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와카야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저울이 필요 없는 폭신폭신 팬케이크』, 푸른숲, 2015.
겨울이 오면 언제나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종이봉투에 담긴 군고구마는 드럼통 안에서 태운 장작의 연기가 살짝 배어있어야 제맛이고, 붕어빵은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아이가 함박눈 맞아가며 털장갑 낀 두 손으로 베어 물어야 제격이다. 편의점 입구의 커다란 보온용 찜기 가득한 호빵을 볼 때면 유리창 너머의 만찬을 바라보는 성냥팔이 소녀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길거리 음식들도 어머니가 해 주셨던 간식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달달한 단팥죽을 후후 불어먹을 때면 동지섣달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도 집 안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배경음악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추운 겨울날 밖으로 나가지 못해 뒹굴뒹굴하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심심한 것이 마치 부모의 대죄라도 되는 것처럼 볼을 부풀리며 내게 매달릴 때면 나 역시 ‘뭐라도 먹여서 달래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그런데 뭘 먹이나?’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요즘 아이들이 단팥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아이들 먹이자고 팥을 불리고 삶고 반쯤 으깨서 팥물과 함께 갈아 설탕 넣고 죽을 쑬 생각을 하니 벌써 어깨가 뻐근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찹쌀을 반죽한 새알이라도 넣을라치면 차라리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놀다 오는 게 더 싸게 먹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 신세대 아빠답게 팬케이크가 좋겠다.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박력분 500그램, 베이킹파우더 1과 2/3컵, 설탕(그래뉴당) 3/4컵, 소금 약간을 섞어 팬케이크 믹스를 만든다.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 두면 손쉽게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개인 입맛에 따라 설탕의 양을 가감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
팬케이크는 의외로 세대를 관통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1970년대 국내의 한 식품회사가 핫케잌 가루라는 정체불명의 제품를 출시한 이래, 우리나라 주부들은 그때까지 책 속에서만 보아오던 ‘홈베이킹’의 영역에 한 발자국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비록 커다란 오븐에서 구워낸 멋들어진 케이크는 아니었지만, 프라이팬에 갓 구워낸 팬케이크의 폭신하고 달콤한 맛은 아이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엄마를 우러러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후로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또 자기 자식들에게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일 생각을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흐른 셈이다.
이왕이면 인스타 감성에 걸맞게 사진 몇 장 찍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렇다면 시판용 팬케이크 가루로는 뭔가 부족할 터이다. 밀가루와 설탕부터 직접 섞어 만들고 토핑도 그럴듯하게 얹어줘야 제격이다. “저울이 필요 없는 폭신폭신 팬케이크”는 이렇듯 본격적인 홈베이킹과 시판 믹스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팬케이크 믹스 한 컵에 달걀 한 개, 우유 반 컵(80~100ml), 녹인 버터 1큰술을 섞어 반죽을 만든다. 섞었을 때 리본처럼 구불구불하게 잠시 흔적을 남기는 정도가 알맞은 농도. 그래서 작가는 "우유를 처음부터 다 붓지 말고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면 편하다"라고 조언한다.>
가난한 농부들이 곡식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불에 달군 괭이에 구워 먹은 호(Hoe:괭이)케이크에서 알 수 있듯, 팬케이크는 태생부터가 고급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따뜻하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책에 나온 조리법에는“기본”팬케이크만 하더라도 밀가루와 설탕뿐 아니라 달걀과 우유에 버터까지 들어가니 맛까지 보장된다. 여기에 여러 가지 과일이나 초콜릿을 끓여서 만드는 소스까지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근사한 간식 한 접시가 눈앞에 놓인다. 좀 더 나아가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치즈 리소토 팬케이크나 갈레트 정도 되면 고급 요리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강조하는 팬케이크의 가장 큰 매력은 ‘먹고 싶을 때 곧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적당량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재료가 간단하고 요리 과정이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데다가 재료를 좀 더 넣거나 덜 넣을 때도 나름대로 맛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요리학교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면서 “베이킹은 계량이 생명이다. 눈금 하나라도 틀리면 각오해라!”라는 셰프의 위협에 시달렸던 입장에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관대함이다. 요리가 좀 서툴러도 만들 수 있기에 반죽 한 두 국자 정도는 인심 좋게 아이들에게 맡기며 직접 구워보라고 체험을 시켜 줄 수도 있다. 엉성한 공룡 모양, 삐뚤어진 얼굴 모양의 팬케이크지만 갓 구워 따뜻한데다 직접 만들었다는 즐거움이 더해지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식이 된다.
