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여행.. 우린 그렇게 다시 시작하려했다. 3년간의 공백을 지워버리려하는것처럼.. 그렇게 서로 사랑하기에도..바쁘기에.. 행복한 일들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 버린 한 사람에 의해.. 그 행복은..산산히 부셔지고 말았다. 이젠 행복만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우리들의 삶에.. 하나의 불청객이 끼어든것이다.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그 한사람에 의해.. "여긴..어떻게.." 우리들의 여행이 딱 5일째 접어들던 날이었다. 오늘은 어느 한 시골마을로 놀러 가보자며 농촌모습을 그리고 싶다던 태후를 따라 그곳에 도착할 무렵..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나를 반기는 저사람.. 그렇게 잊어버리려 노력했던..이령이었다. "이제와?" 능청스럽게 다현을 향해 말을거는 이령. 아무일 없었다는 저 태도에 왠지모를 화가 밀려왔다. "흠..둘이 여행중?" 이령은 태후와 다현을 번갈아 바라보고.. 그런 이령의 말에 이젠 어이가 없다. "여기 무슨일이야." 최대한 쌀쌀맞게..최대한 차갑게 이령을 대했지만, 별로 상관없다는듯한 태도를 보이는 이령.. 그 모습에 더욱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당연히 너 데리러 왔지." "데리러 오다니?..무슨 소리야" "말 그래로야. 이젠 제자리로 돌아와야지. 옛추억 회상하기에..일주일이면 충분한거 아니야?" 능청스럽다 못해 이젠 당당한기까지한 이령의 태도.. 그 모습에 다현을 할말을 잃어버렸다. "말했잖아. 난 약속대로 데릴러 온것뿐이야." 이령의 그말에 잊고 있었던 몇일전의 일이 떠올랐다. 여행을 시작했던 그날.. 집앞에서 나를 반가히 맞이했던 이령의 그 말이.. [여행간다며?] [상관할바 없잖아] [그냥..잘 다녀오라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여행일텐데..] [..무슨 소리야?] [별 말 아니야. 부디 잘 놀다와.] [하..나 마중 나올 시간있으면 너나 잘 챙겨.] [난 괜찮아. 지금은 혼자일지 몰라도 다음엔 둘이 될테니깐..] 그땐 더이상 관련되기 싫어 별 뜻없이 넘겨버린 말들.. 하지만 이령에게 그 말들은 경고를 의미했다. 다음에 다시 만날땐..나를 데리고 가겠다는.. "가자." "너 혼자 결정짓지마. 그건 니 생각이지 내생각이 아니잖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것뿐이야. 달라지는건 없다구." 하아.. 당황스럽고도 황당한 이 기분.. 지금 빌고 빌어도 용서는 안될것만 같은데.. 잘못은 커녕 오히려 더욱 당당한 태도를 선보이는 이령의 행동에 다현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젠 자신의 잘못조차 알긴아는건지.. 그것조차 의심스러워 진다. "너..몬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내 원래자리는 여기지. 너의 옆이 아니야." "아니..넌 내 옆에 있어야되." "하..내가 왜 그래야 되지?" "날 사랑하니깐." 한치의 의심도 없이..머뭇거림도 없이. 당당히 다현을 향해 말을하는이령. 대체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건지 조차 모르는건 아닐까? "너..니가 무슨짓을 했는지나 아니?" "알아." "..그런데도..지금 이러는거야?" "못할건 몬데?" 차라리 잘못했다고 빌기라도 하면.. 이령이란 한 사람이 이렇게 밉지는 않을텐데.. 두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망가트리고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저 태도에..다현은 더욱 미움이 치밀어 오른다. 차라리..빌지라도 그랬니..그럼..너가 불쌍하다고라도 생각했을텐데.. 이런식으로 나오니..더이상 너가 불쌍하지도 않다.. 그냥..한심스러울뿐이야.. 한이령이라는 한사람이..그저..바보스러울 뿐이야.. "난 너랑 이렇게 마주할 일도 없고,같이 돌아갈 일도 없어. 그러니 더이상 힘빼지 말고 그만 돌아가라.." "닌 너랑 같이 돌아 갈꺼야." "아무리 그래도 난 절대 변하지 않아. 이만 가자 태후야." 가로막고 있던 이령을 비켜지나가 계속 걸어나갔다. 어떻게 알고 온건지..