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러브) ** 그럭저럭 살아가던 여자의 쇼킹한 결혼 ** [16]

귀여운누나200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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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첫 눈오는 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올해 안에 이루어진데요.

 

 

 

 


아이! 추워.


이 겨울에 왠 산행이람.


다리두 아프구.


보기보다 취미들이 별나네.


제가 왜 이렇게 투덜대냐 구요?


지금 힘들게 산을 올라가고 있거든요.


이산 이름이 뭐라 더라 그다지 유명한 산도 아닌 데...


설악산의 한 줄기 라죠 아마.


산새가 험한데다가 변변한 등산로도 제대로 나 있질 않는 것 같은 데...


누가 계획했냐 구요?


물론 개판이죠.


전 내키지 않았는 데 글쎄 사공재희가 흔쾌히 승낙해서 이루어진 일이 예요.


전 정말 오기 싫었는 데 어째요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다린 이도 온다는 데 안 따라 올 수가 있나요.


참! 도예교실은 어쨌냐 구요?


주말 반 그거 선배한테 아예 넘긴지가 옛날 이예요?


어쨌든 오늘은 토요일 오훈데  산행이라 난 좀 무리한 감이 있다고 생각 했는 데...


개판 이가 자기가 길을 잘 안다고 고개하나만 넘으면  오지 마을이 있다구...


아직까지 전기도 안 들어오는...


그래 개판인 지금 출발해서 거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점심 때 쯤 내려오자는 게 계획이래요.


사공재희는 또 박수를 치면서 '오빠 멋있어!' 를 연발하네요.


그렇게 우리는 출발했고 지금은 산의 3분의 1은 왔나?


사공재희는 생각보다 산을 잘 올라가고 있다.


물론 개판 이가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등산로가 잘 닦이지 않아 중간중간 바위가 길을 막거나 좀 가파른 곳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남자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항상1번은 다린 이다.


난 뭐든 꼴찌야.


타고난 천성인가 싶어 갑자기 사주를 탓하며 하늘을 봤다.


그렇게 모든 바위가 나타나면 다린 인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했고 난 웬만한 건 그냥 올라   가다보니 어느새 거리가 떨어졌다.


사공재희와 개판인 벌써 저위로 올라가 보이지도 않는데 민혁 이와 다린 인 저 아래서 씨름 중이다.


순간 너무 둘이 만 있는 시간을 줬나 싶어 여기서 합류하면 절대로 떨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근데 뭐 하는 거야? 되게 안 오네...


일부러 나랑 같이 가기 싫으니까 느즈막히 오려고 그러는 거 아냐?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니 민혁 이가 다린 일 데리고 올라온다.


" 아이, 힘들어, 오빠 아직도 먼 거야?"


" 아직도 라니, 내가 볼 때 산의 반도 못 왔어? 빨리빨리 가야지 안 그러면 해 지겠다."


" 누난 안 힘들어? 산 잘 타내.  어? 근데 개판이랑 재희는?"


" 너무 늦어진다고 먼저 올라갔어. 근데 우리도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니? 해가 기울어지려는 것 같은데."


하늘을 보며 내가 말했다.


" 그러게 다린아 괜찮겠어? 얼른 가야겠는데..."


그리곤 다린일 일으켜 올라간다.


아! 앞이 깜깜하구나.


 다린이의 저런 행군 속도론 산까지 올라가긴 무리겠는데...


" 다린씨, 힘 좀 내요. 그러다가 산 속에서 밤을 맞겠어요."


기분 나쁘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어쨌든 또 그렇게 산을 올라 갔구요.


어? 여긴 길이 끊겼네.


약간 언덕이 진 곳에 바위가 놓여있어서 그냥 밟고 올라가기엔 좀 무리겠는데...


민혁이가 먼저 올라가더니 다린이 에게 손을 내민다.


다린인 이제 지친 얼굴이 역력 하구 내가 너무 면박을 주었나 싶었다.


정말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다린 일 끌어올리는데 글쎄 민혁이 품에 폭 안기는 거예요.


일부러 안겼 다기보다는 뭐 확 땡 겨서 올리니까 그런거겠죠?


그래도 그렇지?


꼭 그렇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건가?


제가 한번 시험해 볼께요?


어~ 히! 나 두 안겼네...


그렇게 얼마를 올라갔지?


 진짜 해가 져가요.


" 민혁아, 근데 넌 길 알아?"


" 아니. 개판이 에게 대충 얘기만 들었는 데... 뭐 이산만 넘어 내려가면, 그냥 등산로만 따라 내려가면 된 댔어 "


개판이랑 사공재희는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 구 이제 해가 어스름 지고 있다.


" 그래? 어쨌든 빨리 가자 "


" 어휴, 맨 날 빨리 가재, 오빠 좀 천천히 가... 나 정말로 힘들어 죽겠단 말야"


" 그래, 알았어. 조금만 쉬어 "


다린이가 날 무슨 승리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네요.


