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직장 상사의 폭언으로 퇴사

20140110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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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네이트 판에 글을 올리는 날이 제 인생에도 오네요.

이렇듯 글을 올리기까지 수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지금도 글을 올리는 게 맞는지 정말 제 인생이 이 글로 인해 혹시 나쁜 쪽으로 바뀌지는 않을지 온갖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더 이상 이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싶기는 않기에,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사과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 보려 합니다.

 

제목과 같이 저는 국내 굴지의 호텔 내 하늘 같은 직장 상사의 폭언으로 퇴사를 했습니다.

 

아무런 녹음 증거나 뭐 아무 것도 없고요. 누군가에게 증인해주실 수
있냐고 요청할 수도 없어요.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그
해당 상사는 그 때도 최연소 대리였나 그랬고 지금도 호텔 역사상 최연소 과장 정도로 알고 있거든요. 계속
승승장구하는 그를 따르는 사람은 그 때 당시보다 지금 더 많겠죠. 정말 뭔가 법적으로 증명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거고, 그렇다고 제가 정신과 상담을 다닌 것도 아니었고요.
그저 그 굴욕의 순간이 7,8년이 지난 지금도 제겐 비수로 꽂혀 있고, 마음이 아프고,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이가 덜덜 떨리도록 몸이
떨리고, 너무 화가 나 울분을 소리치고 싶기도 한... 그런
기억이고 전 그저.. 사과를 받고 싶어요. 미안했다.. 그 땐 내가 너무 했다.. 그 때 당시 스물 여섯인 성별도 다른
너를 상대로.. 열 살 차이 정도 나는 성인 남자로서.. 하늘
같은 직장 상사로서.. 그래선 안 됐는데 미안했다.. 그냥
그 정도라도 듣고 싶어요..

 

때는 2014년 1월이었습니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 한 스물 여섯살이었고 치열한 면접을 거쳐 호텔 영업팀 프론트에 직무를 배정 받았습니다. 프론트에 배정 받기 까지 한 달간의 신입 사원 연수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원래 제가 지원했던 인사지원팀이 아닌, 영업 프론트 팀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개 신입 사원 따위가 '저 이런 직무를 원합니다, 이 쪽 팀으로 배정해주세요' 등의 의사 표현은 감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네요. 그러나 변명하자면 저는 어렸습니다. 잘 몰랐어요. 나중에 퇴사를 할 때도 혹시나 제가 다른 기업에 취직할 때 악영향이 미치진 않을까, reference check 때 그 상사가 저에 대한 이런 저런 나쁜 말을 하진 않을까 해서 실업 급여도 안
받는다고, 실업 급여를 받으면 회사 측에서 나와의 계약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 같고, 그러면 내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앞으로 기업에 취직을 못 할것 같다는 그런 풍부한 상상력으로 조용히
그만두게만 해 달라고 손사레 치고 나왔을 정도니 저는 무지 그 자체였던 것 같네요.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그 연수 기간 동안 저는 강력하게 제가 처음 지원했던 인사지원팀에 가고 싶다는 어필을
강력히 했었고, 해당 호텔 상사들은 당연히 저를 당돌하고 예의 없는 신입 사원으로 인지했고, 그 점이 크게 소문이 났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영업 프론트
팀의 수장인, 이 글을 쓰게 만든 장본인인 직장 상사의 눈에 날 수 밖에 없었고, 그의 감정 표현은 나날이 심해져 갔습니다.

 

1. 나이가 많고 학벌도 별로라 넌 어차피 갈 데가 없다고 함

동기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았어요. 1-3살 정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까지 다섯 명의 신입 사원 중에.. 맞아요. 제가 제일 학벌도 나이도 외모도 별로였어요. 그걸 그 상사는 딱
꼬집어내서 제게 여러 번 말했습니다. 이렇듯 너희가(동기
모두에게) 이 호텔에 나름 쉽게 들어오긴 했지만, 너희가
남들처럼 공채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은 꿈 조차도 꾸지 말라고 하더군요. 특히 제게는
따로 한 동기를 예시로, ‘00이는 어리고 예쁘고 00어도
000어도 0어도 잘 하고 대학교 간판도 좋은데.. 얘만 봐도 너의 스펙을 알겠지?’ 라며 비아냥거렸었죠.

