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연주야~~~· 이 불쌍한 것을 어째 으으으으윽~” 자꾸만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멀어지면 멀어지는데로 놔두고 싶었다. 차라리 그편이 현실을 잊는데 도움이 될테니까.... 사람이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일과 슬픔을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사람들도 나와 같은 일을 겪으면서 사는지 확신할수 없었다.
내가 깨어난곳은 그리 낯설지 않은곳이였다. 밖에선 여전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금자아줌마의 날카로운 질책에 사람들 의 목소리가 많이 수그러든듯했다. 아직도 멍한머리를 흔들며 이곳이 어딘지 생각하려 애썼다. 우리집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어딘지 낯설지않은곳....따뜻하고 가벼운 이불에 둘 러싸여 이곳에서 몇시간을 보낸게 틀림없었다.
딸깍
“헉! 우리 연주, 이제야 정신이 들었구나........훌쩍”
“아 아줌마, 왜 우세요?”
“어? 아 아니, 그냥..............쿨쩍”
“아줌마........무슨 일있으세요? 제가 왜 여기와..................으아아아악~~~~~~~”
잊어버리려해도 머릿속을 떠날수가 없는 그 충격적인 장면이 다시금 연주의 머릿속 에 그려졌다. 불과 몇시간전 일어난 일... 끔찍한 핏방울들이 다시 연주의 몸을 타 고 흐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서둘러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닦는 시늉을 하는 연주를 금자아줌마는 걱정스러운 표 정으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만 훔쳐내고 있었다.
연주의 눈에 서린 공포는 보는이로 하여금 뒷걸음 치게 만들었다. 문지방밖에서 연주가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둘씩 헛기침을하 며 서둘러 집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혀를 끌끌차며 뒷짐을지고 돌아가는 사람........안타깝다는 표시로 눈시울을 살짝 적시며 마지못해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이런상황에서도 연출 되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를 그렇게 떠나보낸 연주의 마음을 달래줄수 있는 이는 아 무도 없었다.
새털처럼 가벼운 이불이 돌덩이라도 되듯 치우려고 낑낑대는 가여운 모습에 금자아 줌마는 더 많은 눈물이 얼굴을 적심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눈물을 닦아 낼수도 없었다. 그래봐야 또다시 쏟아져나올테니까...... 결국 이불을 밀어내는걸 포기한 연주는 이젠 울음소리도 눈물도 흘리지 못하며 애꿎 은 이불에서 삐져나온 실가닥을 쥐어뜯고있었다.
초점이 없는 멍한 눈........간혹 앞뒤로 흔들거리는 몸........실을 쥐어뜯는 창백 하게 질린 손만이 그녀가 엄마의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뿐이였다.
“쿨쩍, 저 어린 것을 두고 어찌 그리 모진맘을 먹었누~ 흑흑”
금자아줌마의 원망가득한 목소리를 들은 연주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이미,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몸의 흔들거림도 멈춘상태였다. 순진하게 눈을 껌뻑이자 큰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려 코끝을 돌아 입술선을 따라 흘렀다. 턱으로 모여든 눈물이 불규칙적으로 떨어져 이불에 동그란자국을 남겼 다. 그모습을 보고 연주는 흠칫했다.
“이 이건 엄마의 피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아아아아아악~~~~”
“여 연주야! 에구 불쌍한것, 이걸 어쩌면좋누 흐흐흑흐흑 흐끅”
내 비명소리에 놀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른 소리는 머릿속의 잡생각을 말끔히 털 어버렸다. 엄마가 죽었다. 얼토당토 않게 엄마가 자살을 해버렸다. 날 이렇게 버려두고.....혼자서 가버렸다. 미운엄마........나쁜엄마........난 엄마가 너무 싫어........엄마~~~~~~~~~~
경찰들이 집에 노란 바리케이트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날 만나러 경찰이 금자아줌마네까지 찾아왔다. 이것저것 지겹게 물어보는 경찰에게 난 무슨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사람이 집을 나서려할 때 같이 가야겠단 생각을 했을뿐이다. 우리집이 낯선곳인양, 도저히 발을 들여놓을수가 없었다. 대문밖까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듯해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까지도 골목을 배회하며 궁금증의 실마리를 캐내고자 하는사람들이 여럿 남아있 었다. 그사람들은 날보자 다가오려했지만 금자아줌마의 따가운 눈초리에 한발물러섰 다.
