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행복이야기202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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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세상의 분주한 것들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당신의 등에 기대 소리내어 울고도 싶어장작불 같던 가슴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거야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커프 매고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은빛 머리 곱게 빗어 넘기고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낙엽 밟으러 가야지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 황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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