 민혁이가 자기 편 좀 들어줬다구...


그렇게 또 쉬고...


....


...


...


...


...


이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벌써 날이 저문 지도 오래된 것 같고 지금이 일곱시쯤...


산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우리는 그나마 렌턴을 준비해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나저나 개판인 어디 간 거야?


산에서의 밤이라 정말 춥다.


여긴 어디야?


길도 잘 안보이고 가끔가다 두 갈래가 나오면 난 감 한데, 감으로 찍어서 어쨌든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내려오기를 한 참...


정말 배도 고프고 정말 어디 누워서 잠이라도 잤으면 좋겠는 데...


" 다린아, 괜찮아?"


" 괜찮아요? 다린씨? "


이제 울기 일보직전이다.


" 민혁아 조금만 쉬자."


" 다린씨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가면 곧 마을이 나타날 거예요."


"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저 차갑고 냉냉한 말투...


 자길 어설프게 위로하지 말라는 말투다.


순간 난 입을 다물고 말았다.


" 다린아, 자 조금만 힘내 "


그렇게 한참을 가니 정말 집 이예요.


어슴프레 빛이 새어나오는 게.


" 와, 집이다."


그 시각이 한 9시쯤 됐어요.


우리 정말 고생했죠?


근데 개판씨 랑은 미리 와 있는 건가?


집 모양을 보아하니 그냥 허름한 농가는 아닌 성싶은 것이 운치 있게 잘 지어졌다.


누군가 일부러 멋스럽게 만든 모양새다.


" 저기, 아무도 안 계세요?"


좀 늦은 밤이라 미안해서 조그맣게 불렀는 데 기척이 없다.


" 아무도 안 계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민혁이가 좀 큰소리고 묻고서야 사람이 나온다.


사람 좋게 생기신 아저씨 한 분이 나오시는데...


" 어, 누구셔? 아 또 산행하다 길을 잃으셨구만..."


뭐야, 여긴 길 잃기 쉬운 코스네.


" 여긴 길이 잘 안 돼있어서 길 잃기 쉽죠.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잘 오셨네요. 요즘 같은 날씨에 산에서 밤을 새면 동사하기 딱 인데... 어쨌든 얼른 안으로 들어오쇼."


" 여보, 좀 나와 봐요 여기 손님들이  왔네... 길을 잃었나봐요 "


잠시후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 아니 어쩌다 길을 잃으셨어요?  그래 저녁 두 못 드셨겠네요? "


" ..."


우린 말이 없었다.


안 먹었지만 그렇다고 이 늦은 밤에 안 먹었다고 하기도 그렇고.


"  마침 찬밥이 남은 게 있으니까 그걸로 요기 좀 하시겠어요?"


"네"


우리가 이렇게 혼연일체가 돼서 대답한 적이 있었던가?


산골의 인심은  좋구나!


그렇게 우리는 허겁지겁 게 눈 감추듯 밥을 먹어 치웠다.


그리고 나선 이제 정신이 좀 드니까 민혁 이가
" 근데, 이 깊은 산 속에서도 전기가 들어오네요?  여긴 오지마을이 아닌가요?"


" 아. 오지마을이요. 거긴 저쪽 산 넘어죠. 반대편으로 넘어 오셨네. 뭐 하긴 여기도 오지예요. 저희 가족만 사니까. 그리구 전기는 자가 발전기를 설치해서 쓰고 있어요."


" 근데 방이  하나밖에 없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


" 아! 네 괜찮습니다. 저흰 충분합니다. 너무 폐를 끼치게 돼서..."


민혁이가 얘기했다.


그래서 우린 그 방으로 안내됐고.


" 이제 막 군불을 넣었으니 조금 있으면 따뜻해 질거 예요. 그럼 편히 들 쉬쇼 "


" 네 고맙습니다."


" 개판씨랑 재희아가씨는 잘 도착한 건가?"


" 글쎄. 잘 도착했겠지, 개판인 여기가 처음이 아니니까 "


" 그렇겠지."


그렇게 하고 잘 준비를 하는 데 이불은 하나요 베게는 두 개라...


어쩐다...


다린인 또 민혁이 옆에 찰싹 붙어자려구 하겠구만...


근데 웬 걸요. 그냥 베게 하나 차지하더니 아무렇게나 누워서는 벌써 잠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피곤했나봐요.


그리곤 나도 너무 추위에 떨고 피곤해서는 베게 하나 끼고 잠이 들었죠.


얼마를 잔 거야?


정말 달게 잘 잤네...


좀 덥다...


내가 아랫목에서 자나?


지금 몇 시야? 


달이 떴나? 새벽인가? 밖이 좀 환하네...


그리곤 몸을 뒤척이는데 민혁 이가 옆에 누워 날 바라보고 있어요.


얘가 언제부터 날 쳐다본 거야?


나, 침 흐리고 잔 거 아닌가?


" 너 여태 안 잤어? "


" 아니, 좀 전에 깼어 "


" 왜?"