무슨연유로 이곳에 온건지, 더이상 내가 상관할일도..상관할 필요도 없는일이었다. 난 그저 태후만 생각하면 되고.. 태후만 바라보면 되는 일인것이다. "..괜찮아?" 조금은 흥분한 다현이 걱정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태후가 말을 걸어왔다. "응..괜찮아." "..이령이형.." "태후야..그 얘긴 더이상 하지 말자. 우리 둘 사이에 이젠 필요없는 얘기 잖아" "응..미얀.." "미얀하긴..내가 더 미얀하지.." 괜한 모습을 태후에게 보여준것 같아 미얀해져 오는 다현이었다. 자신의 태도가 분명했다면.. 지금 이지경까진 오지 않았을테니.. "오늘은 너무 늦었다..그림은 내일 그리자." "응.." "일단 짐부터 풀고 산책이라도 할까?" "그래!" 아까의 일은 잊기로 했다. 이곳에 이령이 있든 다현은 상관치 않았다. 우리 둘만 생각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와..시원하다.." 마을의 조그만한 항구.. 4km정도 떨어진 작은 섬으로 지어진 항구였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 갈수없게 되었지만, 내일 아침이 밝아지면 일찍 가보기로 한 상태이다. "이대로..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볼끝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코끝을 스치는 바다냄새를 맡으며.. 태후는 살며시 내밷었다. "내일은..더 행복한 일이 생길꺼야.."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이면 더 행복할 것이고.. 그 다음날이 되면..더더욱 행복해 질것이라고.. 지금은..그런 생각뿐이었다. "응..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겠지?" "그럼..어제 만난 그 호떡아줌마처럼.." "풋..맞아. 그 아줌마 진짜 웃겼는데." "응..근데 널 너무 느끼한 눈빛으로 쳐다보드라." "하긴..호떡만 만들다보니 느끼해 졌나봐.쿡." 우린 하나하나..새로운 추억을 새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하루가 지날수록.. 차곡차곡 쌓여가는 추억들을 밤이되면 이렇게 확인하곤 했다. 이젠 잊지 않으려는 듯이.. 그렇게 기억하기에 여념이 없을때였다. 휘--------익. 휠체어를 잡고있던 손이 풀리면서 누군가의 품속으로 안겨버렸다. 순식간이었다. 모라 생각할 틈도없이 잡혀버린 몸.. 그리고..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서.. 이령임을 확인했다.. "이게 무슨짓.." "가자. 더이상은 안되겠어." "야~ 이거 빨리 놔!" 꼼짝없이 가쳐버리고만 다현.. 태후는 지금 앞에 놓여진 상황에 멍한 상태였다. 분명 눈에 보이는건 이령이 형과 다현인데.. 왠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인것 같아 내심 두려움도 생기는 태후였다. "형..왜그래.."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 다현은 갖은 힘을 써가며 이령을 밀쳐보지만, 꽉 잡혀버린 몸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한이령..이러지 마.. 이런다고 해결되는것도 아니잖아!" 이젠 막무가내가 되어버린 이령의 태도에 서서히 다현도 실증이 나기 시작하고.. 더욱 이령이 지겨워지고 말았다. "일주일이면 됬잖아..그 정도면.. 그 정도면 이젠 돌아올때도 됬잖아.." "무슨 소릴하는거야. 내가 돌아가 곳은 태후 옆밖에 없어." "아니야..잘 못 알고있어.. 너가 있을 자린 그곳이 아니란 말이야.. 너가 있을곳은 내 옆이 라구...내 옆.." 아무래도 술을 마신듯한 이령.. 코끝을 자극시키는 알콜냄새가 다현을 더욱 불쾌하게 했다. "한이령..제발 이러지마..이젠 그만 하자고 했잖아!" "아니야..아니야.......아니라구!!..." 이미 제 정신은 아닌듯 보였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였고, 그런 이령의 태도에 다현도..태후도..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무슨일이 있어도 내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 점점 술기운이 도는건지 조금씩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하는 이령. 