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남기는 글

ㅇㅇ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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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 죄송합니다. 당장 죽겠다는건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발버둥치고 싶어서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은건지, 죽고 싶은건지... 다만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네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잠만 자고 싶습니다. 하지만 목숨이 붙어있으면 생각이란걸 안할 수가 없잖아요. 이제 생각을 그만하고 싶어요.

처음 죽으려고 시도했던건 14살때였어요. 그땐 아직 우울증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때였고, 제 상태를 살필 겨를도 없이 죽음만을 바라며 살게 됐어요. 아무런 감정도, 현실 자각도 없이, 매일마다 나 자신이 건물 위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꿈을 꾸고 그 꿈대로 되길 바라면서 살았어요. 자살 충동을 겪는게 우울증 중에 중증이라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이제야 제 우울증의 주 원인이 부모님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유가 유난히 약한 멘탈 때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담을 받고, 주변 얘기를 듣다보니 제게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란걸 알게 됐네요. 기뻤어요. 집안에서 저만 약한 사람 취급받고 아무리 부모님에게 기대고 싶어도 부모님과 아무런 소통도 되지 않는게... 나만 이상해서가 아니었구나 싶어서. 가족끼리 다같이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의 케어와 훈련을 모두 제게 맡겨버리고, 아무런 정보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으면서 본인들이 하시는 실수에는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부모님은 10년이 넘게 우울증으로 힘겨워하는 저를 보고도 제 심기를 건드릴까 무서워서 눈치만 볼뿐, 우울증이 뭔지조차 아직도 몰라요.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아직도 그게 뭔지조차 모르고, 제가 우울증을 왜 겪는지조차 모르면서 본인들은 이제 변했다면서 기대라는 모습이 더 화가 나더군요. 집 밖에서 나쁜 일들을 겪어서 우울증이 생긴게 아니라, 집 안이 제겐 지옥 그 자체라서 그 우울증에 못이겨 기댈 곳을 찾아 밖으로 떠돌다가 나쁜 일들을 당한거란걸 언제쯤이면 제대로 이해하실 날이 올까요.

성인되고 나선 애인도 생기고, 드디어 기댈 곳을 찾은 전 나름대로 살려고 애썼다고 생각해요. 한번도 남한테 제대로 기대본적 없었는데, 의존할 대상이 생기니까 어떻게든 목숨줄을 붙잡고 있게 되더라구요. 그 사이에도 안좋은 일이 많았고 숱하게 자살충동이 올라왔지만,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견뎌졌어요. 그런데 그 애인하고도 문제가 생기고, 그러다보니 우울증이 최고조로 심해졌어요. 의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대상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자살충동이 올라왔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어요. 단지 빠르게 죽어서 사라지길, 그래서 이 가슴에 진 알 수 없는 감정 덩어리를 더는 느끼지 않길 바랐어요. 그렇게 마포대교로 가게 됐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그 추운 겨울에 마포대교의 그 높아진 난간을 뚫고 올라갈 방법을 찾아다니고, 결국 찾아서 몇번이고 난간을 넘어갔던 것. 생각보다 빨랐던 신고체계와, 난간 넘어 서있는 동안 느꼈던 추위와 죽음에 대한 공포. 결국 그 공포를 뛰어넘지 못하고 몇번이고 지구대로 끌려간 것. 그곳에서 아저씨를 만났죠. 일면식도 없는 내게, 그것도 몇번이나 자살시도를 해서 끌려온 내게 쉴 곳, 먹을 것을 내어준거 고마웠어요. 나중엔 연락처까지 교환해서 또 마포대교를 가진 않았는지 안부를 물어봐주었죠. 그래서 아저씨가 좋았어요. 그렇게 신경써주는게 고마웠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 것 같아 다시 살아보려고 애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운동도 해보고 알바도 하고 정신과 치료랑 상담도 받아보며 나름 애썼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저씨, 제게 왜 그러셨나요. 자살충동이 올라와도 참아가며 항상 혼자 아파하고 울던 제게 또다른 아버지이자 친구가 되어주시겠다고 했잖아요.. 왜 점점 제게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셨나요. 왜 제 몸을 보고싶어하고 만지고 싶어하셨나요. 왜 저를 애인으로 여기셨나요. 속에서 올라오는 절망감을 눌러가며 애써 피하던 내 모습은 안보이던가요. 대답을 피하면 피할수록 더 집요하게 물어보셨죠. 그저 농담이었다고 웃어주기를 바라면서 억지로 웃어보인 제 표정은 안보이셨나요. 그렇게 저랑 관계를 맺고 싶으셨나요. 그렇게라도 제 몸을 얻어서 그리 기쁘셨나요.

