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싫다 꼭 확실히 해야하나요?

다름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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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펑펑 울었네요..ㅠㅠ
남자친구랑 저랑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는데
성격이 너무 달라서 자주 싸우고 힘들어요

남자친구가 회사 식구들한테 제 자랑을 조금 했나본데
다들 보고 싶어해서 한번 가게 되었어요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다가
남자친구 지인을 소개받는 것도 태어나 처음이었고
사회생활 한 지도 1년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자리가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더라구요..

정말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한마디도 못 해보고 바보같이 웃기만 하다가 왔어요
저도 스스로한테 화가나고 너무 속상했는데
남자친구도 저한테 조금 실망했던 것 같아요
아마 머리속에는, 모두가 저를 좋아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그렸을텐데 제가 그걸 망친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싫으면 첨부터 싫다고 하지
굳이 나와서 표정 구기고 있어야 했냐던데
저는 분명 한분한분 눈마주치고 웃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남자친구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봐요
긴장해서 평소보다 표정이 딱딱했는 지 기분 나쁜 사람 같았대요. 초면에 어른들 앞에서 그게 무슨 예의냐고....

암튼 그걸로 좀 다투다가 나중엔 그럴수있다고
서로 이해하고 사과하고 대충 넘어갔는데요
오늘 또 그러더라구요 그날 나왔던 동료 커플이
다음주에 강화도로 같이 여행가자 하는데 어떠냐구..
그날은 남친 생일이에요
그래서 잠깐 생각을 해보다가 그래도 생일은 둘이서 보내는게 낫지 않을까? 여행은 몇번 더 만나보고 친해지면 그때 같이 가자 그랬어요

근데 그게 또 맘에 안들었나봐요
너는 내가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딱 얘기하랬지
그러는거 너무 답답하고 싫다고
두리뭉술하게 대답하고 막상 자리 마련되면 나땜에 억지로 끌려나온 양 또 표정 안 좋으려고 그래?
나는 걔들이랑 같이 놀던 안 놀던 상관없고 니가 싫으면 싫고 니가 좋으면 좋은거야. 그러니까 짜증나게 우물쭈물 하지 좀 말고 확실히 해줘

저는 그 말이 너무 서운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터졌어요
제 성격이 소심하고 물러터져서 원래도 거절표현을 잘 못하기는 한데.. 이사람은 남이 아니라 남자친구잖아요..
말은 저렇게 해도 같이 어울려 놀고 싶었을 지 모르는데.. 제가 좀 불편하다해서 차마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제 딴엔 거절의사를 보여준 거였어요.

단지 '같이 놀기 너무 싫다' 는게 아니라 일단 다음주는 급한 것 같고 좀 더 친해지면 여행도 한번 생각해보겠단 뜻이었는데 남친은 제가 같이 놀기 싫으면서 빙빙 돌려 말했다고 생각해 또 화가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다른사람 같이 보잔 말 자체를 꺼내지 말아야 겠다면서, 그런거 있으면 너한테 편하게 좀 말 하고 싶은데 왜 내가 니 기분을 살펴야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지
진짜 너무 피곤하다 이러는데
그 말이 상처가 되고 계속 속상한 거 있죠

처음은 누구나 어려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저도 그날 소개받는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잘 못한 거 알아요. 그래서 자책 많이 했구요..
그 동료커플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친해져서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꼭 그렇게 좋다 싫다 한가지 정답만 있어야 하는건가요?
남자친구 단단히 화나서 몇시간째 연락한통 없는데
제가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네요
평생을 이렇게 살았고 남들보다 좁은 인간관계를 가졌지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 유지하며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가 너무 찌질해보이고 자존감이 떨어져요
사람을 만나는게, 좋고 싫은걸 표현하는게 왜 저는 이렇게 어려운걸까요
새해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