 

2. 프론트에서 고객을 응대한 후 말투가 싸가지 없다고 불려나감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잦았고, 외국인 뿐 아니라 국내 고객들께도
최선을 다해 친절히 응대했습니다. 이왕 프론트로 배정 받았으니 그 곳에서 빛을 발하고 싶었어요. 제가 있는 동안 칭찬 카드(?) 도 정말 많이 받았었고요. 해당 호텔 멤버쉽 카드도 그 당시, 전국의 이 호텔 체인에서 제가
제일 많이 멤버쉽카드 고객 유치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걸로 해당 호텔에서 신입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아무 때나 써도 된다는 상(?)도 받았고요.

 

어느 날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고 그 분이 뒤돌아 가는 모습에까지 미소 짓고 있었는데, 옆에서 저를 보고 있던 그 상사가 '야... 넌 말투가.. 왜 이렇게 싸가지 없냐? 하.. 따라 나와.' 라고
하며 프론트에서 사무실로 통하는 입구를 통해 나갔습니다. 저는 어리둥절한 옆의 선배들을 뒤로 하고 사무실로
불려 들어갔습니다. 정확한 단어 하나 하나씩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오래전 일이니 이해해주세요.

 

그 상사: 아오씨... 넌
영어를 왜 이렇게 싸가지 없게 하냐? 말투 안 고쳐?

나: 어떻게 싸가지가 없나요..? 저
계속 웃으며 응대했고..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그 상사: 아니, 모르겠고, 진짜 그냥 넌 말투가 너무 싸가지가 없어. 넌 프론트에 있으면 안돼.

나: (이미 여러 차례 그 상사에게 괴롭힘을 받았었던 차에 멘탈 붕괴된
시점이라 그 때부터 울기 시작) 저는..  정말 열심히 하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제가 뭘 잘못 한지 말씀을 해주시면 제가 고칠 수 있는데.. 전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상사: 아 됐고, 그냥
고쳐. 고치라고.

 

3. 담배를 피는 게 확실하다, 이가
노랗다, 이만 봐도 담배 핀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선배들에게 내 험담을 함

말 그대로입니다. 이 말이 제가 퇴사를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아, 내가 뭔가 일터에서 사원으로서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나란 사람 그 자체가 싫구나, 나란 사람 자체를 보기가 싫어서 인신공격을 하는 구나.

제 직속 프론트 선배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전 그 선배께
여쭤봤어요. 이 얘기.. 알리고 그만 둬도 되겠냐고. 제가 이 얘기를 공론화 시키면 선배께 피해가 가는데 괜찮냐고.. 그
선배께서 너무 착하고 좋은 분이셨고 정말 제가 불쌍하셨나봐요. 그래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 그 선배님은 그 상사에게 엄청난 구박을 받았다고.. 고생
많이 하셨다고 건너 건너 전해 들었습니다 - 그 선배님께는 너무 큰 피해를 드린 것 같아, 제가 퇴사 때 아이스크림케익 기프티콘 드리며 죄송스러웠다, 고마웠다고
말씀 드린 후 더 이상 연락을 드리지 못 했습니다.)

 

제 계약(신입 사원 첫 계약은 9개월로
진행되는 형식이었고, 그 9개월 후 재계약을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었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지금
도망쳐야겠다 싶더라고요. 그 당시 과장님께 제가 들은 이야기 다 말씀 드렸습니다. 3교대라 그 당시 오후조였는데, 야간조로 저를 바꿔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야간조는 그 상사와 마주칠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그게 해결책은
아니라 생각했던 제 의사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위 팀장님과 면담을 하면서 또 말씀 드렸습니다.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상사가 정말 그랬냐고. 제 마음 이해하신다고.

