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흘러가기로 했다

냠냠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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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한 지 2년, 크게 싸운 적은 몇 번 없지만 서로의 다름에 점점 식어감을 느꼈다는 너.
너도, 나도 많이 미숙했다. 하지만 미숙함이 잘못은 아니다.
그래서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이제는 더이상 미안해 하거나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감정은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한편으로 감정에 빠지기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 같다.
이별 후 한 달 간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며 나는 점점 고여갔다.
모든 것은 흘러가듯 변하는데, 감정도 변하고, 확고할 것 같던 신념마저도 변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할 감정을 억지로 붙잡아 그 안에 고여 있다면 점점 더 썩을 뿐이란 걸.
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그 노랫말의 뜻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난 이제 내가 고여있던 과거에서, 너와 과거의 시간을 향했던 이 감정들에서 벗어나 그들이 흘러가도록 두려 한다.
헬렌 켈러가 이르길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힐 때 다른 한 쪽 문이 열린다고 하는데.
제자리에 고인 채 닫힌 문만 바라보던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다른 쪽 열린 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네가 없는 나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젠 알겠다. 결국 내 존재와 한계를 정하는 것은 나였다는 것을.
이별 후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았노라 박박 우겼지만, 결국 너 없이 못 산다는 생각 자체가 내 자존감이 바닥치고 있다는 증거였음을.
이별은 아마 이렇듯 너 없는 나의 삶을 진심으로 궁금해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끝이 나나 보다.

나는 이번의 관계를 끝맺으며 스스로 더욱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이별 후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귓등으로도 안 들렸는데, 이제는 정말로 조금 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아주 자연스럽게 좀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와 함께 한 2년의 시간은 참 아름답고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고마운 것은
그 시간이 끝나가던 최근 한 달 동안 모든 것을 견뎌내고 결국 단단해지고야 만 내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