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그녀를 그리지 못하는 이유3

전선인간2004.02.24
조회852

그녀를 그리지 못하는 이유3 [부제 : 모나리자]

 

// 전편에 이은 글입니다. 1편과 2편을 읽고 읽어주세요

처음으로 로맨스 소설? 흠..암튼 연인이 등장하는 소설을 적어 보았습니다.

부족하더라두 재미있게 읽을수 있었으면 합니다.

급한 마음에 생각을 주욱 적어서 그다지 다듬지 못했습니다. ^^ 읽어보며 수정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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Ⅶ .


“흐음..쪼옥!!”

비디오의 화면은 커다랗게 확대된 입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야 안은경 잘 받았냐? 바로 이 똥꼬 입술로 내가 지금 너한테 키스를 날린 거다. 어때 맛나지? 맛있지? 응”

화면안의 우원은 언제나 그렇듯 밝은 얼굴로 서있었다.


은경은 자신을 눈물 흘리게 만든 우원이 너무나 밝게 화면 속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르게 우원이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바보 자식 머가 좋다구 웃고 지랄이야..’

은경은 글썽거리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화면속의 우원의 셀카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은경아! 안녕! 참 오랜만이다. 그치. 우리가 못 본지 거의 두 달이 지나간 거 같애. 나 안보고 싶었어? 난 너 많이 보고 싶었는데....


은경아! 나 오늘 너에게 고백할게 있어.


우리가 첨 만났던 날 기억하니? 니가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찾아왔었잖아. 니 친구와 함께...... 넌 그게 우리가 첨 만났던 날이라 기억하지?

근데 사실 난 아니었다.


넌 모르겠지만....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이름도 모르는 너를 본 후로 나 줄 곧 니 곁에 있었다.

니가 도서를 대출 할 때나 니가 학교 식당에서 친구랑 밥 먹을 때

건너편에서 매번 혼자 김치덮밥을 먹던 남학생 기억나? 지인이랑 너랑 둘이서 나 게걸스레 먹는 다구 놀리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니가 복사하러 갔을 때 호치케이스가 없어서 리포트 찍지 못할 때 복사기 옆에서 호치케이스 줬던 남학생 있잖아.

그 애가 바로 나였어!“


은경은 화면 속의 우원이 하는 말을 듣고 놀라고 만다. 기억 속에서 몇 번 스쳐갔던 그가 바로 우원이었다니..


“그때부터 나 우리 은경이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은경에게 오빠를 알리고 싶었는데 오빠는 그림 그리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서 나는 그 다음날부터 은경이가 다니는 자연대에 벤치에서 여자애들의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어. 한 여자 두 여자 세 여자 그렇게 그려주다보면

언젠간 너도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올 줄 믿었었고....


또 그런 노력 때문인지 어느날 드디어 니가 나에게 오더라

그림을 그려달라고...


그때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머라도 하지 않으면 너한테 들킬까봐 서둘러 캔버스를 접고 화구를 챙겼잖아.


니 이름을 물어봤을 때

은경이라고 말하는 니 입술 그리고 니 까만 눈동자 나 너무 너무 좋았다.



은경아! 넌 내가 단 한번도 너를 그리지않는다구 섭섭해 했잖아.

근데 사실 나 너무너무 너를 그리고 싶었다. 너의 하얀 살결에서 맑은 영혼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캔버스안에 아름다운 은경이를 그리고 싶었는데


오빠가 바보처럼 모르던 게 하나 있었어.


은경이 넌 아니?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기억이 안난데... 그래서 금방 헤어져도 얼굴이 기억이 안나 너무 보고 싶고 그립고 그런 거래.


오빠는 그걸 몰랐거든

그래서 널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나 아무리 생각해도 니 얼굴이 기억이 안나더라.

그래서 너를 기다리면서 또는 실습실에서 내가 기억해 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그리다보면...


어느새 모나리자가 그려져 있고 만 거야.

아무리 너를 그리려고 해도 너를 생각하고 그리면 결국 모나리자의 얼굴만 그려졌어.


미안해 너를 그려주지 못해서....그래도 나 미워하지 않을 꺼지?“

화면 속의 우원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대며 말하고 있다.


