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에게 성추행 당했던 글쓴이입니다.

쓰니2021.02.04
조회48,578
안녕하세요,먼저 방탈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 여기가 화력이 제일 좋다고 해서요. 죄송합니다.저는 작년 4월쯤 뮤지컬 앙상블 남배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글을 썼던 글쓴이입니다.(이전글 : https://pann.nate.com/talk/350725911)
벌써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나간 상태입니다.그동안 많은 분들의 응원과 조언 덕분에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고소하였고,어제 드디어 재판에 대한 선고 결과가 결정되었습니다.이제서야 긴 재판이 마무리가 되어서 ... 사실 지금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정말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고,또 이 사실을 어디다 털어놓고 싶은데 이 곳이 생각나서 .. 몇 자 적게 되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면 벌금형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2 번의 공판과 선고재판으로 총 3번의 재판을 진행했는데요.2번째 공판때 검사님께서 저를 증인으로 소환하셔서법원에 출석해서 증언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소송 과정 중 (첫 재판 시작하기 전) 가해자 측에서 제게 합의 연락을 했으나결론적으로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더이상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하였던 적이 있었는데,제가 증인으로 출석했던 2번째 재판 뒤 (선고재판 1주일 전에) 다시 합의 연락이 왔었습니다.
많은 고민과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합의를 하기로 했습니다.사실 합의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합의 하지 않으면 그 후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습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짧게 적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선고 재판 문자를 받았습니다.저와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벌금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벌금 700만원, 이수명령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렇게 선고를 받았다고 전달받았습니다.중간에 본인의 혐의를 부인하는 등 가해자의 행동으로 인해이러한 처벌이 내려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판결문을 전달 받았습니다.판결문 중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 항목에 적혀있더군요.'피고인에게는 동종 범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라고 ...알고보니 가해자에게 동일한 범죄 이력이 있었던 것이죠 ...
판결문을 읽고 한 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던 것 같네요 ..전력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고 ...이렇게 끝나는 건가 후련한 듯 허탈하기도 하고 ... 복잡한 감정이었습니다.그저 앞으로 공연계에서 다시 마주치는 일은 없기를 ...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스스로를 자책했던 순간들이 조금은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또 한 편으로 저를 응원해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제 용기의 시작은 제게 일어난 일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습니다.오늘 그 시작의 끝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지인께서 제가 판에 쓴 글을 보았다는 연락을 받으며 이 곳이 생각났습니다.
아직도 가끔 꿈 속의 저는 그 때 그 장소에 가 있습니다.그 곳에서 나오는 것이 진정으로 끝이 나는 것이겠지요.그래서 저는 이제 앞으로 제게 집중하려고 합니다.다만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연뮤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가해자가 돌아올 일은 .. 없겠지요? ㅎㅎ .. 그렇게 믿고 싶네요.
그동안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올 한 해 모두들 건강하시고 잘 먹고 잘 주무시길 바라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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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가다음날 들어오니까 댓글이 엄청 많아서 ... 놀랬네요.많이들 관심 주셔서 일단 감사드립니다.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몇 가지 추가하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로,제 첫 글에도 적었던 것처럼 제 사건의 가해자는 앙상블 남배우입니다.한ㅈㅅ배우님의 사건은 들어서 알고 있으나 저와는 관련이 없는 사건입니다.오해하셨다면 죄송하고 그 분과 관련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첫 날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 왜 계속 만났냐고? 하시는 분은솔직히 무슨 말씀인지 이해를 못했습니다.저는 그 분을 근무를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고,성추행은 그 분을 만난 마지막 날 (공연이 끝난 마지막 날) 발생한 일입니다.사건 발생 이후 그 분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아마 마지막날인걸 알고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세 번째로 합의해서 금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 하시는 분들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을까봐 길게 적을까 하다가 적지 않았는데,저도 원래 합의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제게 합의를 제안해놓고 합의하지 않겠다한 것도,선고 1주일 전 다시 합의를 하자고 한 것도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나빴습니다.제게 진정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 본인 잘못을 덮으려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요.하지만 저는 그동안 가해자가 초범인줄 알고 있었고, (첫 신고 당시 경찰?에서 연결해주신 국선)변호사님께서 현실적으로 초범이라 형량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또한 당연히 다시 마주치는 일은 없어야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 컸습니다.합의 안해줬다가 해코지 당하면 어쩌냐고 저희 엄마께서 많이 걱정하시고 우셨습니다.
절대 이 곳을 이용해서 합의금을 뜯어낸다거나 이득을 취한 뒤 가해자를 사회에 방생하였다 ... 이런 말씀은 솔직히 더 힘드네요. 그렇게 보인다면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 저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고 솔직히 말하면 보복 당할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법정에 출석할 때도 사과문을 받을 때도 마주하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싫고 무서워서 다 비대면으로 진행했었습니다. 다시 그 얼굴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기절할 것 같아서요 ...
저는 합의가 용서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제가 보기 답답하고 고구마같다고 하시는 분들께도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소송을 진행하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내내 너무 힘들었습니다.합의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죄가 사라지고 제 상처가 없어지나요?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그런 상태로 돌아가나요?제가 그 사람한테 사과문과 합의금을 받았다고 해서 제 트라우마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저는 다만 저를 위하는 시간을 하루빨리 가지고 싶었고, 해코지 당할까봐 무서워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저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합의때문에 무혐의를 받은게 아니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저도 제가 합의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 감옥에 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마음이 편해졌을꺼라 생각하진 않습니다.다른 분들이 보시기에는 '아 이게 사이다 결말이지'라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그럼 아마 저는 2차 피해를 더욱 걱정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죽고 싶습니다.
제가 합의를 해줬기 때문에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유감입니다. 저는 걱정을 최대한 내려놓고 저를 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베댓에 적어주신 분 말씀대로 언제까지나 그 일에만 머물러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그 곳에서 나와 앞으로 나아가가고 싶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제 마음 편하자고 합의해준건데 이게 이렇게 논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더 이상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