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무살인데.. 막막하게만 느껴져.

쓰니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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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이제 스무살이 된 여자야.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내가 가고 싶어서 유학을 갔고 거기서 초, 중,고를 졸업했어. 대학도 재작년 10월에 빠른 입시 전형으로 합격을 받아놓고 내 일지망 학교였으니 거기로 올해 여름 (2020년)에 진학했어.

입시를 준비하면서 다른 도시를 오가면서 공부를 했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먹고, 또 어제 밤 비몽사몽 풀었던 문제들 다시 확인하면서 틀린것들 고치고. 9학년 여름방학부터 시작했으니 늦은 거라면 늦게 시작한거겠지? 초등학생일때부터 유학을 했어서 다른 한국 학생들보단 여유로웠어. 수학을 한국 학생기준으론 잘은 못했지만 유학하면서는 항상 성적은 좋았으니까. 그래서 여유를 부리다가 이제부터 대학 준비를 해야겠다고 학원에 다니겠다고 때를 쓴것 같아. 이런 말 하면 좀 그렇겠지만 난 그때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던것 같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지 사립 고등학교에 당당히 입학을 따내고, 거기서도 공부를 못하기는 커녕 잘 해내왔으니까. 학원에서도 다른 수준 높은 아이들과 입시를 준비 시작했을때 나 성적이 가관이었다,는 클리셰도 아니었고 그야말로 난 내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철이 덜 든 아이였던것 같아.

근데 이제 삭막한 학원에서 아침부터 밤 10시,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가 되는 스케줄은 여유부리던 나와는 맞지 않았던것 같아. 밤에 집에 돌아오면 그 다음날 진도를 나가기 위한 오답노트들과 문제집, 외워야 할 단어들이 쌓여있었고 늦게는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던것 같아. 나는 수다떨기를 좋아해서 나와 죽이 맞는 사람과는 하염없이 웃고 떠들고 즐겁게 보낼수있는 사람이거든, 근데 하루종일 서로 경쟁하고, 은근슬쩍 서로 까내려 보겠다고 눈치싸움을 하다보니 웃는 빈도도 많이 줄었어. 9학년 여름때 입시 학원을 마치고 이제 10학년으로 개학을 했을때, 내 주위 사람들이 나보고 전부다 내가 더이상웃질 않는대. 매일 아침인사를 할때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나보고 오늘 왜 이렇게 우울하냐, 시무룩하냐 물어봐서 난 당황했지. 난 달라진게 없는것 같은데 말야.

결국 나도 모르게 시름시름 앓다가 우울증이 걸려버렸어. 가뜩이나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난 우울증에 걸려서 혼자서 그냥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했어. 참고 참다가 결국 울면서 학교 보건소에 갔는데, 의사 검진 결과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 그때는 철이 없어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 및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증상을 마치 내 삶의 끝이라는듯 받아들였던것 같아. 충격이 꽤 컸어. 앞서 말한대로 난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했었고 가뜩이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런게 내 발목을 잡다니, 라고 생각했었지. 이건 내 마음의 문제야, 라고 다잡으면서도, 그래야만 한다는게 너무 슬펐어. 우리 부모님은 내가 정신병이 있다는걸 인정하지 못하셨거든. 내가 약처방을 받는게 좋겠대, 라고 넌지시 말했을땐 나보고 그냥 다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와 있으란 말밖에 안하셨으니까.

그래도 다행인걸까, 성적은 내려가기는 커녕 오르기만 했지. 더 독하게 공부했었던것 같아. 계속 단순한 필기와 암기를 반복하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니까.

이걸 졸업할때까지 계속 반복하고 이젠 여기까지 왔어. 그땐 대학 문턱을 넘는게 소원이었는데 이젠 뭘해야할지 감이 안와. 그냥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이런 생각하는 내가 너무 미워. 지금처럼 밤마다 걱정거리들에 잠이 안오고, 버티고 버티다 아침 11즈음 잠이 들어. 그러다 또 오후 두세시에 일어나고. 너무 막막해. 좁은 상자안에 갇혀있는것 같이 갑갑한 느낌이야. 난 어쩌면 좋을까.. 밖에 나가는것도 무서워. 난 한국에 또래 친구도 한명도 없고, 또 내가 살이 많이 쪄서 자신감이 없어. 그냥 하염없이 잠만 자고 싶은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