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이 키울 자신이 없다고합니다.

쓰니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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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같은 대학, 과 CC로 꽤 장기간 연애 끝에 재작년 6월에 결혼한 나름 신혼부부입니다.

남편과 저는 서로 지방에서 상경했던 상태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고 친해졌던 친구 사이였습니다. 남편이 전역하고 복학하게 되면서 연애를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네요.

남편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참 건실한 사람입니다.

시아버지께서 남편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밑에서 컸지만, 항상 밝고 웃음 가득하며 어느 모임이나 자리에 가도 약속을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이끌줄 아는 사람입니다. 또, 남에게 손벌리거나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고, 자기 힘든 것을 절대 내색 안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고, 남편은 복학하고부터 졸업 후 1년 뒤까지 전문직 자격증 공부를 했는데 와중에아르바이트를 건강에 무리될 정도로 하여 제가 '생활비 같은 경우는 보조 해주겠다. 공부에 집중해 결과를 내는게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날 저녁 혼자 술한잔 먹고 엄청 냉정한 목소리로 전화해 '이 정도도 혼자 못해내면, 죽는게 낫다.'라고 해 기겁했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단 많이 유해졌지만 일 적이나 윤리적인 면에서 본인의 고집을 고수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다행히도 남편은 시험에 합격했고 수습기간 후 자리잡게 되었을 무렵 저희는 양가에 인사를 드렸으며,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관계와 환경에서 오는 기쁨과 행복 속에서 둘이 오순도순 신혼을 보내다가 일주일 전 쯤, 우리 닮은 이쁜 아이를 가지면 어떻겠냐고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당연히 남편이 너무 좋다고 말을 할 줄 알았는데. 표정도 그렇고 대답도 시원치 않은 것이 불편한 내색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지 않고 한참을 불안하게 하더니.. 어제 밤 친정 다녀와서는 얘기해줄게 있으니 따로 한잔하자고하여 얘기를 들어줬습니다.

결론은 '아빠가 되는게 무섭다.' 였습니다. 남편은 본인이 힘든 것에 대해서는 정말 말을 안하는 성격인데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안받는게 아니라 이 악물고 버텨서 이겨내면서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년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당연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 였고, 그 어린시절부터 '아빠없는 녀석'이란 말을 다시는 듣지 않도록 살아서 다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근데 정작 아빠가 되려고 보니 아버지라는 존재는 하나의 기억도 나지 않고, 아빠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준비가 안됐다고 합니다. 또 저에게 할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이라고 첨언하길. '내가 오래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꾸 나쁜쪽으로만 생각을 하는게 싫지만 내 자식이 내가 겪은걸 똑같이 겪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그래서 망설여진다.'라고 하며 생전 눈물 한 번 안보이던 사람이 제 앞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전 남편이 내색을 안하긴 했지만, 속이 이렇게 곪아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고 그저 예전에 다 이겨내고 훌훌 털어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잘 달래고 한동안 아이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주고 마음이 아프면 항상 얘기를 하라고, 꼭 어떻게든 도와주겠노라 얘기했지만. 돌아서니 이러다 정말 아이없는 결혼 생활을 하게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이 상황에서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가 할 수 있는것은 같이 대화하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을까요?