모가 그리 억울한건지.. 한껏 슬픈듯한 목소리로..한껏 분한듯한 못소리로..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그 일을 현실화 시키고 싶은 것처럼.. "그랬잖아....너가..윤다현..너가..나에게 그랬잖아.." "한이령..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널 사랑한건 내가 아니였다는걸 알잖아.. 널 사랑한건 너가 만든어낸 꼭두각시였다는걸..아직도 모르겠니?" 이령이 만들어낸 나라는 존재.. 하나의 꼭두각시는..그렇게 만들어지고.. 처참히 부서졌다..크나큰 상처를 간직한채.. "아니야..넌 날 사랑해....분명..분명 그랬단말이야.. 나를 바라보고..사랑한다고 웃으면서 말했잖아.. 날 사랑한다고..행복해 하며 말했잖아......" 보이진 않지만..느낄수는 있었다. 지금 이령이..울고..있다는것을.. 그 때문일까.. 괜시리 동요되어버린것 같은 내 마음은.. "제발..그만해..더이상..날 힘들게 하지마.. 태후와..또 다시 멀어지게 하지 말라구.." "내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 내가 널 버리는 날이 와도..넌 날 버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날..버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제발..너 까지 날...버리지 마....떠나지마....." 이령의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 아까의 당당했던 기색은 어느곳에도 찾아볼수 없었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령은 그저 슬픔만을 간직한 한 남자임이 분명했다. 하지만..그렇다고 다현이 이령을 받아들일수는 없는일. 더이상은 끌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더욱 굳게 마음을 다지는 다현이다. "미얀해..하지만..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건..태후..뿐이야....미얀.." ".....다현아...." "미얀해.....하지만..널..사랑할순 없어..너도 알잖아.." 그리고..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손의 힘.. 하지만 아직 이령에게 벗어나기에는 턱없는 다현의 힘이었다. "형......나랑 얘기해...나랑.." 탁. 옆에서 바라보고만 있던 태후가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령을 말려보려 하지만.. 무참히 뿌리쳐버린 태후의 손.. 그리고 이어지는 이령의 원망스런 눈빛이다. "너만 아니었어도..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태후를 보자 갑자기 돌변한 이령. 다현을 놓아버리곤 태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무슨짓이야! 태후한테 손끝하나라도 건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아." 태후의 앞을 가로 막으며 이령을 향해 서있는 다현. 그런 다현의 모습을 보자 더욱 원망스러워진 이령이다. "하아....내가 저 놈 때문에 죽어도..넌..나를 원망하겠지?" "......." "내가 너때문에 죽는다고해도..넌 말리지 않을꺼야.." "..그런소리 그만해." 자신을 자책하는듯한 말투.. 다현은 그런 이령의 모습이 더욱 보기 싫었다. "아니..넌..그럴꺼야..날..무엇보다 싫어할테니.." "..한이령..너.." 이미 이령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모든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이리도 행동을 취했던건 다현을 잊지 못하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었으니...조금이라도.. 자신을 돌아봐 주길 바랬던..이령의 마지막..처절했던 발악이었다. "그래..너가 돌아오지 않을거란건 이미 알고 있었어. 만약 너가 나에게 돌아온다할지라도 그건 복수를하기 위한것이었을꺼야." "너..다 알면서..왜.." "하지만.....그래도....너가 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서라도.. 