<팬을 달군 후, 약한 불에 반죽을 한 국자씩 떠서 굽는다. 기포가 올라오면 뒤집어준다. 너무 일찍 뒤집어서 찢어지거나, 너무 늦게 뒤집어 살짝 탄 팬케이크 역시 나름의 맛이 있는게 매력.>
요리를 시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장비나 요리실력의 부족이 아니라 귀찮음이라는 말이 있다. “저울이 필요 없는 폭신폭신 팬케이크”는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며 그 귀찮음과 최대한 타협해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노력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에 있는 재료를 대충 넣고 만들어도 되고, 이스트를 넣은 반죽을 하룻동안 발효시켜가며 정성을 들여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건 예쁜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보면 팬케이크를 만들고픈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작가가 책을 쓰며 이루고자 했던, 독자들의 식탁 위에 달콤한 팬케이크 한 접시를 더하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듯하다.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만들어 본 기본 팬케이크. 책에는 여러 가지 토핑과 소스 만드는 법이 나와 있지만 그냥 냉장고에 있는 달콤한 소스를 아무거나 뿌려도 맛있다. 직접 만든 유자청을 한 스푼 뿌려 먹으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우리집 특제 팬케이크 완성. 슈가파우더를 뿌려주면 한층 더 그럴듯한 모습이 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요리전문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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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서의 추천도서: 폭신폭신 팬케이크
추천도서: 와카야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저울이 필요 없는 폭신폭신 팬케이크』, 푸른숲, 2015.
겨울이 오면 언제나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종이봉투에 담긴 군고구마는 드럼통 안에서 태운 장작의 연기가 살짝 배어있어야 제맛이고, 붕어빵은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아이가 함박눈 맞아가며 털장갑 낀 두 손으로 베어 물어야 제격이다. 편의점 입구의 커다란 보온용 찜기 가득한 호빵을 볼 때면 유리창 너머의 만찬을 바라보는 성냥팔이 소녀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길거리 음식들도 어머니가 해 주셨던 간식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달달한 단팥죽을 후후 불어먹을 때면 동지섣달의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도 집 안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배경음악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추운 겨울날 밖으로 나가지 못해 뒹굴뒹굴하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심심한 것이 마치 부모의 대죄라도 되는 것처럼 볼을 부풀리며 내게 매달릴 때면 나 역시 ‘뭐라도 먹여서 달래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그런데 뭘 먹이나?’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요즘 아이들이 단팥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아이들 먹이자고 팥을 불리고 삶고 반쯤 으깨서 팥물과 함께 갈아 설탕 넣고 죽을 쑬 생각을 하니 벌써 어깨가 뻐근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찹쌀을 반죽한 새알이라도 넣을라치면 차라리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서 놀다 오는 게 더 싸게 먹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 신세대 아빠답게 팬케이크가 좋겠다.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박력분 500그램, 베이킹파우더 1과 2/3컵, 설탕(그래뉴당) 3/4컵, 소금 약간을 섞어 팬케이크 믹스를 만든다.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 두면 손쉽게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개인 입맛에 따라 설탕의 양을 가감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
팬케이크는 의외로 세대를 관통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1970년대 국내의 한 식품회사가 핫케잌 가루라는 정체불명의 제품를 출시한 이래, 우리나라 주부들은 그때까지 책 속에서만 보아오던 ‘홈베이킹’의 영역에 한 발자국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비록 커다란 오븐에서 구워낸 멋들어진 케이크는 아니었지만, 프라이팬에 갓 구워낸 팬케이크의 폭신하고 달콤한 맛은 아이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엄마를 우러러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후로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또 자기 자식들에게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일 생각을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흐른 셈이다.