엄마의 시신은 이미 영안실로 옮겨진 후였다. 차리리 그장면을 보지못했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금자아줌마를 비롯해 동네 아주머니들이 분주히 움직인덕에 장례를 치룰수있게되었다. 또다시 멍한시간이 지나자 나에겐 어느새 하얀 상복이 입 혀져있었다. 치가 떨렸다. 알 수 없는 소름이 내몸에 둘러진 상복을 보는순간 귀밑 까지 타고 올라왔다. 그리 많지 않은 문상객들이 날보며 위로의 말을 던졌다.
“굳세게 살아야한다. 알았지? 훌쩍”
“그래, 엄마가 안계셔도 잘커서 꼭 잘되야지, 쿨쩍”
모든말의 뒤에 돌림말처럼 따라붙는 저 흐느낌소리가 듣기 싫었다. 음산하고 서늘한 영안실에서 역겨운냄새와 함께 잠들어 있는 엄마가 더욱더 미워졌 다. 도대체 무슨이유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알수없었다. 결국, 자살로 판명난 죽음앞에 사람들은 뒤돌아 수군거리고 그 자리에 나만 덩그러 니 남겨져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내속에 다시금 분노가 들끓기시작했다. 꼭 다문입술과 눈에서 불을 뿜는 날보고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며 떠나갔다.
삼일째되던날, 엄마의 관과 함께 같은 차를 타고 벽재화장터로 향했다. 묘를 만들고 싶은생각이 없었다. 날 이렇게 외톨이로 만든 엄마에게 복수하고자하 는 마음에 흔적마저 없애버리려 화장을 택했다. 아무도 모르는 먼곳에다 뿌리고 싶 었다. 살아가면서 다시는 엄마를 찾지않을거라는 결심에 마주잡은 두손에 힘이 들어 갔다. 그만큼 나에대한 엄마의 배신은 큰것이었고, 슬픔또한 이루말할수없이 가슴 을 헤집어 놓았다.
언젠가 아주 어렸을적 엄마에게서 들은 수호천사에 대한 기억이났다. 사람마다 수호천사가 있어서, 지켜준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듣고 행여나 밤에라도 모습을 보여줄까 두눈을 말똥이며, 밤을 새우던 기억을 더듬어나갔다. 혼자서 피식웃는 모습에 같이 차에 타고있던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며 혀를 끌끌찼다. 엄마를 화장하러 가는 딸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리다니 기가막히다는 표정 들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엄마가 말한 수호천사가 있었다면 절대로 엄마는 어둡고 차가운 버스의 짐칸 에 실려있지 않을것이다. 나또한 이 칙칙하고 기분나쁜 상복을 입고있지 않을것이 다.
“에구~ 연주야......저기, 지금 이런말하는건 좀 그렇지만......이 아줌마가 있으 니까 너무 걱정말아 응?”
“아줌마, 고맙습니다. 아줌마계셔서 다행이에요”
“고맙기는 무슨, 니엄마하고 나하고는 자매나 다름없었는데......훌쩍”
요란하게 코를 풀어대는 금자아줌마를 연주는 표정없는 얼굴로 훑어보았다. 엄마와 동갑이라는 이유로 동네에서 자매처럼 지낸 두분의 인연은 벌써 십몇년이 지 나있었다. 금자아줌마의 아들인 성재와 난 유치원때부터 친구였다. 무슨이유였는지 아마...무척이나 유치한 이유였을것이다. 새로 유치원을 옮겨 며칠 을 다니지 않았을때 얼굴에 나! 개구쟁이요~하고 써붙이고 있는듯한 남자아이와 심 하게 싸우고 내가 그 아이얼굴에 손톱자국을 낸날 어떤아줌마가 그아이를 데리고 우 리집을 찾아왔다. 화가나서 씩씩거리는 덩치큰 아줌마에게 주눅이 들어 엄마뒤로 숨 어버렸었다. 그때우린, 이동네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사람이 몇안될때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 녀석 얼굴엔 보기흉한 손톱자국이 나있었고, 언뜻보기에도 그 아 줌마의 화를 다스릴길이 없어보였다.
그런아줌마의 손을 잡아끌며 차한잔하라며 집으로 들이는 엄마가 이해가되지않았다. 얼른 쫓아내고 문을 걸어잠궜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차를 권유하는 엄마 때문에 안절 부절 못하고 있을때 나와싸운 그녀석이 혀를 쏙내밀며 날놀리고 있었다. 까만 눈썹에 하얀피부가 그당시 내눈에 멋지게 보였지만, 그때당시엔 그녀석을 도저 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얘~ 이리와보렴~”
“.....................”
