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 올린 지 3년 된 주부에요 이제 돌 지난 딸아이 하나 있고요 남편이 사고를 일으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어요 사표 쓰고 퇴직금만 챙겨서 쫒겨나다싶이 나오게 됐죠 그게 일년 전 일이에요 그이가 처음 몇 달은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면접도 곧잘 다녔어요 열정 넘치고 늘 자신만만 했던 사람인데 실업자 생활 일년을 넘기고는 이제 포기한듯싶어요 경력자라도 마흔 넘은 사람 일 시켜주는데가 흔하진 않을 거예요 요즘은 잘 씻지도 않고 까치집 머리하고서 집에만 죽치고 있네요 답답한 마음에 남편 실직하고 처음으로 한소리 했어요 일용직 일이라도 해라 집안 가장답게 처자식 쌀 사먹을 정도는 벌어와야 하지 않겠냐고요 바로 리모컨 집어던지데요 자기를 대체 뭘로 보냐면서요 딸아이는 놀래서 울고 더 이상 말 안 했어요 대출금에 공과금 입을 거리 먹을거리 당장 나갈 돈은 수두룩인데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지 남편은 집에만 있고 이러다 우리 세 식구 길거리에 나앉겠다 싶어 저라도 뭐든 해야지 했는데 감사하게도 저희 집 처지 잘 아시는 부녀회장님 소개로 공사현장 함바식당에 일을 나가게 됐어요 이제 한달 됐네요 식당 일이 만만하진 않더라고요 해본적 없는 육체노동에 매일이 고단하고 아프지만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에 파스 붙여가며 버티고 있어요 식당 사장님 고마운 분이세요 배식하고 남은 깨끗한 반찬들 가져다 먹으라고 찬합에 한가득 담아 주셔요 남편은 뭐 이런 걸 얻어 오냐 창피하지 않냐며 핀잔이에요 어제는 퇴근하고 정육점에 들렸어요 돼지 등뼈에 배추 넣고 삶아서 감자탕 흉내 좀 내봤네요 컴퓨터로 화투치는 남편 밥 먹어라 불렀더니 국물이 싱겁다느니 고기가 뻑뻑하다느니 밥상 투정하며 수저 드네요 손가락 마디마디 쑤시도록 설거지해서 번 돈으로 남편 기운 좀 차리라고 탕 끓여 든든히 먹이려던 전데 저사람 하는 말이 참 야속했어요 지긋지긋하다고 자꾸 이럴 거면 농약 털어 넣고 우리 다 같이 죽자고 제가 악 받쳐 소릴 질러 버렸네요 남편 그 길로 집 나갔고요 그리곤 새벽에 연락 왔어요 자는 아이 들쳐업고 동네 파출소로 향했어요 다리에서 술병 끼고 난간에 기대 있는 저희 남편을 지나가시던 분이 신고하셨나 봐요 그 새벽에 경찰분들과 119분들 출동해서 시끄러웠다네요 초췌한 몰골로 멍하니 저 바라보는 남편 끌어안아 줬어요 그이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딸아이는 뭐가 좋은지 지 아빠 볼만 연신 꼬집으면서 방긋 방긋하네요 처녀 적에 열심히 보던 판 참 오랜만에 와봤어요 타인 이야기만 읽던 제가 이제는 아줌마가 되어 제 답답한 속사정 풀었더니 창피는 했지만 후련했어요 감사합니다 312
남편 일로 경찰한테 연락받았어요
이제 돌 지난 딸아이 하나 있고요
남편이
사고를 일으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어요
사표 쓰고 퇴직금만 챙겨서
쫒겨나다싶이 나오게 됐죠
그게 일년 전 일이에요
그이가 처음 몇 달은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면접도 곧잘 다녔어요
열정 넘치고
늘 자신만만 했던 사람인데
실업자 생활 일년을 넘기고는
이제 포기한듯싶어요
경력자라도
마흔 넘은 사람
일 시켜주는데가
흔하진 않을 거예요
요즘은
잘 씻지도 않고 까치집 머리하고서
집에만 죽치고 있네요
답답한 마음에
남편 실직하고
처음으로 한소리 했어요
일용직 일이라도 해라
집안 가장답게 처자식 쌀 사먹을 정도는
벌어와야 하지 않겠냐고요
바로 리모컨 집어던지데요
자기를 대체 뭘로 보냐면서요
딸아이는 놀래서 울고
더 이상 말 안 했어요
대출금에 공과금
입을 거리 먹을거리
당장 나갈 돈은 수두룩인데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지
남편은 집에만 있고
이러다
우리 세 식구 길거리에 나앉겠다 싶어
저라도 뭐든 해야지 했는데
감사하게도
저희 집 처지 잘 아시는
부녀회장님 소개로
공사현장 함바식당에 일을 나가게 됐어요
이제 한달 됐네요
식당 일이 만만하진 않더라고요
해본적 없는 육체노동에
매일이 고단하고 아프지만
돈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에 파스 붙여가며
버티고 있어요
식당 사장님 고마운 분이세요
배식하고 남은 깨끗한 반찬들
가져다 먹으라고
찬합에 한가득 담아 주셔요
남편은
뭐 이런 걸 얻어 오냐 창피하지 않냐며
핀잔이에요
어제는
퇴근하고 정육점에 들렸어요
돼지 등뼈에 배추 넣고 삶아서
감자탕 흉내 좀 내봤네요
컴퓨터로 화투치는 남편
밥 먹어라 불렀더니
국물이 싱겁다느니 고기가 뻑뻑하다느니
밥상 투정하며 수저 드네요
손가락 마디마디 쑤시도록
설거지해서 번 돈으로
남편 기운 좀 차리라고
탕 끓여 든든히 먹이려던 전데
저사람 하는 말이 참 야속했어요
지긋지긋하다고
자꾸 이럴 거면 농약 털어 넣고
우리 다 같이 죽자고
제가 악 받쳐 소릴 질러 버렸네요
남편 그 길로 집 나갔고요
그리곤
새벽에 연락 왔어요
자는 아이 들쳐업고
동네 파출소로 향했어요
다리에서 술병 끼고 난간에 기대 있는
저희 남편을 지나가시던 분이
신고하셨나 봐요
그 새벽에 경찰분들과 119분들 출동해서
시끄러웠다네요
초췌한 몰골로
멍하니 저 바라보는 남편
끌어안아 줬어요
그이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딸아이는 뭐가 좋은지
지 아빠 볼만 연신 꼬집으면서
방긋 방긋하네요
처녀 적에
열심히 보던 판
참 오랜만에 와봤어요
타인 이야기만 읽던 제가
이제는 아줌마가 되어
제 답답한 속사정 풀었더니
창피는 했지만 후련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