내옆에 오길 바랬어..이유가 무엇이든..태후를 버리고..나한테 오길 바랬어.. 그게 거짓일지라도..한번쯤은..너가 그래주길 바랬어..." 그리고..그 마지막발악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이령에게 더이상 남은것은 없었다. 우정도..사랑도..모든것은 사라졌다. "그치만..이젠..됐어....더이상은..나도 견디기 힘들어.. 이젠..그만..할래.....여기서..그만.." "형! 안돼!!" "한이령!! 무슨짓이야!" 말을 하는동안 이령은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끝없이 보여지는 바다를 향해.. 그리고 그 움직임을 수상히 여긴 태후가 이령을 말리기 시작했고, 다현도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이령을 잡았다. "왜 말리는거야...너희들도 내가 사라져 버리길 내심 바라고 있었잖아..원하던게 아니였어?.. 더이상 나에겐 살아갈 희망은..남아있질 않아.."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니 옆에 나하나 없다고 세상이 끝난건 아니야! 나하나 널 버렸다고 세상이 널 버린건 아니라구!! 제발 정신차려 한이령!" 이령에 태도에 참고있던 화는 폭발했다. 나하나 때문에 죽으려 한다니.. 3년전의 일이 생각나 버려 더욱 끔찍해져 버린 다현이다. 하지만. 그런 다현의 태도에 이령 또한 폭발하고 말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화를... 그동안 숨겨왔던 슬픔을..모두 내 밷어내기 시작했다. "너가 몰 알아...항상 웃고만 있었던 주제에.. 너가 나에대해 몰 안다고 큰소리냐구!!" "이령아..." "너.....부모한테 버림받은 기분이 몬줄이나 알아? ..한달동안 제대로 먹은것도 없어 굶어 죽는다는 느낌이..몬지나 알아? 믿었던 친구들에게..거지라고 없신여기며..배신당한 느낌이 몬지는 알아? 사랑했던 사람마져..나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싫다 밀어내는 기분이..몬지나 아냐구!!" 한순간..그곳은 정막이 흘렀다. 울부짓는 이령의 모습에.. 한스럽던 이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다현도 할말을 잃고..태후도 할말을 잃은채..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적막을 깨어버리는 이령의 몸짓. "이령아..이러지 마....이런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니잖아.. 다시 한번 생각해 봐..다시 한번......다시.." "그러면..그렇게 다시 생각해 보면..모가 달라지는데? 날 떠나간 너가..다시 돌아오기라도 할꺼야?" "이령아 그건.." 순간 당황한 다현. 일단 이령을 말려야 겠다는 생각뿐이지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슨말을 해야할지 앞길이 막막해져왔다. "그럴거 아니면 괜히 아는척 말하지 마." 하지만 더욱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이령.. 그 모습에 태후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형!! 내가 잘못했어..내가 잘 못했어 형.. 그니깐..이러지 마..이럴수록 형만 더 힘들어 지잖아.." "너한테 동정심따윈 받고 싶지 않아. 우리들의 거래는 너의 계약파기로 이미 끝났어.." "형!!" "이거놓으라고 했잖아! 너도 같이 죽고 싶어서 그래? 이거 놔..........이거 놓으라구!!!!!!!!!!!!!!!!!" 점점 커지는 이령의 몸짓. 그 몸짓을 휠체어에만 의지 하고 있던 태후에게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아------------아악-----" 순식간이었다. 무엇하나 말릴 겨를도 없이.. 무엇하나 잡을 겨를도 없이.. 몸부림 치던 이령의 몸짓에 태후의 휠체어가 반응해 버린것은.. 점점 쎄져버린 이령의 손짓에..태후는 밀쳐졌고, 그와 동시에 휠체어의 바퀴는 움직였다.. 그리고..순식간에 바다속으로 사라지고만 태후... 그 모습이 슬로우 모션 처럼 다현의 각막에 각인되는 그 순간, 주위의 모든것은 멈췄다... "태후야!!!!!!!!!!!!!!!!!!!!!!!!!!!!!!!" 11
[단편]The Last Desire..ㅣ9ㅣ 부제 : 사랑의집착
둘만의 여행..