자기 엄마뒤로 쏙 숨어버리는 그녀석을 노려봤다. 우리엄만데 왜 저녀석을 저토록 다정하게 부르는지, 그리고 잘못은 저녀석이 먼저했 는데 도저히 입밖으로 말이 안나왔다.
“이름이 뭐니?”
“.....................”
“아줌마가 약발라줄게 이리와봐”
조용하게 말하시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보이시는 엄마의 표정에 안심을 한듯한 녀석 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왠지모를 분함이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주는 엄마의 손을 쳐내며 악을 썼던 것 같다.
“안돼~~~~~~~~~ 약발라주지마, 나뻐 흐흑 나쁜애란말야~”
“연주야! 무슨짓이니?”
“어 엄마~~~ 우아앙~ 쟤가 나더러 아빠없다고 놀렸단말야~ 우아아아앙~”
순간 집전체가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느낀 그녀석도 큰소리를 내며 울 어제쳤다. 아들의 잘못을 인지한 아줌마도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아들을 거 칠게 끌고 나갔더랬었다. 그다음날부터 아줌마의 출입이 잦아졌다. 미안함때문인지 아니면 엄마와 친해지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엄마와 금자아줌마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친자매 이상으로 지내게 되었다. 그덕분에 성재와 나도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학교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내가 고민이 있을때나 어려울때 면 언제나 옆에 있어주던 성재의 듬직한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내 무릎에 엎드려 울음을 쏟아내고 있는 금자아줌마의 등을 가만히 쓸어보았다. 우리엄마보다 덩치가 큰 아줌마의 등이 너무나 푸근해보여 조심스럽게 얼굴을 묻었 다. 역시 우리엄마의 등은 아니였다. 우리엄마의 냄새가 나질않았다.
이젠 정말 혼자인가보다. 갑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느껴졌다. 텅빈 공간에 홀로 남겨진것처럼 몸에 싸늘한 바람이 휘감아오는 듯 느껴졌다.
수호천사-[2]
수 호 천 사 -[2]“아이구~~~~~ 연주야~~~· 이 불쌍한 것을 어째 으으으으윽~”
자꾸만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멀어지면 멀어지는데로 놔두고 싶었다. 차라리 그편이 현실을 잊는데 도움이
될테니까....
사람이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일과 슬픔을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사람들도 나와
같은 일을 겪으면서 사는지 확신할수 없었다.
내가 깨어난곳은 그리 낯설지 않은곳이였다.
밖에선 여전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금자아줌마의 날카로운 질책에 사람들
의 목소리가 많이 수그러든듯했다.
아직도 멍한머리를 흔들며 이곳이 어딘지 생각하려 애썼다.
우리집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어딘지 낯설지않은곳....따뜻하고 가벼운 이불에 둘
러싸여 이곳에서 몇시간을 보낸게 틀림없었다.
딸깍
“헉! 우리 연주, 이제야 정신이 들었구나........훌쩍”
“아 아줌마, 왜 우세요?”
“어? 아 아니, 그냥..............쿨쩍”
“아줌마........무슨 일있으세요? 제가 왜 여기와..................으아아아악~~~~~~~”
잊어버리려해도 머릿속을 떠날수가 없는 그 충격적인 장면이 다시금 연주의 머릿속
에 그려졌다. 불과 몇시간전 일어난 일... 끔찍한 핏방울들이 다시 연주의 몸을 타
고 흐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서둘러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닦는 시늉을 하는 연주를 금자아줌마는 걱정스러운 표
정으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만 훔쳐내고 있었다.
연주의 눈에 서린 공포는 보는이로 하여금 뒷걸음 치게 만들었다.
문지방밖에서 연주가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둘씩 헛기침을하
며 서둘러 집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혀를 끌끌차며 뒷짐을지고 돌아가는 사람........안타깝다는 표시로 눈시울을 살짝
적시며 마지못해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이런상황에서도 연출
되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를 그렇게 떠나보낸 연주의 마음을 달래줄수 있는 이는 아
무도 없었다.
새털처럼 가벼운 이불이 돌덩이라도 되듯 치우려고 낑낑대는 가여운 모습에 금자아
줌마는 더 많은 눈물이 얼굴을 적심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눈물을 닦아
낼수도 없었다. 그래봐야 또다시 쏟아져나올테니까......