 

제일 위 총지배인님과 면담을 하면서 다 말씀 드렸습니다. 못 하겠다고요.. 저는 그 상사 밑에서 일을 할 수가 없고 도망치고 싶다고요. 지금
호텔에 왕복 네 시간 걸려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3교대라 오전조에 배정 받았던 두 달 동안은 고시원에
머무르며 출근하고, 프론트 업무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일본인 고객들까지 일본어로 응대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이란 노력은 다 해봤는데, 인사지원팀을 포기하는 건 정말 어려웠지만 저를 영업팀에 불러
주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보답해드리고자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요.
지금도 존경하는 총지배인님께서는 저를 감사하게도 붙잡아주셨습니다. 더 해 보라고.. 너는 커갈 수 있는 좋은 인재라고.. 저를 리더로 키우실 생각하고
계셨다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퇴사 의사를 밝힌 후 윗선에서 그 상사와 자리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
상사가 그러더군요. 너는 강하게 키워야 잘 클 것 같았다, 너가
그만둘 줄은 몰랐다... 그 상사의 눈을 보지도 않았어요 저는. 너무
싫고 소름 끼치고 무서워서요. 그 사람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본인 집안이 잘 산다는 이야기... 워낙 잘 산다는 그 집안이 아무 것도 아닌 제게 뭔가 해를 끼칠 것 같았어요. 저를 세상에서 없애 버릴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힘이 있어 보였어요.

아무에게도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어요. 제게 진심으로 잘 해주셨던
많은 선배님들.. 과장, 팀장, 총지배인님과 잠시 나마 큰 꿈을 꾸게 해줬던 나의 첫 직장... 일개
신입 사원 겨우 9개월 남짓 일한 저 따위만 사라지면 그만이라 생각해서 이 일을 묻어 뒀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이상, 제가 2014년 1월 입사 후 2014년 10월에
퇴사한 이유입니다. 그 퇴사 이후로 자존감이 낮아진건지 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건지.. 기업 입사는 꿈에도 못 꾸고 바로 그냥 취직이 쉬운 곳에 취직해 지금도 먹고 살고 있습니다.

잊고 있던 기억이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유튜브에서 그 호텔의 복지
홍보 동영상 속에 그 인간을 보기 전까지는… (예전 그 담배 험담을 전해 주셨었던 저를 도와 주셨던
선배님께서도 그 동영상 속에 계시더라고요.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그 상사 페이스북(인스타 계정은 없었음)을 찾아내서 개인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제 핸드폰 번호도 남겼어요. 제 퇴사 결정에 직접적인 이유를 준 것 사과 받고 싶다고… 하지만
요즘 페이스북 메시지를 확인 하는 분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그 상사도 마찬가지로 제 메시지 안 읽을 것 같고…
호텔에 전화를 해 볼까.. 나 기억 하시냐고.. 사과할
생각 없냐고.. 그 유투브에 댓글을 달까.. 호텔 예약 메일에
메일을 보내볼까.. 그냥 뭔 사과냐.. 여태 묻어왔던 기억이니까
어차피… 나만 쭉 조용히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이 글을 워드 파일에 적었다가 지웠다가 수정했다가… 벌써 3일 째네요. 온갖
생각을 다 해봐도 결론이 안 나네요.

 

저는 결혼도 했고요. 남편은 몰라요.
제가 이런 트라우마가 있는지 이런 글을 지금 올리고 있는지... 그냥... 사과만 받고 싶어요. 사과만요...
저 그냥 평범하게 법 잘 지키는 선량한 시민으로 사는게 목표인 사람이예요. 오직 그 사람의
진심 어린 사과 말고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요. 방법이 있을까요?

 

저와 같은 경험 있는 분들의 뜻 깊은 조언 기다립니다.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혹시나 악플은 자제 부탁드릴게요... 저 그냥 서른 셋 먹은 평범한
보통 아줌마예요..

너무나 긴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다들 코로나 조심하시고 뜻 하는 바 모두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