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내사랑 10

독백200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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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어디에서도 달이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핸드폰도...달이의 핸드폰도 없었다. 문을 열
어두고 어딜 간거지? 소파에 앉아 수화기를 들었다. 한참동안 길게 울리던 연결음을 끝으로 달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어디...갔어?"
"어. 자...잠깐...나왔어..."
"그래. 들어왔는데 너 없어서..."
"으...응... 금방 들어갈게..."
"알았어..."

 

달이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그리고 달이는 한시
간이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왜그래?"
"으응?"
"왜 이렇게 놀래- 표정이 안좋아서 그래서 물은 건데."
"어-어. 아니야. 그냥... 나 몸이 안좋다. 어제 무리 했나봐... 나 들어가서 누을게..."
"응..."

 

역시 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걸까? 열려진 문사이로 침대에 누워있는 달이가 보였다. 많이... 아
픈 건가? 해서 난 약국으로 달려갔다. 속이 풀리는 약...

 

"달...아..."

 

"왜그래...진짜...니가 이해해줘..."
"그래. 사랑한다고 했잖아..."
"이제와서 그러면 어떡해...후회할거야..."
"그런말 하지마. 너밖에 없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달이의 힘없는 목소리... 힘없던 표정...

 

"왜그래. 규태야..."

 

머릿속을 모두 비워낸 듯 텅 비어진 느낌... 오늘 아침 규태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결혼 축하해... 이말 꼭 하고 싶었다.' ,'착하고, 계산하는거 모르고, 친구 좋아하고... 말그대로
반달곰이잖아. 착한 곰...'

 

난 그길로 밖으로 뛰쳐 나왔다. 손에 들려 있던 약봉지를 버려둔 채... 길가에 찻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빗소리에 섞여 시끄럽게 울려데는 크락션소리가 내 고막을 찢어놀 듯 울려퍼졌다. 다
른 녀석들과 달리 조용하고 말이 없었던 이유... 술이 취한 와중에도 규태 옆에서 잠이 들었던
이유... 진실게임에서 첫사랑이냐고 물었던 이유...

 

가까운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술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선 달이가 통화하고 있던 상황만이 계속 반복되어 재생되고 있었다. 점
점 답답해져 왔다. 달이에게 물으면 사실대로 말해줄지도 의문스러웠다. 자꾸만 의심하게 되는
달이를 의심하게 되는 내가 싫었다...내 가슴은 달이를 믿으라 말하고 머릿속은 아까의 상황만
이 재생되고 있었다.

 

밤 12시가 넘었다. 조용한 거실... 침실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달이가 보이지 않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 나... 사물이 놓여져 있는 정확한 위치도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게
보였고, 정신이 없었다.

 

"달아... 반달..."

 

-털썩-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든 듯 했다. 월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어제 쓰러진 그대로 잠이 든 듯했다.
침대위에 쓰러진 그 상태 그대로... 달이 역시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달이의 모습이 보였다. 밤새... 어딜 다녀온거야...?

 

"아...안잤어?"

 

소파에 앉아 있는 날 그제야 발견했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날 보고 할 말이 그거 밖에 없니?
내가 자고 안자고 그게 중요한거야? 나 지금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 오해가 아니라해도
나혼자 널 의심하고 판단하고 있는 나에게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너에게 물어봐야 하는
데 정말이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나 지금 너에게 그걸 물어볼 수가 없어. 답답해 달아... 니
가... 니가 먼저 말해주면 안되니?

 

"미안해... 저... 규태가... 규태가 취해서..."

 

설마했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달이 입에서 나오는 규태라는 이름은 내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규태? 김규태가 취해서?"
"어... 왜...그래... 화났어?"
"화났냐구? 어. 화났어. 나 거짓말 못하는거 알지?"
"미,미안해... 안들어오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연락...하려고 했는데... 규태...때문에..."
"규태가 그렇게 걱정됐니?"
"태...양아..."
"지금까지 함께 있어야 될 만큼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어?"
"......."

 

달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이라도...변명이라도 해주길 바랬는데... 답답한 마음에
다시 집을 뛰쳐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달이에게 어떤 심한 말을 했을지 잘 모르겠
다. 그리고 해우녀석이 보였다.

 

"야- 새신랑 어디가?"
"..."
"야 너 왜 그래? 왜 얼굴이 단풍나무가 됐어?"
"이해우. 나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거든? 비켜줄래?"
"어라 이자식. 뭐 때문인지 몰라도 못 비켜 주겠다. 무슨일인지 말을 해야 알거 아냐?"
"남에 일에 상관하지마."
"듣자 듣자 하니 듣기 좀 그렇다? 상관하고 안하고는 내 마음이지만 남에 일이라고 하는 건 좀
심한거 아니냐?"

 

이해우. 비켜줘. 나 지금 니 시비 받아 줄 기분 아니야...

 

"간다."
"야임마- 어딜간다는 거야?"

 

해우는 결국 날 쫓아 동네 공원까지 왔다. 벤치에 앉은 둘...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열 좀 식었냐?"
"......."
"너 욱하는 성질 있는건 처음 알았다. 평소에 말하는 싸가지 없는건 알았지만."
"......."
"뭐 때문인데? 곰탱이가 아니 달이가 뭐 잘못했어?!"
"......."
"이자식. 끝까지 말 안할거냐? 어?"
"규태... 김규태... 그자식 뭐하는 놈이냐?"
"규태? 규태가 왜?"
"왜 결혼한 여자한테와서 매달리는 건데?"
"뭐? 매달려? 규태가?? 잠깐. 그자식 잊었다고 했는데... 그거 미친놈아냐? 그자식이 왜 또 그
러지?"

 

해우의 말을 들으니 어느정도 내가 오해한건 아니었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니 오히려 그말을
들으니 허무해지는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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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즐거운 월요일 이로군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즐거운 한주의 시작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