우린 그렇게 다시 시작하려했다.
3년간의 공백을 지워버리려하는것처럼..
그렇게 서로 사랑하기에도..바쁘기에..
행복한 일들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 버린 한 사람에 의해..
그 행복은..산산히 부셔지고 말았다.
이젠 행복만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우리들의 삶에..
하나의 불청객이 끼어든것이다.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그 한사람에 의해..
"여긴..어떻게.."
우리들의 여행이 딱 5일째 접어들던 날이었다.
오늘은 어느 한 시골마을로 놀러 가보자며
농촌모습을 그리고 싶다던 태후를 따라
그곳에 도착할 무렵..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나를 반기는 저사람..
그렇게 잊어버리려 노력했던..이령이었다.
"이제와?"
능청스럽게 다현을 향해 말을거는 이령.
아무일 없었다는 저 태도에 왠지모를 화가 밀려왔다.
"흠..둘이 여행중?"
이령은 태후와 다현을 번갈아 바라보고..
그런 이령의 말에 이젠 어이가 없다.
"여기 무슨일이야."
최대한 쌀쌀맞게..최대한 차갑게 이령을 대했지만,
별로 상관없다는듯한 태도를 보이는 이령..
그 모습에 더욱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당연히 너 데리러 왔지."
"데리러 오다니?..무슨 소리야"
"말 그래로야. 이젠 제자리로 돌아와야지.
옛추억 회상하기에..일주일이면 충분한거 아니야?"
능청스럽다 못해 이젠 당당한기까지한 이령의 태도..
그 모습에 다현을 할말을 잃어버렸다.
"말했잖아. 난 약속대로 데릴러 온것뿐이야."
이령의 그말에 잊고 있었던 몇일전의 일이 떠올랐다.
여행을 시작했던 그날..
집앞에서 나를 반가히 맞이했던 이령의 그 말이..
[여행간다며?]
[상관할바 없잖아]
[그냥..잘 다녀오라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여행일텐데..]
[..무슨 소리야?]
[별 말 아니야. 부디 잘 놀다와.]
[하..나 마중 나올 시간있으면 너나 잘 챙겨.]
[난 괜찮아. 지금은 혼자일지 몰라도 다음엔 둘이 될테니깐..]
그땐 더이상 관련되기 싫어 별 뜻없이 넘겨버린 말들..
하지만 이령에게 그 말들은 경고를 의미했다.
다음에 다시 만날땐..나를 데리고 가겠다는..
"가자."
"너 혼자 결정짓지마.
그건 니 생각이지 내생각이 아니잖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것뿐이야. 달라지는건 없다구."
하아..
당황스럽고도 황당한 이 기분..
지금 빌고 빌어도 용서는 안될것만 같은데..
잘못은 커녕 오히려 더욱 당당한 태도를 선보이는 이령의 행동에
다현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젠 자신의 잘못조차 알긴아는건지..
그것조차 의심스러워 진다.
"너..몬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내 원래자리는 여기지. 너의 옆이 아니야."
"아니..넌 내 옆에 있어야되."
"하..내가 왜 그래야 되지?"
"날 사랑하니깐."
한치의 의심도 없이..머뭇거림도 없이.
당당히 다현을 향해 말을하는이령.
대체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건지 조차 모르는건 아닐까?
"너..니가 무슨짓을 했는지나 아니?"
"알아."
"..그런데도..지금 이러는거야?"
"못할건 몬데?"
차라리 잘못했다고 빌기라도 하면..
이령이란 한 사람이 이렇게 밉지는 않을텐데..
두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망가트리고서도
아무렇지 않다는 저 태도에..다현은 더욱 미움이 치밀어 오른다.
차라리..빌지라도 그랬니..그럼..너가 불쌍하다고라도 생각했을텐데..
이런식으로 나오니..더이상 너가 불쌍하지도 않다..
그냥..한심스러울뿐이야..
한이령이라는 한사람이..그저..바보스러울 뿐이야..