" 누나가 잠꼬대를 해서..."


" 내가?  뭐라구? "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잠꼬대를 했을 수 있겠다 싶어서 순간 긴장이 됐다.


" 내가 뭐라구 그랬는데..."


" 뭐, 그냥, 계속 내 이름만 부르던데... 누나 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 내가? 정말로?"


순간 난 소중히 간직했던 비밀을 들켜버린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지...


" 농담이야. 누나 되게 긴장한다. 진짠가 보네..."


진짜지 그럼~


"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구 잠이나 자 "


돌아누웠다가 자세가 좀 불편해서 그쪽으로 다시 돌아누웠죠.


그가 여전히 날 쳐다보고 있어요.


" 야, 너는 사람 얼굴 쳐다보는 게 취미냐? 안 그래도 누나얼굴 이쁘니까  그만 보고 잠이나 자라 "


그리고 다시 돌아누으려는데
" 누나 "


" 응 "


" 누나 나 진짜로 좋아하지?... 나 너무 좋아하지마..."


" 무슨 소리야..."


" 그냥, 내가 누나를 힘들게 할까봐... "


그리곤 내 입에다 가볍게 입맞춤을 해줬어요.


기분이 좋기도 하구 이상하네...


좋아하지 말라면서 입맞춤이라...


이거 병 주고 약주는 거야 뭐야~

 


와! 눈이다


첫눈 이예요.


" 민혁아, 나와봐. 눈이 와 "


제법 탐스럽게 내리는 게 함박눈인가 봐요.


내일 아침이면 소복히 쌓일 것 같은 데요.


난 두 손을 들어 눈을 받으며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봤어요.


고개를 한껏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수직으로  나래 짓 하듯 떨어지는 눈을 맞을 수 있어요.


전 그렇게 눈 맞는 걸 좋아해요.


눈은 사람을 참 포근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실 만져보면 차가운데도...


" 첫눈 올 때 소원 빌면 그 소원이 올해 안에 이루어진데."


" 그래?  누나는 무슨 소원이 이루어 졌음 좋겠어? "


" 비밀이야, 그런 건 맘속으로 얘기하는 거야 "


" 너도 네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빌어봐. 꼭 이루어 질 거야 "


" 진짜? ..."


" 응..."


그리곤 그는 저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봐요.


" 근데 누나..."


" 근데, 그 소원이 두 가지가 있는데...한가지가 이루어지면 다른 한가진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면 어떤 걸 빌어야 하지 ? "


" 그런 게 어디 있어? "


" 있어, 동시에 둘 다 이룰 순 없거든? "


" 그게 뭔데..."


"..."


" 둘 다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거야?"


" 글쎄 ..."


" 어쨌든 한가지만 이루어지니까 한가지만 선택해서 빌어 "


" 선택해서? 선택이라..."


" 빌었니?"


" 응 "


그가 뭘 빌었을까요?


궁금하다.


그게 뭘까?


 그게...


뭐지...

 

 

그리곤 이 첩첩산중에도 해가 찾아드는지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온 세상이 은빛으로 물들었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멋진 광경은 처음인 것 같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 그리고 설산!


그 옛날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연인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눈밭에 벌러덩 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 두려워 얼른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은 미처 해가 들지 않아 어스름한 새벽...


눈이 하얗 다기 보다 오히려 푸른빛이 돈다.


그리곤 저 먼 곳까지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갔다.


돌아다보니 어느새 집이 저 먼 곳에 보인다.


정말 기분이 상쾌하고 몸 속에서 뭔가 가 밀려나오려고 하는 것을 꾹 참고 있는 느낌 ...


일면 벅차 오르면서 일면 숙연해지는 광경이다.


갑자기 영화에서 본 것처럼 내가 왔다가 되돌아가는 발자국을 찍지 않으면 재밌게 다는 생각에 밟았던 발자국만 따라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옮겼다.


정말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이것도 꽤 힘드네...


그렇게 발자국만 보고 걸어가는 데 머리가 뭔가에 부딪혔다.


고개를 들어보니 민혁 이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나온 건가...


그의 뒤편에서 해가 밝아오고 있었으므로 눈이 부신 나는 눈을 찡그리며 웃어 보였다.


" 저쪽 발자국에서 누나는 사라진 거야? "


그가 웃으며 얘기한다.


난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렇지 ...


간 발자국은 있는데 돌아온 발자국 없으니까...


" 이것 두 꽤 힘들다!"


" 그럼 나두 누나랑 같이 사라져 볼까?"


그리곤 그는 내 발자국 옆에다 발자국을 찍으면서 걸어가더니 내 발자국이 끝나는 곳에서 발자국을 끝내고는 내가 했던 방식대로 되돌아 왔다.


돌아온 그를 보고 웃으며
" 너 두 생각보다 유치하다."


" 누나 닳아서 그래 "


" 날, 왜? "


" 부부는 닮는다 잖아"


부부...


그래 우린 부부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