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좋아해”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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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쟤 좋아하나봐”

고1 여름
내가 널 보자마자 내 친구에게 한 말이였어
넌 정말 잘생긴 건 아니였지만 나의 이상형이였다?
말 그대로 첫눈에 반했지 그 뒤로 널 속히 말하는 무리 속에 넣으려 노력했고 너랑 친해질려고 엄청 노력했어 ㅋㅋㅋ 그렇게 우리 무리들은 친해졌고 학교에서 유일한 혼성 무리였어 지금 생각하니까 웃기긴하다 되게 재미있었어 함께 지내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의 마음에까진 들지 못했나봐 연락도, 관심도, 엄청 철벽치던 너는 그렇게 그 다음해 겨울 나를 깔끔하게 뻥하구 차주었지

“친구로 지내자”
이 말로 우리는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했고 그 뒤로 나는 널 잊으려 동네 친구랑 썸을 탔다?
넌 야속하게 학교 친구랑 썸을 타더라 되게 미웠어 걔랑은 왜 안사겼니 궁금하긴 하네
그러다가 내가 학폭 피해자로 연루되고나서 트라우마로 자퇴를 생각할만큼 힘들 때, 여자친구들이 문과반이라서 나를 신경 써주고 싶어도 못했을 때, 너와 친구들 덕분에 겨우겨우 삶을 이어나갔고 남자에게 받은 상처 아이러니하게 너에게 치유를 받았어
그 이후에 난 다시 동아리장도 할 수 있었고 실장도 할 수 있었고 학교 행사도 같이 하면서 얼마나 행복했는 지 몰라
너랑 수업, 동아리, 방과후, 여름학기 그리고 학교 행사들을 함께 하면서 난 다시 너를 조금씩 좋아하고 있었나봐

“우리 사귈까?”
그 해 가을, 동아리 여행 1박 2일을 잊을 수 없어
다녀온 날 버스 안에서 내 손을 잡아주던 게 너무 생생하니까 버스 창가에서 오는 빛을 손으로 간간히 막아주고 추울까 옷 덮어주고 손도 잡아줬지?
나 자는 척한 거야... 니가 손을 잡아주는 데 내가 어떻게 설레서 그 3시간을 잠을 잘 수 있었겠어
네가 남은 한 손으로 어떻게든 새콤달콤 포도맛을 귀엽게 까먹은 게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ㅋ
그러고 나서 그 다음날 수업시간에 장난치다가 니가 갑자기 딱 손을 잡았을 때,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보면 넌 정말 소심한 데 소심하지 않기도 하고 웃겨 ,
결국은 내가 고백했지? 썸탄지 몇시간 만에..

“너랑 난 참 다르다”
와 너 INTP니? 난 ESFP인 데 우리 진짜 극이다!
우리 별자리 궁합도 ‘여러분은 정말 반대성향의 커플이군요!’
재미로 본 사주도 난 불, 넌 물이였어 ㅋㅋㅋㅋ
우리 진짜 다르다 ㅋㅋㅋ 그러면서도 난 개의치 않았어 우리 서로 이야기하면서 반반 양보하고 우리가 싸운 적은 단 한번 뿐이였으니까
고3이 되고 나서는 공부하느라 기념일도 제대로 못 챙겼고 코로나로 데이트는 주로 숲길 걷기, 공원 걷기, 독서실 방 안에서 수학 문제 풀기 ㅋㅋㅋ 우리 단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마주하고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지 소소하지만 선물도 주고 좋았어 행복했고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손잡고 서로의 동네를 걷고 너를 통해 나를 보고 조금씩 성장했어
난 하루도 빠짐없이 표현을 했다고 생각해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어
반대로 넌 말로는 표현을 하나도 안해줬지만 너의 행동들로, 난 느낄 수 있었어

“그만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다 500일이 다가올 무렵 우린 조금씩 변했어 난 조금씩 널 포기했고 넌 조금씩 날 귀찮아했지
솔직히 네가 변하는 게 보여서 아 이별이 다가왔구나 마음을 먹고는 있었어
어느 날 문득 되게 외로워서 묻기로 했어
‘혹시 마음이 떴어?’

‘모르겠어’
이 한마디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 지
우리가 다른 건 상관없었어 그저 서로의 대한 마음의 유무의 문제였지
그렇게 우리는 졸업식이 끝나고 마주했어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너의 마음이 뜬 걸, 나도 붙잡고 싶지 않은 걸, 서로가 인정하기로 했어
나 사실 너 만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어 그런데 막상 마주하니까 할 말이 없어지더라

“나랑 사귀면서 행복했어?”
-그랬어
“날 좋아했니?”
- 좋아했지
“그럼 됐어”

마지막으로 너랑 나랑 손을 잡았을 때 많은 추억이 지나갔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마지막으로 안아줘라고 말한 나를 넌 꼭 안아줬지

“그만가자”
네가 데려다주면서 우리는 사귈 때처럼 대화를 나눴고 농담을 했고 웃기도 했어 길의 끝이 다다를 수록 말이 줄어들었지만,,
갈림길이 나오고 자연스레 우린 각자의 방향으로 뒤로 걸으며 말했어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자
“간간히 내 생각해! 안하면 억울할 거야!”
니가 손 흔들고 픽 웃으면서 끄덕인게 너무 아른거린다

후회없이 미련없이 많이 사랑해 보고싶긴하다
잘가 내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