼생활 이야기 등등. 중간 중간 스시를 말아주는 주방장이 들을까 민망해지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서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허벅지에 근육을 만져보라고 하는 터치도 있었다. 소주를 한잔 두잔 잔에 채워주고 내 몫으로 나온 스시도 옆 접시에 옮겨 주면서 나는 그의 옆모습을 술을 넘기는 그의 목덜미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집에 늦게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