결국 이불을 밀어내는걸 포기한 연주는 이젠 울음소리도 눈물도 흘리지 못하며 애꿎
은 이불에서 삐져나온 실가닥을 쥐어뜯고있었다.
초점이 없는 멍한 눈........간혹 앞뒤로 흔들거리는 몸........실을 쥐어뜯는 창백
하게 질린 손만이 그녀가 엄마의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뿐이였다.
“쿨쩍, 저 어린 것을 두고 어찌 그리 모진맘을 먹었누~ 흑흑”
금자아줌마의 원망가득한 목소리를 들은 연주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이미,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몸의 흔들거림도 멈춘상태였다.
순진하게 눈을 껌뻑이자 큰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려 코끝을 돌아 입술선을
따라 흘렀다. 턱으로 모여든 눈물이 불규칙적으로 떨어져 이불에 동그란자국을 남겼
다. 그모습을 보고 연주는 흠칫했다.
“이 이건 엄마의 피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아아아아아악~~~~”
“여 연주야! 에구 불쌍한것, 이걸 어쩌면좋누 흐흐흑흐흑 흐끅”
내 비명소리에 놀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른 소리는 머릿속의 잡생각을 말끔히 털
어버렸다.
엄마가 죽었다.
얼토당토 않게 엄마가 자살을 해버렸다.
날 이렇게 버려두고.....혼자서 가버렸다.
미운엄마........나쁜엄마........난 엄마가 너무 싫어........엄마~~~~~~~~~~
경찰들이 집에 노란 바리케이트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날 만나러 경찰이 금자아줌마네까지 찾아왔다.
이것저것 지겹게 물어보는 경찰에게 난 무슨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사람이 집을 나서려할 때 같이 가야겠단 생각을 했을뿐이다.
우리집이 낯선곳인양, 도저히 발을 들여놓을수가 없었다.
대문밖까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듯해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까지도 골목을 배회하며 궁금증의 실마리를 캐내고자 하는사람들이 여럿 남아있
었다. 그사람들은 날보자 다가오려했지만 금자아줌마의 따가운 눈초리에 한발물러섰
다.
엄마의 시신은 이미 영안실로 옮겨진 후였다. 차리리 그장면을 보지못했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금자아줌마를 비롯해 동네 아주머니들이 분주히 움직인덕에
장례를 치룰수있게되었다. 또다시 멍한시간이 지나자 나에겐 어느새 하얀 상복이 입
혀져있었다. 치가 떨렸다. 알 수 없는 소름이 내몸에 둘러진 상복을 보는순간 귀밑
까지 타고 올라왔다.
그리 많지 않은 문상객들이 날보며 위로의 말을 던졌다.
“굳세게 살아야한다. 알았지? 훌쩍”
“그래, 엄마가 안계셔도 잘커서 꼭 잘되야지, 쿨쩍”
모든말의 뒤에 돌림말처럼 따라붙는 저 흐느낌소리가 듣기 싫었다.
음산하고 서늘한 영안실에서 역겨운냄새와 함께 잠들어 있는 엄마가 더욱더 미워졌
다. 도대체 무슨이유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알수없었다.
결국, 자살로 판명난 죽음앞에 사람들은 뒤돌아 수군거리고 그 자리에 나만 덩그러
니 남겨져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내속에 다시금 분노가 들끓기시작했다.
꼭 다문입술과 눈에서 불을 뿜는 날보고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며 떠나갔다.
삼일째되던날, 엄마의 관과 함께 같은 차를 타고 벽재화장터로 향했다.
묘를 만들고 싶은생각이 없었다. 날 이렇게 외톨이로 만든 엄마에게 복수하고자하
는 마음에 흔적마저 없애버리려 화장을 택했다. 아무도 모르는 먼곳에다 뿌리고 싶
었다. 살아가면서 다시는 엄마를 찾지않을거라는 결심에 마주잡은 두손에 힘이 들어
갔다. 그만큼 나에대한 엄마의 배신은 큰것이었고, 슬픔또한 이루말할수없이 가슴
을 헤집어 놓았다.
언젠가 아주 어렸을적 엄마에게서 들은 수호천사에 대한 기억이났다.
사람마다 수호천사가 있어서, 지켜준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듣고 행여나 밤에라도
모습을 보여줄까 두눈을 말똥이며, 밤을 새우던 기억을 더듬어나갔다.