이왕이면 인스타 감성에 걸맞게 사진 몇 장 찍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렇다면 시판용 팬케이크 가루로는 뭔가 부족할 터이다. 밀가루와 설탕부터 직접 섞어 만들고 토핑도 그럴듯하게 얹어줘야 제격이다. “저울이 필요 없는 폭신폭신 팬케이크”는 이렇듯 본격적인 홈베이킹과 시판 믹스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팬케이크 믹스 한 컵에 달걀 한 개, 우유 반 컵(80~100ml), 녹인 버터 1큰술을 섞어 반죽을 만든다. 섞었을 때 리본처럼 구불구불하게 잠시 흔적을 남기는 정도가 알맞은 농도. 그래서 작가는 "우유를 처음부터 다 붓지 말고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면 편하다"라고 조언한다.>
가난한 농부들이 곡식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불에 달군 괭이에 구워 먹은 호(Hoe:괭이)케이크에서 알 수 있듯, 팬케이크는 태생부터가 고급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따뜻하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책에 나온 조리법에는“기본”팬케이크만 하더라도 밀가루와 설탕뿐 아니라 달걀과 우유에 버터까지 들어가니 맛까지 보장된다. 여기에 여러 가지 과일이나 초콜릿을 끓여서 만드는 소스까지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근사한 간식 한 접시가 눈앞에 놓인다. 좀 더 나아가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치즈 리소토 팬케이크나 갈레트 정도 되면 고급 요리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강조하는 팬케이크의 가장 큰 매력은 ‘먹고 싶을 때 곧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적당량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재료가 간단하고 요리 과정이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데다가 재료를 좀 더 넣거나 덜 넣을 때도 나름대로 맛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요리학교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면서 “베이킹은 계량이 생명이다. 눈금 하나라도 틀리면 각오해라!”라는 셰프의 위협에 시달렸던 입장에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관대함이다. 요리가 좀 서툴러도 만들 수 있기에 반죽 한 두 국자 정도는 인심 좋게 아이들에게 맡기며 직접 구워보라고 체험을 시켜 줄 수도 있다. 엉성한 공룡 모양, 삐뚤어진 얼굴 모양의 팬케이크지만 갓 구워 따뜻한데다 직접 만들었다는 즐거움이 더해지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음식이 된다.
<팬을 달군 후, 약한 불에 반죽을 한 국자씩 떠서 굽는다. 기포가 올라오면 뒤집어준다. 너무 일찍 뒤집어서 찢어지거나, 너무 늦게 뒤집어 살짝 탄 팬케이크 역시 나름의 맛이 있는게 매력.>
요리를 시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장비나 요리실력의 부족이 아니라 귀찮음이라는 말이 있다. “저울이 필요 없는 폭신폭신 팬케이크”는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며 그 귀찮음과 최대한 타협해서 내가 원하는 수준의 노력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에 있는 재료를 대충 넣고 만들어도 되고, 이스트를 넣은 반죽을 하룻동안 발효시켜가며 정성을 들여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건 예쁜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보면 팬케이크를 만들고픈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작가가 책을 쓰며 이루고자 했던, 독자들의 식탁 위에 달콤한 팬케이크 한 접시를 더하려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듯하다.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만들어 본 기본 팬케이크. 책에는 여러 가지 토핑과 소스 만드는 법이 나와 있지만 그냥 냉장고에 있는 달콤한 소스를 아무거나 뿌려도 맛있다. 직접 만든 유자청을 한 스푼 뿌려 먹으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우리집 특제 팬케이크 완성. 슈가파우더를 뿌려주면 한층 더 그럴듯한 모습이 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요리전문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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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하나: 도서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팬케이크/홈베이킹 요리책을 추천해주세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어떤 레시피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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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둘: "행사참여 후기"에 이번 선정도서를 읽고 150자 내외의 짤막한 서평/독후감을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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