"난 너랑 이렇게 마주할 일도 없고,같이 돌아갈 일도 없어.
그러니 더이상 힘빼지 말고 그만 돌아가라.."
"닌 너랑 같이 돌아 갈꺼야."
"아무리 그래도 난 절대 변하지 않아.
이만 가자 태후야."
가로막고 있던 이령을 비켜지나가 계속 걸어나갔다.
어떻게 알고 온건지..무슨연유로 이곳에 온건지,
더이상 내가 상관할일도..상관할 필요도 없는일이었다.
난 그저 태후만 생각하면 되고..
태후만 바라보면 되는 일인것이다.
"..괜찮아?"
조금은 흥분한 다현이 걱정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태후가 말을 걸어왔다.
"응..괜찮아."
"..이령이형.."
"태후야..그 얘긴 더이상 하지 말자.
우리 둘 사이에 이젠 필요없는 얘기 잖아"
"응..미얀.."
"미얀하긴..내가 더 미얀하지.."
괜한 모습을 태후에게 보여준것 같아
미얀해져 오는 다현이었다.
자신의 태도가 분명했다면..
지금 이지경까진 오지 않았을테니..
"오늘은 너무 늦었다..그림은 내일 그리자."
"응.."
"일단 짐부터 풀고 산책이라도 할까?"
"그래!"
아까의 일은 잊기로 했다.
이곳에 이령이 있든 다현은 상관치 않았다.
우리 둘만 생각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와..시원하다.."
마을의 조그만한 항구..
4km정도 떨어진 작은 섬으로 지어진 항구였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 갈수없게 되었지만,
내일 아침이 밝아지면 일찍 가보기로 한 상태이다.
"이대로..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볼끝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코끝을 스치는 바다냄새를 맡으며..
태후는 살며시 내밷었다.
"내일은..더 행복한 일이 생길꺼야.."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이면 더 행복할 것이고..
그 다음날이 되면..더더욱 행복해 질것이라고..
지금은..그런 생각뿐이었다.
"응..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겠지?"
"그럼..어제 만난 그 호떡아줌마처럼.."
"풋..맞아. 그 아줌마 진짜 웃겼는데."
"응..근데 널 너무 느끼한 눈빛으로 쳐다보드라."
"하긴..호떡만 만들다보니 느끼해 졌나봐.쿡."
우린 하나하나..새로운 추억을 새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하루가 지날수록..
차곡차곡 쌓여가는 추억들을 밤이되면 이렇게 확인하곤 했다.
이젠 잊지 않으려는 듯이..
그렇게 기억하기에 여념이 없을때였다.
휘--------익.
휠체어를 잡고있던 손이 풀리면서
누군가의 품속으로 안겨버렸다.
순식간이었다.
모라 생각할 틈도없이 잡혀버린 몸..
그리고..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서..
이령임을 확인했다..
"이게 무슨짓.."
"가자. 더이상은 안되겠어."
"야~ 이거 빨리 놔!"
꼼짝없이 가쳐버리고만 다현..
태후는 지금 앞에 놓여진 상황에 멍한 상태였다.
분명 눈에 보이는건 이령이 형과 다현인데..
왠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인것 같아 내심 두려움도 생기는 태후였다.
"형..왜그래.."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
다현은 갖은 힘을 써가며 이령을 밀쳐보지만,
꽉 잡혀버린 몸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한이령..이러지 마..
이런다고 해결되는것도 아니잖아!"
이젠 막무가내가 되어버린 이령의 태도에
서서히 다현도 실증이 나기 시작하고..
더욱 이령이 지겨워지고 말았다.
"일주일이면 됬잖아..그 정도면..
그 정도면 이젠 돌아올때도 됬잖아.."
"무슨 소릴하는거야. 내가 돌아가 곳은 태후 옆밖에 없어."
"아니야..잘 못 알고있어..
너가 있을 자린 그곳이 아니란 말이야..
너가 있을곳은 내 옆이 라구...내 옆.."