혼자서 피식웃는 모습에 같이 차에 타고있던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며 혀를
끌끌찼다. 엄마를 화장하러 가는 딸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리다니 기가막히다는 표정
들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엄마가 말한 수호천사가 있었다면 절대로 엄마는 어둡고 차가운 버스의 짐칸
에 실려있지 않을것이다. 나또한 이 칙칙하고 기분나쁜 상복을 입고있지 않을것이
다.
“에구~ 연주야......저기, 지금 이런말하는건 좀 그렇지만......이 아줌마가 있으
니까 너무 걱정말아 응?”
“아줌마, 고맙습니다. 아줌마계셔서 다행이에요”
“고맙기는 무슨, 니엄마하고 나하고는 자매나 다름없었는데......훌쩍”
요란하게 코를 풀어대는 금자아줌마를 연주는 표정없는 얼굴로 훑어보았다.
엄마와 동갑이라는 이유로 동네에서 자매처럼 지낸 두분의 인연은 벌써 십몇년이 지
나있었다.
금자아줌마의 아들인 성재와 난 유치원때부터 친구였다.
무슨이유였는지 아마...무척이나 유치한 이유였을것이다. 새로 유치원을 옮겨 며칠
을 다니지 않았을때 얼굴에 나! 개구쟁이요~하고 써붙이고 있는듯한 남자아이와 심
하게 싸우고 내가 그 아이얼굴에 손톱자국을 낸날 어떤아줌마가 그아이를 데리고 우
리집을 찾아왔다. 화가나서 씩씩거리는 덩치큰 아줌마에게 주눅이 들어 엄마뒤로 숨
어버렸었다.
그때우린, 이동네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사람이 몇안될때였다.
내가 보기에도 그 녀석 얼굴엔 보기흉한 손톱자국이 나있었고, 언뜻보기에도 그 아
줌마의 화를 다스릴길이 없어보였다.
그런아줌마의 손을 잡아끌며 차한잔하라며 집으로 들이는 엄마가 이해가되지않았다.
얼른 쫓아내고 문을 걸어잠궜으면 좋겠는데 자꾸만 차를 권유하는 엄마 때문에 안절
부절 못하고 있을때 나와싸운 그녀석이 혀를 쏙내밀며 날놀리고 있었다.
까만 눈썹에 하얀피부가 그당시 내눈에 멋지게 보였지만, 그때당시엔 그녀석을 도저
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얘~ 이리와보렴~”
“.....................”
자기 엄마뒤로 쏙 숨어버리는 그녀석을 노려봤다.
우리엄만데 왜 저녀석을 저토록 다정하게 부르는지, 그리고 잘못은 저녀석이 먼저했
는데 도저히 입밖으로 말이 안나왔다.
“이름이 뭐니?”
“.....................”
“아줌마가 약발라줄게 이리와봐”
조용하게 말하시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보이시는 엄마의 표정에 안심을 한듯한 녀석
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왠지모를 분함이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주는 엄마의 손을 쳐내며 악을 썼던 것 같다.
“안돼~~~~~~~~~ 약발라주지마, 나뻐 흐흑 나쁜애란말야~”
“연주야! 무슨짓이니?”
“어 엄마~~~ 우아앙~ 쟤가 나더러 아빠없다고 놀렸단말야~ 우아아아앙~”
순간 집전체가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느낀 그녀석도 큰소리를 내며 울
어제쳤다. 아들의 잘못을 인지한 아줌마도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아들을 거
칠게 끌고 나갔더랬었다.
그다음날부터 아줌마의 출입이 잦아졌다. 미안함때문인지 아니면 엄마와 친해지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엄마와 금자아줌마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친자매 이상으로 지내게 되었다. 그덕분에 성재와 나도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학교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내가 고민이 있을때나 어려울때
면 언제나 옆에 있어주던 성재의 듬직한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내 무릎에 엎드려 울음을 쏟아내고 있는 금자아줌마의 등을 가만히 쓸어보았다.
우리엄마보다 덩치가 큰 아줌마의 등이 너무나 푸근해보여 조심스럽게 얼굴을 묻었
다. 역시 우리엄마의 등은 아니였다. 우리엄마의 냄새가 나질않았다.
이젠 정말 혼자인가보다. 갑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느껴졌다.
텅빈 공간에 홀로 남겨진것처럼 몸에 싸늘한 바람이 휘감아오는 듯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