당신이 내 몸을 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난 몸을 길바닥에, 강에, 내던져버리고 싶었어요. 다시 마포대교로 가기 시작한 것도 아저씨때문인데 모르셨겠죠.

이젠 마포대교에서 죽을 수 없다는걸 알아요. 굳이 한강에서 죽고 싶다면 난간이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는걸 알지만, 나름의 마지막 충동 조절 수단으로 계속 마포대교를 갔어요. 계속 지구대에 드나드는 일상의 반복 끝에 용기를 내서 경찰서에 고소장을 쓰러갔죠. 고소장을 쓰고 나서 귀가길에 본 아저씨가 잊혀지지 않아요. 내가 경찰서에서 나올때까지 기다리다가 내가 나오니까 이야기 좀 하자며 날 끌었죠. 처음으로 싫다고 강하게 거부했는데도 강제로 차에 태우고 감금했죠. 이성을 잃고 무력을 쓰던 아저씨가 기억나요. 고소 취하해 달라고 애원하다가 취하안해주면 자긴 죽어버릴거라 하셨죠. 그 날 경찰쪽에서 신변보호해줘서 감금에서 풀려나서 집엔 무사히 들어갔지만, 정신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어요.

그 다다음날, 아저씨가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던 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아저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로 봤어요. 아저씨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신문사에도 기사가 나더군요. 그렇게 끝나버렸어요, 내 용기가.
고소장을 받은 상대가 자살해버려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이 되어버렸고 모든게 덧없어졌는데, 내 감정의 응어리는 커지기만 하고 감당할 수가 없네요. 이대로 내 응어리만 남는게 너무 서러워서, 끝까지 조사를 마치고 나왔지만... 거기서 털어내기로 했지만 여전히 전 아파요.

뭐가 의인인가요. 뭐가 마포대교 수호천사인가요. 자살시도자를 많이 구해서요? 나는요?..내가 너무 우울하고 서럽고 사람 품이 그리워서 그 사람한테 안겨서 울고 편안해할때 내게 욕정을 느꼈다던 그 사람이 의인인가요? 자살시도자를 구해놓고 가지고 노는게 의인인가요? 내 아픔은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요. 난 그 이후로 치료를 받으면서, 수없이 올라오는 자살충동을 눌러오다가 자살시도에 한걸음 더 다가섰고, 충동을 참지 못해서 차도로 뛰어들었어요. 크게 다쳐서 아직도 병원에서 몇달째 치료받고 있어요.

뇌출혈때문에 기억을 잃어버렸는데도, 정신을 차리고 제일 먼저 기억난게 아저씨 일이더라구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도중에 본 경찰차와 사이렌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그때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몸이 다 나아서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시 그 기억과 트라우마로 몸서리치게 되겠죠.

이제는 그만 억누르고 싶어요. 그만 괜찮은 척 하고 싶어요. 충동을 참고 싶지도 않아요.
저 많이 아파요. 이미 어릴때부터 충동을 참고 자라왔다는게 기억나요. 이젠 참고 싶지도 않고, 깨끗하게 죽는 방법도 알아요. 마포대교 난간을 넘어서는 것부터, 찻길에 몸을 내던지고, 이 다음은 진짜 끝이겠죠. 우울증은 항상 내 곁에 있네요. 안좋은 기억과 생각만 내 머릿속에서 떠다니네요.
몸이 다 나아서 이 병원을 나가게 되면 모든걸 끝낼거에요. 더이상은 이 억누르기 힘든 감정과 충동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