아무래도 술을 마신듯한 이령..
코끝을 자극시키는 알콜냄새가 다현을 더욱 불쾌하게 했다.
"한이령..제발 이러지마..이젠 그만 하자고 했잖아!"
"아니야..아니야.......아니라구!!..."
이미 제 정신은 아닌듯 보였다.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이였고,
그런 이령의 태도에 다현도..태후도..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무슨일이 있어도 내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
점점 술기운이 도는건지 조금씩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하는 이령. 모가 그리 억울한건지..
한껏 슬픈듯한 목소리로..한껏 분한듯한 못소리로..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그 일을 현실화 시키고 싶은 것처럼..
"그랬잖아....너가..윤다현..너가..나에게 그랬잖아.."
"한이령..정말 몰라서 묻는거야?...
널 사랑한건 내가 아니였다는걸 알잖아..
널 사랑한건 너가 만든어낸 꼭두각시였다는걸..아직도 모르겠니?"
이령이 만들어낸 나라는 존재..
하나의 꼭두각시는..그렇게 만들어지고..
처참히 부서졌다..크나큰 상처를 간직한채..
"아니야..넌 날 사랑해....분명..분명 그랬단말이야..
나를 바라보고..사랑한다고 웃으면서 말했잖아..
날 사랑한다고..행복해 하며 말했잖아......"
보이진 않지만..느낄수는 있었다.
지금 이령이..울고..있다는것을..
그 때문일까..
괜시리 동요되어버린것 같은 내 마음은..
"제발..그만해..더이상..날 힘들게 하지마..
태후와..또 다시 멀어지게 하지 말라구.."
"내 옆에 있겠다고 했잖아...
내가 널 버리는 날이 와도..넌 날 버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날..버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제발..너 까지 날...버리지 마....떠나지마....."
이령의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
아까의 당당했던 기색은 어느곳에도 찾아볼수 없었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이령은 그저 슬픔만을 간직한 한 남자임이 분명했다.
하지만..그렇다고 다현이 이령을 받아들일수는 없는일.
더이상은 끌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더욱 굳게 마음을 다지는 다현이다.
"미얀해..하지만..난 널 사랑하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건..태후..뿐이야....미얀.."
".....다현아...."
"미얀해.....하지만..널..사랑할순 없어..너도 알잖아.."
그리고..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손의 힘..
하지만 아직 이령에게 벗어나기에는 턱없는 다현의 힘이었다.
"형......나랑 얘기해...나랑.."
탁.
옆에서 바라보고만 있던 태후가 더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령을 말려보려 하지만..
무참히 뿌리쳐버린 태후의 손..
그리고 이어지는 이령의 원망스런 눈빛이다.
"너만 아니었어도..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태후를 보자 갑자기 돌변한 이령.
다현을 놓아버리곤 태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무슨짓이야! 태후한테 손끝하나라도 건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아."
태후의 앞을 가로 막으며 이령을 향해 서있는 다현.
그런 다현의 모습을 보자 더욱 원망스러워진 이령이다.
"하아....내가 저 놈 때문에 죽어도..넌..나를 원망하겠지?"
"......."
"내가 너때문에 죽는다고해도..넌 말리지 않을꺼야.."
"..그런소리 그만해."
자신을 자책하는듯한 말투..
다현은 그런 이령의 모습이 더욱 보기 싫었다.
"아니..넌..그럴꺼야..날..무엇보다 싫어할테니.."
"..한이령..너.."
이미 이령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모든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이리도 행동을 취했던건 다현을 잊지 못하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었으니...조금이라도..
자신을 돌아봐 주길 바랬던..이령의 마지막..처절했던 발악이었다.
"그래..너가 돌아오지 않을거란건 이미 알고 있었어.
만약 너가 나에게 돌아온다할지라도 그건 복수를하기 위한것이었을꺼야."
"너..다 알면서..왜.."
"하지만.....그래도....너가 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서라도..