‘바보. 진작에 말하지. 바보 정말 밉다.’

은경은 화면속의 우원과 대화라도 하듯 우원의 말에 한마디 한마디 울먹이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헤헤 고백하고 나니까 속시원하다. 근데 나 또 고백할게 하나 있다.

은경이가 그랬잖아. 넌 오빠 중에 눈이 제일 마음에 든다구 아기같이 맑고 투명해서 좋다구.....


근데 은경아..


나.... 나... 이제 이 눈 못 본데... 장님이래..의사가 나보고.....


사실 지금도 나.. 이 비디오 찍히고 있는지 모르겠어. 눈이 이제 거의 흐려져서 안보이거든 더 이상 안보이기 전에 너한테 인사를 남기고 싶어서 버튼을 눌렀는데

지금 잘 녹화되고 있지?“

화면 속의 우원은 은경에게 질문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은경이도 볼 수 없고  여기 봐봐”

우원은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여기에 빨간 매니큐어있지? 우리 같이 칠했잖아. 기억나?

나 이거 안지워지게 할려구 많이 애썼어. 씻을때두 여기 밴드 감고 씻구. 그런데 며칠전까지는 분명히 보였거든 빨간 매니큐어가.....

그런데 지금은 나... 빨간 매니큐어가 하나두 안보인다. 하나두...


은경아..오빠 이제 완전히 장님이 되려나봐 정말루.....


이제 우리 은경이도 오빠가 싫겠다. 니가 좋아하던 눈도 이제 오빠에게 없으니....


은경아...


정말루 사랑하는 은경아..


이제 방학 되었겠네...방학기간동안 하고 싶다던 영어공부 포토샵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우리 은경이는 패셔너블하니까 좋아하던 네일아트도 자주 하고 오빠 몫까지 이쁘고 아름다운 거 많이 보고 살아야해...알았지?


그리고 나 약속할께.

여기 수녀님이 그러셨거든 하느님이 내 육신의 눈을 앗아간 건 더 밝고 선명한 마음의 눈을 주시기 위해서라구...


비록 내 육신의 눈은 너의 아름다움을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오빠의 마음의 눈이 너를 기억하는 날이 오면 나 꼭 우리 이쁜 은경이 그림 많이 그려서 꼭 은경이 한테 선물할께..

그러니까 그때까지 우리 항상 건강하고 밝게 웃으며 살자..이렇게..“

“지이익”


테입이 다 되었는지 더 이상의 화면은 나타나지 않았다.

은경은 애써 웃음을 지으려던 우원의 마지막 모습이 더욱 슬펐는지 이내 굵은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바보같이.....바보같이...”

은경의 독백을 따라 방안 가득한 모나리자들도 같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Ⅷ .


플라타너스 나무가 거기에 있었다. 은경과 우원이 만났던 자대 앞의 위치는 아니었지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닮은 플라타너스 나무가 거기 언덕위에 있었다.


우원은 여전히 캔버스를 꺼내어 놓은 체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은경은 어떻게 우원을 불러야 할지 어떻게 우원을 봐야할지 막막해하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쉬었다.


“짜잔... 야 똥꼬 입술, 찢어진 눈! 나 누구게?“

은경은 쭉 뻗은 두 손으로 우원의 눈을 가린 체 그날의 그때처럼 우원을 불렀다.


“누구? 은경이....”

우원은 자신을 가린 부드러운 두손의 감촉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마주잡은 손들은 서로를 너무나 오래 기다려왔는 듯 그리움의 작은 떨림들을 교환하고 있었다.


“왜 왜 왔어? 왜?”

우원은 손을 놓은 후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이제 우리 곧 200일인데 오빠가 연락이 없어서 내가 이렇게 찾아왔잖아. 그간 어디에 숨었나 했더니 겨우 여기 있은 거야? 난 지구 반대편이라도 간줄 알았지? 근데 나 줄려고 지금 깜짝 이벤트 준비하고 있었지? 어디 선물 꺼내봐 이 누나가 봐주마”

은경은 우원이 힘들어 할까봐 어색해 할까봐 쉬지 않고 말들을 꺼내어 대기 시작했다.


