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흙수저들 자존감 어떻게 지키고 살아

ㅇㅇ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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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감성으로 엄청 길게 썼는데 너무 구질구질해져서 싹 지움;편하게 반말로 쓸게

부모가 친척이나 이웃집, 친구들한테 크고 작게 빌린 돈이 엄청 많아. 십년전에 사업 실패하고 신불 됐는데 여전히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빚 돌려막기 중이거든. 단순히 가난한 것 뿐만 아니라 때리고 욕하고 그런 부모니까 님 자 안붙이는 거 그러려니 해줘
암튼 그걸 중딩 때 엄마 폰 문자함 보다가 처음 알았는데.. 내가 정말 절실히 느낀게 가난할 수록 부모가 폰 관리 철저히 해서 절대 애들이 미납 안내장 같은거 못보게 해야한단거야.
그냥 막연히 잘 지낸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싫은 소리를 하고 엄마는 죄송하다 사정하며 굽신거리고.. 그걸 나한테 티 안내고 늘 잘해주셨단 점에서 참 좋은 어른들이구나 싶지만 그래도 그 후로는 괜히 전처럼 편히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더라.
고딩 때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처음으로 학원 보내달라해서 동네 보습학원 다녔거든 근데 영 안맞아서 한달하고 바로 관뒀어. 솔직히 열심히 하지도 않았지만. 근데 몇 달 후에 엄마 폰 봤더니 학원 쌤이랑 최근까지 연락한게 있더라. 학원비 십만원이 여태 미납이라고 제발 보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문자였어. 나는 그걸 보고 진짜 너무.. 쪽팔렸어.
친척어른들이 아직도 생일 선물이나 용돈 같은거 나랑 동생꺼 챙겨주셔. 감사하긴한데 솔직히 그냥 신경 안써주셨으면 좋겠어. 어쨌든 부모 관계자기도 하고 너무 죄송해서 오히려 싫어.
나도 이제 20대 중반 다 되어가서 사촌 동생들한테 뭐라도 답례해야지 싶다가도 내가 무슨 선물을 보내도 성에 찰까 싶고 누가 누굴 챙긴다는 건지 우스워지기도 해. 그 집 애들은 미국 유학가고 강남으로 학교 다니고 그러는데. 그냥 한참 어린 동생들한테도 자격지심 들고 질투나.
친구들이랑 뭐 먹으러가면 별로 먹고 싶지 않아도 가장 싼 메뉴 시키고 케잌이나 치킨 깊티 선물로 받으면 중고로 팔고 잘 먹었다고 거짓말하고.. 궁상맞은 쫌생이인거 티 안낼라고 나름 애는 쓰는데 모르겠어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가난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 나도 친구들한테 베풀고 돈 신경 안쓰고 선물하고 그러고 싶은데 그게 안돼
친구네 집 가서 얼음정수기나 문짝이 두개인 커다란 냉장고 아파트출입문 인터폰 이런거 어떻게 쓰는건지 몰라 버벅대고 애슐리 드마리스 같은 뷔페 샐러드바 처음 가봐서 남들 하는거 슬쩍 따라하고 삼만원 넘는 피자나 뿌링클 치킨 육회 초밥 같은거 스무살 되고 처음 먹어봐서 진짜 바닥까지 싹싹 핥아먹고누가 나더러 ㅇㅇ씨는 왤케 안 먹어본게 많아~ 신기한 것도 많구~ 했는데 정말 비꼬는 말투 아니었거든 근데 좀 울컥하더라 민망하기도 하고.. 아직까지 기억나
주거비 아낄 겸 눌러살다가 충분히 자금 모이면 바로 부모랑 연 끊고 동생이랑만 살거야 재테크 열심히 하고 있고 나중에는 꼭 안정 누리겠다는 희망도 목표도 있어 근데 이따금 내가 너무 구질구질하고 초라하게 느껴지는거, 이런 집구석에 태어난 나랑 동생이 너무 안쓰러워서 자기연민에 빠지는거, 주변이 부럽고 괜히 삐딱하게 보게 되는거 어떻게 하면 좀 고칠 수 있을까어제도 전에 엄청 신세진 알바 사장님께 뭐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선물 찾아보는데 얼마를 쓸지 아니 애초에 선물을 할지말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는데 문득 자괴감 엄청나더라..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 횡설수설인데 그냥 생각나는 얘기 아무거나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