내옆에 오길 바랬어..이유가 무엇이든..태후를 버리고..나한테 오길 바랬어..
그게 거짓일지라도..한번쯤은..너가 그래주길 바랬어..."
그리고..그 마지막발악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이령에게 더이상 남은것은 없었다.
우정도..사랑도..모든것은 사라졌다.
"그치만..이젠..됐어....더이상은..나도 견디기 힘들어..
이젠..그만..할래.....여기서..그만.."
"형! 안돼!!"
"한이령!! 무슨짓이야!"
말을 하는동안 이령은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끝없이 보여지는 바다를 향해..
그리고 그 움직임을 수상히 여긴 태후가 이령을 말리기 시작했고,
다현도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이령을 잡았다.
"왜 말리는거야...너희들도 내가 사라져 버리길
내심 바라고 있었잖아..원하던게 아니였어?..
더이상 나에겐 살아갈 희망은..남아있질 않아.."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니 옆에 나하나 없다고 세상이 끝난건 아니야!
나하나 널 버렸다고 세상이 널 버린건 아니라구!!
제발 정신차려 한이령!"
이령에 태도에 참고있던 화는 폭발했다.
나하나 때문에 죽으려 한다니..
3년전의 일이 생각나 버려 더욱 끔찍해져 버린 다현이다.
하지만. 그런 다현의 태도에 이령 또한 폭발하고 말았다.
그동안 참아왔던 화를...
그동안 숨겨왔던 슬픔을..모두 내 밷어내기 시작했다.
"너가 몰 알아...항상 웃고만 있었던 주제에..
너가 나에대해 몰 안다고 큰소리냐구!!"
"이령아..."
"너.....부모한테 버림받은 기분이 몬줄이나 알아?
..한달동안 제대로 먹은것도 없어 굶어 죽는다는 느낌이..몬지나 알아?
믿었던 친구들에게..거지라고 없신여기며..배신당한 느낌이 몬지는 알아?
사랑했던 사람마져..나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싫다 밀어내는 기분이..몬지나 아냐구!!"
한순간..그곳은 정막이 흘렀다.
울부짓는 이령의 모습에..
한스럽던 이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다현도 할말을 잃고..태후도 할말을 잃은채..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적막을 깨어버리는 이령의 몸짓.
"이령아..이러지 마....이런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니잖아..
다시 한번 생각해 봐..다시 한번......다시.."
"그러면..그렇게 다시 생각해 보면..모가 달라지는데?
날 떠나간 너가..다시 돌아오기라도 할꺼야?"
"이령아 그건.."
순간 당황한 다현.
일단 이령을 말려야 겠다는 생각뿐이지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슨말을 해야할지 앞길이 막막해져왔다.
"그럴거 아니면 괜히 아는척 말하지 마."
하지만 더욱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이령..
그 모습에 태후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형!! 내가 잘못했어..내가 잘 못했어 형..
그니깐..이러지 마..이럴수록 형만 더 힘들어 지잖아.."
"너한테 동정심따윈 받고 싶지 않아.
우리들의 거래는 너의 계약파기로 이미 끝났어.."
"형!!"
"이거놓으라고 했잖아! 너도 같이 죽고 싶어서 그래?
이거 놔..........이거 놓으라구!!!!!!!!!!!!!!!!!"
점점 커지는 이령의 몸짓.
그 몸짓을 휠체어에만 의지 하고 있던
태후에게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아------------아악-----"
순식간이었다.
무엇하나 말릴 겨를도 없이..
무엇하나 잡을 겨를도 없이..
몸부림 치던 이령의 몸짓에 태후의 휠체어가 반응해 버린것은..
점점 쎄져버린 이령의 손짓에..태후는 밀쳐졌고,
그와 동시에 휠체어의 바퀴는 움직였다..
그리고..순식간에 바다속으로 사라지고만 태후...
그 모습이 슬로우 모션 처럼 다현의 각막에 각인되는 그 순간,
주위의 모든것은 멈췄다...
"태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