“탁”

우원은 쥐고있던 연필을 바닥으로 던졌다.


“야 안은경 왜 왔냐? 대체 왜! 나 장님 된거 보러왔냐? 그래 실컷 봐라 실컷봐”
우원은 그제서야 은경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난 이제 너 다 잊었다. 나도 너처럼 철없는 애랑 사귄다구 많이 힘들었거든 이제 난 너 다 잊었고 또 너도 눈먼 병신이랑 사귀고 싶지 않을 테니까 이제 가라 가 ”

우원은 은경의 어깨를 밀려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나 은경은 우원이 생각한 것보다 좀더 좌측으로 서있었다.

허공을 향해 내미는 우원의 손을 본 은경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야 최우원 대체 왜 그래? 눈멀더니 마음까지 병신이 된거야? 그런 거야?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까지 보고 싶다던 인간 최우원이 이제 마음까지 멀어 버린거야 그런 거야? 니가 일케 바보같이 되어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이 나쁜 새끼야. 엉엉.. “


“털썩”

은경은 애써 버텨오던 다리에 힘이 풀린체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우원은 은경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자신도 주저앉아 천천히 기어 오기 시작했다.

그런후 울고있는 은경의 어깨를 찾아 손으로 감싸며 말한다.


“은경아 미안해 오빠가 미안해...그치만 이제 오빠는 니가 알던 오빠가 아니야. 우리 은경이는 오빠보다 더 좋은 사람 더 멋진 사람만나야지. 오빠 그냥 죽었다구 생각해 응? 우리 그렇게 생각하자”


“그럼 이 나쁜새끼야 넌 나 잊을수 있어? 넌 나 잊을수 있냐구”

은경은 우원의 품에 얼굴을 묻은 체 비명에 여전히 울먹이며 말했다.


“그래 은경아 미안해 오빠는 너 이미 잊었어 너 다 잊었어 그니까 넌 어서가..”

우원은 울먹이는 은경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고 나지막히 말했다.


은경은 우원의 오른쪽 새끼손가락 손톱이 밴드로 감겨진 것을 발견하고 밴드를 떼어내며 말한다.

“머 나 다 잊었다구. 그럼 이건 머야. 아직도 몇 달전 칠한 매니큐어가 지워지지않기 위해 감아놓은 이 밴드는 머야? 이건 머냐구 이 나쁜새끼야”


“그건....”

우원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한다. 그리곤 복받쳐 오르는 은경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감사와 미안함 때문인지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은경은 우원의 품에 머리를 비벼대며 말한다.


“오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우리 오빠. 오빠 눈이 안보이면 어때! 오빠는 것보다 더 밝은 마음의 눈을 가졌잖아. 그리고 내가 오빠 눈좋아한다구 했지만 오빠 입술도 오빠 이 콧날도 오빠 발가락 까지도 나 다 좋아.. 그러니까 오빠가 가진 수천만개중에 단 하나가 사라졌다고 날 버리려고 하지마. 우리 이렇게 헤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우리는 오빠 붉은 니트털로 빨간 매니큐어로 맺어진 운명의 상대잖아.

그러니까 오빠 이제 우리 서로 좀더 믿자 응..내가 이제 오빠 눈이 되어줄게 응..응..“


우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알았냐구 이 나쁜 새끼야! 엉..엉..”


은경은 더욱 큰 울음소리로 우원에게 다그치며 말했고

은경의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마운 우원은 말없이 은경을 안고 끊임없는 눈물을 흘릴 뿐 이 었다.



Ⅸ .


너무나 오래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만큼 울었던 탓일까.

우원과 은경은 플라타너스 나무아래 등을 기댄 체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체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는 가을을 맞이할려는 언덕의 서늘한 바람과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노을의 빨간 태양빛이 플라타너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왔다.


플라타너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실선 같은 가느다란 붉은 저녁 태양빛이 꽉 잡은 우원의 오른쪽 손가락과 은경의 왼쪽 손가락 사이로 묶여진다.


마치 운명이 만들어 놓은 붉은 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